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산업의 성장, 소프트웨어 교육을 말하다

지난 10월 27일, 미래창조과학부가 발표한 '무선통신 가입자 통계(2014년 9월말 기준)'에 따르면, 국내 스마트폰 사용자는 4,005만 6,935명으로 어느새 4,000만 명을 넘어섰다.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스마트폰과 태블릿PC. 우리는 이제, 본격적인 모바일 시대를 살고 있다. 어떤 이들은 스마트 혁명이라고도 일컫는다. 맞는 말이다. 모바일 시대라는 의미가, 단순히 휴대폰이 화면 커다란 스마트폰으로 바뀌는 것을 의미할까. 스마트폰과 태블릿PC는 생활의 패턴을 바꾸고, 생각의 흐름을 뒤집었다. 전통적인 제조업보다 창의적인 생각과 아이디어, 서비스가 산업을 이끌고, 발전시킨다. 그리고 더 이상,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가 세상을 이끌 것이라고 말한다. 80, 90년대처럼 TV와 냉장고, 에어컨, 자동차를 잘 만든다고 성공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모바일 시대는 사람을 이해하고, 그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작은 아이디어가 성공할 수 있는 시대다.

2014년 9월 기준 스마트폰 가입자
수
2014년 9월 기준 스마트폰 가입자 수

스마트폰과 태블릿PC,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을 알리다

스마트폰을 언급하면서 아이폰 즉, 애플을 빼놓고 말할 수 없다. 전세계 스마트폰의 시작을 알린 애플은 남들과 다른, 차별화된 경쟁력 하나를 갖추고 있다. iOS.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실행하는 모바일 운영체제다. 애플은 아이폰, 아이패드라는 하드웨어와 iOS라는 소프트웨어를 동시에 갖췄다. 이는 막강한 무기로 시장을 휩쓸었다. 차기 신제품을 발표하지 않고, iOS를 개발자들에게 소개하는 전통적인 행사 'WWDC'를 전세계에서 주목한다. 대체 그 이유가 무엇일까.

지난 WWDC 2014에서 애플이 발표한 자료들 중 가장 주목을 끌었던 내용은 4,000여 개의 새로운 iOS API 공개와 새로운 프래그래밍 언어인 '스위프트(Swift)'였다. 신제품 발표는 없었다. 새로운 데스크탑 운영체제 'OS X 요세미티'와 iOS8의 호환을 공개하자, 전세계에서 모인 개발자 수천명이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를 보냈다. 이렇듯 소프트웨어 산업은 다양한 하드웨어 제품의 혁신을 이끈 애플에게도 가장 중요한 산업이다. 실제로 애플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균형을 맞추고, 조화를 이루기 위해 창업 초기부터 지금까지 꾸준하게 노력 중이다. 지금 그들의 능력은 아이폰, 아이패드, 맥과 같은 하드웨어와, 하드웨어 성능을 100% 이상 이끌어낼 수 있는 소프트웨어 기술력에 기반한다.

스위프트
스위프트

안드로이드의 구글, 윈도의 마이크로소프트(이하 MS)도 마찬가지다. 순수한 소프트웨어 기업임에도 불구하고, 전세계 ICT 산업에서 최고의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오히려 세계 이동통신 시장을 이끌었던 노키아나 모토로라 등 하드웨어 제조사들이 소프트웨어 기업에 인수되는 상황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하드웨어 기술들은 짧은 시간에 상향 평준화되고 있고, 제조 기술들은 ICT 산업에서 오래도록 차별화를 유지하기가 어렵다. 요즘 출시하는 스마트폰 모양을 보면 대부분 비슷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드웨어는 소프트웨어를 담기 위한 도구일 뿐이다. 이미 전세계 ICT 시장은 2002년을 기점으로 소프트웨어 산업 규모가 하드웨어 산업 규모를 넘어섰다. 지난 2011년 기준, 소프트웨어 산업 비중은 30%로 하드웨어 산업의 23%를 크게 앞지른다. 그리고 이 차이는 계속해서 유지하거나 더욱 벌어질 전망이다. 최근 중국은 제조업에서 엄청난 속도의 기술 발전을 이루는 중이며, 사실상 수년 내 국내 기술력을 넘어서는 것은 시간문제다. 결국 ICT 산업의 미래는 소프트웨어에 있다. 하지만, 국내 현실은 어떤가. 2011년 기준, 한국은 OECD 19개 국가 중 소프트웨어 경쟁력은 14위에 불과하다. 미래도, 비전도, 희망도 없다고 말한다.

