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논 카메라 기술의 심장부, 오이타 캐논을 가다

이상우 lswoo@itdonga.com

[IT동아 이상우 기자] 전세계 디지털카메라 시장은 일본 기업이 이끌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일본은 카메라 생산 기술에 관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지난 2월 11일 방문한 오이타 캐논은 이런 모습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공장이다.

일본 오이타 현에 위치한 오이타 캐논은 캐논 카메라, 특히 DSLR 카메라를 주력으로 생산하는 공장으로, 고품질 고신뢰 카메라를 만드는 것이 기조다. EOS 1DX, 5D 마크3, 7D 마크2, 시네마 EOS 제품군 대부분 등의 카메라와 카메라의 핵심 부품을 여기서 생산하고 있다.

오이타 캐논 오이타 사업소
오이타 캐논 오이타 사업소

오이타 현은 하나의 생산 클러스터라 볼 수 있다. 아키 사업소에서는 고급 DSLR 카메라 및 카메라 시제품 생산을 주력하고 있으며, 이밖에 카메라 생산을 위한 자동화 설비를 제작한다. 여기서 만든 시제품은 오이타 시에 있는 오이타 사업소에서 양산한다.

오이타 캐논의 지향점은 우수한 성능, 품질, 제품 신뢰도를 전세계 사용자에게 지속적으로 전달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생산뿐만 아니라 고객 센터 및 제품 수리 서비스 등을 함께 운영하고, 여기서 수집한 사용자의 요구나 제품의 개선 방향 등을 연구/개발/생산까지 전달해 제품 개선에 활용한다.

특히 고성능 고품질의 높은 신뢰도를 유지하기 위해 협력업체를 두지 않고, 모든 생산 공정을 캐논 직원이 직접 담당한다. 일명 '모노즈쿠리(ものづくり, 혼신의 힘을 다해 제품을 만드는 장인 정신으로 일한다는 의미)'다.

캐논
캐논

캐논은 제조 공정에 '셀 생산 방식'이라는 독특한 방식을 사용한다. 10여 명의 작업자가 한 개의 셀을 구성하고, 각각 담당한 작업을 수행한다. 흥미로운 부분은 각 셀마다 생산하는 제품이 다르다는 점이다. 이는 고품질 정밀 기기를 시장 수요에 맞게 공급하는 데 적절한 구조다. 만약 특정 제품의 공급량이 부족하다면 다른 셀의 구성원과 배치를 바꾼 뒤 그 제품을 만드는 셀로 즉시 변경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제품 주기가 1년 정도로 짧은 디지털카메라 생산에 어울린다.

오이타 사업소는 처음부터 이 셀 생산 방식을 염두에 두고 설계했다. 건물에는 으레 있어야 할 '기둥'이 전혀 없다. 이 덕에 셀을 어떤 형태로든 배치할 수 있다. 기계와 인간의 협업도 주목할 만하다. 인간이 잘하는 일은 인간이, 기계가 잘하는 일은 기계가 담당한다. 카메라의 기본적인 외형은 기계가 빠르게 제작하고, 제품 검수나 정밀한 감각이 작업 등은 사람이 손으로 직접 한다. 완성한 제품을 포장 공간으로 나르고, 새로운 부품을 가져오는 작업은 로봇이 한다.

캐논 관계자에 따르면 과거 EOS 50D 540대를 생산하는 데 26명의 인원이 필요했지만, 현재 EOS 70D를 600대 생산하는 데 12명이면 충분하다. 향후 5명이 600대를 생산하는 수준까지 높이며, 최종적으로는 모든 생산 공정을 자동화하는 것이 목표다.

직원의 기술과 전문성을 높이기 위한 교육 과정도 있다. 금형 가공, 렌즈 연마 가공, 전자 부품 기초 등 126개의 전문 강의를 캐논 직원을 대상으로 진행하며, 이를 통해 '모노즈쿠리'를 이어간다. 이렇게 오이타 캐논에서 확립한 생산 기술은 전세계 캐논 공장의 모범 사례 쓰인다.

정밀 기계 생산에 맞는 작업 환경도 구축했다. 건물의 각 동은 보조다리로 연결해 외기가 들어오는 것을 완전히 차단하고, 환풍기를 바닥에 설치해 먼지가 쌓이지 않도록 했다. 당연한 말이지만 모든 작업자는 규정 복장을 갖춰야 한다.

캐논의 기업 철학은 '공생(共生)'이다. 오이타 캐논에는 현재 3,100여 명의 직원이 근무 중이며 이 중 지적 장애인은 29명이다. 이들은 제품 포장이나 간단한 조립, 스티커 부착 등 그들이 할 수 있는 업무를 수행한다. 캐논 관계자는 공장이 자동화돼도 인력 감축은 없을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이들은 품질 관리나 설비 유지보수 등 더욱 가치가 높은 작업으로 자리를 옮겨 계속 일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캐논이 지향하는 모노즈쿠리는 이런 공생의 철학에서 나오는 것이 아닐까.

글 / IT동아 이상우(lswo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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