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태어난 노키아, 모든 것을 '연결'하는 네트워크를 말하다
2014년 9월 24일, 노키아가 한국 기자들을 초청해 그들이 생각하는 향후 비전에 대해서 설명했다. 최근 노키아는 모바일 사업부를 마이크로소프트(이하 MS)에 판매하고, 나머지 사업 부문을 강화하는 체제로 변화했다. 다만, 이 같은 사실을 일반인들은 잘 모른다. 아니, 알 수가 없었다. 워낙 모바일 사업 규모가 컸기에 '이제 노키아는 망한 것 아니냐'는 소문이 돌았다. 이에 노키아가 리브랜딩에 나선 것. 결론부터 말하자면, 노키아는 아직 건재하다. 오히려 계속 적자를 내던 모바일 사업부를 정리하고, 잘 할 수 있는 사업부를 키워 흑자로 전환한 상태다.
지난 2014년 7월 24일, 월스트리트저널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노키아의 2014년 2분기 순이익은 25억 1,000만 유로(약 3조 3,300억 원)에 달한다. 작년 같은 기간에 2억 2,600만 유로의 적자를 기록한 것과 대비되는 성과다. 이를 단순히 MS에 매각한 모바일 사업부 금액 32억 유로(약 4조 2,500억 원)을 반영했기에 나타난 결과로 치부할 수 있다. 하지만, 모바일 사업부 매각 금액을 제외한 2분기 영업이익도 2억 8,400만 유로(약 3,700억 원)에 달한다. 잘하는 것에 집중하겠다는 노키아의 전략이 어느 정도 성공했다 생각해도 무방하지 않을까.
노키아, 네트웍스, 히어, 테크놀로지스로 사업부 재편
노키아 네트웍스 사업부에서 아시아, 아프리카 지역 마케팅을 총괄하고 있는 '아스트리드 케이벨(Astrid Keibal)'이 핀란드 에스푸에 위치한 노키아 본사에서 한국 기자 일행을 맞이했다. 그는 "한국에서 먼 이 곳, 핀란드까지 와주셔서 너무 감사하다. 요 며칠 갑자기 날씨가 추워졌는데, 오늘은 날씨도 조금 풀렸다. 아마 여러불들이 오셔서 그런 것 같다"라고 인사를 건넸다. 이어서 그는 "최근 노키아는 커다란 변화를 거쳤다. 모바일 사업부를 MS에 매각했으며, 기존 노키아 사업부도 네트웍스, 히어, 테크놀로지스 등 총 3개 사업부로 재편했다. 다만, 노키아가 추구하는 비전은 바뀌지 않았다. 모바일 브로드밴드 즉, 네트워크를 강화한다는 비전 아래 개발을 지속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노키아가 내세운 비전은 '네트워크로 연결한 세상 구축'이다. 노키아가 내세운 비전은 '네트워크로 연결한 세상 구축'이다. 이를 위해 네트웍스(Networks, 통신 장비 및 이동통신기술 등), 히어(HERE, 맵 기술), 테크놀로지스(Technologies)로 사업부를 재편했다. 대용량 데이터 트래픽을 감당할 할 수 있는 네트워크 기술, 가상세계와 실제세계를 연결하는 위치 기반 서비스, 센서, 라디오 및 저전력 기술 등을 지속적으로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그는 "노키아 네트워크가 차지하는 매출 비중은 90% 이상이다. 우리의 비전을 토대로 지속적인 개발과 노력을 통해, 앞으로 IoT 시대의 리더가 되는 것이 목표다"라며, "한국의 기자분들을 왜 이곳까지 모셨는지 궁금할 것이다. 우리는 한국의 모바일 브로드밴드 기술력을 최고라고 생각한다. 노키아의 선진 네트워크 기술을 알리고, 우리의 장비를 전세계에 알릴 수 있는 최적의 장소가 바로 한국이다. 이 곳에서 차세대 혁신 기술에 대해서 함께 이야기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그는 그냥 한국이라는 말만 하지 않았다. 또박또박 '대한민국'이라고 말하며, '감사합니다'라고 한국어로 말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진심으로 기자들을 대하고자 노력하는 그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과거의 노키아는 잊어라
아스트리드가 인사말을 전한 뒤, 노키아에서 전사 홍보를 총괄하고 있는 '마이자 타이미(Maija Taimi)'가 설명을 시작했다. 그는 "재편한 노키아의 3개 사업부 홍보를 모두 담당하고 있다. 지난 2006년 노키아에 입사한 뒤, 현 라지브 수리 CEO 이전 CEO가 있을 때부터 일했다. 2007년, 2008년 활황기와 작년 모바일 사업부 매각까지 많은 일을 겪었다"라며, "모바일 사업부 매각은 지난 4월에 모두 끝냈다. 동시에 우리는 새로운 전략과 비전을 발표했다. 전폭적인 변화다. 경영진도 바뀌었으며,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새로운 사업에 뛰어들었다. 그야말로 대대적인 변화였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서 그는 "이제 우리는 스마트폰, 태블릿PC로 시작된 모바일 시대를 지나 모든 사물이 인터넷에 연결되는 IoT 시대에 접어들 것이다. 이같은 변화를 노키아가 어떻게 기회로 삼을지, 어떻게 경쟁해나갈지 고민했다"라며, "노키아는 내년에 150주년을 맞이한다. 지난 1965년 지금의 모습이 아닌 제지공장을 건설하며 노키아는 사업을 시작했다. 그동안 많은 사업을 거쳤다. 제지, 펄프, 화장품, 휴대폰 등 다양한 분야로 사업을 확대했다. 한때는 고무신도 만들었다. 물론, 지난 10년간 노키아의 가장 큰 주력 사업은 휴대폰 시장이었다. 그래서일까. 모바일 사업부를 MS애 매각하고 난 뒤, 마치 이제 노키아는 사라진 기업이라고 생각하더라. 하지만, 한가지 간과한 사실이 있다. 노키아는 휴대폰뿐만 아니라 네트워크와 히어 등 여러 사업을 함께 보유하고 있었다. 과거 모바일 사업부와 비교해 많은 조망을 받지 못했을 뿐이다"라고 설명했다.
