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 O2O 경계를 허무는 융합 경제

[IT동아 권명관 기자] 핀테크(FinTech)는 Financial(금융)과 Technology(기술)의 합성어로, 금융과 ICT의 결합을 통해 새롭게 등장한 산업 및 서비스 분야를 뜻한다. 사실 핀테크는 지난 2007년 미국에서 발생한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로 확산되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급속히 발전했다. 경제 위기 상황에서 발 빠르게 대응하지 못했던 기존 금융권에 대해 소비자들이 불신하기 시작하면서, 빠르게 발전한 ICT 기술의 등장은 기존 금융이 담당하던 서비스를 새로운 플랫폼으로 대체했다.

기자는 핀테크 산업의 발전을 하나의 전환기로 보고 있다. 의외성을 띄고 있기 때문. 전통적으로 금융 산업은 보수적이었다. 금융 산업은 변화가 적고, 크게 변화하기도 어려운, 안정을 위주로 성장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ICT 산업은 개방적이다. 빠르게 변화하고, 주변의 기술을 받아 들이며, 창의성을 기반으로 성장한다. 즉, 보수적인 금융 산업과 개방적인 ICT 산업이 융합하는, 지금의 핀테크는 흔치 않은 일임에 분명하다.

온라인 기업의 오프라인 진출이 늘고 있다

올해를 기점으로 작년부터 이어진 메신저와 포털, 전자상거래, 모바일 기반 서비스 업체들이 자체 플랫폼에 오프라인 결제 시스템 등을 탑재하는 현상은 가속화될 전망이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e-commerce) 기업 아마존(Amazon)은 온라인에서도 손쉽게 식료품이나 야채 등 신선식품을 검색, 구매하고 배송 서비스까지 제공 중이다. 국내의 경우 다음카카오는 카카오톡을 통해 쇼핑(카카오페이), 교통(카카오택시)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며, 기존 오프라인 서비스를 온라인에서 제공하기 위해 노력한다.

카카오페이
카카오페이

물론, 이 같은 O2O 시장규모는 정확히 산출하기 어렵다. 다만, 중국이나 일본의 시장 규모 추정 사례를 살펴보면, 모바일 결제 시장 또는 온라인 결제 시장을 O2O의 잠재 시장으로 파악한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2013년 1분기 1조 1,270억 원 이었던 모바일 결제 시장 규모는 2014년 2분기 3조 1,930억 원으로 집계되어 전년 1분기 대비 283%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시장조사업체 가트너(Gartner)의 모바일 결제 시장에 관한 전망에 따르면, 2017년에는 4억 5,000만 명이 7,210억 달러 규모의 시장을 만들어 낼 것이라 밝혔으며, 향후 아시아&태평양 지역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할 것이라 전망했다.

중요한 것은 O2O 시장의 잠대력이다. 온라인 결제 시장과 오프라인 결제 시장이 더해지는 영역을 O2O 시장이라고 보면, 향후 모바일과 IoT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더욱 성장할 전망이다. 오프라인 거래 시장 규모는 약 320조 원에 달한다. 이 같은 시장 규모는 다음카카오와 같은 IT 기업들이 O2O를 신 성장 동력으로 삼은 이유와 무관하지 않다.

대표적으로 다음카카오는 합병 이후 카카오톡과 다음의 장점을 더해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아우르는 생활 플랫폼으로 발전하겠다며 O2O 시장 진출을 선언했으며, SK플래닛은 O2O 마케팅을 강화한 모바일 플랫폼 '시럽(Syrup)'을 발표했다. 또한, 롯데와 신세계 등 오프라인 업체들도 자사 매장과 온라인 서비스를 연동한 쇼핑 서비스를 내세우며 O2O를 준비 중이고, 스타벅스는 매장에 가기 전 주문과 결제를 끝낼 수 있는 '사이렌 오더(Siren Order)' 서비스를 출시해 40일 만에 15만 건의 사용 횟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핀테크
핀테크

온라인과 오프라인 경계를 허물다

이처럼 온라인(Online)과 오프라인(Offline) 간 경계를 허무는 산업 간 융합은 핀테크에 이르러 꽃을 피울 전망이다. 지금까지 ICT 기술과 기존 산업 간 융합은 각 개별 산업의 정체성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편리한 ICT 기능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핀테크는 금융 산업의 본질을 좌우하는 서비스를 IT 기술을 보유한 비 금융권 업체가 직접 다룰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 산업+ICT 융합과 차이가 크다.

금융 산업은 수많은 사용자가 직접 이용하는 대면거래의 대표적인 서비스 상품이다. 전국적으로 퍼져 있는 은행 지점과 ATM 기기, PC와 모바일 기기 등 광범위한 네트워크와 소비자를 중심으로 한 다양한 서비스는 지금까지 크게 변화하지 않는 안정적인 서비스로 인신됐다. 하지만, 핀테크는 보다 더 사용자에게 다가간다. 스마트폰과 이동통신을 기반으로 성장한 모바일 서비스는 보다 더 사용자에게 친숙하고 편리하다. 스마트폰이 보급될수록 기존 금융권에서 제공하던 서비스가 불편했다고 인식되는, 아이러니한 현실은 핀테크 성장을 더욱 가속화하는 중. 핀테크가 기존 송금이나 결제, 대출 등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기존 금융 서비스는 계속 약화되는 추세다.

핀테크
핀테크

또한, 기존 금융 서비스를 더 이상 신뢰하지 않는 사용자의 인식 변화도 한몫한다. 한 예로 2000년대 이전, 목돈 마련의 꿈은 저축이나 적금 등 은행 서비스를 주로 이용했다. 하지만, 장기적인 경기 침체 이후 이 같은 장점은 점차 사라지는 추세로, 사용자는 보다 높은 이율을 바탕으로 빠르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핀테크로 금융 계좌를 이전하고 있다. '안전한 금융 전문 기관을 이용해야 한다'라는 기존 관념이 바뀌고 있는 것. 금융권을 벗어난 금융 거래의 증가는 핀테크가 경제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 확대될 수도 있다는 방증이다.

변화하는 산업 트렌드와 소비자 인식은 금융의 본질에 대한 정의를 재정립하고자 한다. 이 중 오프라인 지점을 기반으로 한 은행 서비스가 사라질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실제로 영국 금융 그룹 '로이드 뱅킹(Lloyds Banking)'은 지난 2014년 10월 전체 근로자의 10%인 9,000여 명을 해고하고, 600여 지점을 폐쇄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소비자들이 온라인 거래에 집중하는 현상 때문이다.

핀테크 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조건이 귀결되어야 한다. 정부의 강력한 금산분리 규제가 대표적이다. 국내 금융 시장은 해외에 비해 보다 폐쇄적이다. 과도한 금산분지 정책과 이에 따른 규제 중심 정책, 여신전문금융업법 등 금융 관련 법률은 비금융권 기업의 금융 산업 진출에 큰 걸림돌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금융과 기술이 결합한 핀테크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금융 관련 규제에 대한 개선이 필수다. 이에 최근 정부가 규제 완화를 천명하고, 만간 주도의 핀테크 포럼 등이 발족해 기업과 서비스 간의 융합은 앞으로 가속화할 전망이다.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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