"돈 벌려고 하는 게 아닙니다. 인재를 키우려는 거죠"
[IT동아 강일용 기자] 한국마이크로소프트(MS)가 마이크로소프트 연구소(MS Research, 이하 MS 연구소)의 지난 10년과 향후 인재 육성 방안에 대해 10일 공개했다. MS 연구소는 기업의 미래 먹거리를 개발하는 R&D 부서가 아니다. 대학과 함께 기초 학문을 연구하거나, 기초 학문을 연구하는 대학을 지원하는 부서다.
MS 연구소 소속 연구자는 직급에 상관없이 스스로 하고 싶은 연구만 한다(마치 박사 학위 과정처럼). 이에 대한 비용은 MS가 지불한다. 성과 역시 MS가 측정하는 것이 아니다. 대학과 마찬가지로 논문을 여러 학술대회와 연구자 커뮤니티 등을 통해 인정받으면 된다. '자신이 선택한 분야의 최신 기술을 지속적으로 연구해야 한다', '개발된 기술이 실제 제품에 재빨리 반영되어야 한다', '실제 제품을 제작함으로써 최신 기술이 사용자들의 생산성을 높이는데 도움이 되어야 한다' 등 세 가지 목표하에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MS 연구소는 현재 전세계 여섯 도시에 설치되어 있다. 지난 91년 미국 레드몬드에 최초의 연구소가 설립됐고, 이어 영국 캠브릿지, 중국 베이징, 인도 방갈로, 미국 메사추세츠와 뉴욕에 설치됐다. 이곳에서 컴퓨터 과학, 교육, 머신 러닝 및 인공 지능, 양자 컴퓨팅, 정보 검색 및 지식 관리, 개도국을 위한 기술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현재 1,000명 이상의 연구원들이 55개 이상의 분야에서 6,000개 이상의 업계 검토를 마친 논문을 발행한 상태다. 이러한 연구를 바탕으로 360개 이상의 제품이 개발됐고, 40개 이상의 라이선스를 다른 회사에게 제공하고 있다.
MS 연구소의 또다른 목적은 기초 학문 연구자들에 대한 지원이다. 전체 예산의 15%를 학계에 지원하고 있다. 또한 대학원생들을 인턴 연구원으로 모집해 그들에게 최신 기술 교육과 세계적인 석학과의 교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국내에서 MS 연구소는 어떤 활동을 할까? 오늘 자세히 공개했다. 2005년부터 대학, 정부, 연구소 등과 함께 본격적인 학술연계 및 지원에 나서 활동한지 올해로 10주년을 맞았다. 그간 MS연구소는 ▲산학연을 통한 연구 협력, ▲인턴십 프로그램 등을 통한 이공계 인재 육성, ▲연구 성과를 논의할 수 있는 학술 교류의 장 마련, ▲대학 커리큘럼 혁신을 위한 지원 등 장기적인 한국 이공계 인재 육성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투자해 왔다.
지난 10년간 국내에서 본 프로그램을 통해 250건의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지원된 금액은 순수 프로젝트 비용만 9백만 달러(약 92억 원) 이상이다. 또한 MS연구소 아시아에서 105명, 미국 레드몬드 연구소에서 41명이 인턴십 프로그램을 거쳤으며, 이 중 3명이 현재 미국 MS 본사에서 근무하고 있다. MS연구소 인턴십 프로그램은 세계적인 석학들과 1:1 멘토링을 제공하며, 인턴십 기간이 끝나더라도 학생의 연구에 대한 조언 및 지도를 받을 수 있다.
매년 학계 저명한 교수진 및 연구진들의 연구 성과를 논의하는 '연례 교수 회의(Faculty Summit)'를 개최하고 있고, 잠재력을 갖춘 교수진이 연구에 몰입할 수 있도록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 국내 최초로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전병곤 교수가 '마이크로소프트연구소 학술상'을 받았으며, 이외에도 박사과정 학생을 대상으로 5개 대학에서 총 23명을 선발해 장학금을 지급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여화수 교수는 "MS 연구소에서 먼저 도시정보, 교통, 기후 등을 함께 연구하자고 제의해 깜짝 놀랐다. 우리 예제와 MS 연구소 기술을 합쳐 공동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며, "도시 정보를 분석하기 위한 컴퓨팅 파워를 MS의 클라우드 서비스 애저에서 임대 받는 등 다양한 도움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광주과학기술원 이현주 교수는 "국내에서 진행되는 연구는 대부분 단기적인 성과를 요구하는데, MS 연구소는 그런 것이 없다. 원하는 프로젝트를 장기적으로 진행할 수 있다"며, "MS 연구소, 서울대 종양내과와 협업해 종양 제거 방법과 예후를 관찰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세대학교 강홍구 교수는 "MS의 인턴십은 학생들에게 많은 도움이 된다"며, "인턴십 기간이 끝나더라도 MS 연구소에 남아 연구를 지속할 수 있고, 해외의 석학들에게 조언을 들을 수 있는 기회도 함께 제공한다"고 전했다.
한편, 마이크로소프트는 MS 연구소 시행 10주년을 맞아 '인재 육성 플랫폼' 계획을 공개하고, 그 세부 실천 방안에 대해 들려줬다. 단기적, 목적 위주로 진행되는 타 산학연 프로그램과는 달리 사람이 성장하는 것을 중심에 두고 연속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큰 차별점이다. 또한, ▲연구 개발 및 협력을 통해 미래에 기여한다는 '가치 공유' ▲학생, 젊은 연구원, 교수, 여성 공학도 등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개방성' ▲전세계 컴퓨터 과학자와 엔지니어가 네트워킹을 통해 스스로 성장하는 '생태계' ▲마이크로소프트연구소의 기술과 정보, 멘토 등 필요한 자원을 제공하는 '확장성 있는 인프라'와 같은 인재 육성을 위한 모든 것을 제공할 계획이다.
MS 연구소 학술연계 및 지원 담당 이미란 상무는 "사람이 성장하면 과제와 기술은 함게 따라온다. 이것이 MS 연구소의 철학"이라며, "대학, 교수, 학생에게 MS의 기술과 자원들을 조건 없이 개방해 연구에 집중하고 세계적인 석학 및 연구원들과 교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이공계 인재를 키워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글 / IT동아 강일용(zer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