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등한 권리를 위해, 장애인 접근성 S/W
[IT동아 이상우 기자] 컴퓨터와 네트워크 기술의 발전은 우리 사회와 문화에 큰 영향을 끼쳤다. 이러한 기술이 등장한 초기에는 모든 사용자가 이러한 이기(利器)를 똑같이 누리기 어려웠다. 몸이 불편한 장애인을 고려하지 않은 소프트웨어나 기기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관련 기술이 발전하고 사회의 인식이 바뀌면서 소프트웨어 및 서비스에 관한 장애인 접근성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2013년부터는 일명 '장애인 차별금지법'이 시행되면서 모든 법인 웹 사이트는 장애와 관계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제작해야 한다.
<웹 접근성 인증 마크>
실제로 한국정보문화진흥원이 실시한 '2013 장애인 정보격차 실태조사'에 따르면 인터넷을 이용하지 않는 이유를 장애로 인한 어려움이라고 답했던 사용자가 지난 2005년에는 21.4%였지만, 2013년에는 11.1%로 줄었다. 그만큼 장애인의 PC나 인터넷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진 셈이다. 오늘은 장애와 관련한 기능을 갖춘 소프트웨어는 어떤 것이 있는지 알아보자.
네이버 미디어 플레이어
네이버 미디어 플레이어는 동영상, 음악, 웹 동영상 등을 재생할 수 있는 종합 미디어 플레이어다. 간편하고 직관적인 UI와 각종 화질 개선 기능 역시 장점이다. 네이버 미디어 플레이어에는 숨은 기능도 있다. 바로 화면 해설 파일 자동 재생이다.
시각장애인이 영화나 드라마 등을 보려면 각 장면을 설명하는 내레이션이 필요하다. 화면에 등장하는 인물의 대화만으로는 어떤 장면인지 알 수 없으니, 어떤 상황인지 별도의 내레이션을 통해 설명해야 한다. 지상파 방송의 경우 별도 편성을 통해 내레이션을 입힌 드라마나 영화 등의 방송을 제공한다. 이와는 다르게 PC용 동영상 콘텐츠는 MP3나 WAV 등의 음성 파일을 따로 제공하고, 동영상과 음성 파일을 함께 재생한다.
<접근성 모드로 실행한 네이버 미디어 플레이어의 설정 창>
네이버 미디어 플레이어는 지난해 10월 국립중앙도서관과 협업해 동영상 파일과 이름이 같은 화면 해설 파일을 자동으로 불러와 함께 재생한다. 우리가 동영상을 재생하면 같은 이름의 자막 파일을 자동으로 가져오는 것과 유사하다.
사실 이전까지는 이런 기능을 지원하는 동영상 재생 소프트웨어가 없었으며, 시각장애인이 화면 해설 파일을 사용하려면 이를 별도의 소프트웨어를 통해 재생해야 하는 불편함도 있었다. 하지만 네이버 미디어 플레이어는 단일 소프트웨어로 두 종류의 파일을 한 번에 실행할 수 있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화면 낭독 소프트웨어인 '센스리더'가 필요하다. 화면 낭독이란 화면에 나타난 텍스트를 음성으로 읽어주는 기능으로, 시각장애인이 PC를 사용할 때 많은 도움을 준다. 센스리더가 실행 중인 PC에서 네이버 미디어 플레이어를 실행하면 시각장애인용 사용 환경인 '접근성 모드'로 실행된다. 또한, 이 센스리더를 통해 네이버 미디어 플레이어의 작동 상태나 조작법 등을 음성으로 설명해준다. 이 밖에도 마우스를 사용하기 어려운 시각장애인을 위해 모든 기능을 키보드만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PS Zoom
PS Zoom은 마우스 커서 주변을 확대해 보여주는, 아주 단순한 소프트웨어다. 이 단순 확대 기능은 저시력자에게 특히 유용하다. 예를 들어 웹 페이지에 있는 아이콘이나 특정 버튼이 작고 흐려서 저시력자가 잘 볼 수 없다면, 이런 종류의 소프트웨어를 통해 조금이나마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사용 방법이 아주 간단하다>
PS Zoom을 실행하면 작은 창이 하나 생기고, 이 창에는 마우스 커서 주변을 확대해 실시간으로 보여준다. 배율은 2배에서 4배까지 총 3단계로 조절할 수 있다. 다만 확대한 화면의 품질이 그렇게 뛰어난 편은 아니다. 별도 설치 없이 1MB 미만의 실행파일 하나로만 작동하는 것도 장점이다. 참고로 이 소프트웨어는 32비트 윈도XP 운영체제를 위해 제작됐지만, 윈도7이나 윈도8에서도 정상 작동한다(필자가 사용해본 환경은 각각 윈도7 64비트와 윈도8.1 32비트다).
