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눈이 달린 스마트폰, 아카(AKA)
지금까지 이런 스마트폰은 없었다. LG전자 '아카(AKA)'는 눈으로 성격을 표현하는 스마트폰이다. 눈 하나 달았을 뿐인데 무생물인 스마트폰이 마치 살아있는 듯한 사용자의 친구로 진화했다.
아카의 성격은 색깔에 따라 4가지로 나뉜다. 금방 욱하는 '우키(흰색)', 금방 사랑에 빠지는 '에기(노란색)', 감성이 충만한 '소울(검은색)', 도도한 '요요(분홍색)' 등이다. 기자는 자신감 넘치는 노란색 에기를 받아 리뷰했다.
아카는 LG전자의 '실험작'이다. 어느 국내 제조사가 스마트폰 화면에 눈알을 띄우고, 화면을 반 이상 가리는 '마스크' 커버를 씌우며, 거기다 성격까지 정해서 제품을 내놓겠는가. 비슷비슷한 생깅새의 여느 안드로이드 스마트폰들은 아카 앞에서 명함조차 내밀지 못할 것이다.
보급형답지 않았던 50만 원대의 가격도 지난 10일 39만 9,300원으로 떨어졌다(SK텔레콤 기준). 최고 공시 지원금도 30만 원으로 올라 LTE 34 요금제를 썼을 때 28만 6,300원에 제품을 구매할 수 있다(12월 11일 기준). 물론 팬택 '베가 팝업노트'나 '베가 아이언2'보다는 약 5만 원 정도 비싼 가격이지만, 두 제품의 가격은 팬택의 경영 악화라는 특수 상황이 더해진 것이니 같은 선상에 두고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결론적으로 아카의 사양을 봤을 때 현재 가격은 수긍할 만하다. 그럼에도 단통법(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 하에서 2년을 채워쓸 수 있을만큼 아카가 매력적일지는 의문이다. 쉽게 스마트폰을 바꿀 수 없게 되면서 구매자들은 이전보다 더 깐깐해졌다. LG전자의 브랜드 파워와 '성격'이라는 특징이 아카의 저사양을 상쇄할지가 관건이겠다.
몸이 천 냥이라면, 눈이 구백 냥
'눈'을 빼놓고는 아카를 설명할 수 없다. 사실 아카의 특징 90%가 모두 눈에 담겨있다. 4가지 성격에 따라 기본 눈 모양이 다르다. 에기는 반달이 뒤집힌 모양의 무뚝뚝한 눈매를 갖고 있다. 참고로 눈은 앞 커버를 씌워야만 나타난다.
눈 모양은 특정 기능이 실행되거나, 또는 그저 갖고 노는 행동으로 바뀐다. 예를 들어 충전 중일 때는 건전지에 빨대를 꽂아 먹는 모습이 나타나고, 이어폰을 꽂으면 눈 양옆에 헤드폰이 표시된다. 아카를 잡고 흔들어도 눈 모양이 바뀐다. 에기는 눈동자가 빙글빙글 돌아간다.
숨바꼭질을 하듯 아카와 놀 수도 있다. 눈 부분을 손으로 3초 정도 가렸다가 때면 웃거나 깜짝 놀라는 등의 표정이 된다. 물론 표정 변화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눈 모양은 전적으로 성격에 의존한다. 아카는 케이스를 바꾸면 캐릭터도 바뀐다. 네 가지 캐릭터의 정보가 스마트폰에 모두 저장되어 있다가 뒷면 커버가 바뀌면 시스템이 그 센서를 인식해 적합한 캐릭터를 불러오는 식이다.
LG전자는 정품 케이스를 4만 9,000원에 판매 중이다. 인터넷 최저가는 3만 원대다. 현재 캐릭터가 질렸다면 이를 구매해 바꾸면 된다. 커버는 스티커 등을 붙이거나 펜으로 그림을 그려 꾸밀 수도 있다. 하지만 3만 원대의 가격을 생각하면 쉽사리 창작 욕구를 펼치기는 쉽지 않겠다.
이외에도 아카의 귀여움은 곳곳에서 묻어나온다. 커버를 반쯤 내리면 화려한 배경 위로 손으로 잡은 알림 메시지가 나타나고, 홈화면에는 스테이지 위에서 춤을 추는 캐릭터 위젯이 있다. 기본 폰트도 동글동글 귀여우며 독특한 기본 벨소리, 알람 소리 등이 성격에 따라 제공된다.
앞서 말한 홈화면의 캐릭터 위젯을 누르면 제조사가 마련해둔 특별 메뉴로 들어간다. 아카 캐릭터와 사진을 찍거나 캐릭터의 레벨업을 하는 등 이것저것 메뉴가 있지만 그다지 꾸준히 손이 가는 것은 없었다.
