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FPS를 위해 태어난 모니터, 뷰소닉 VG2401mh
[IT동아 이상우 기자] 게임 애호가가 원하는 장비(게이밍 기어) 만족도는 어떤 수준일까? 이는 사용자의 취향이나 게임의 장르에 따라 달라진다. 마우스를 예로 들면 RPG를 즐기는 사람은 다양한 버튼을 통해 조작 편의성을 높인 마우스를 선호하며, FPS 게임을 즐기는 사람은 빠른 움직임을 정확하게 인식하는 마우스를 선호한다.
이는 모니터에서도 마찬가지다. 많은 사람이 크기, 가격, LCD 패널의 종류 정도로만 모니터를 선택하지만, 사실 더 많은 기준과 조건이 있다. 예컨대 조금 더 사실적인 그래픽 효과를 느끼기 위해 색 정확도가 높은 모니터를 선택하거나, 높은 몰입감을 위해 고해상도/대화면 모니터를 선택하기도 한다. FPS 게임의 경우 승리를 위해 화면 표시 속도가 빠른 제품이나 게임에서 어두운 곳을 조금 더 밝게 보기 위해 감마 값을 조절할 수 있는 제품 등이 유용하다.
오늘 소개할 모니터는 뷰소닉이 얼마 전 국내 출시한 VG2401mh다. 이 제품은 FPS게임에 특화한 게이밍 모니터로, 이런 종류의 게임을 즐기는 사용자를 위해 다양한 기능을 갖췄다. 핵심 키워드는 주사율 144Hz, 게이밍 모드, 스탠드 조절 기능 등이다.
144Hz의 화면 주사율
VG2401mh의 핵심 기능 중 하나는 144Hz에 이르는 화면 주사율이다. 화면 주사율이란 1초에 화면을 몇 번이나 표시하는지 나타낸 수치로, 이 수치가 높을수록 화면을 끊김 없이 그리고 부드럽게 표시한다. 예를 들어보자. 우리가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모니터는 보통 60Hz의 주사율을 갖췄는데, 이 말은 한 화면을 1초간 표시하는 데 60번으로 나눠서 보여준다는 의미다. 144Hz는 1초 동안 이보다 두 배 이상 많이 표시하는데, 이는 FPS 게임이나 레이싱 게임처럼 빠르게 움직이는 장면을 화면에 보여줄 때 더 부드럽고 끊김 없이 보여줄 수 있다.
그런데 이렇게 많이 나눈다고 해서 우리 눈이 이를 감지할 수 있을까? 물론이다. 바탕화면에서 마우스를 움직이기만 해도 큰 차이가 느껴진다. 60Hz 모니터에서 마우스를 빠르게 좌우로 움직이면 커서가 5~6개 정도로 보이는데, 144Hz 모니터에서는 12~13개 정도로 보인다(아쉽게도 이는 직접 눈으로 보지 않으면 확인하기 어렵다. 일반적인 캠코더는 초당 최대 60장의 장면을 기록하는 데, 144Hz는 이를 훨씬 뛰어넘는 수치다. 사진의 경우에도 셔터 속도를 아주 낮게 설정하지 않으면 이 모습을 기록할 수 없다).
이를 FPS 게임에 반영한다고 생각해보자. FPS 게임은 마우스를 정말 빠르게 움직여야 하는 장르다. 갑자기 나타나는 적 혹은 빠르게 움직이는 적을 맞추기 위해서다. 그런데 FPS 게임은 이름처럼 1인칭 시점으로 진행되는 게임이다. 다시 말해 마우스를 움직이면 내가 보는 시점이 바뀐다.
마우스를 빠르게 움직이면 그만큼 시야도 빠르게 바뀐다. 이 때 모니터 주사율이 이 속도를 따라오지 못하면(다시 말해 시야가 바뀌는 속도가 60프레임 이상이면) 화면이 가로로 찢어지는 티어링 현상(Screen tearing)이 발생하거나 찰나의 순간이지만 화면이 멈추기도 한다. 그리고 FPS 게임에서 이런 순간은 패배로 연결되기도 한다. 이런 이유에서 배틀필드4 등의 FPS 게임은 설정에서 화면 주사율 144Hz를 지원한다.
1ms의 응답속도
뷰소닉이 이 제품에 어떤 패널을 사용했는지 밝히지는 않았지만, 모니터 응답속도를 보면 TN 패널을 사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TN 패널은 VA 패널이나 IPS 패널과 비교해 시야각, 색감 등에서 부족한 부분이 있지만, 한가지 우월한 점이 있다. 바로 응답 속도다.
LCD 모니터는 각 화소(화면을 표시하는 하나의 점)를 구성하는 보조 화소(R, G, B)의 배합에 따라 다양한 색을 표시할 수 있다. 그런데 정지한 장면이 아니라 움직이는 장면을 표시하려면 각 화소가 빠르게 색깔을 변경해야 하며, 이 때 걸리는 시간을 응답속도라고 한다. 즉 응답속도가 느린 모니터는 움직이는 장면에서 잔상이 남게 된다. IPS나 VA 패널은 최신 제품의 경우 4ms(4/1000초) 정도지만, TN 패널은 1ms(1/1000초)까지 빠르게 할 수 있다.
