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페이지 접속차단 함부로 하면 배상책임 진다"
사단법인 오픈넷이 사단법인 금융결제원, 한국인터넷진흥원, 에스케이텔레콤 주식회사, 주식회사 엘지유플러스를 상대로 금융앱스토어 비판사이트 운영자를 대리하여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2심)에서 원심을 뒤집고 원고 일부 승소판결을 이끌어냈다고 4일 밝혔다. (서울중앙지방법원 2014. 9. 2. 선고 2014나5523 판결)
다음은 오픈넷의 발표 전문이다.
금융앱스토어 비판 사이트는 2013년 4월 정부 정책으로 도입된 '금융앱스토어'의 보안 취약성을 비판하기 위하여 대학생인 웹 개발자가 자비를 들여 만든 사이트이며, 금융앱스토어를 사칭한 피싱 사이트를 패러디하여 금융앱스토어가 피싱 위험에 취약하고 알 수 없는 출처의 앱을 설치하도록 한 것에 대한 위험성을 알리고자 개설했다.
그러나 해당 사이트에는 정보통신망법 제49조의2 제1항이 금지하는 피싱 관련 기능이 전혀 없으며 매우 단순한 구조임에도 금융결제원은 이를 피싱 사이트라는 사유로 한국인터넷진흥원에 차단을 요청하였다. 이에 한국인터넷진흥원은 망 사업자들에게 해당 사이트에 대한 접속차단 협조요청을 발령한 후, 정보통신망법 위반사항이 없다는 이유로 25분만에 접속차단 요청을 번복하였다. 이 과정에서 에스케이텔레콤과 엘지유플러스는 즉시 접속차단 해제를 하지 않았고 그 결과 3일간 해당 사이트에 대한 접속이 차단됐다.
본 사건의 재판부는 한국인터넷진흥원은 정보통신망법 위반 여부를 최종 심사할 고도의 주의의무를 가지고 있는데, 정보통신망법 위반 여부에 대해 제대로 심사하지 않은 과실이 있어 금융앱스토어 비판 사이트에 대한 접속차단은 위법하다고 판단했고, 피고 이동통신사들은 제때 접속차단 해제를 하지 않은 과실을 인정하여 한국인터넷진흥원과 피고 이동통신사들은 각자 원고에게 100만 원의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선고하였다. 다만 금융결제원의 경우 정보통신망법 위반의 개연성만 존재하더라도 신고를 해야 할 법적 의무가 있다고 보고, 금융앱스토어 비판사이트에 대한 신고는 위법하지 않아 손해배상책임이 없다고 판단했다.
본 사건은 2013년 사단법인 오픈넷이 출범 이후 최초로 제기한 공익 소송이며, 이번 판결은 인터넷상 표현의 자유에 대한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이미 인터넷상 표현의 자유의 중요성에 대해 거듭 판단을 내린 바 있고, 본 판결은 접속차단 관련 행정심의에 요구되는 '엄격한 주의의무'를 인정한 것임은 물론, 다소 과격한 패러디의 형식으로 정부 정책을 비판한 행위 역시 헌법이 보장하는 인터넷상 표현의 자유 영역에 속한다고 판단한 것이기 때문이다.
향후 오픈넷은 정부가 각종 행정 심의를 통하여 국민의 인터넷상 표현의 자유에 대해 족쇄를 채우려 하는 모든 시도에 대하여 강력하게 대응해나갈 것이며, 본 판결은 그 시금석이 될 것이다.
글 / IT동아 강일용(zer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