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멘터스 XT'로 하이브리드 HDD 라인업 강화하는 씨게이트

김영우 pengo@itdonga.com

하이브리드(hybrid), 그것은 대세

바야흐로 하이브리드(hybrid: 혼합)의 시대다. 특히, 가솔린 엔진과 전기 모터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자동차, DSLR과 콤팩트 디지털카메라의 특성을 합친 하이브리드 디지털카메라 등이 한창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데, 이러한 제품들은 기존 제품들의 가진 장점만 취합하여 하나로 합친 것이 특징이다.

PC 업계 역시 예외 없이 하이브리드의 물결에 가세하고 있다. 대표적인 제품으로 ‘하이브리드 하드디스크’를 들 수 있는데, 이는 기존 하드디스크의 장점인 대용량 및 저가격을 살리면서 SSD(Solid State Drive: 플래시 메모리로 데이터를 저장하는 장치)의 고성능까지 노린 제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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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하드디스크 제조사인 씨게이트(Seagate)가 여기에 빠질 리가 없다. 7월 15일, 씨게이트 코리아는 서울 그랜드 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씨게이트 테크 브리핑’을 열어 자사의 새로운 하이브리드 하드디스크인 ‘모멘터스(Momentous) XT’를 소개하고, 이 제품의 특징을 취재진들에게 설명하는 자리를 가졌다.

하드디스크와 SSD의 만남, 씨게이트 모멘터스 XT

씨게이트의 모멘터스 XT는 일반 하드디스크에서 사용하는 자기 디스크와 SSD에 사용하는 플래시 메모리가 하나로 합쳐진 하이브리드 하드디스크다. 현재 250GB, 320GB, 500GB 용량의 제품이 나와 있으며, SLC(Single Level Cell) 규격의 4GB의 플래시 메모리를 내부에 갖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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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SLC 방식의 플래시메모리는 일반적으로 많이 쓰이는 MLC(Multi Level Cell) 방식의 플래시 메모리에 비해 가격은 비싸지만 속도가 빠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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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멘터스 XT 사용 시, 대부분의 데이터는 일반 하드디스크와 마찬가지로 용량이 큰 자기 디스크에 저장한다. 하지만 윈도우가 부팅할 때 필요한 시스템 데이터, 혹은 자주 사용하는 프로그램 데이터는 속도가 빠른 플래시 메모리에 저장한다. 이러한 원리로 전반적인 시스템 속도를 높인다는 것이 모멘터스 XT의 핵심이다.

유사 기술들과 비교했을 때의 경쟁력은?

물론, 모멘터스 XT와 같은 하이브리드 하드디스크를 쓰지 않고 완전히 플래시 메모리로만 데이터를 저장하는 SSD 제품을 사용한다면 속도는 더 빨라질 수 있다. 그리고 모멘터스 XT의 이러한 하이브리드 기술이 아주 새로운 것도 아니다. 윈도우 비스타와 윈도우 7은 ‘레디부스트(Ready Boost)’라는 기능을 기본적으로 탑재하고 있는데, 이는 일반적인 하드디스크를 사용하고 있는 PC에 USB 메모리를 꽂아 이를 시스템 데이터용으로 써서 성능을 높이는 기능이다.