전세계 IT 시장의 SW/HW 비중
변화
전세계 IT 시장의 SW/HW 비중 변화

세계 주요 IT 산업 시장 규모와 SW 시장
규모
세계 주요 IT 산업 시장 규모와 SW 시장 규모

국내 소프트웨어 산업의 현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국내 소프트웨어 산업 종사자는 약 20만 명 정도다. 이중 소위 SI라고 불리는 '소프트웨어 개발 및 공급업' 종사자는 16만 명 정도. 그리고 국내 소프트웨어 산업은 건설업에 비유되곤 한다. 소프트웨어 개발 공급 발주는 대부분 공공기관이나 대기업에 의해 이뤄지고, 소프트웨어 기술이나 제품 구매는 단순 노동력을 구매하는 용역 형태의 계약으로 이뤄진다. 이러한 용역은 다시 재하도급의 형태로 저 작은 중소 개발사나 프리랜서에게 하청을 내린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부작용과 인권 침해 등 문제를 야기한다. 이게 한국 소프트웨어 산업의 현 주소다.

소프트웨어 산업 하도급 구조
소프트웨어 산업 하도급 구조

< 소프트웨어 산업 하도급 구조, 출처: KT경제경영연구소 >

근본적인 시작은 중, 고, 대학교의 교과 과정에서 시작했다. 특히, 15년 전 IMF 이후 이공계 기피 현상은 사회적인 문제로 발전했다. IMF 이후 벤처 기업 열풍과 현재 ICT 산업을 이끌고 있는 수많은 기술과 서비스가 등장했지만, 오히려 고등학교와 대학교의 이공계 진학자들은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다. KAIST 마저 소프트웨어 전공자는 2001년 이후 해마다 줄어들어 2011년에는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서울대 컴퓨터공학과도 2011년까지 다섯 번이나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4년제 대학 소프트웨어 전공 졸업생도 2008년 이후 계속 줄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대, 포항공대, KAIST, 고려대의 SW 졸업생
추이
서울대, 포항공대, KAIST, 고려대의 SW 졸업생 추이

< 서울대, 포항공대, KAIST, 고려대의 SW 졸업생 추이, 출처: 지식경제부 >

1990년 처음 시작한 컴퓨터 정규 교육은 2008년 완전 폐지되어, 이제는 초, 중, 고등학교에서 컴퓨터 교육을 받을 수 없다. 그 많던 컴퓨터 관련 학원도 동네에서 자취를 감춘 지 오래다. 그나마 국내 초등학교의 경우 '실과' 과목에 컴퓨터와 소프트웨어 관련 내용이 일부 포함되어 있지만, 한 학기에 4시간 정도 실습이 전부다. 그 4시간 실습마저도 인터넷 검색이나 타자 연습으로 시간을 때우는 수준. 해외 선진국들이 초등 과정부터 프로그래밍을 프로그래밍을 가르치면서 '코딩 교육'을 도입하는 것과 정반대인 셈이다.

