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당신의 노트북... 이 정도 받을 자격 있어요"
[IT동아 나진희 기자] 아이에게 최고급 옷을 입히는 마음이 애지중지하는 노트북에 값비싼 파우치를 씌우는 마음과 비슷할까. 노트북도, 노트북 파우치도 아름다워야 한다고 생각하는 당신이라면 이 제품을 주목하자.
마이로초아 '알베로(Albero) MI-0011(이하 알베로)'는 노트북 파우치에 대한 선입견을 깨는 제품이다. 명품 가방처럼 값비싼 소재가 쓰였다. 외피는 천연 소가죽이며 내피는 스웨이드 재질이다. 심플한 금색 로고는 가죽 바탕과 어울려 고급스러움을 자아낸다. 마구 찍어나와 엇비슷한 '아저씨 느낌'의 노트북 파우치와는 차별화되는 디자인이다.
이 제품은 가격으로 자신의 등급을 나타낸다. 크기에 따라 다르지만 대략 가격이 20만 원 내외. 15인치 이상 노트북을 담는 라지 크기는 26만 원이다. '무슨 노트북 파우치가 그렇게 비싸?'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실제 기자가 리뷰용 제품을 들고 왔을 때 동료 기자들이 했던 말이기도 하다) 누군가는 자신이 원하는 품질과 디자인을 얻기 위해 기꺼이 그 정도 값을 지불할 준비가 되어있기도 하다. 알베로는 그런 사람을 위한 제품이다.
격식있는 자리에도 어울리는 디자인
마이로초아 김초아 대표 겸 디자이너는 한 인터뷰에서 "노트북을 멋스럽게 수납하고 휴대할 수 있는 가방이 없어 다수의 여성들은 네오프렌 소재의 파우치나 가방 안에 넣고 다닌다"며, "나를 비롯한 2030세대 여성들에게 꼭 필요한 가방을 가죽 소재를 활용해 멋스럽고 효율적으로 만들 것"이라 말했다.
기자는 이 문구에서 '네오프렌'이란 단어에 뜨끔했다. 얼마 전 별생각 없이 구매한 노트북 파우치가 바로 네오프렌 소재였기 때문. 굳이 그러한 제품을 찾아 산 것이 아니라 네오프렌 소재 파우치가 시장을 거의 장악했기 때문에 별 선택안이 없었기도 하다.
사실 네오프랜 소재는 가볍고 내구성이 좋으며 값도 저렴하다. 표면이 부드러워 효과적으로 노트북의 흠집도 보호해준다. 하지만 디자인적으로 다양하지 못한 건 사실이다. 기자만해도 격식을 차려야 하는 자리에 맞춰 정장 차림에 가죽 가방을 들었어도 노트북 파우치는 '꽃분홍' 네오프렌이었다. 후드 티 등 캐주얼 차림이면 몰라도 정장 차림에 형광 빛깔 네오프렌 파우치가 부조화스러운 건 자명하다.
각 잡힌 디자인의 알베로는 노트북 파우치임에도 여성들의 가죽 가방, 화장품 파우치 등과 같은 분위기를 풍긴다. 기자가 리뷰한 제품은 검은색 바탕에 금색 로고와 지퍼가 포인트로 들어갔다.
천연 가죽이 쓰여 촉감이 부드럽다. 충격 방지를 위해 안쪽에 얇은 스펀지가 덧대어 있는데 손으로 겉을 쓸었을 때 부드럽고 폭신폭신한 느낌이 든다. 아무래도 가죽이기에 다룰 때 흠집, 마찰, 물기 등에 조심해야 한다. 우스갯소리로 '노트북을 보호하려고 파우치를 샀는데, 파우치도 보호해야 하는' 상황이 생기기도 한다. 비 오는 날 명품 가방을 품에 안고 뛰듯, 파우치도 그래야 할 수 있다.
안쪽은 부드러운 스웨이드 천으로 덮여있다. 네 귀퉁이에 고무 밴드가 있는데 노트북을 고정하는 용도로 쓰인다.
색상은 남색, 분홍색, 금색, 검은색, 회색 등 다양하다. 다만, 아쉽게도 기자가 리뷰한 라지 크기는 검은색과 회색뿐이라 선택의 폭은 좁은 편이다.
