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 1대에 OS 3개? 가상 운영체제 이용하기
지난 2013년, 인텔은 신형 CPU(중앙처리장치)인 4세대 코어 시리즈를 출시하면서 이제부터는 윈도XP를 지원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이는 향후 출시된 신형 PC에선 구형 운영체제를 이용할 수 없다는 의미다. PC의 성능이 확실히 발전하려면 구형 운영체제와의 호환성을 어느 정도 포기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다만, 일부 이용자들은 옛 운영체제에서만 구동되는 구형 소프트웨어를 이용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이를테면 해당소프트웨어의 개발사가 문을 닫아서 버전업을 기대할 수 없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이때는 할 수없이 불편함을 감수하고 성능이 떨어지는 구형 PC와 구형 운영체제를 이용할 수 밖에 없는 것일까?
그리고 아예 PC가 아닌 다른 플랫폼(스마트폰, 태블릿 등)용으로 나온 운영체제를 PC에서 구동하기를 원하는 사용자도 있다. 여러 플랫폼을 동시에 구동하기가 곤란한 환경, 혹은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주로 이러한 요구를 한다.
이런 경우를 대비해 이용하는 것이 가상 운영체제다. 이를 통해 신형 PC에서 윈도XP나 DOS 같은 구형 PC용 운영체제를 구동하거나 아니면 일반적인 PC에서 안드로이드와 같은 스마트폰 운영체제를 구동할 수도 있다. 네이버소프트웨어를 통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가상 운영체제 구동용 소프트웨어에 대해 살펴보자.
고전게임 매니아라면 필수? DOSBox
1990년대 이전 까지만 해도 PC사용자들은 도스(DOS) 운영체제를 주로 이용했다. 도스는 그래픽기반 운영체제인 윈도와 달리 텍스트 기반 운영체제이기 때문에 여러 가지 복잡한 명령어를 알지 못하면 이용이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윈도 운영체제가 대중화된 이후, 도스는 급격히 이용 빈도가 줄어들었으며, 2000년대에 와서는 거의 쓰이지 않게 되었다.
하지만 도스는 거의 PC의 탄생과 함께 해왔을 정도로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특히 80~90년대에 출시된 명작 게임들은 절대 다수가 도스 운영체제 기반이다. 옛날에 쓰던 윈도95나 윈도98은 내부적으로 도스를 품고 있었기 때문에 도스용 소프트웨어의 구동이 가능했으나, 2014년 현재 쓰이고 있는 윈도7이나 윈도8 기반 PC에선 도스 게임을 구동할 수 없다. 고전 게임 매니아라면 아쉬움을 느낄 만 하다.
DOSBox(도스박스)는 이런 아쉬움을 덜 수 있는 재미있는 프로그램이다. 이는 최신 운영체제에서도 과거의 도스 운영체제를 거의 그대로 구현한 에뮬레이터(emulator, 다른 시스템을 재현함) 소프트웨어다. 윈도용이 가장 많이 쓰이지만 개발자 홈페이지(www.dosbox.com)에 가면 맥OS나 리눅스 등 다양한 운영체제용 DOSBox를 무료로 다운로드 가능하다. 무료인데다 프로그램 용량도 1.38MB에 불과해 누구나 부담 없이 이용이 가능하다.
DOSBox를 설치한 후 실행하면 80~90년대 PC 이용자라면 친숙할 검은 바탕화면에 하얀 글씨로 이루어진 도스 화면이 나타난다. 사실 도스 운영체제를 써보지 못한 이용자라면 상당히 막막할 텐데, 이 상태에서 텍스트 명령어를 직접 키보드로 입력하며 이용을 해야 한다.
대표적인 명령어는 DIR(디렉토리 및 파일 목록 보기), CD(디렉토리 변경), CLS(화면 지우기), COPY(파일 복사), DEL(파일 지우기), MD(디렉토리 만들기), 그리고 RD(디렉토리 지우기), 및 REN(파일 이름 바꾸기) 등이 있다. 명령어를 입력한 후, 한 칸을 떼고 옵션을 입력하고 엔터를 누르면 해당 명령이 실행된다. 0001이라는 이름의 텍스트 파일을 삭제하고자 한다면 'del 0001.txt'라고 입력한 후에 엔터를 누르는 식이다. 도스에는 이외에도 정말로 많은 명령어가 존재하는데, 이를 모두 소개하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더 많은 명령어를 익히고 싶다면 포탈 등에서 '도스 명령어' 등의 검색어로 검색해 보자.
다만, 지금 시점에서 도스용 소프트웨어로 문서를 만들거나 이미지 편집을 하는 등의 업무를 볼 사용자는 거의 없을 것이다. 이런 작업은 현재 쓰이는 윈도용 소프트웨어로 하는 것이 훨씬 편리하다. DOSBox 이용자의 대다수는 고전 게임을 하기 위해 이 소프트웨어를 쓸 것이니 이 점에 관련한 명령어 정도만 알아두어도 무방하다.
