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초소형 PC를 위해 태어났다. AMD AM1 플랫폼
요즘은 거치형 PC는 무조건 데스크탑, 휴대용 PC는 무조건 노트북으로만 분류하지 않는다. 물론 데스크탑과 노트북은 많이 쓰고 있지만 그 외에도 본체와 화면이 일체화된 올인원 PC, 화면을 터치하며 쓰는 태블릿 PC, 태블릿과 노트북을 오가는 투인원(2 in 1) 등, 장르가 다양화 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하나의 장르도 여러 형태로 나뉜다. 특히 데스크탑 중에서도 크기가 매우 작은 초소형 제품이 나오고 있는데, 이는 기존 PC에 비해 본체 크기가 1/4 정도라 공간 활용성이 높다. 때문에 TV 곁에 두고 영화 감상용으로 쓰이는 HTPC(홈시어터 PC)용으로도 적합하다.
그리고 이러한 초소형 PC를 위해 쓰이는 메인보드(주기판)가 바로 미니 ITX 규격이다. 미니 ITX 규격의 메인보드는 기판 크기가 일반 ATX 규격의 1/3 내지 1/4에 불과하다. 다만, 크기가 너무 작다 보니 성능도 다소 불만족스러웠다. 이런 와중에 발표된 것이 AMD의 'AM1' 플랫폼이다.
AM1은 정확히는 플랫폼이라기 보다는 프로세서의 소켓 형태 중 하나다. AMD에서 최근 주력하고 있는 APU(CPU와 GPU의 통합 프로세서) 중 저렴한 카비니(Kabini) 계열이 이 AM1 소켓 규격으로 제조되는데, 애슬론 5000 시리즈와 샘프론 3000/2000 시리즈가 대표적이다. 이들 AM1 규격의 APU는 TDP(열설계전력)이 25W로 소비전력이 낮은 편이다. 하지만 전 모델이 라데온 R3 신형 GPU, 애슬론 5000 시리즈와 샘프론 3000 시리즈의 경우는 쿼드코어 형태의 CPU까지 탑재하고 있어 사양적으로는 제법 쓸만해 보인다.
AM1은 이론적으로는 일반 ATX 메인보드에도 쓰일 수 있지만 AMD에선 이보다는 초소형인 미니 ITX 메인보드에 적용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사실 AM3+나 FM2+와 같은 고성능용 프로세서용 소켓이 이미 있는 상태이니 어찌 보면 당연하다. AM1 규격의 APU인 애슬론 5350, 그리고 이를 지원하는 MSI의 미니 ITX 메인보드인 AM1I를 직접 써보며 성능을 알아보자.
손바닥만한 기판에 있을 건 다 있어?
MSI의 AM1I 메인보드는 미니 ITX 규격 제품답게 크기가 매우 작다. 거의 손바닥 하나 정도의 크기라 일반 메인보드의 1/3 정도다. 메인보드의 크기가 이렇게 작으니 일반 데스크탑보다 훨씬 작은 본체에 탑재가 가능하다. 현재 시중에 미니 ITX 메인보드에 최적화된 초소형 PC 케이스가 적잖게 나와있으니 이를 이용하면 그야말로 책 한 권 크기의 PC를 꾸밀 수 있다.
작은 크기에 비해 각종 부가 기능은 충실하게 갖춘 편이다. 일단 개당 16GB, 합계 32GB의 1,600MHz DDR3 메모리를 꽂을 수 있는 2개의 메모리 슬롯을 갖추고 있으며, 별도의 그래픽카드를 꽂아 기능 확장이 가능한 PCI익스프레스2.0 x16 슬롯이 1개, 주로 노트북용 확장기기를 꽂는 미니 PCI익스프레스 슬롯도 1개를 탑재하고 있는 것이 눈에 띈다.
다만, 후면 패널의 구성은 크기의 제약 때문인지 단촐 하다. 4개의 USB 포트 중 2개가 USB 3.0 규격이라는 점, 그리고 D-Sub 및 DVI, HDMI 등 다양한 모니터 출력 포트를 갖췄다는 점 정도가 특징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의외로 최근 용도가 줄고 있는 구형 마우스/키보드용 PS2 포트를 2개 가지고 있는 점이 이채롭다.