<응답속도가 느린 모니터는 사진과 같은 잔상이 남는다>
사실 일반 사용자에게 이 차이는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하지만 장시간 모니터를 보는 사람이나 눈이 민감한 사람이라면 약간의 잔상 때문에 눈의 피로를 느낄 수 있다. VG2401mh는 1ms의 응답속도를 갖췄기에 FPS 게임처럼 빠르게 움직이는 장르에 적합하다. 하지만 앞서 말한 것처럼 색감이나 시야각이 VA나 IPS 등 다른 LCD 모니터 패널과 비교하면 부족하다. 개인적으로 녹색 계통 색상 표현이 부족한 느낌이다.
플리커 프리
VG2401mh는 장시간 게임을 즐기는 사람을 위해 '플리커 프리' 기능도 갖췄다. 일반적으로 LCD 모니터 패널의 화소는 색상을 표시할 수는 있지만 스스로 빛을 낼 수 없기 때문에 모니터 내부에 별도의 광원(조명)이 필요하다. 그런데 이런 광원은 우리가 인지하기 어려울 정도로 빠르게 깜빡인다. 우리는 깜빡인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지만, 우리 눈은 계속 이 깜빡임에 영향을 받고, 그만큼 눈이 쉽게 피로해진다.
VG2401mh는 셔터 속도를 빠르게 맞추고 화면을 찍어봐도 플리커 현상이 전혀 나타나지 않는다. 관계자에 따르면 조명에 전력을 공급하는 회로를 조정해 일반적인 조명이 깜빡이는 순간에도 계속 빛을 낼 수 있게 제작했다.
<플리커 현상이 나타나는 모니터(좌)와 VG2401mh(우), 동영상 링크: http://youtu.be/7J1nPBqgvi4>
블루라이트 감소 기능도 있다. 블루라이트란 화면에서 나오는 푸른색 파장의 빛을 말하는데, 이 빛이 눈의 피로나 안구건조증 등을 유발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런 이유에서 최근 등장하는 모니터 혹은 디스플레이 기기는 이를 감소하는 기능을 갖췄다. VG2401mh 역시 이를 줄여주는 '블루라이트 필터' 기능을 탑재했다. 물론 사용자 필요에 따라 켜거나 끌 수도 있다.
에임 포인트와 게이밍 모드
화면 주사율과 반응속도 외에도 FSP 게임 애호가를 위한 특수 기능이 있다. 바로 에임 포인트와 게이밍 모드다.
FPS 게임 애호가라면 한 번쯤 모니터 가운데에 스티커를 붙이고, 정 가운데 빨간색 점을 그려본 적이 있을 것이다. 게임에서 표시되는 조준선(크로스헤어)가 벌어지더라도 비교적 정확하게 적을 노릴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저격소총 등의 무기는 저격 모드를 사용하지 않으면 이 조준선이 나타나지도 않는다.
이런 사용자를 위해 VG2401mh는 화면 자체에 조준선을 표시해주는 기능을 더했다. 과거에는 이런 기능을 위해 특정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사람이 있었다. 일명 '화면에 점 찍는 프로그램'이다. 그런데 이런 소프트웨어는 N프로텍트 등의 보안 프로그램에 의해 강제로 종료되는 경우도 있었다. 이와 달리 VG2401mh의 조준선은 OSD(모니터 설정 메뉴) 형태로 화면에 직접 표시되기 때문에 보안 프로그램에 탐지되지 않으며, 사용자가 원할 때 모니터 버튼을 눌러서 켜거나 끌 수도 있다.
게이밍 모드 역시 일부 특수한 상황에서 요긴하게 쓰인다. 게이밍 모드란 모니터의 감마값을 높여 밝은 영역의 밝기는 비슷하게 유지하면서 어두운 영역의 밝기를 높이는 기능이다. 이를 통해 동굴이나 터널처럼 어두운 배경에서도 적 캐릭터와 배경을 비교적 쉽게 구분할 수 있으며, 그림자에 숨어있는 적도 발견할 수 있다. 배틀필드4 싱글 플레이의 '쿤룬 산맥' 감옥을 예로 들 수 있다.
<게이밍 모드를 적용한 모습(위)과 적용하지 않은 모습(아래)>
4가지 동작을 지원하는 스탠드
VG2401mh는 일부 전문가용 모니터가 지원하는 틸트(기울기 조절), 스위블(좌우 회전), 엘리베이션(높낮이), 피벗(시계방향 회전) 등 4가지 조절기능을 모두 갖췄다. 이런 기능을 갖춘 이유는 간단하다. 사용자 편의성을 위해서다.
