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군살 쫙 뺀 게이밍 노트북, 에이서 E1-572G
PC, 노트북 시장이 침체된 탓일까. 불과 1~2년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는 가격으로 노트북이 시중에 출시돼고 있다. 못해도 100만 원은 지불해야 구매할 수 있던 쓸만한 성능의 노트북을 이제 60만 원대에 구매할 수 있다. 이번에 소개할 에이서 E1-572G(이하 E1)가 그러한 제품이다.
E1의 가격은 59만 원(인터넷 최저가 기준)에 불과하다. 하지만 성능은 예사롭지 않다. 크기 15인치 해상도 풀HD(1,920x1,080) 디스플레이, 4세대 인텔 코어 i5-4200U 듀얼코어 프로세서(1.6GHz), AMD 라데온 R5 M240 그래픽 프로세서(전용 메모리 1GB), 4GB 메모리, 500GB 저장공간(HDD), 108키 풀 사이즈 키보드 등을 갖추고 있다. 인터넷, 동영상 감상, 문서작성 등 일반적인 작업뿐만 아니라 왠만한 게임은 다 실행할 수 있는 데스크톱 대체형 노트북이다.
라데온 R5 M240?
다른 부품은 타 노트북에서 흔히 볼 수 있지만, 그래픽 프로세서 라데온 R5 M240은 처음 본다. 어느 정도의 성능을 갖춘 부품일까.
솔직히 말하자. R5 M240은 작년 중급 노트북에 널리 사용된 라데온 HD 8670M의 리프레시 모델이다. 리프레시 모델이란 하드웨어적인 변경점은 거의 없지만, 대신 소프트웨어 신기술을 추가하고 이름만 살짝 바꿔 출시하는 제품을 말한다. 때문에 R5 라데온 M240은 라데온 HD 8670M과 비슷한 성능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E1으로 게임을 어느 정도까지 실행할 수 있을까? 초고사양 온라인 게임이나 최신 3D 패키지 게임은 힘들지만, 출시된지 1~2년 정도 된 게임과 예전 3D 온라인 게임은 나름 쾌적하게 즐길 수 있다. '디아블로3'의 경우 그래픽 옵션을 낮추고 풀HD 해상도로 실행하면 20~30프레임, HD 해상도(1,280x720)로 실행하면 50~60프레임으로 나타난다. 풀HD 해상도로 즐기는 것은 힘들지만, HD 해상도로는 쾌적하게 즐길 수 있다. '리그오브레전드'와 '피파온라인3'는 풀HD 해상도, 높은 그래픽 옵션으로도 매우 쾌적하게 실행된다. '블레이드&소울'의 경우 HD 해상도로 실행하면 30프레임 내외로 나오지만, 적과 전투에 들어가면 프레임이 급락해 제대로 즐기기 힘들다.
'스타크래프트2: 군단의 심장'은 HD 해상도 중간 그래픽 옵션으로 실행하면 40프레임 내외로 실행된다. 맵에 유닛과 건물이 많아지면 30프레임 내외로 줄어들긴 하지만, 게임을 즐기는데 큰 지장은 없다. 툼레이더(리부트)의 경우 HD 해상도 중간 옵션으로 실행하면 20~25프레임으로 측정된다. 화면이 간헐적으로 끊겨 제대로 즐기기 어렵다. '디스아너드'와 '엘더스크롤5:스카이림'은 HD 해상도 중간 옵션으로 실행하면 40~50프레임으로 무난하게 즐길 수 있다.
E1은 라데온 R5 M240과 인텔 HD4000 그래픽스 그래픽 프로세서를 함께 탑재한 이중 그래픽 구조를 갖추고 있다. 3D 그래픽을 제작하거나 게임을 즐길 때에는 (상대적으로) 고사양인 라데온 R5 M240을 사용하고 인터넷이나 문서 작성 등 일반적인 작업을 처리할 때에는 전력을 적게 소모하는 인텔 HD4000 그래픽스를 활용해 노트북의 전력 소모를 최대한 줄이는 구조다. 때문에 게임을 실행할 때 주의해야 할 점이 하나 있다. AMD 카탈리스트 드라이버에 들어가 특정 게임을 실행할 때 라데온 R5 M240을 사용하겠다고 반드시 설정해줘야 한다. 외국의 유명 패키지 게임이나 포토샵, 오토캐드 등 전문가용 프로그램은 카탈리스트가 인식하고 라데온 R5 M240을 자동으로 활성화시켜주지만, 국내 온라인 게임은 도무지 인식하질 못한다. 수고스럽겠지만 사용자가 'AMD 카탈리스트 콘트롤센터 > 전원 > 전환가능한 그래픽 응용 프로그램 설정 메뉴'에 들어가 직접 설정해주자. 이를 설정하지 않을 경우 인텔 HD4000 그래픽스로 응용 프로그램을 실행하기 때문에 E1의 성능을 제대로 끌어낼 수 없다.