그랬던 소프트웨어 교육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 지난 2013년 10월, 미래창조과학부가 소프트웨어 혁신전략을 발표하면서 소프트웨어 과목의 고등학교 정규과목 채택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것. 물론, 반년이 지나도록 추가 논의를 진행하지 못하는 실정이지만, 조금씩 변화를 꾀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해외에 불고 있는 '코딩 열풍'

최근 미국과 영국을 중심으로 컴퓨터 코딩 교육 열풍이 불고 있다. MS의 빌게이츠와 페이스북의 마크 주커버그가 1,000만 달러를 투자한 비영리 단체 'Code.org'는 직접 교사를 양산하고 있으며, 코딩 캠페인 등을 주도 중이다. 지난 2013년 12월부터 'Code.org'에서 진행한 "Hour of code" 이벤트 접속자만 3,780만 명을 넘어섰다. 여기에 미국 오바마 대통령까지 가세해서 "코딩은 당신의 미래일 뿐만 아니라, 조국의 미래이기도 합니다"라며 학생들을 독려 중이다. 다음은 미국의 코딩 열풍 관련한 여러 사례 모음이다.

Code.org
Code.org

1. 시카고는 향후 5년간 주 내 187개 고등학교 전체에 컴퓨터 과학을 졸업 필수 강의로 채택할 예정이다.
2. 뉴욕타임즈는 뉴욕타임즈는 작년 12월부터 12학년을 담당하는 교사 2만 명이 'Code.org'를 통해 코딩 교육을 받았다고 전했다.
3. 뉴욕과 시카고를 비롯한 30개 교육구에서 새학기부터 고등학교에 코딩 학과를 개설할 계획이다.
4. 미국 9개 주는 이미 코딩 과목을 선택 과목이 아닌 필수 과목으로 채택하고, 수학과 과학처럼 동일한 학점을 주고 있다.
5. 뉴욕 공립학교 교육청은 새학기부터 40개 고등학교에 재직 중인 교사 60명에게 코딩 교육을 진행할 예정이다.
6. 구글은 지난해 11월 호주 애들레이드 대학교와 손잡고, 유치원과 초등학교 교사를 교사를 양성하기 위한 "CSER(Computer Science Education Research) Group"을 만들었다.
7.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HBS) 재학생들 조사에서 하버드대학의 프로그래밍 기초 수업을 들은 학생 중 83%가 보람찼다고 대답했다.

영국도 마찬가지다. 영국 정부는 2013년 9월 '어린이를 위한 컴퓨터교육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고 초등학교부터 코딩 교육을 진행할 예정이다. 2014년을 '코딩의 해'로 지정하고 코딩 교육 확산을 위한 캠페인도 벌이고 있다. 또한, 교사와 학생은 컴퓨팅 언어의 기초를 배우고, 직접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한다. 2014년 2월엔 50만 유로(약 7억 3,000만 원)를 투자해 코딩 교육을 위한 교사 연수 프로그램도 실시했다. 영국 외에도 벨기에, 체코공화국, 에스토니아, 핀란드, 헝가리 등이 코딩 교육과 디지털 교육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를 진행 중이다.

이렇게 미국이나 영국에서 초, 중, 고등학교 교육에 코딩을 필수 과목으로 채택하고 강조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물론, 아직 초등학생들이 데이터 구조나 알고리즘 등을 이해할 수는 없다. 제대로 프로그래밍할 수는 없는 법. 대부분 MIT에서 만든 교육용 프로그래밍 언어인 '스크래치(Scratch)'를 사용해 흉내 정도만 낼 뿐이다. 하지만 이런 과정을 통해서 어린 시절부터 '디지털 사고(Computational thinking)'를 키운다. 대학 입시에서 논술을 통해 '논리적 사고'를 강조했다면 , 이제는 '디지털 사고'가 중요한 시대라는 뜻이다.

스크래치(Scratch)
스크래치(Scratch)

프로그래밍과 코딩, 왜 코딩이 필요한가

소프트웨어 개발자 양성은 산학연계 프로그램이나 직업교육과 같은 근시안적이고 단편적인 정책으로 해결할 수 없다. 보다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초, 중, 고등학교 교육시스템부터 바꿔야 하는 이유다. 미국과 영국 등 해외에서 성인 대상이 아닌 학교 과정에 코딩을 넣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단순히 프로그래밍 스킬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디지털 사고를 할 수 있는 인재를 키워내기 위함이다.