우선 틸트와 엘리베이션은 모니터를 사용자 눈높이나 자세에 맞게 조절할 수 있는 기능이다. 오랜 시간 앉아서 게임을 하려면 자신이 편안하게 앉은 자세에서 모니터를 볼 수 있어야 한다. 이때 틸트와 엘리베이션은 사용자 눈높이 앉은 자세로 모니터를 장시간 사용해야 하는데, 이 때 목이나 허리의 피로를 줄이기 위해 모니터를 눈높이에 맞게 조절할 수 있다. 또한 VG2401mh 바닥에 있는 회전판을 통해 스위블 기능을 사용할 수 있어, 모니터를 조금 더 사용자 시야에 맞게 놓을 수 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피벗은 누워서 모니터를 보지 않는 이상 사용자 편의성과는 조금 거리가 있다. 피벗은 오히려 다중 모니터 구성 시 더 유용하다. 예를 들어 피벗을 이용해 모니터를 3대를 세로 방향으로 놓고, 아이피니티 등의 다중 모니터 기능을 활용하면 일반 모니터보다 더 생생한 느낌으로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입출력 단자
VG2401mh는 D-SUB 단자가 없다. D-SUB로는 이 화면 주사율을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에서 DVI, HDMI, DP 단자만을 갖췄다. 참고로 HDMI로 연결했을 때 최대 주사율은 120Hz가 한계이니, 가능하면 DP 단자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일반 모니터에서는 보기 어려운 단자도 있다. 바로 USB 3.0 업스트림 단자다. 이 단자를 통해 모니터와 PC를 연결하면, 이 모니터를 마치 USB 허브처럼 사용할 수 있다. 다시 말해 모니터에 달린 USB 3.0 단자에 USB 메모리를 삽입하면 이를 PC에서 인식한다는 의미다. 당연히 여기에 키보드나 마우스를 연결할 수도 있다.
어떤 게임에 어울릴까?
144Hz와 게임 특화 기능을 체감하기 위해 몇 가지 게임을 실행해봤다. 가장 먼저 실행한 게임은 리그 오브 레전드다. 이 게임은 초당 화면 표시 수 제한을 해제할 수 있기 때문에 VG2401mh가 지원하는 최대 주사율까지 나타낼 수 있다.
게임을 실행해보니 우측 상단에 나타나는 초당 화면 표시 수가 144까지 올라간 것을 볼 수 있다. 하지만 60Hz로 실행하는 것과는 큰 차이가 없었다. 이 게임은 화면 이동이 심하지 않으며 빠르게 움직이는 물체나 그래픽 효과도 거의 없기 때문이다. 한 선배 기자는 필자에게 'LOL에서 144Hz는 전기세 낭비'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다음으로 실행해본 게임은 FPS 게임의 일종인 월드 오브 탱크다. 이 게임은 현존하는 대부분의 모니터 해상도와 화면 비율 그리고 화면 주사율(모니터 재생 빈도)를 지원하는 게임이다. 하지만 이 게임에서도 144Hz를 제대로 체감하기는 어렵다. 일반 FPS 게임과 달리 전차와 주포가 움직이는 방식이기 때문에 빠른 움직임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이동 속도가 가장 빠른 경전차를 선택하더라도 초당 화면 표시 수가 70을 넘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실행해본 게임은 배틀필드 하드라인이다. 이는 EA가 현재 오픈 베타 테스트 중인 FPS 게임으로, 수십 명이 함께 진행하는 FPS 게임이다. 다른 배틀필드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144Hz를 지원한다.
이 게임에서는 VG2401mh의 장점을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우선 에임 포인트는 산탄총이 주 무기인 인포서 병과를 사용할 때 유용했다. 이 게임에서 산탄총을 선택하면 조준선이 원형으로 표시되는데, 이 때 에임 포인트 기능을 활성화하면 적을 조준하기 조금 더 쉬워진다. 물론 맞추는 것은 개인 실력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게이밍 모드를 켜니 건물 내부의 어두운 곳도 확연하게 밝아진다. 앞서 말한 것처럼 그림자 속에 숨어있는 적도 발견하기 쉬워지며, 지하실 등 어두운 지형에서도 적과 배경을 구분할 수 있다.
뷰소닉의 절치부심
뷰소닉은 과거 국내 모니터 시장에서 상당한 인기를 끌었던 제조사다. 특히 CRT 모니터의 가격 대비 성능이 비교적 우월한 것으로 유명했다. 이랬던 제조사가 LCD 모니터 시대로 넘어오면서 인기가 시들해졌다. 뷰소닉이 내놓은 VG2401mh는 LCD 모니터 시장에 대한 절치부심이라고 할 수 있다. 일반 모니터와 달리 게임 특화 기능을 내세워 다시 한 번 모니터 시장을 공략하려는 의지다.
제품 가격은 40만 원 초반이다. 단순한 용도로 모니터를 구매하려는 사람에게는 부담스러운 가격이다. 하지만 FPS 게임을 즐기는 사람, 그 중에서도 낮은 주사율과 느린 반응속도 때문에 패배를 경험한 사람에게 추천할 만한 제품이다.
글 / IT동아 이상우(lswo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