<역대 노키아 CEO의 초상화가 걸려있다>
그는 "노키아 네트워크 사업부는 2007년부터 노키아 전체 그룹 내 하나의 부서로 시작했다. 그리고 2007년, 지멘스와 합작해 노키아 지멘스 네트워크로 바뀌었으며, 작년에 지멘스의 지분을 전부 인수해 노키아 솔루션 네트웍스로 사명을 바꿨다. 그리고 올해부터는 과거 노키아의 이름을 그대로 이어 받아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라며, "노키아 본사는 사내에서 '노키아 캠퍼스'라고 부른다. 이 곳에 2,600명 정도의 직원이 근무 중이며, 내년에 900 명 정도의 직원이 추가로 이쪽으로 옮겨온다"라고 말했다.
그는 노키아의 역사에 대해서 먼저 이야기한 것을 단순한 의미로 치부하지 않았다. "우리의 비전, 우리의 슬로건은 사람을 연결한다는 뜻이다. 약 150년에 달하는 노키아의 역사는 이같은 슬로건을 바탕으로 이뤄졌다. 이전에는 휴대폰을 통해서 사람과 사람을 연결했지만, 이제는 네트워크와 지도 등을 통해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고자 노력한다. 과거의 유산을 한결같이 지켜나가겠다는 다짐이다"라고 말했다.
노키아의 변화, 이제 본격적인 막을 올렸다
"노키아의 변화는 이제 시작했다. 하지만, 어느새 각 사업부 모두 시장에서 나름의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네트워크 사업부는 전세계에서 3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며, 히어도 경쟁력을 인정받아 BMW, 현대, 기아 등 여러 자동차 제조사에 지도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테크놀로지스 사업부도 앞으로 계속해서 투자를 늘려나갈 것이다"라며, "앞서 아스트리드도 얘기했지만, 노키아의 비전은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고, 사람과 사물을 연결하는 것이다. 우리는 이를 어떻게 할 것인가 고민했다."
"최근 IT 업계 전반에 여러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업계 전반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이며, 노키아는 어떤 포지션을 지킬 것인가. 기술 발전을 어떻게 창출하고 기회를 늘려갈 것인가 고민했다. 보고 있는 것은 여러 곳의 출처를 모은 데이터다. PC, 스마트폰 등에 탑재하는 프로세서의 전력 소모량은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으며, 성능은 향상하고 있다. 네트워크가 증가하고, 모바일 데이터 가격도 낮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다양한 모바일 기기가 출시 중이다. 이에 따라 주고받는 데이터양이 늘어났고, 빅데이터 시장도 점점 커지고 있다. 우리의 고민은 여기서 시작했다. 앞으로 노키아는 어떻게 이 변화를 준비할 것인가."
"그야말로 기술적인 격변이다. 스마트폰 성능이 향상하고, 데이터양이 증가하는 단순한 의미가 아니다. 변화가 IT 업계 전반에 걸쳐서 일어나고 있으며, 전체 시장이 변화하고 있다. 결국 노키아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 간 연결이다. 우리는 인사이트와 자동화를 중요하게 생각했다. 사람들이 간편하고 사용하고,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고민했다. 앞으로는 IoT 시장에 관심이 집중될 것이다. 우리는 이를 프로그래밍 월드라고 말한다. 모든 사물이 인터넷에 연결한다는 의미는 모든 것을 프로그래밍할 수 있다는 뜻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과거에는 정적인 네트워크의 시대였다면, 이제는 센서의 발전과 데이터양의 증가를 통해 주변 환경에서, 사물에서 정보를 얻고, 이를 분석해 새로운 경험을 얻는 네트워크 시대가 도래했다. 'Thinking Network'. 네트워크를 생각했다. 오늘날, 현재의 네트워크는 천편일률적이고 똑같다. 그래서 우리는 콘텐츠에 따라서 맞춤화할 수 있고, 변화할 수 있고, 동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네트워크를 구성하고자 노력했다."