보급형 사양, 가장 안타까운 것은 디스플레이
아카는 보급형 스마트폰이다. CPU는 1.2GHz 쿼드코어에 램(RAM)은 1.5GB다. 2GB도 부족하다는 소리가 나오는 시대에 1.5GB라니. 내장 메모리는 16GB인데 초기 상태에서 쓸 수 있는 용량은 10GB 정도다. 물론 마이크로SD 메모리를 장착하면 용량을 늘릴 수는 있다. LTE-A를 지원하지 않으며, 배터리는 착탈식이다. 화면 크기는 5인치다.
매번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접하다 보니 아카의 반응 속도가 살짝 느리게 느껴졌다. 앱을 시작하고 종료할 때, 앱에서 다른 앱으로 전환할 때, 앱 서랍을 열 때 등 손끝이 화면에 닿고도 약간의 시간이 지나야 그 기능이 실행됐다. 기본적인 웹 서핑도 그럴진대 고사양 게임이라고 매끄러울까.
평소 모르는 새 고사양 스마트폰들의 QHD(2,560 x 1,440) 해상도에 익숙해졌나 보다. 아카의 HD(1,280 x 720) 해상도는 눈의 침침함과 함께 답답함도 불러왔다. 화면 밝기를 아무리 올려도 그 부족함은 채워지지 않았다. 평소 '디스플레이는 LG전자'라는 생각을 하고 있던 터라 그 아쉬움은 더 컸다.
아카는 '노크코드', '제스처샷' 등 LG전자 ‘G시리즈’의 프리미엄 UX를 갖췄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그러한 기능보다는 풀HD 디스플레이를 택하겠다.
무난한 카메라
카메라 사양은 무난하다. 오로라도 찍고 화산도 찍었던 G시리즈의 그것을 기대하면 곤란하다. 후면 카메라는 800만 화소, 전면 카메라는 210만 화소이다. 손떨림 방지 기능이 없으므로 어두운 상황에서 사진을 찍을 때 주의해야 한다.
사실 사진의 질은 아카의 화면으로 봤을 때보다 PC로 옮겼을 때 훨씬 더 만족스러웠다. 역시나 아카의 발목을 잡는 것은 해상도다. 아래 직접 찍은 사진 몇 장을 게재한다. 원본은 이곳(https://drive.google.com/folderview?id=0B3dnZ6CnFTKtMF85bXN0TGRtOXc&usp=sharing)에서 볼 수 있다.
'귀엽다' 뒤에 따라붙는 '이게 다야?'
20대부터 40대까지, 아카를 본 사람들의 반응은 한결같았다. 처음 시작은 '와 이게 그 아카야? 정말 귀엽다'. 그리고 끝은 '근데 이게 다야?'였다. 아카는 눈을 깜빡이며 깜찍한 표정을 짓지만 그것이 전부다. 그 외에 눈에 띄는 기능도, 특출난 성능도 없다. 어른에게는 오히려 싱거운 제품이다.
한 가지 더, 커버의 존재 가치를 짚고 넘어가고 싶다. 앞서 말했듯이 커버를 씌워야만 눈이 생긴다. 그런데 이 커버가 상당히 애매하다.
아카를 사용해본 많은 사람은 커버를 한쪽 손에 들고 어쩔 줄 몰라 했다. 그들의 표정에는 '이걸 바닥에 놔야 하나, 다시 끼우면 화면을 어떻게 터치하나' 등의 복잡한 생각이 엿보였다. '커버는 뒤에 끼우면 된다'는 설명을 들은 후엔 너나 할 것 없이 커버의 또 다른 기능에 대해 물었다. 그들은 커버가 '거치대' 역할이라도 해주길 기대한 것이다.
하지만 커버에 실용적인 기능은 없다. 손으로 잡고 '내렸다올렸다' 하며 아카의 귀여운 재롱을 감상하면 그뿐이다. 그렇다고 커버를 두고 다닐 수는 없다. 앞서 말했듯 커버를 끼우지 않으면 가장 큰 특징인 눈이 나타나지 않는다.
어린 아이들은 아카에 만족할까. 요즘 아이들은 상당히 조숙하다. 초등학생 이하라면 아카를 재밌게 갖고 놀 수 있어도 중학생 이상은 '게임이 잘 돌아가는' 스마트폰을 귀여운 것보다 더 선호하리라고 감히 추측해본다.
아카는 LG전자의 실험 정신을 보여준다. 그 실험 정신을 양분으로 G시리즈 등 인기 휴대폰 모델들이 탄생했을 것이다. 첫술에 어떻게 배부르겠는가. 시장의 관심을 구매로 이어지게 하려면 개성과 성능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야 할 것이다. 아카의 다음 모델은 조금 더 강력한 장점을 갖추길 기대해본다.
아카에 대한 더 자세한 정보는 공식 홈페이지(http://www.lgaka.co.kr/)에서 볼 수 있다.
글 / IT동아 나진희(naji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