<카탈리스트 설정에
들어가 그래픽 설정을 '고성능'으로 해야 라데온 그래픽 프로세서를 이용할 수 있다>
흠잡을 데 없는 완성도
저가 노트북을 구매하면 으레 하는 걱정이 '제품을 성의없게 만든 것 아닐까'다. 사실 에이서의 저가 노트북 가운데 그런 제품이 종종 섞여 있어서 걱정을 더욱 부채질한다. 하지만 이번엔 믿어도 좋다. E1은 허투루 만들지 않았다. 유격이나 힘주어 누르면 움푹 패이는 현상도 없다. 데스크톱 노트북이 갖춰야할 확장성도 제대로 갖추고 있다.
본체는 전부 플라스틱으로 제작했다. 색상은 무난한 짙은 회색이다. 흠집이 잘 발생하지 않고, 설사 발생하더라도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본체 무게는 2.09kg, 어댑터까지 함께 휴대하면 2.43kg이다.
확장성도 뛰어나다. 본체 좌측에는 HDMI, D-SUB, LAN, USB 3.0 단자(1개)가 존재하고, 우측에는 USB 2.0 단자(2개)와 ODD용 슬롯이 존재한다. 정면에는 SD카드 리더기도 있다(32GB까지 인식). HDMI 단자는 1.4 버전이다. 이를 통해 최대 UHD 해상도(3,840x2,160) 30프레임으로 외부 모니터에 화면을 출력할 수 있다.
풀 사이즈 108키 키보드도 매우 인상적이다. 풀 사이즈란 키의 너비가 15mm로, 데스크톱용 키보드와 동일한 키보드를 뜻한다. 게다가 E1 키보드의 좌측에는 숫자키 모음이 있어 숫자 입력이 잦은 사용자는 한층 편리하게 활용할 수 있다. 한국인의 사용빈도가 높은 오른쪽 시프트키도 큼직하다. 다른 노트북도 E1의 키보드를 본받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배터리는 갑작스러운 정전을 대비하기 위한 용도에 더 가깝다. 1시간 30분도 채 버티지 못하니 어딜 들고 다니든 전원 어댑터를 꼭 함께 휴대하자.
하단 케이스 일부를 떼어내면 저장장치와 메모리를 교체할 수 있다. 메모리 슬롯은 2개를 제공하고, 이 가운데 하나가 비어있다. 킹스톤 4GB DDR3L 12800이 기본 탑재돼 있으니 메모리를 8GB 듀얼로 업그레이드하고 싶다면 참고할 것.
화면의 경우 해상도는 뛰어나지만, 시야각이 좁은 TN 패널을 채택했다. 노트북 디스플레이 패널은 단가를 절약하기 위해 TN 방식이 대부분인 만큼 단점이라 할 수는 없다.
PC에 대한 지식이 있는 사용자에게 추천
쓸만한 성능과 뛰어난 완성도 그리고 저렴한 가격까지 보유한 E1이지만, 아무에게나 추천할 수는 없다. 제품 가격을 최대한 낮추기 위해 두 가지 요소를 제거했기 때문이다.
첫째, E1은 운영체제를 제공하지 않는다. 이른바 '깡통 PC'다. 제품을 구매한 후 사용자가 윈도 운영체제와 각종 드라이버를 일일이 설치해줘야 한다. PC 관련 지식을 사전에 보유한 사용자가 아니라면 선뜻 손이 가질 않는다. 그나마 드라이버를 DVD로 제공하는 점은 다행이다. (인텔 그래픽 드라이버, AMD 그래픽 드라이버, 터치패드 드라이버, 무선랜 드라이버는 반드시 설치해야 한다. 구매할 계획이라면 참고하자)
둘째, DVD 드라이브(ODD)가 생략돼 있다. 제품 오른쪽 DVD 드라이브 자리엔 공간을 채우기 위해 모형만 들어 있을 뿐이다. DVD를 읽고 싶다면 노트북용 DVD 드라이브 또는 외장 DVD 드라이브를 구매해야 한다. 이러한 문제 때문에 윈도 설치도 DVD 대신 USB 드라이브로 진행해야 한다. 아니면 부팅을 지원하는 외장 DVD 드라이브를 준비하거나.
다만 사용자가 추가 비용만 더 투자하면 언제든지 운영체제와 ODD를 추가할 수 있기에 둘 다 큰 문제는 아니다. 60만 원에 이만한 성능을 갖춘 노트북을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PC 관련 지식을 많이 보유하고 있고, 저렴한 데스크톱 대용 노트북을 찾는 사용자라면 E1을 눈 여겨 볼 이유가 충분하다.
글 / IT동아 강일용(zer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