어도비 리더 11
대표적인 PDF 파일 뷰어인 어도비 리더 11에도 장애인을 위한 기능이 있다. 바로 TTS(Text To Speech) 기능이다. TTS란 음성 변환 기능으로, 일반적인 텍스트를 소리로 들려준다. 이를 통해 시각장애인이 전자책 콘텐츠나 각종 문서의 내용을 귀로 들을 수 있다.
<어도비 리더 11의 TTS 기능>
이 기능을 사용하려면 상단 메뉴에서 보기 > 소리내어 읽기 > 소리내어 읽기 활성화를 선택하면 된다. 물론 시각장애인을 위해 단축키로 실행하는 기능도 갖췄다. 안타깝게도 이 기능은 현재 한국어를 지원하지 않는다. 영어와 한글이 섞인 문서는 한글 문장은 건너뛰고 영어로 된 문장만 읽어준다.
한컴 오피스 2014
시각장애인이 책을 읽을 때는 점자를 이용한다. 이런 점자 문서를 만들기 위해서는 일반 문서를 점자로 바꿔주는 점자변환 소프트웨어, 혹은 이를 수작업으로 변환하는 점역사가 있어야 한다. 만약 시각장애인이 어떤 문서를 점자로 변환해 읽으려면 점자변환 소프트웨어나 점역사의 도움을 받아 점자 문서로 만들고, 이를 점자 인쇄기로 출력해야 한다.
한글과컴퓨터가 만든 사무용 프로그램 한컴 오피스 2014는 이런 점자 변환 기능을 내장했다. 정확히는 한컴 오피스 2010 SE부터 이러한 기능을 지원했다. 클릭 한 번만으로 문서 전체 혹은 문서 일부를 점자로 변환할 수 있으며, 점자 프린터가 연결된 PC라면 그 자리에서 문서를 출력할 수도 있다.
<한컴 2014의 점자 변환 기능>
윈도 운영체제의 장애인 접근성 기능
사실 우리가 상용하는 윈도 운영체제에도 장애인의 사용 편의성을 높이기 위한 기능이 탑재돼 있다. 윈도 제어판에서 '접근성(구형 윈도 운영체제에서는 내게 필요한 옵션 등의 이름으로 표시한다)'이라는 기능은 대부분 이런 사용자를 위해 마련돼 있다.
<윈도 운영체제는 장애인 접근성을 위해 다양한 기능을 지원한다>
몇 가지 기능을 살펴보자. 우선 화면 표시와 관련한 기능이다. 화면 표시 설정 기능에서는 윈도 바탕화면과 각종 창의 색상 그리고 텍스트 및 텍스트 상자 등의 색을 대비(를 높여 표시해주는 기능이 있다. 이러한 기능은 저시력자나 색약인 사람에게 유용하다. 완전히 앞을 못 보는 전맹을 위해 화면 해설(내레이터) 기능 역시 갖추고 있으며, 저시력자를 위해 화면이나 텍스트의 크기를 확대하는 기능도 갖추고 있다.
마우스 관련 기능을 살펴보면 마우스 커서의 크기나 색상을 바꾸는 기능이 있으며, 손이나 팔을 다쳐 마우스를 사용할 수 없는 사용자를 위해 숫자 패드를 이용해 마우스 커서를 움직이는 기능도 있다. 키보드 기능 역시 여러 단축키(예를 들면 Alt + Ctrl + Del 등)를 한 번에 누를 수 없는 사용자를 위해 각 자판을 차례대로 눌러도 같은 기능을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마우스, 키보드 등의 입력장치를 사용하기 어려운 사람을 위한 기능도 있다>
지난해 초 카카오(현재 다음카카오) 사옥 앞에서 한 시각장애인이 '카카오톡 이모티콘을 소리로 읽어주지 않는 것은 장애인에 관한 차별'이라며 1인 시위를 벌인 일이 있었다. 우리가 당연하게 느끼는 '보고 듣는' 것들이 일부 사람에게는 차별이 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이용하는 방법은 다르지만, 모두가 똑같은 내용의 서비스와 콘텐츠를 누릴 수 있도록 여러 기업과 우리 사회가 노력했으면 한다.
글 / IT동아 이상우(lswoo@itdonga.com)
※본 기사는 네이버 소프트웨어(http://software.naver.com/)의 스페셜리뷰 코너에도 함께 연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