일단 DOSBox로 실행할 도스용 게임을 HDD의 특정 폴더(예: C:\pop\)에 복사해 둔다. 그 후 DOSBox의 MOUNT 명령어를 이용해 해당 폴더를 DOSBox에서 이동할 수 있도록 지정하자. 이를테면 현재 PC의 C드라이브에 있는 ‘pop’라는 폴더에 DOSBox에서 실행할 도스용 게임 파일이 담겨있다면 'mount C C:\pop\'이라고 입력한 후 엔터를 누르면 된다. 이렇게 하면 해당 폴더는 DOSBox 상의 C드라이브가 된다.
이후 C:를 입력한 후 엔터를 눌러 (게임 실행파일이 들어있는) C드라이브로 이동 한 후, 구동하고자 하는 게임의 실행파일 이름을 입력한 후 엔터를 누르면 게임이 실행된다. 만약 실행파일의 이름을 모른다면 DIR 명령어로 파일 목록을 확인하자(파일 목록이 너무 길다면 DIR/W). 이렇게 하면 그리운 고전 게임을 즐겁게 플레이 할 수 있을 것이다. DOSBox를 이용하다가 게임의 구동 속도를 조절하고 싶다면 Ctrl + F11과 Ctrl + F12키의 조합으로 속도의 빠르게 하거나 느리게 할 수 있다.
내 PC안에 장만한 공짜 스마트폰, BlueStack
요즘 세상 사람이라면 스마트폰 한 대 정도는 가지고 있을 것이다. 특히 구글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는 전체 스마트폰 시장의 80%(2014년 기준)를 차지하고 있다니 가히 스마트폰 운영체제의 대명사라 할 만하다. 참고로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는 무료로 풀려있어서 마음만 먹으면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외에도 다양한 플랫폼에 적용이 가능하다. PC 역시 예외가 아니다. BlueStack(블루스택)은 이러한 안드로이드의 특성을 이용한 에뮬레이터 프로그램이다.
BlueStack은 네이버소프트웨어를 비롯한 공개 자료실에서 누구나 무료로 다운로드 가능하다. 따라서 이를 PC에 설치하면 당장 공짜 스마트폰(혹은 태블릿) 1대가 내 PC 안에 생겼다는 느낌으로 이용이 가능하다. BlueStack을 설치하고 실행하면 메인 화면에 주요 추천앱의 목록이 표시되고 안드로이드 기기 이용자라면 매우 익숙할 하단바(홈, 돌아가기, 앱 전환)도 나타난다.
앱을 설치하고자 한다면 BlueStack에서 추천하는 앱 목록을 선택하거나 우측 상단에 있는 ‘Search(검색)’을 선택해 원하는 앱의 이름을 입력하자. 앱의 설치를 처음 하려 한다면 다른 안드로이드 기기와 마찬가지로 구글 계정에 로그인을 해야 한다. 만약 BlueStack을 처음 이용한다면 가장 먼저 설치를 추천하는 앱은 다름 아닌 한글 키보드다. BlueStack은 초기 상태에서 한글입력 기능을 가지고 있지 않다.
한글키보드 입력용 앱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중에서도 BlueStack과 궁합이 잘 맞는다고 알려진 것은 Go키보드(Go Keyboard)가 대표적이다 이를 설치한 후, All Apps -> 키보드 설정변경으로 이동, ‘키보드 및 입력방법’에서 하드웨어(물리적 키보드) 항목을 OFF로 해제한 후 새로 설치한 Go키보드를 선택해주자. 그 후 Go키보드의 설정 메뉴로 이동, 언어설정에서 영어와 한국어를 선택하자. 이렇게 하면 이후에 Shift + Space 키를 눌러 영어와 한글의 키보드 전환이 가능하다.
BlueStack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그대로 PC에 옮겨온 것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안드로이드 앱을 그대로 구현이 가능하다. 라인이나 카카오톡과 같은 메신저 역시 이용할 수 있는데, 유의할 점은 이러한 메신저 앱에서 BlueStack 역시 1대의 스마트폰으로 인식을 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BlueStack에 메신저 앱을 설치하면 이전에 메신저 앱을 이용하던 스마트폰에서 매신저 앱을 이용할 수 없게 된다. 곧이 PC에서 메신저 앱을 이용하고자 한다면 BlueStack 상에 설치하기 보다는 라인이나 카카오톡의 PC버전을 이용할 것을 추천한다.
게임 역시 상당수가 BlueStack에서 구동이 된다. 다만 완전한 호환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이를테면 '윈드러너' 같은 게임은 BlueStack에서도 무리 없이 구동되지만, 'SD건담 배틀스테이션' 같은 일부 게임은 BlueStack에서 제대로 구동되지 않을 수 있다. BlueStack은 분명 대단히 잘 만든 안드로이드 에뮬레이터 프로그램이지만, 기존의 안드로이드 기기를 완벽하게 대체할 순 없다는 점을 알아두자.