고급화를 지향
알베로가 고급 제품이란 것은 이를 받자마자 알 수 있었다. 마치 '선물'처럼 고운 색상의 리본이 묶인 상자에 파우치가 담겨왔다. 상자 안에는 명품 가방처럼 봉투 안에 담긴 정품보증 카드도 들어있었다. 마이로초아는 정품보증 카드에 적힌 날짜를 기준으로 1년간 무상 A/S를 제공한다. 다만, 소비자 과실로 인한 수선은 자기 부담이고, 가죽 원단 손상/이염/오염 등은 A/S 불가다.
구매 전 자신의 노트북 크기를 고려할 것
알베로 라지의 크기는 외부가 40.5 x 28 x 3.8cm, 내부가 38.8 x 26.4 x 3.2cm이다. 기자는 현재 애플 맥북 프로 레티나 15인치를 구매해 쓰고 있다. '비싼 노트북'의 대명사인 맥북답게 이 제품은 기본 가격이 200만 원이 넘는다.
노트북 구입가의 10% 정도인 알베로 파우치. 이 파우치는 아무래도 맥북처럼 값비싼 노트북 사용자가 주 타깃층이지 않을까? 상식적으로 50만 원짜리 노트북을 넣기 위해 그 절반 가격인 20만 원이 넘는 돈을 쓸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알베로 라지 크기는 15인치 맥북에 맞지 않았다. 쓸 수는 있으나 상당히 크기가 남아 갖고 다닐 때 안에서 노트북이 양옆으로 움직였다. 또한, 앞서 설명한 귀퉁이의 고무 밴드는 끼울 수는 있지만 디스플레이를 조금만 뒤로 젖혀도 금세 빠지고 말았다.
제조사는 38.4 x 25.5 x 3.2cm 이하 크기의 노트북을 수납하라고 권한다. 15인치 맥북의 크기는 35.89 x 24.71 x 1.8cm다. 가로는 2.5cm, 세로는 0.8cm 정도 남는다. 수치상으론 얼추 맞을 법도 한데 들고 다니니 마치 아이가 어른 옷을 입은 마냥 어색했다.
판매 페이지에서 명시한 적합한 노트북 기종은 삼성전자 NT270, NT910과 LG전자 15ND530 등이다. 모두 권장 크기와 잘 맞아떨어진다. 참고로 삼성전자 제품의 인터넷 최저가는 50~120만 원대이고, LG전자 제품은 57만 원대다. 거기다 한성, MSI 등 '가성비'를 중시하는 저가 노트북 제조사 제품도 쓸 수 있다고 표시해놓고 있다.
하지만 이 부분에서 제조사의 판매 전략이 무엇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언급된 모델들이 디자인 특화 제품도 아니고, 노트북 가격치곤 보급형이라 할 만한 수준인데 이를 구매한 사용자가 20만 원짜리 파우치를 선뜻 사려 할까. 차라리 라지 크기를 맥북 15인치 등에 맞추고 고급화 전략을 펴는 것이 좋지 않았을까 싶다.
개인적으로 지퍼 부분도 아쉬웠다. 파우치는 디자인도 중요하지만 '제품 보호'라는 본연의 기능에도 충실해야 한다. 알베로의 지퍼는 볼드한 디자인이 스타일리시하긴 하지만, 금속 부분이 바로 노트북 표면에 맞닿는다. 내부는 부드러운 스웨이드로 처리했음에도 까칠한 지퍼 부분은 천 등이 덧대어있지 않다. 실제 파우치를 커버처럼 노트북에 씌우려 시도할 때 노트북 상판 옆면이 지퍼에 긁혀 미세하게 흠집이 가기도 했다. 사용 시 주의가 필요한 부분이다. 다음 제품에선 이러한 부분이 개선되길 기대해본다.
알베로 스몰은 23만 원, 미디움은 25만 원, 라지는 26만 원이다. 더 자세한 정보는 마이로초아 홈페이지(http://www.mirochoa.com)에서 확인할 수 있다.
글 / IT동아 나진희(naji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