참고로 프로그래밍과 코딩은 조금 다르다. 프로그래밍은 특정 컴퓨터나 스마트폰, 태블릿PC 등에서 동작하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과정을 의미한다. 이 과정에서 데이터 구조와 알고리즘을 설계하는 단계를 거쳐 실제로 프로그램 명령어를 입력하는 코딩 단계를 모두 포함하는 개념이다. 프로그래밍이 코딩보다 포괄적인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해외에서 불고 있는 코딩 열풍은 프로그래밍 전체 과정을 가르치는 과정이 아니다. 데이터 구조나 구조나 알고리즘을 모르더라도 프로그램을 만들어 볼 수 있는 재미를 먼저 알린다. 즉, 코딩을 새로운 놀이로 접근시킨다. 과거에는 프로그래밍 관련 이론을 먼저 배우고 코딩했지만, 지금은 코딩을 통한 사고의 전환을 먼저 경험하게 하고, 프로그래밍을 알리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국내 소프트웨어 교육의 현실, 어디까지 왔나

국내도 조금씩 코딩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그나마 국내에서 소프트웨어 산업에 가장 많은 투자하는 기업은 아이러니하게도 하드웨어 제조 1위 기업 삼성전자다. 최근 삼성전자는 '주니어 소프트웨어 아카데미'를 사회공헌 차원에서 운영 중이다. 지난 2013년 45개 학교에서 시범적으로 시작했으며, 올해 121개 초, 중, 고 3,300명으로 확대했다. 삼성전자는 오는 2017년까지 4만 명 이상의 학생에게 코딩을 가르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교육내용은 스크래치로 코딩 기본 익히기, 아두이노를 활용한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융합 교육, C언어 교육 등이며, 참여신청은 학기 시작 전 각 지역 교육청 공문을 통해 접수 받고 있다.

삼성전자 주니어 소프트웨어
아카데미
삼성전자 주니어 소프트웨어 아카데미

국내 포털 1위 기업인 네이버도 본사가 있는 경기도 성남시와 용인시 근처의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대상으로 '소프트웨어야 놀자'라는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또한, 전문적인 개발자를 'NHN 넥스트'라는 학교도 세웠다. 삼성전자보다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더 절실한 네이버다. 제대로된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양성되지 않는 국내 교육 현실에서 스스로 생존 전략을 세운 셈이다. 교육내용도 삼성전자 아카데미와 크게 다르지 않다. 스크래치로 코딩 기본 익히기, 아누이노를 활용한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융합 교육 등이다. 다만, 교육부와 시범 사업으로 진행 중이라, 아직 비정기적으로 이뤄지고 있어 아쉽다.

소프트웨어야 놀자
소프트웨어야 놀자

앞서 언급한 일부 컴퓨터 학원에서 조금씩 코딩 교육을 실시하고 있지만, 아직 조심스럽다. 코딩 열풍은 정규 과정으로 확정된 것도 아닐뿐더러,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교사에 대한 인증 여부 등도 준비되지 않았다. 때문에 최근 성인 대상으로 가르치던 과정을 다소 쉽게 바꿔 아이들에게 가르치는 학원이 늘고 있는데, 주의가 필요하다. 분명 코딩 교육은 필요한 과정이지만, 개선할 점이 아직 남은 과제이자, 숙제이기 때문이다.

물론, '코딩 교육'은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어린 시절부터 자연스럽게 소프트웨어에 대한 호기심을 유도하고, 학생들 스스로 스마트폰, 태블릿PC 등에서 동작하는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한 교육 효과를 볼 수 있다. 특히, 앞으로 디지털 기기는 계속해서 생활 속으로 들어올 것이다. 이제 소프트웨어는 영어, 수학만큼 중요한 과목으로 발전할 것이다. 우리나라 정부도 소프트웨어 인재 양성을 위해 2018년부터 소프트웨어 교육을 고등학교 과정에 정규 과목으로 추진한다고 밝힌 바 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이제는 '디지털 사고'가 필요한 시대다.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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