또한 인텔에서는 ‘터보 메모리(Turbo Memory)’라는 기술을 발표한 적이 있다. 이는 PC 내부의 메인보드 상에 플래시 메모리를 탑재해서 이를 시스템 데이터 저장용으로 쓴다는 것인데, 이 역시 모멘터스 XT와 같은 하이브리드 하드디스크의 원리와 유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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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행사를 진행한 씨게이트 측은 위와 같은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이러한 유사 기술들보다 모멘터스 XT의 장점이 더 많다고 이야기했다. 일단 SSD의 경우, 모멘터스 XT에 비해 성능적으로는 다소 우세할지 몰라도 가격 측면에서 비교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를테면 250GB의 SSD는 같은 용량의 모멘터스 XT에 비해 미화 기준으로 655달러나 더 비싸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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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레디부스트나 터보메모리 같은 기술들의 경우, 원리나 효과는 모멘터스 XT와 유사하지만, 윈도우 비스타나 윈도우 7에서만 사용이 가능한 단점이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이러한 기술을 쓰기 위해서는 전용 소프트웨어나 드라이버의 설치가 필요한 경우가 있기 때문에 사용자가 불편을 느낄 수 있는데, 이에 비해 모멘터스 XT는 운영체계를 가리지 않는데다가 전용 소프트웨어도 필요 없으므로 훨씬 편리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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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행사에서는 모멘터스 XT와 일반 하드디스크, 그리고 SSD를 갖춘 시스템을 동시에 구동하며 윈도우 부팅 속도 및 각종 프로그램 실행 속도를 비교한 동영상도 소개되었다. 이 테스트의 결과에 따르면 모멘터스 XT는 SSD에 비해 근소한 차이로 속도가 느리지만 일반 하드디스크에 비하면 훨씬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씨게이트에서 자체 제작한 테스트 동영상이라는 것을 어느 정도 감안해야겠지만, 테스트를 진행한 씨게이트의 관계자가 이 동영상의 말미에서 “모멘터스 XT는 SSD에 비해 단 몇 초 느리지만 가격은 25%에 불과하다”고 강조한 것은 분명히 인상적이었다.

하이브리드 하드디스크, 이번에야말로 시장에 안착할까

사실 하이브리드 하드디스크가 나온 지는 제법 되었다. 이번에 모멘터스 XT를 출시한 씨게이트 역시 2007년에 이미 256MB 플래시 메모리를 탑재한 초기형 하이브리드 하드디스크인 ‘모멘터스 PSD’를 출시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시엔 그다지 큰 이슈를 불러일으키진 못했다.

그럼에도 씨게이트에서 성능을 강화한 신제품을 다시 출시하며 하이브리드 하드디스크 시장에 노크를 이어가는 이유는 아무래도 SSD와의 경쟁에서 밀리지 않고자 하는 이유도 있을 것이다. 아무런 대처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시장이 하드디스크에서 SSD로 급속하게 전환된다면 기존의 하드디스크 업체들은 큰 손해를 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 당장은 가격대비 용량 면에서 SSD는 하드디스크의 상대가 되지 않기 때문에 앞으로도 한동안은 하드디스크가 시장의 주류를 굳건하게 지킬 것이다. 모멘터스 XT와 같은 하이브리드 하드디스크는 이러한 시장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하고자 하는 씨게이트의 처세술일 것이다.

기자의 눈으로 본 행사
행사장 한 켠에는 이날의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모멘터스 XT 제품이 전시되어 있었다. 외견상으로는 평범한 노트북용 2.5인치 하드디스크와 다를 바가 없었고, 인터페이스 역시 일반적으로 많이 사용하는 SATA 3Gb/s(SATA2) 규격을 사용하고 있어서 기존의 노트북 사용자가 모멘터스 XT로 업그레이드를 하는 데 전혀 지장이 없을 듯했다. 현재는 노트북용으로 많이 쓰이는 2.5인치 규격의 제품만 있지만 차후에 데스크탑용 3.5인치 제품도 출시할 예정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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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은 500GB 제품 기준으로 18만 원 정도로 예상된다는데, 기존의 500GB 노트북용 하드디스크의 경우, 2010년 7월 인터넷 최저가 기준으로 8MB 버퍼에 5,400RPM 회전수의 일반형 제품이 7만 원 정도, 16MB 버퍼에 7,200RPM 회전수의 고급형 제품이 14만 원 정도이니 단순히 용량 대비 가격으로 비교한다면 약간 비싼 감이 없지는 않다. 하지만 모멘터스 XT는 32MB의 버퍼메모리에 7,200RPM 회전수, 그리고 4GB의 플래시 메모리까지 갖추고 있으니 이 정도의 가격 차이는 이해가 되는 부분이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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