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LG '고무신' 스마트폰 - G플렉스2

이문규 munch@itdonga.com

[IT동아]

'어, 고무신 스마트폰!'
11살 딸아이가 LG G플렉스2를 보고 한 단어로 정리했다. '플렉서블(flexible)'이네 '커브드(curved)'네, 말하기도 어렵고 입에 잘 달라붙지도 않는 단어보다는, 한번에 확 와 닿는 '고무신'이 어쩌면 G플렉스2를 정확히 표현하는 단어가 아닐까 싶다. 역시 아이의 눈이 어른보다 나을 때가 많다(참고로 딸아이는 2013년 말에 출시된 G플렉스도 접한 적 있다 - http://it.donga.com/16879/).

LG전자 G플렉스2
LG전자 G플렉스2

화면이 위아래로 휜 LG전자의 스마트폰 G플렉스가 1년 만에 '제대로 휘어서' 돌아왔다. 전작 G플렉스는 냉정히 말해, 휘어진 화면이라는 외형적 특징 외에 차별점이 없었고, 결정적으로 휜 디스플레이로 인해 화질이 HD(1280*720)에 그쳤던 점이 아쉬움으로 남았다. 하지만 스마트폰 화면을 인체 곡면(특히 얼굴과 엉덩이)에 맞게 탄력 있게 휘게 만든 LG의 디스플레이 기술은 전세계 사용자로부터 인정을 받았다. G플렉스는 그렇게 LG에 있어 '플렉서블 디스플레이'의 상징적 의미로 새겨졌다. 휜 디스플레이에 대한 사용자 반응, G플렉스 시리즈의 가능성 등을 충분히 파악한 후 이를 개선, 보완한 G플렉스2가 얼마 전에 출시, 판매되고 있다.

풀HD 화질을 지원해 선명하다
풀HD 화질을 지원해 선명하다

왜 휘어졌을까?
G플렉스2는 G플렉스처럼 디스플레이가 위아래도 적절하게 휘어 있다. 휘어져 고정된 게 아니라 적당한 탄력이 있어서, 본체를 뒤집어 바닥에 놓고 위에서 꽉 눌러도 화면이 좍 펴지며 바닥에 닿는다(누르는 손을 떼면 원 상태로 돌아와 휜 곡면을 유지한다). 이 때문에, 전작과 마찬가지로 화면 휨으로 인한 디스플레이 파손은 우려할 필요 없다. 화면 정면에서 보면 잘 모르고, 옆에서 보면 (딸아이의 표현대로) 영락없는 춘향이의 고무신 라인이다.

고무신 라인의 G플렉스2
고무신 라인의 G플렉스2

화면의 휨 정도를 '곡률'로 표기하는데, G플렉스는 700R의 곡률(반지름 70cm의 원을 그렸을 때 호의 휨 정도)이었다면, G플렉스2의 경우 디스플레이는 기존 대로 700R을 유지하며, 후면은 그보다 약간 불룩한 650R을 적용해 손에 착 달라 붙는 느낌이 들도록 했다. 실제로도 그렇다. 화면 크기도 기존(6인치)보다 작아져(5.5인치) 손바닥에 감기는 그립감이 확실히 좋다. 전작도 그래했지만, 곡면 바디는 전화 받을 때 얼굴 곡선과도 잘 맞는다. 그로 인해 통화 품질이 더 좋아진다고 말할 순 없지만, 폰이 사람의 귀와 입에 가깝게 다가가니 잘 들리고 잘 전달되리라 기대한다.

손에 착 달라 붙는 곡면 바디
손에 착 달라 붙는 곡면 바디

이외에 G플렉스2의 휜 화면과 탄력은 특히 남성 사용자의 경우 바지 뒷주머니에 넣고 움직일 때 주효하다. 뒷주머니에 넣었을 때 엉덩이 라인에 착 달라 붙어 쭈그려 앉아도 본체가 휘거나 구부러질 염려가 없다(이미 휘어 있으니). 이는 다른 평평한 스마트폰에 비해 G플렉스2가 갖는 확실한 차별점이라 평가한다. 다른 스마트폰(특히 5인치 이상의 화면 제품)은 불안해서 그리 못한다(특히 갤럭시 노트 시리즈나 아이폰6 시리즈는 그야말로 '쥐약'이다).

G플렉스2의 휜 화면은 이렇게 인체 굴곡에 딱 맞아 그립감이 좋고 휴대하기에는 편리하지만, 화면 가독성에는 큰 효과가 없는 듯하다. 요즘 인기 있는 휜 TV처럼 몰입감을 주거나 가독성을 집중하기에는 화면 크기가 너무 작다(본 리뷰어가 느끼기에 그렇다). 5.5인치 크기에 불과한 화면을 정면에서 바라보고 있으면 평면과 다름 없는 느낌이다. 그래도 화면을 위아래로 스크롤할 때는 화면이 위아래로 말려 오르내려가는 듯한 체감은 있다. 평면 화면 스크롤과는 뭔가 좀 다르긴 다르다. 전작보다 화면은 작아지면서 화질도 개선돼 더욱 그렇게 느껴진다.

