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가장 합리적인 선택, 베가 팝업노트
20만 원대에 살 수 있는 국산 프리미엄 스마트폰.
팬택 '베가 팝업노트(이하 팝업노트)'를 이보다 더 잘 표현할 수 있을까. 팬택의 눈물이 서려 있는 팝업노트는 수준급 사양임에도 35만 2,000원의 낮은 출고가로 파란을 일으킨 제품이다. LTE 34 요금제를 쓸 때도 20만 원대에 구매할 수 있다(12월 9일 공시 지원금 기준). 팝업노트는 출시 첫날 주요 포털 실시간 검색어 1위를 장악하고, SK텔레콤 전용임에도 판매 시작 3시간여 만에 준비된 물량 3만 대가 모두 동났다.
화제의 제품인 팝업노트를 직접 약 2주간 써봤다. 그 결론은? 팍팍한 단통법(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 하에서 팝업노트는 한 줄기 빛과 같다.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따진다면 팝업노트는 모범 답안이다. 20만 원대에 '국산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구매할 수 있다니. '사장님이 미쳤어요'라고 광고할 만한 조건이다. 50만 원대에 보급형 제품을 내놓는 다른 제조사들은 반성해야 마땅하다.
물론 팝업노트의 낮은 출고가 이면에는 팬택의 가슴 아픈 사정이 있다. 계속된 매각 유찰로 경영 정상화 시기가 늦춰지고 있는 상황이라 이윤이 거의 안 남더라도 제품 출고가를 획기적으로 낮게 잡아 판매량을 늘릴 필요가 있었다.
'팬택을 살리자'는 호소는 잠시 뒤로 제쳐놓아도 팝업노트는 꽤 잘 만든 물건이다. 사양도 고급이고, 국내 사용자를 위한 편의 기능까지 갖췄다. 거기다 '왕년의 SKY'가 떠오를 만큼 디자인도 만족스럽다.
고급스러운 디자인
팝업노트는 팬택이 사소한 부분까지 신경 써서 만든 제품이다. 특히 겉과 속의 디자인이 그렇다. 제품의 모양새부터 그 안의 UI까지 꼼꼼히 챙긴 티가 난다. 실제 기자뿐 아니라 팝업노트를 본 사람들 대부분이 '생각보다 무척 예뻐서 놀랐다'는 반응을 보였다.
기자가 리뷰한 흰색 모델은 바탕색인 흰색과 포인트 색인 금색의 조화가 고급스럽다. 옆면은 금색의 메탈로 테두리를 둘렀다. 내장된 스타일러스의 펜촉 색깔까지 금색이다.
전형적인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같았던 '베가 시크릿노트' 등과 달리 뒷면에서 제품의 아이덴티티가 느껴진다. 뒷 커버의 촘촘한 격자 무늬도 세련됐다. 렌즈, 플래시, 지문 인식 센서는 세 개의 원이 늘어선 모양으로 통일감을 준다.
사용자의 취향을 고려한 UI도 팝업노트의 장점이다. 굳이 런처나 다른 키보드 앱(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하지 않아도 제품 자체 설정에서 홈화면을 자유롭게 꾸미거나 키보드 색깔 및 투명도 등을 바꿀 수 있다. 화면 캡처 시 상단 상태바는 포함되지 않도록 하는 기능 등 소소한 부분에서 팬택 제품의 사용자 지향적인 성격을 드러낸다.
지문 인식, 시크릿 모드
뒷면에는 지문인식 센서, '시크릿키'가 있다. 손가락을 센서에 대고 아래로 훑어내리는 '스와이프(Swipe)' 방식이다. 지문은 두 개까지 입력해둘 수 있다. 사용해보니 인식률은 무척 괜찮은 편이다. 갤럭시노트4와 아이폰6를 쓸 때와 비슷한 인식 성공률을 보였다.
시크릿키는 잠금 해제 외에도 다양한 용도로 활용된다. 연락처, 앱 등을 감춰놓은 '시크릿 모드'로 들어가는 열쇠이기도 하고, 두 번 눌러 화면을 끄거나 특정 앱을 불러올 수도 있고, '셀카'를 찍을 때는 셔터 버튼의 역할도 한다. 특히 시크릿키를 이용해 셀카를 찍으면 홈버튼을 누르거나 화면을 터치할 때보다 제품이 덜 흔들려 편리했다.
앞서 말한 시크릿 기능은 베가 시크릿노트 때부터 팬택이 중점적으로 강조하는 기능이다. 남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은 스마트폰 속 비밀을 감출 수 있게 했다. 그 비밀은 연락처나 앱부터 사진, 동영상, 문서 등 다양하다.
시크릿 모드로 들어가려면 '지문'이 필요하다. 잠금을 해제할 때 슬라이드, 패턴, 비밀번호 등 일반적인 방법을 통하면 일반 모드로, 시크릿키에 지문을 인식시키면 시크릿 모드로 들어간다.
일반 모드에서는 감춰둔 연락처로부터 오는 전화, 문자도 표시되지 않고, 앱 알림도 안 뜬다. 사진, 영상, 문서 등을 시크릿박스에 넣어 따로 보이지않게 관리할 수도 있다.
거기다 자신이 자리를 비웠을 때 누군가 잠금을 해제하려 했다면 그 실패 이력과 함께 전면 카메라로 찍은 사진도 함께 저장해둔다. 상당히 무시무시한 기능이다.
