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룸미러 품은 블랙박스, 크로스오버 CR800
최근 들어 차량용 블랙박스 시장을 살펴보면 화질은 SD급에서 HD급으로, 그리고 풀HD급까지 높아진 제품이 흔해졌으며 충격감지, 배터리 내장, LCD 탑재 등의 부가기능을 갖춘 제품도 많다. 다만, 이러한 기본적인 사양은 발전하고 있지만, 제품의 기본적인 형태는 거의 비슷하다. 이 때문에 제품을 골라야 하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고민이 될 수 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크로스오버존(이하 크로스오버)의 고샷(GOSHOT) CR800는 상당히 신선한 시도라고 할 수 있다. 원통형, 혹은 네모형 블랙박스 제품이 대다수인 현 상황에서 과감하게도 룸미러형(실내용 백미러) 디자인을 도입했기 때문이다. 운전자 중 상당수가 차량에 기본적으로 달린 순정 룸미러의 크기에 만족하지 못해 좀더 큰 사제 룸미러를 다는 경우가 있는데, CR800를 이용한다면 대형 룸미러 + 블랙박스의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여기에 풀HD급 화질을 지원하는 등 블랙박스로서의 사양도 볼만 하다.
외견은 영락 없는 사제 룸미러, 넓은 면적 덕분에 후방 시야 확보에 유리
크로스오버존 고샷 CR800의 전면 외형은 하단에 조작 버튼 몇 개가 달린 것을 빼면 영락 없는 사제 대형 룸미러다. 좌우 폭은34cm 정도로, 일반적인 순정 룸미러에 비해 10cm 정도 더 넓어서 좀더 넓은 후방 시야를 확보할 수 있다.
후면 역시 사제 룸미러의 그것과 거의 비슷하다. 훅과 흡착부가 달려있어 기존 룸미러에 제품을 단단히 고정할 수 있다. 하지만 우측에는 카메라, 그리고 좌측에는 스피커가 달려있어 이 제품이 엄연히 블랙박스라는 점을 알 수 있다. 카메라는 상하좌우로 조금씩 각도를 바꿀 수 있어 룸미러의 각도가 바뀌어도 정확한 촬영이 가능하다.
제품 상단에는 전원 및 USB 포트, 그리고 AV(영상음성) 출력 포트 및 마이크로SD카드 슬롯이 있다. 최대 32GB의 마이크로SD카드를 꽂을 수 있는데, 기대도 하지 않았던 기본 포함 마이크로SD카드가 의외로 고품질이다. 모델에 따라 킹맥스의 8GB, 혹은 16GB 메모리카드가 포함되는데(미포함 모델도 있음) 속도가 빠른 클래스10, 내구성이 높은 MLC 방식의 제품이다. 품질이 낮은 메모리카드를 쓰면 블랙박스의 성능 역시 덩달아 저하되므로 메모리카드를 고르는 안목이 없는 소비자라면 되도록 메모리카드 포함 모델을 선택하도록 하자.
장착 간편하고 설치 후 위화감도 없어
CR800을 차량에 장착해보자 이 제품의 가장 큰 장점은 설치가 쉽고 설치 후에도 위화감이 그다지 없다는 점이다. 기존의 순정 룸미러에 CR800을 끼운 후 전원 케이블을 시거잭에 꽂으면 곧장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이 된다. 전원은 동봉된 케이블을 이용해 차량의 시거잭에 꽂으면 된다. 케이블이 거추장스럽다면 동봉된 케이블 클립을 이용해 정리하자.
내장 배터리 덕분에 상시 전원 없이도 한동안 촬영 가능
참고로 CR800는 기본적으로 시거잭 전원으로 구동하기 때문에 차량 시동을 끄면 블랙박스의 전원 역시 같이 꺼진다. 만약 주차 중에도 계속 감시를 하고 싶다면 별도로 상시 전원 케이블을 구매해 작업을 해줘야 한다. 다만, 이는 전문가의 손길이 필요한데다 CR800의 특성인 손쉬운 탈착을 어렵게 하기 때문에 작업 전에 신중히 생각해 보자.
그리고 CR800은 제품 내부에 외부 전원 연결 없이도 한동안 작동이 가능한 배터리(500mAh)를 내장하고 있다. 작동 시간은 30분 정도로 그다지 긴 편은 아니지만 사고나 주차 등으로 외부 전원이 차단 되었을 때 요긴하게 쓸 정도는 된다.
