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당신의 첫 DSLR, 'D5500'은 어때요?
[IT동아 나진희 기자] 스마트폰이나 콤팩트 카메라를 졸업하고 DSLR 카메라를 손에 쥐려는 순간, 수많은 선택안이 눈앞에 펼쳐진다. '어느 제조사 것으로 하지? 보급형을 살까? 애초에 비싼 걸 사서 오래 쓰는 건 어떨까?' 등등.
선택은 당연히 소비자의 몫이지만, 보급형 DSLR 카메라를 생각한다면 니콘의 최신작 'D5500'도 후보군에 올려보자. D5500은 전작인 D5300보다 가볍고(420g), 다양한 각도로 돌아가는 멀티 앵글 모니터가 있으며, 터치 조작도 지원한다. 스마트폰으로 사진 찍던 사람이 거부감 없이 DSLR 카메라로 넘어가기에 적당한 모델이다.
기자의 카메라 지식은 초보자 수준이다. 조리개, 셔터속도, 감도 등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알고 M모드를 조작할 수는 있다. 하지만 아무렇게나 찍어도 잘 나오는 '자동 모드'가 제일 편하다. 취재 시엔 결과가 보장된 DSLR 카메라를 챙기지만 일상 사진은 죄다 스마트폰 카메라로 찍는다. 길을 걷다가 눈앞에 고양이가 나타났다면? 기자는 목에 건 DSLR 카메라보다는 주머니 속 아이폰을 꺼내 들 것이다.
그런 기자가 보급형 DSLR 카메라인 니콘 D5500을 약 3주간 체험해봤다. 기술적인 사양 설명은 되도록 배제했다. 초보자인 기자에게 D5500의 화상 처리 엔진이 '엑스피드4'라느니, 최고 상용 감도가 ISO 25600이라느니 하는 이야기는 사실 무의미했기 때문. 들고 다니기 편하고, 조작하기 쉬웠고, 결과물이 마음에 들었는지가 더 중요했다.
탁월한 그립감과 가벼운 무게
보통 DSLR 카메라라고 하면 '시커멓고 무거운' 카메라를 떠올린다. 그리고 그게 사실이다. 고급형 DSLR 카메라일수록 더 그렇다.
하지만 최근 소형화, 경량화한 보급형 DSLR 카메라들이 나오며 입문자의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 D5500도 그런 제품이다. 본체 무게가 애플 아이패드 에어2(437g)와 비슷한 420g이다. 물론 렌즈를 더하면 무게는 올라간다. 기본 AF-S NIKKOR 18-55mm VR II 번들렌즈 포함 시 700g 정도였다.
D5500은 그립감이 무척 좋은 편이다. 그립부의 굴곡이 깊기 때문인데 이 덕에 한 손으로 제품을 쥐었을 때도 안정감있다. 손에 가득 잡히는 그립감은 평면적인 미러리스 카메라 등에서는 느낄 수 없는 DSLR 카메라 특유의 장점이다.
멀티 앵글 모니터, 터치도 된다
모니터가 다양한 방향으로 돌아간다. '셀카'를 찍기도, 여러 각도에서 사진을 찍기에도 좋다.
잠시 D5500의 셀카에 대해 말해보자면, '뷰티모드'같은 피부 보정 효과는 기대하지 않는 게 좋다(인물 모드일 때도 마찬가지). D5500은 DSLR 카메라이므로 눈을 키우고 턱을 깎는 등의 '꼼수'를 부리는 효과 모드는 탑재하지 않았다. 조금이라도 '뽀샤시'하게 하려면 노출을 올리거나, 아웃포커싱으로 부드럽게 만들거나, 이펙트 모드에서 '하이키'를 쓰는 것을 추천한다.