자신 소유의 스마트폰임에도 다른 사람이 자꾸만 그 안을 헤집어 보아 심기가 불편하다면 시크릿 기능을 활용해볼 것. 팝업노트를 쓰는 배우자나 연인의 외도가 걱정된다면 (동의 하에) 자신의 지문도 제품에 등록해 두자. 이로써 혹시 모를 불상사를 막을 수 있다.
매끄러운 실행 성능
팝업노트의 사양은 준수하다. 2.3GHz 쿼드코어의 퀄컴 스냅드래곤800, 2GB 메모리(RAM)를 내장하고 LTE-A도 지원한다. 배터리는 교체형이다.
사실 프리미엄 스마트폰에 '웹 서핑이 매끄럽다', '게임이 버벅이지 않는다', '고화질의 동영상도 끊김없이 재생한다'는 설명은 이제 무의미한 듯싶다. 혹시나 싶어 이것저것 실행해봤지만 초고사양의 게임을 제외하고는 부족함이 없었다. 앞서 말했지만, 50만 원대의 보급형 스마트폰을 사느니 이 제품을 선택하길 권한다.
기대 이상의 카메라
그동안 베가 제품에서 아쉬웠던 한 가지는 카메라였다. 베가 시크릿노트 등은 카메라 화소 수는 높았지만 기대에 못 미친 결과물을 만들어내곤 했다.
팝업노트는 조금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광학식 손떨림 기능(OIS)를 갖춘 1,300만 화소의 후면 카메라와 210만 화소의 전면 카메라를 탑재했다. 생각보다 그 결과물이 괜찮다. 흐린 날 야외에서 찍은 사진은 햇빛이 '쨍'하지 않았는데도 디테일이 깔끔하다. 다만, 이전 모델과 마찬가지로 빛이 많이 부족한 상황에서는 사진이 조금 뭉개지는 경향을 보인다. 이럴 때는 필터나 보정 효과를 넣는 카메라 앱을 활용하길 추천한다. 사진 원본은 이곳(https://drive.google.com/folderview?id=0B3dnZ6CnFTKtbURVSlJoVk9xQW8&usp=sharing)에서 볼 수 있다.
전면 카메라는 '셀카족'의 사랑을 받을 듯싶다. 피부를 뽀얗게 만드는 뷰티샷 기능을 기본으로 갖췄는데 적용되는 정도를 사용자가 조절할 수 있다. 속눈썹이나 머리카락 등을 너무 뭉개지 않으면서 피부만 전체적으로 화사하게 만들어준다. 기본인 50%로도 충분히 결과물이 훌륭하다. 너무 수치를 높이면 '90년대 스타일의 이미지 사진'처럼 사진이 과하게 뿌얘지니 조심하자.
튀어나오는 펜
팝업노트의 '팝업'은 스위치를 밀면 내장된 스타일러스가 밖으로 튀어나오는 특징에서 따왔다. 제품 왼쪽 옆면에 해당 스위치가 있다. 스타일러스는 DMB용 안테나 역할도 한다.
몇 번 해보니 재미는 있지만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라이터 뚜껑을 '퉁'하고 손가락으로 튕기듯 홀드 커버를 여닫는 SKY '듀퐁'처럼 하나의 특징일 뿐이다. 물론 안테나와 스타일러스를 하나로 합쳤기에 공간을 절약했다는 이점은 있겠다.
아이언2인가, 팝업노트인가
아마 팝업노트 구매를 고려하는 많은 사람은 베가아이언2도 그 물망에 올려놓았을 것이다. 두 모델의 출고가가 35만 2,000원으로 같기 때문. 사실 베가아이언2는 이동통신 3사 모두를 통해 출시됐지만, 팝업노트는 SK텔레콤 전용이다. 일단 SK텔레콤을 택한다고 가정했을 때 두 제품을 비교해보고자 한다.
베가아이언2는 이전 모델임에도 퀄컴 스냅드래곤801 CPU에 3GB 램(RAM)으로 사양이 살짝 더 높다. 사양 면에서는 베가아이언2의 승이다.
UX는 어떨까. 팝업노트에는 시크릿 모드가 기본 탑재되어있다. 이번에도 얼핏 팝업노트의 승리 같다. 그런데 아이언2도 시크릿키가 붙은 인터넷 최저가 2만 원 후반대의 시크릿 케이스를 구매하면 지문 인식 기능과 시크릿 모드를 활용할 수 있다. 돈을 조금 투자해야 하긴 하지만 이 부분에서는 동점이다.
결론적으로 선택에 큰 영향을 미치는 부분은 디자인일 듯싶다. 팝업노트는 스타일러스를 내장했고, 상대적으로 부드러운 느낌의 디자인이며, 베가아이언2는 딱 떨어지는 '시크함'을 지녔다. 팝업노트의 디자인이 베가아이언2보다 조금 낮은 사양을 보충하고도 남을지, 선택은 소비자의 몫이다.
팝업노트의 출고가는 35만 2,000원이며 SK텔레콤 전용이다. 제품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팬택 홈페이지(http://www.ivega.co.kr/prt/productInfo.do?intprdseq=1404)에서도 볼 수 있다.
글 / IT동아 나진희(naji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