LCD와 촬영 시야각은 양호하지만 화질은 다소 거친 편
실제로 CR800를 차량의 룸미러에 장착하고 이용을 해봤다. 시거잭에 꽂고 시동을 거니 자동으로 전원이 들어오며 곧장 구동되는 것을 확인했다. 룸미러의 좌측 한 켠의 LCD에 현재 촬영하고 있는 영상이 표시되므로 그다지 위화감도 없다. 표시 영상이 룸미러를 보는데 방해가 된다면 자동으로 꺼지게 할 수도 있다(물론 영상이 꺼져도 녹화는 계속된다). 제품의 형태 때문에 촬영 각도가 좁을까 걱정했지만 실제로 표시되는 영상을 보니 문제 없이 전방을 완전히 촬영하는 것을 확인했다.
CR800으로 찍을 수 있는 가장 높은 화질의 영상은 풀HD급인 1,920 x 1,080 해상도의 영상이다. 다만 풀HD급으로 화질을 설정하면 초당 프레임이 10프레임 수준으로 낮아지므로 움직임이 다소 끊긴다. 좀더 부드러운 영상을 원한다면 HD급인 1,280 x 720 해상도로 설정하자. 이렇게 하면 초당 30프레임으로 부드럽게 구동되는 동영상을 찍을 수 있다. 화질과 움직임을 모두 포기하기 힘들다면 1,440 x 1,080 해상도(초당 15프레임)로 설정하는 것도 한가지 방법이다.
풀HD 모드의 CR800으로 촬영된 동영상을 확인해 보니 고가의 타사 풀HD급 블랙박스에 비하면 화면의 질감이 다소 거칠다. 특히 야간에 촬영한 영상의 경우는 노이즈와 난반사가 제법 있어서 더욱 풀HD급답지 않다. 물론 SD급 블랙박스 수준으로 화질이 떨어진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풀HD급 이라기 보다는 HD급 수준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좋을 수준이다. 번호판 식별 능력도 차량 주변 2~3미터 근방의 정지한 차량, 혹은 저속으로 움직이는 차량 정도만 가능하다.
그리고 CR800은 요즘 블랙박스답게 충격이나 갑작스런 움직임을 감지해 따로 녹화하는 이벤트 녹화 기능도 갖추고 있다. 다만, 과속방지턱을 넘거나 차 문을 닫기만 해도 이벤트로 감지되는 타사 블랙박스에 비하면 충격 감지 감도가 다소 둔한 편이다. 민감도를 최대로 높여도 마찬가지였다. 필자가 이전에 이용했던 유라이브나 아이리버 제품의 경우 하루에도 10번 가까이 충격을 감지해 이벤트 영상으로 감지했으나 CR800의 경우는 비슷한 상황에서 1~2번 정도만 이벤트 영상을 녹화했다.
ECM 기능 없지만 큰 문제는 되지 않을 듯
한편, 기대하지 않았던 룸미러 자체의 품질이 생각 이상으로 좋은 편이다. 요즘 신형 차량에는 야간 운전시 거울의 반사율을 낮추는 ECM 룸미러가 탑재되어 있다, CR800은 이 기능을 지원하지 않아 다소 불안했는데 실제로 써보니 ECM 룸미러가 아닌데도 야간에 반사가 그다지 심하지 않았다. 거울 재질에 제법 신경을 쓴 모양이다.
아쉬운 점 없지 않지만 편의성과 '가성비'는 인정할 만
크로스오버존의 고샷 CR800은 여러모로 이색적인 제품이다. 블랙박스뿐 아니라 대형 사제 룸미러의 기능을 겸한다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주목을 받을 만 하며, 탈부착과 사용방법이 간단하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다만, 풀HD급을 지향하는 제품이면서도 실제 화질은 이에 다소 미치지 못한다는 점, 그리고 충격 감지센서의 낮은 감도, 그리고 1채널 이라는 것 등은 아쉬운 점이다.
2014년 9월 현재 인터넷 최저가 기준 크로스오버 CR800은 12만원 정도의 값에 팔리고 있다. 다소의 아쉬운 점이 있더라도 제품 전반의 특성과 편의성을 생각해 본다면 상품성 및 가격 경쟁력은 충분하다. 여타의 저가형 블랙박스와 달리 국내에서 개발해 만들었다는 점도 나름의 장점이다. 다만 크로스오버존의 다음 제품은 단순히 '가성비'가 좋은 제품에 그치지 않고 '최고'라고 손 꼽을 만한 제품이 되었으면 좋겠다. 개발비와 제품 가격이 좀더 올라가더라도 이런 참신한 아이디어가 빛을 발한다면 소비자들은 기꺼이 지갑을 열어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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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