참고로 BlueStack에 기본으로 포함된 App Sync 앱을 이용하면 사용자가 기존의 안드로이드 기기에서 이용하던 앱이나 사용 환경을 BlueStack에서 공유할 수 있다(구글 계정 로그인 필요). 물론 양쪽 기기의 하드웨어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100% 완벽한 동기화는 불가능 하지만, 평소에 스마트폰을 주로 이용하다가 가끔은 PC의 큰 화면으로 동일한 앱을 즐기고자 하는 사용자라면 유용하게 쓸 만한 기능이다.
윈도8 안에 윈도XP가? VirtualBox
가상 운영체제 관련 소프트웨어 중에는 다른 운영체제를 자체적으로 모방해서 구현하는 에뮬레이터 형식의 소프트웨어만 있는 것이 아니다. 자체적으로 운영체제를 품고 있지는 않은 대신, 사용자가 원하는 운영체제의 설치 파일이나 설치 디스크를 가지고 있다면 이를 다양하게 현재 PC에 설치해서 이용할 수 있는 ‘환경’만 제공하는 가상머신(Virtual Marchine, 이하 VM) 구동 소프트웨어도 있다.
VirtualBox(버추얼박스)가 대표적인 VM 구동 소프트웨어다. 개인 사용자에 한해 무료로 이용이 가능하며, 설치를 지원하는 운영체제는 윈도 외에 리눅스, 솔라리스, BSD, OS/2, 맥OS X 등 매우 다양하다. 특히 이를 통해 설치할 수 있는 가상 운영체제는 실제 운영체제를 모방한 에뮬레이터와 달리, 실제 운영체제가 그대로 설치되므로 호환성 측면에서 상당히 유리하다. 에뮬레이터가 소프트웨어적인 모방이라면 VM은 하드웨어를 모방하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이를 이용하면 윈도 상에서 다른 버전의 윈도나 리눅스, 맥OS X등의 다른 운영체제를 재부팅 없이 구동, 별도의 창을 띄워 동시에 이용할 수 있다. 이를테면 윈도7이나 윈도8을 이용하고 있는 사람이 가끔 윈도XP에만 호환되는 구형 소프트웨어를 이용하고자 할 때, 혹은 다양한 운영체제용 소프트웨어를 동시에 다뤄야 하는 소프트웨어 개발자에게 특히 유용하다. 예전 같으면 2대 이상의 PC를 동시에 구동하면서 해야 할 작업을 1대의 PC로 모두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앞서 이야기 한 것처럼 VirtualBox는 여러 운영체제를 1대의 PC에서 운용할 수 있는 환경만 제공할 뿐이지 운영체제 자체는 품고 있지 않고 있기 때문에 원하는 운영체제를 직접 설치해주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우선, VirtualBox를 설치한 후, 우측 상단의 '새로 만들기'를 선택, 새로 추가하길 원하는 운영체제의 이름을 고른다. 만약 윈도XP를 추가하고자 한다면 종류는 Microsoft Windows로, 버전은 Windows XP (32bit)를 선택해야 할 것이다.
그 후, 해당 가상 운영체제에서 이용할 메모리의 양, 그리고 저장공간의 크기를 설정해 준 후 해당 운영체제의 설치디스크를 넣거나 설치파일의 경로를 지정해주면 VirtualBox 관리자 메뉴에 해당 운영체제의 목록이 나타나므로 이를 선택한 후 '시작'을 누르면 가상 운영체제의 설치가 시작된다.
참고로 가상 운영체제에 할당한 많은 메모리나 저장공간을 할당하면 그만큼 원활하게 가상 운영체제가 구동되지만, 반대로 본래 현재 이용중인 본래 운영체제의 성능은 저하될 수 있으니 유의하자. VirtualBox 상에서 가상 운영체제를 설치하는 과정은 디스크 포맷, 제품 키 입력, 세부 설정 등, 직접 운영체제를 설치하는 과정과 완전히 동일하다.
이렇게 가상 운영체제의 설치가 끝나면 다음부터는 기존 운영체제를 이용하는 도중에 재부팅 없이 가상 운영체제를 함께 이용할 수 있다. 만약 윈도8 기반 PC에 윈도XP 가상 운영체제를 설치했다면 평소에 윈도8을 이용하다가 윈도XP가 필요해진다면 윈도8 바탕화면 상에 별도의 창 형식으로 윈도XP를 구동, 동시에 이용이 가능하므로 편리하다.
다만, 이렇게 구현되는 가상 운영체제는 소프트웨어적으로는 완벽한 호환이 가능하지만, 하드웨어의 성능은 완전히 이끌어내지 못한다는 한계도 있다. 사무용 프로그램 수준의 소프트웨어의 구동에는 그다지 지장이 없지만, 3D 게임과 같이 특정 하드웨어(고성능 그래픽카드 등)의 성능에 의존하는 소프트웨어는 제대로 구동이 되지 않거나 매우 느리게 구동될 수 있다는 점을 참고하자.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
※본 기사는 네이버 소프트웨어(http://software.naver.com)의 스페셜리뷰 코너에도 함께 연재됩니다.
※해당 기사에 대한 의견은 IT동아 페이스북(www.facebook.com/itdonga)으로도 받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