30만원 이하로 구성하는 어엿한 PC
위 메인보드에 AM1 규격의 APU인 애슬론 5350과 1,600MHz로 동작하는 4GB의 DDR3 메모리 1개, 그리고 리뷰안테크의 850X 128GB SSD를 조합한 윈도7 기반의 간이 PC를 꾸몄다. 2014년 7월 현재의 인터넷 최저가 기준이라면 애슬론 5350의 가격이 6만 4,000원, MSI AM1I 메인보드가 4만 5,000원, DDR3 4GB 메모리가 4만원, 그리고 128GB SSD가 7만원 정도다. 그 외에 케이스나 파워서플라이 등의 주변기기 가격까지 고려한다면 약 20만원대 후반 ~ 30만원대 초반 사이의 가격으로 PC 한대를 꾸밀 수 있는 셈이다. 크기뿐 아니라 가격 역시 이 정도면 초슬림이다.
크기와 가격에 비하면 의외로 괜찮은 기본 성능
애슬론 5350 APU는 2.05GHz로 구동하는 쿼드코어 CPU와 라데온 R3 GPU를 함께 내장한 통합 프로세서다. PC의 성능을 측정, 수치화하는 벤치마크 소프트웨어인 퍼포먼스 테스트를 구동해 보니 CPU 부문은 2673점, 3D그래픽 부문은 401.3점으로 측정되었다.
대략 이 정도면 CPU는 인텔의 구형 코어 i3 데스크탑용, 혹은 신형 코어 i3 노트북용과 유사한 수준이다. 아주 고성능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가격에 비하면 상당히 준수한 성능이다. 다만 게임 성능에 영향을 미치는 GPU의 경우는 지포스 610M과 같은 보급형 GPU와 비슷한 수준이라는 점이 다소 마음에 걸린다. 실제로 PC를 구동하며 이용해 보면 나름 괜찮은 CPU 성능 덕분인지 인터넷 서핑이나 문서작업과 같은 일상적인 PC 사용에는 거의 문제가 없다.
게임 성능은 크게 기대하지 말아야
다만, 게임 성능은 너무 크게 기대를 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리그 오브 레전드(LOL) 정도의 저사양 게임을 하는 데는 평균 30프레임 이내를 유지하며 큰 문제가 없지만, 디아블로3, 블레이드엔소울과 같은 일정 수준 이상의 사양을 요구하는 게임에선 프레임 끊김이 제법 있는 편이라 이를 감수하던가, 아니면 해상도나 그래픽 옵션을 최저로 낮추어 플레이 하는 것이 그나마 좋을 것 같다.
PCI익스프레스2.0 x16 슬롯을 갖추고 있으니 게임 성능을 보강하기 위해 별도의 그래픽카드를 추가해 PC를 구성하는 것도 불가능은 아니다. 하지만 이렇게 하면 전체 시스템의 가격이 껑충 뛰는데다 본체의 크기도 커질 수 밖에 없으므로 여러모로 불합리하다. 본격적으로 게임을 하고 싶다면 비용을 좀 더 들여 일반 데스크탑 시스템을 장만하도록 하자.
멀티미디어 구동용으로는 적합해
게임 성능이 그다지 인상적인 편이 아니지만 멀티미디어 구동용으로는 상당히 준수한 성능을 발휘한다. 풀HD급 동영상도 무리 없이 재생하며, 신형 AMD 신형 AMD GPU의 특징인 AMD 스테디 비디오(AMD Steady Video) 기능도 지원한다.
이는 동영상의 흔들림을 보정하는 기능으로, 캠코더나 스마트폰으로 찍은 일상적인 동영상을 감상하고자 할 때 유용하다. AMD의 그래픽카드 설정을 저장하는 카탈리스트 센터에서 스테디 비디오 기능을 활성화하면 이후부터는 윈도미디어플레이어나 팟플레이어와 같은 플레이어로 동영상을 재생할 때 한층 흔들림이 덜해진 동영상을 볼 수 있었다.
신세대 PC와의 경쟁 속에서 내놓은 AMD의 제안
AMD의 AM1 플랫폼 기반의 PC는 확실히 '고성능'이라고 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가격이 싼데다가 플랫폼 자체의 크기가 작아 부담 없이 구성해 자유럽게 배치해 쓸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라 할 수 있다. 성능적인 문제도 게임 구동능력을 제외하면 무난한 수준이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와 같은 신세대 PC 플랫폼이 기존의 PC보다 인기를 끄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부담 없는 접근성이다. AM1 플랫폼도 그런 특성을 갖추고 있다. AM1 플랫폼은 기존 PC의 약점을 보완하면서 신세대 PC의 특징을 가미, 정체에 빠진 기존 PC 시장에 돌파구를 마련하고자 하는 AMD의 제안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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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