"가장 필수적인 것을 4가지를 생각했다. 첫번째, 수백억 개에 달하는 기기의 연결이다. 스마트폰만 언급하는 것이 아니다. 작은 센서뿐만 아니라 자동차처럼 큰 기기도 네트워크로 연결하는 세상이다. 두번째, 지역 정보를 바탕으로 실제 세계와 가상 세계를 연결하는 것이다. 위치 정보뿐만 아니라 다양한 정보를 담고자 노력했다. 토요일 저녁 6시에 핀란드 헬싱키에는 몇 명의 사람이 있는가 등의 정보를 파악하고 이를 토대로 교통 채증이 언제 어디서 발생하는지 예상하려고 노력했다. 세번째, 여러 기기의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하고 활용할 수 있는지 고민했다. 다양한 센서가 수집하는 정보는 방대하다. 이 같은 정보를 제대로 분석할 수 있어야 한다. GPS 센서를 통해 위치 정보를 얻었다 해도, 추운 밖인지, 따뜻한 실내인지 정확히 알아낼 수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네번째는 보안이다. 여러 정보를 활용하는데 안전한 보안 장치는 필수다."
"다소 설명이 길었다. 그래서 우리는 3가지 사업부에 집중한다. 변화에 맞췄다. 미래의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노키아 네트웍스, 미래의 위치 정보를 준비하는 노키아 히어, 센서 및 라디오, 소재 기술 등에 주력하는 노키아 테크놀로지 사업부다. 노키아 네트웍스 사업부는 위기도 겪었지만, 지금의 노키아를 지탱하는 버팀목이 됐다. 과거 노키아가 모바일 사업부를 보유하고고 있었을 때, 히어 사업부는 노키아폰만을 위해서 개발했지만, 이제는 다양한 모바일 운영체제에 대응할 수 있도록 변화했다. 오히려 이같은 변화를 통해 더 경쟁력을 키울 수 있었다. 전화위복이 된 셈이다. 테크놀로지스 사업부는 자동차 제조사뿐만 아니라 60여 개의 휴대폰 제조사, 이동통신사 등과 라이센스 계약을 맺고 있다. 영업이익률이 가장 높은 곳이 바로 테크놀로지스 사업부다."
"히어 사업부는 앞으로 스마트폰, 태블릿PC, 웨어러블 기기 등 일반 사용자들에게 위치 정보를 제공해나갈 것이다. 또한, 자동차 제조사와의 협력을 더욱 곤고히 해 스마트카 시장을 준비할 것이며, 위치 정보를 필요로 하는 SAP, 오라클과 같은 다른 기업과도 협력해나갈 것이다. 각 기업이 필요로 하는 정보를 제공해 새로운 수익과 기회를 창출하고자 노력 중이다. 테크놀로지스 사업부는 지난 20년 동안 약 500억 유로를 R&D로 투자해왔다. 이 투자는 앞으로도 계속할 것이다. 새로운 기술 개발, 혁신적인 소재 개발은 계속될 것이다."
"이 표는 노키아의 현재 재무현황을 간단하게 적은 것이다. 2013년부터 노키아는 영업이익에 흑자를 기록 중이다. 모바일 사업부가 적자를 낼 때도, 네트웍스 사업부는 8분기 동안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테크놀로지 사업부 직원은 600명 정도지만, 수익률은 가장 높다. 사람들은 네트웍스 사업부가 최근 지멘스 지분을 인수한 사실, 모바일 사업부를 MS로 매각한 사실 등에만 주목한다. 하지만, 노키아는 계속해서 각 사업부의 경쟁력을 강화했고 앞으로고 그럴 것이다. 다양한 업체와도 협력 중이며, 필요한 경우 인수합병도 진행 중이다."
"전세계에 노키아 직원은 5만 7,000명이 있다. 노키아 네트웍스 사업부에 4만 9,700명, 히어 사업부에 6,000명, 테크놀로지 사업부에 900명 정도가 근무 중이다. 한때 7만 명이 넘었던 시절도 있었지만, 어려움을 딛고 지금의 노키아를 만들었다. 지난 150년 동안 노키아는 많은 위기를 겪었고, 기회를 만들었다. 3번의 부도 위기도 무사히 넘겼다. 앞으로도 노키아는 책임감 있는 기업, 신뢰감 있는 기업이 되고자 노력할 것이다."
<노키아가 최근 인수합병한 대표 기업들>
그는 약 1시간 가까이 열정을 다해 설명했다. 모두가 망한 것 아니냐고 질문할 때도 지금의 노키아를 만들기 위해 전 직원이 노력했다는 것이 그의 말. 한국 시장에서도 노키아는 선전 중이다. 노키아코리아 원재준 지사장은 "얼마 전, 한국 네트워크 시장에서 점유율 30%를 기록했다"라며, "앞으로 45~50%에 도달할 때까지 더욱 정진할 것이다. 10명 남짓한 직원도 어느새 200명 가까이로 늘어났다. 많은 사람이 노키아의 위기라고 했지만, 우리는 오히려 지금이 다시 한번 발전할 수 있는 기회하고 생각한다"라며, "앞으로 노키아를 지켜봐달라"라고 자신했다.
글 / 핀란드 에스푸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