멀티앵글 모니터의 쓰임새는 역시 여러 구도의 사진을 편하게 찍을 때 빛을 발한다. 쪼그려 앉아서 빌딩의 사진을 아래에서 위로 찍을 때(로우 앵글), 의자 위에 올라가 바닥의 피사체를 내려다보며 찍을 때(하이 앵글) 좀 더 쉽게 모니터로 구도를 확인할 수 있다. 실시간으로 촬영 화면이 보이는 '라이브뷰' 모드로 놓고 모니터를 돌린 상태에서 여러 구도로 사진을 찍어보자.
D5500의 모니터는 터치가 된다. 마치 스마트폰처럼 조리개, 셔터 속도, ISO 감도 등을 터치로 바꾸고 촬영한 사진도 넘기거나 확대해 볼 수 있다. 라이브뷰 상태에서 원하는 부분을 터치하면 바로 초점을 맞추며 사진이 찍힌다.
터치 조작은 생각보다 쉽다. 사실 DSLR 카메라에 위압감을 느끼는 이유 중 하나가 무슨 용도인지 모르게 붙어있는 수많은 버튼이다. 특히 니콘, 캐논, 소니 등 제조사뿐 아니라 모델별로도 버튼이 다 다르다. 조리개값을 높이고 싶어도 뭘 눌러야 할지 난감하다. 그럴 때 터치가 유용하다. 모니터 위에 떠 있는 조리개, 셔터 속도, ISO 감도 아이콘을 누르면 이를 바로 조절할 수 있다.
내 입맛에 맞는 사진을 찍기 위한 한 걸음
내가 의도한 대로 표현한 사진, 그게 DSLR 카메라 촬영의 묘미 아니겠나. 같은 곳에서 같은 카메라로 사진을 찍어도 모두 다 다른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것이 가능하다. 수동 모드가 있기 때문이다.
항상 자동 모드에 손이 갔던 기자지만, D5500을 리뷰하며 'M모드'와 친해져 보기로 했다. DSLR 카메라를 사면 한 번씩 시도해 본다는 '빛 망울'과 '빛 갈라짐' 사진을 연습해봤다. 어디까지나 기자는 초보라는 사실을 기억해두길. 이런 사진은 태어나서 처음 시도해본 것이었다.
참고로 아래 빛 망울과 빛 갈라짐 사진은 모두 같은 곳을 찍은 것이다. 조리개, 셔터 속도, 감도 등을 조작하니 한 곳에서 전혀 다른 결과물이 나왔다.
높은 빌딩에서 도로를 찍었다. 가로등 불빛이 쩍쩍 갈라지게 하고 싶었다. D5500을 삼각대에 끼우고 ISO 감도는 100, 셔터 속도는 20초, 조리개는 F32로 설정했다. 물론 이는 절대적인 수치가 아니다. 마음에 드는 사진이 나올 때까지 감도, 조리개 등을 바꿔보며 시험하는 것이 사진 촬영의 재미였다. 몇 번 찍어보니 불빛이 마치 그림을 그린 것처럼 뻗어 나갔다.
이번엔 빛 망울이다. 빛 망울이 아련하게 맺힌 느낌을 내고 싶었다. 초점을 수동 모드로 맞추고 뿌옇게 초점이 안 맞을 때까지 돌렸다. 감도는 1000, 조리개는 F5.6, 셔터 속도는 1/5초로 설정했다. 같은 장면인데도 황량했던 도로가 카페 안처럼 아늑한 분위기를 풍긴다.
초보자를 위한 배려, 자동 모드/장면 모드/이펙트 모드
고급형 DSLR 카메라의 조작 다이얼을 본 적 있는가. 그 카메라의 콧대가 높으면 높을수록 '자동 모드'를 위한 자리는 없다. 사실 그러한 제품을 사는 사람이라면 대부분 자동 모드가 필요없을 만큼 높은 카메라 지식을 갖췄을 것이다. 자동 모드가 없는 것이 고급형 DSLR 카메라를 쓰는 사용자에 대한 예의이며, 진정 사진을 찍는 재미를 살리는 길이기도 하다.
