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가절감 '리비전' 메인보드에 조립PC 소비자들 '갸우뚱'

김영우 pengo@itdonga.com

시중에 유통되는 조립 PC용 부품 중의 상당수는 생산 시기에 따라 일부 사양이 변경되는 경우가 있다. 이른바 리비전(revision) 제품이라고 부르는 것이 그것이다. 이는 초기 제품에 나타났던 결함을 해결하기 위해, 혹은 성능을 개선하기 위함이라고 제조사들은 설명한다. 물론 이 이야기가 사실이라면 문제될 것이 없다.

대만의 대표적인 PC 메인보드 브랜드인 기가바이트(Gigabyte)가 모델 리비전을 자주 실시하는 업체로 유명하다. 이를테면 2013년에 출시된 'GA-H61M-DS2' 같은 메인보드의 경우, 1.0 버전, 1.2 버전, 2.0 버전, 2.1 버전, 2.2 버전, 3.0 버전, 4.0 버전, 5.0 버전 등, 생산 시기에 따라 무려 8가지의 리비전으로 나뉜다.

다만, 일부 리비전 제품의 경우 초기 제품에 비해 오히려 품질이 저하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사기도 한다. 성능 개선 보다는 원가 절감을 위한 설계 변경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실제로 2015년 현재 판매중인 기가바이트 GA-B85M-HD3 모델의 경우, 리비전 2.0 출시 이후, 전원부 구성이 4페이즈에서 3페이즈로 축소되었다. 전원부 구성은 메인보드 전반의 안정성에 영향을 미치며, 특히 오버클러킹과 같은 극한 환경에서 차이가 드러난다.

리비전에 따른 사양 축소
사례
리비전에 따른 사양 축소 사례

GA-H85M-D2V 모델의 경우는 리비전 2.2 이후 CPU 주변 캐패시터(콘덴서)의 수가 줄어들고 바이오스 역시 2개에서 1개로 줄어 드는 등, 일부 부품 구성이 축소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듀얼 바이오스 기능의 경우, 하나의 바이오스가 손상되었을 때 또 하나의 바이오스로 이를 대체해 고장에 대비하는 기능이다. 명백한 기능 축소라 할 수 있다. 다른 기가바이트 B85 계열 메인보드 중에도 상당수가 유사한 지적을 받고 있는 상태다.

기가바이트 본사 홈페이지에서는 리비전 별로 따로 제품 정보페이지를 만들어 공개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시장을 살펴보면 문제가 드러난다. 대부분의 쇼핑몰에서는 리비전이 변경되더라도 초기 모델의 사양에 따른 제품 정보를 기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리비전 차이에 따른 가격 변동도 없는 것 같다. 그리고 소비자들 역시 제품의 모델명만 보고 구매를 하기 마련이다. 생산 시기에 따라 제품의 품질이 달라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이러한 논란에 대한 1차적인 책임은 제조사인 기가바이트에 있다. 제품 사양이 변경될 때마다 아예 모델명 자체를 변경, 완전히 다른 제품으로 판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모델명은 그대로 두고 단순히 리비전 숫자만 변경 후 출고한다면 소비자들의 오해를 부를 가능성이 있다. 특히 리비전 숫자는 올라갔는데 오히려 사양이 축소되는 경우라면 문제가 크다.

유통사 및 판매점 역시 책임을 피할 수 없다. 제품의 일부 사양이 변경되었으면 이를 신속하게 인지, 고객에게 정확하게 알려야 하는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방기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물론 기가바이트 측에서도 변명의 여지는 있다. 일부 부품 구성이 간략화 된 건 사실이지만 기본적인 성능은 변함이 없다고 주장할 수도 있으며, 지속적인 원가 절감은 업계의 상식이라고 항변할 수도 있겠다. 다만, GA-H85M-D2V의 듀얼 바이오스 기능 삭제 사례와 같이, 원가절감에 의한 기능 축소가 발생했음에도 모델명을 바꾸지 않고, 단순히 리비전 숫자만 올려 소비자를 혼동하게 한다면 이는 충분히 비판 받을 만 하다.

이와 관련한 외신의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최근 미국의 Hardware.Info는 보도를 통해 "카탈로그만 보고 자동차를 샀는데 한쪽 사이드 미러가 배달 중 사라진 것과 같다"라고 꼬집었으며, 대만의 ETtoday 역시 해당 사안으로 인해 소비자들의 항의가 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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