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럭시S6... 스냅드래곤 OUT, 엑시노스 IN?
[IT동아 나진희 기자] 오는 3월 공개 예정인 '갤럭시S6'에 퀄컴 스냅드래곤810 프로세서 대신 삼성전자의 엑시노스7420이 탑재되리란 관측이 우세한 가운데 이를 뒷받침할 만한 퀄컴의 공식 자료가 나왔다.
29일, 퀄컴이 지난해 4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2015년 하반기 예상 성장치를 하향 조정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스냅드래곤810 프로세서가 우리 큰 고객사의 플래그십 모델에 포함되지 않을 것이란 예측'이었다(원문). 엔가젯 등 해외 IT 매체는 큰 고객사를 삼성전자로, 플래그십 모델을 갤럭시S6로 해석하고 있다.
그간 모바일 AP 시장을 선두하던 퀄컴은 최신작인 '스냅드래곤810'에 발열 문제가 거론되며 상당히 곤란한 상황에 빠졌다. 공고했던 삼성전자와의 수급 계약도 위태위태해 보인다. 갤럭시S6에 스냅드래곤810이 배제되면 퀄컴 입장에서는 발열 문제가 사실상 인정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렇다고 삼성전자가 갤럭시S6의 초기 이미지에 성능상 오점을 남기면서까지 스냅드래곤810을 무리하게 탑재하기도 어렵다. 제품에 대한 초기 평가가 이후의 판매량에 상당한 영향을 주는 시장 특성상 이를 감수하는 것은 모험이다. 지난해 아이폰6 시리즈로 경쟁사인 애플의 실적은 크게 오른 반면, 삼성전자의 갤럭시 시리즈는 예전만큼 큰 힘을 못 쓰고 있다. 3월 출시 예정인 갤럭시S6의 어깨가 무거운 이유다.
퀄컴의 모바일 AP 제품들은 지금껏 시장을 이끌어 왔다. 원칩 솔루션(통신 모뎀과 AP를 하나의 칩에 모은 방식)과 전세계 다양한 통신 규격을 충족하는 호환성은 퀄컴 스냅드래곤 시리즈가 높은 시장 점유율을 기록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다. 국내외 제조사들은 자사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 스냅드래곤 프로세서를 자연스레 넣어왔다. 퀄컴의 영향력은 막대해 '광대역 LTE-A', '3밴드 LTE-A' 등 최신 통신 기술이 나와도 이를 지원하는 퀄컴 프로세서가 출시될 때까지 본격적인 상용화가 미뤄지기까지 했다.
삼성전자는 퀄컴에게 상당한 수익을 보장해주는 중요 고객사다.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점유율 1위에 빛나는 삼성전자는 퀄컴의 매출 12%를 차지한다. 그간 자사 플래그십 스마트폰에 퀄컴의 최신 프로세서를 채택해오며, 퀄컴의 기술력에 대한 이미지와 매출 모두에 공헌해왔다. 자사 엑시노스 시리즈를 국내판 모델에 탑재하기도 했지만 삼성전자 해외 모델의 주축을 담당한 것은 주로 스냅드래곤 시리즈였다.
하지만 스냅드래곤810의 발열 논란은 생각보다 빠르게 증폭됐다. LG전자도 난감한 입장이다. 지난 22일 발표한 LG전자 'G플렉스2'는 스냅드래곤810을 채택했다. 이날 출시 행사에서 LG전자 관계자는 발열 문제에 관해 집중 질문을 받았고 이를 해명했지만 여전히 의혹은 가시지 않은 분위기다.
급기야 퀄컴이 이에 관해 '문제가 없다'는 공식 입장까지 발표했다. 퀄컴 알렉스 카투지안 제품담당 수석부사장은 "스냅드래곤 810 프로세서는 G플렉스2를 포함해 이미 60개가 넘는 제품에 탑재되어 개발되고 있다"면서 "스냅드래곤 810 프로세서는 뛰어난 성능을 내고 있으며 대량 생산되어 제품 출하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다만, 이 발표의 내용과는 달리 퀄컴이 갤럭시S6가 출시되는 3월에 맞춰 발열 문제를 개선한 스냅드래곤810 프로세서를 개발 중이란 주장도 일각에서 나온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3부터 자체 개발한 엑시노스 AP를 탑재해왔다. 최신작인 엑시노스7420은 상당히 발전된 프로세서로 세계 최초로 14나노 공정이 적용됐다. 스냅드래곤810과 '테그라X1'은 이보다 뒤처처진 20나노 공정, 인텔 아톰 'Z3580'은 22나노 공정 기반이다.
엑시노스7420은 기존 20나노 공정 엑시노스 시리즈 대비 소비전력은 35% 감소했고 성능은 20% 이상 향상됐다. GPU 역시 스냅드래곤810의 '아드레노430' GPU보다 우월한 'T760'인 것으로 알려졌다.
갤럭시S6는 엑시노스 시리즈에 있어 큰 기회다. 스냅드래곤810이 아닌 엑시노스7420을 선택하면 삼성전자로선 얻는 것이 많다. 일단 자사 모바일 프로세서에 대한 기술력을 과시할 수 있다. 그간 엑시노스 시리즈는 통신 규격에 대한 호환성, 발열, 보안성 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하지만 플래그십 스마트폰에 전량 채택된다면 부정적 이미지를 씻을 가능성이 있다.
거기다 자연스럽게 모바일 AP 시장에서 엑시노스 시리즈의 점유율 또한 높일 수 있다. 시장 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엑시노스 시리즈의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약 5%를, 스냅드래곤 시리즈는 40%를 기록했다. 8배 정도의 격차다. 모바일 AP 분야를 담당하는 삼성전자 시스템LSI 사업부는 지난해 약 1조 원의 영업 손실을 낸 것으로 추정된다. 엑시노스7420과 애플에 대한 AP 공급이 정상화되면 오는 3분기 흑자 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업계는 예측했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퀄컴과 잡은 손을 완전히 놓기에는 많은 것이 얽혀있다. 엑시노스를 개발한 시스템LSI 사업부가 차세대 퀄컴 스냅드래곤 프로세서의 생산도 맡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
삼성전자는 엑시노스7420뿐 아니라 14나노 공정 기반 애플 'A9' 프로세서까지 생산할 것으로 보이며 14나노 공정 기술력을 입증했다. 퀄컴이 하반기 발표할 것으로 보이는 '스냅드래곤820' 또한 14나노 공정 기반일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14나노 공정을 통해 모바일 AP를 생산할 수 있는 곳은 삼성전자가 유일하다"고 전했다. 삼성전자 입장에서 퀄컴은 부품 공급사이며 라이벌인 동시에 고객사인 것이다.
따라서 삼성전자가 '발열' 문제를 퀄컴과의 협상 카드로 쓰리란 분석이 우세하다. 초도 물량은 엑시노스를 아주 높은 비율로 탑재하지만 개선된 스냅드래곤810이 나오면 퀄컴 프로세서의 비중을 높여가리란 관측이다.
글 / IT동아 나진희(naji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