하지만 보급형 DSLR 카메라는 초보자를 위해 친절하다. D5500은 자동 모드는 기본이고, 콤팩트 및 미러리스 카메라에서 자주 보던 '장면 모드'와 '이펙트 모드'까지 있다.
기자는 장면 모드의 '음식'을 특히 애용했다. 색색의 예쁜 음식을 앞에 두면 자연스레 카메라를 들게 된다. 음식 모드는 전체적인 밝기를 올리고 색을 더 화려하게 표현해 음식이 한층 더 맛있어 보인다. 다만, 간혹 효과가 과하게 들어가 음식에 형광빛이 도는 듯하게 보이는 것도 있었으니 촬영 후 결과물을 확인해볼 것.
'스포츠'나 '애완동물'은 빠르게 움직이는 피사체를 찍기에 좋다. 물론 정석대로 셔터 속도 등을 조절하면 제일 좋겠지만, 급할 때는 이러한 장면 모드가 유용하다. 수족관에서 이리저리 헤엄치는 상어의 모습도 흔들림 없이 포착했다.
이외에 이펙트 모드에는 토이카메라, 팝컬러, 미니어처, 특정 색상 추출 등 다양한 효과가 있다. 이러한 효과는 동영상을 찍을 때도 적용되니 적재적소에 활용해 개성있는 표현을 즐겨보자. D5500은 풀HD 해상도 60p 동영상 촬영을 지원한다.
카메라를 쓰다 모르는 것이 생겼다면 모니터의 '?' 버튼을 눌러보자. 해당 기능, 모드 등에 대한 도움말이 나온다. 'M모드' 등일 때는 '피사체가 너무 어두운데 노출을 조정할 수 없습니다. 플래시를 사용하십시오.' 같은 조언도 해준다.
와이파이 연결, 생각보다 빠르다
솔직히 D5500의 와이파이(Wi-Fi) 기능에 그다지 기대가 없었다. 그간 콤팩트 카메라, 미러리스 카메라, DSLR 카메라 등에 와이파이가 탑재되는 것이 '최신형'의 트렌드였지만 막상 써보니 전송 속도가 너무 느려 잘 손이 가지 않았기 때문.
그런데 D5500은 꽤 쓸만했다.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을 내려받아 스마트폰과 카메라를 연결하면 스마트폰으로 원격 촬영이 가능하다. 예상보다 반응 속도가 빨라 촬영에 불편이 없었다. 거기다 스마트폰에 DSLR 카메라로 찍은 고화질 사진이 저장된다. 물론 사진 용량이 너무 커서 따로 편집 앱을 쓰지 않으면 카카오톡 등의 메신저로 공유하기가 불편하긴 했다. 그리고 2월 17일 현재 아이폰5로 이용 시 사진을 한 장 찍고나면 앱이 멈춰 앱을 종료했다가 재시동해야하는 문제가 있다.
앱으로 카메라 속 메모리에 저장된 사진도 불러와 스마트폰에 저장할 수도 있는데 불러오는 속도가 꽤 빠르다. 스크롤을 올렸을 때 한참을 버벅대던 여타 카메라들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사진은 한장 당 1초 정도면 저장된다.
일상을 담는 카메라
3주간 들고 다녀 보니 D5500은 가볍고 친절한 카메라였다. 소소하고 즐거운 일상을 기록하기에도 좋을뿐더러 사진 촬영의 묘미까지 맛보여줬다. DSLR 카메라로의 진입 문턱을 막 넘으려는 사람에게 D5500은 믿음직한 친구가 되어줄 것이다. D5500으로 찍은 사진의 원본은 이곳에서 볼 수 있다.
D5500의 가격은 AF-S NIKKOR 18-55mm VR II 번들렌즈 포함 시 99만 8,000원이다. 더 자세한 정보는 니콘 공식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다.
글 / IT동아 나진희(naji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