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하이저, 한국에 가지를 치다

나진희 najin@itdonga.com

"한국에 지사를 설립했다는 것은 우리가 분기나 연간 단위의 짧은 성과보다 더 먼 장기적인 관점에서 한국 시장을 바라본다는 것을 의미한다. 몇 년 안에 쉽게 한국을 떠나는 일은 없을 것이며 앞으로 한국 시장에서 우리가 의미 있는 성과를 낼 수 있으리라 믿는다"

젠하이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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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한국을 찾은 젠하이저 일렉트로닉(이하 젠하이저) 대표인 다니엘 젠하이저(Daniel Sennheiser)가 한국 지사 설립을 발표하며 이 같은 말을 덧붙였다. 한국 지사 설립으로 인해 젠하이저 국내 사용자는 더 나은 사후 관리를 받을 수 있게 됐으며, 젠하이저는 국내 시장 특성에 맞춘 마케팅 활동을 펼쳐나갈 수 있게 됐다.

깐깐한 한국 소비자의 특성

젠하이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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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이후 4년 동안 젠하이저의 국내 판매량은 두 배로 늘었다. 젠하이저 아시아의 사장이기도 한 응치순(Ng Chee Soon) 한국 지사장은 "예전에는 공연에 쓰이는 젠하이저 마이크 제품 등이 한국 시장에 많이 알려져 있었다. 그런데 최근 몇 년간 젠하이저의 일반 소비자용 제품이 큰 인기를 끌었다. 이제는 길거리에서도 젠하이저 헤드폰을 낀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젠하이저가 파악한 한국 소비자의 특성은 다른 글로벌 기업들이 말하는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서비스 및 품질에 대한 요구 수준이 높고, 기술에 대해 무척 잘 알고 있으며, 유행에도 민감하다. 기업 입장에서는 상대하기 만만치 않은 소비자다.

젠하이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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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소비자의 마음을 잡으면 세계를 잡는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그렇기에 젠하이저에게도 한국 지사 설립은 상당히 큰 도전이다. 다니엘 젠하이저 대표는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기업의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긍정적 요인으로 본 것.

젠하이저는 한국 시장에 특화한 서비스도 발표했다. 싱가포르에서 이미 시행하고 있는 '젠하이저 컨시어지 프로그램'이 그중 하나다. HD800, HD700, IE800 등 젠하이저의 프리미엄 제품을 구매하면 제품 픽업 서비스, 리턴 서비스, 배송 서비스 등을 받을 수 있다. 또한, 제품 수리 시 임시로 다른 제품을 빌릴 수 있어 중단 없이 젠하이저 제품으로 음악을 들을 수 있다. 이 서비스는 젠하이저 한국 지사가 있는 서울시에 국한된다.

또 다른 하나는 '카페 마케팅'이다. 한국인이야 익숙한 풍경이지만, 외국인들은 카페가 가득한 한국 길거리 풍경에 놀란다고 한다. 강력한 카페 문화를 활용하고자 젠하이저는 '젠하이저 뮤직 카페'를 열었다. 커피를 마시며 젠하이저의 헤드폰을 사용해보고 바로 구매하는 것도 가능하다. 간혹 미니 콘서트도 열어 방문객들이 음악을 다채롭게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젠하이저 응치순 한국 지사장
젠하이저 응치순 한국 지사장

젠하이저 응치순 한국 지사장은 "지사를 세운다는 것은 현지의 전문성과 지식을 구축하는 과정이다"며, "한국 소비자의 변화하는 요구와 한국 정부의 규제 변화를 더 빨리 이해해 적절히 대응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고 밝혔다.

독일 가족 경영 기업, 젠하이저

젠하이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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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하이저는 대표적인 독일 가족 경영 기업이다. 창립자인 프리츠 젠하이저(Fritz Sennheiser) 이후 3대째 기업을 경영해오고 있다. 다니엘 대표는 "가족 경영이기에 투자 분석가, 주주, 은행 등의 눈치를 보지 않고 오직 고객에게만 집중할 수 있다"고 전했다.

기업을 세운 프리츠 젠하이저는 과학자였다. 그렇기에 젠하이저는 과학에 근간을 둔다. 다니엘 대표는 "젠하이저 제품을 '스타일이나 외형에 치중하는' 여타 제품과 비교해서는 안 된다"고 봤다. 실제 젠하이저는 디자인보다는 사운드의 질에 더 공을 들인다.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더 나은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수많은 실험이 거듭되고 있다. 젠하이저의 대표 제품으로는 HD800, HD700, IE800, 모멘텀, 모멘텀 온이어 등이 있다.

70년간 젠하이저는 탄탄 대로를 달려왔다. 지난 2009년을 제외하고 한 번도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적이 없다. 지난해에는 1% 성장했다. 젠하이저에 따르면, 환율효과를 뺀다면 사실상 5% 성장과 마찬가지다.

젠하이저의 음향 기기는 60개 국가에 공급된다. 21일 젠하이저의 한국 지사가 설립됨에 따라 국내 소비자의 목소리가 더 잘 받아들여지리라 기대한다.

글 / IT동아 나진희(najin@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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