휜 화면은 화면 스크롤에 좋다
휜 화면은 화면 스크롤에 좋다

그래도 '왜 휘어졌는가'하는 물음에는 사용자로서 명확하게 답하기가 어렵다. 위에서 언급한 대로 휘어서 좋은 점이 있긴 하지만, 그 나름대로 제법 쓸만한 제품이지만, 반드시 G플렉스2여야 하는 '결정타'가 없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다만, 천편일률적인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시장에 독특한 외형의 제품이라는 의미로 이해한다면 인정할 만하다.

휜 화면 외에 전작 G플렉스의 뒷커버 흠집복원 기능(셀프힐링)도 그대로 제공하고 있다. 뒷커버의 자잘한 생활흠집을 복원하는 역할이다. 전작 G플렉스 출시 때 여러 시연 동영상을 통해 소개된 바 있는데, 잔흠집을 어느 정도 복원해 주는 건 분명하지만, 모든 흠집을 힐링하는 건 아니니 맹신하면 안 된다(어쨌든 없는 거 보다는 확실히 낫다). 참고로, 잔흠집이 스스로 복원되는 데는 제법 긴 시간이 필요하다(그러는 사이에 흠집에 점점 무뎌지는 자신을 발견한다). 참고로 아래 사진처럼 깊게 패인 흠집은 복원되지 않는다.

깊은 흠집은 힐링이 되지 않는다
깊은 흠집은 힐링이 되지 않는다

이외에 G플렉스2는 전작의 주요 기능은 모두 그대로 탑재했다. 손떨림을 보정하는 OIS+카메라, 초점을 빨리 잡는 레이저 포커스, 정말 유용했던 '쥐락펴락 셀카(본 리뷰어가 지어 준 이름이다, 본명은 제스처 샷)', 화면 톡톡 두드려 켜는 노크온 및 노크코드 등이다. 뒷커버는 열 수 있지만 배터리는 일체형이라 교체할 수 없고, 나노 유심 슬롯과 마이크로SD 메모리 슬롯을 사용할 수 있다. DMB TV 시청용 안테나는 제거했다(이어폰을 안테나로 사용해야 한다).

뒷 커버는 열 수 있지만, 배터리 교체는
불가
뒷 커버는 열 수 있지만, 배터리 교체는 불가

이번에 새로 추가된 기능인 '글랜스 뷰(사진 참조)'는 화면이 꺼진 상태에서 화면을 스윽 문질러 화면 윗 부분을 보는 기능인데, 메시지나 알림, 부재중 전화 등의 정보를 즉시 확인하는데 유용하다(손가락을 화면에서 떼면 화면은 바로 꺼진다).

화면을 켜지 않고 메시지 등을 확인하는 글랜스
뷰
화면을 켜지 않고 메시지 등을 확인하는 글랜스 뷰

G플렉스2의 기본 성능은 그럭저럭 무난한 수준이다. 항간에서는 G플렉스2에 내장된 퀄컴 스냅드래곤 810 프로세서에 대한 비판적인 평가를 한다. 발열 때문이다. 이에 발열을 줄이기 위해 CPU의 성능을 다소 저하시키는 '스로틀링'을 적용했고, 이 때문에 이전 스마트폰보다 못한 성능을 낼 수 있다고 말한다. 글쎄... 본 리뷰어가 한달 남짓 사용해 본 G플렉스2는 발열도 다른 스마트폰과 크게 다르지 않았고, 그에 따른 성능도 불편할 수준은 결코 아니었다. 뜨거워서 거북스러울 정도가 아닌 이상 고성능 기기의 발열은 어쩔 수 없다.

일상적인 사용 시에는 발열 여부 조차 느낄 겨를이 없고, 고성능 게임(블레이드 등)을 몇 십 분간 실행할 때는 (스로틀링으로 인한 것인지) 중간중간 주춤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게임을 즐기는 데는 전혀 불편하지 않았다. 게임 실행 외 인터넷 서핑하고 사진/동영상 찍고 보고 편집하고, 메일 보내고 받고, SNS 사용하고, 음악 듣고, 전화 걸고 받고, 문자메시지(메신저) 보내고 받는 데는 그 어떤 성능 문제도 발생하지 않았다. 성능 벤치마크 앱 돌려가며 성능 수치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들이 만족하고 인정하는 스마트폰 성능 기준이란 과연 어느 정도일까? 그들은 스마트폰으로 도대체 어떤 작업을 하는가? (본 리뷰어를 맹렬히 비난하는 그들의 소리가 귓가에 울린다.)

블레이드 실행 모습
블레이드 실행 모습

피파 축구게임을 실행한 모습
피파 축구게임을 실행한 모습

전작 G플렉스는 세계 최초로 탄력 있는 곡면 디스플레이를 채택한 스마트폰이었다. 새로운 기술에 대한 새로운 시도였지만, G플렉스는 괄목할 만한 판매율을 보이진 못했다. 높아질 대로 높아진 사용자의 눈높이를 맞추기엔 미흡한 점이 극명하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에 부족했고 미흡한 점을 개선해 조금 더 다듬어진 모습으로 G플렉스2가 출시됐다. 이미 빨개질 대로 빨개진 스마트폰 시장에서 대반전을 일으키리라 기대하진 않지만, 차별화된 제품 라인을 마련해야 하는 LG전자 입장에서는 나름대로 의미 있는 스마트폰이 아닐까 생각한다.

G플렉스2와 쿼드비트 이어폰
G플렉스2와 쿼드비트 이어폰

글 / IT동아 이문규 (munc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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