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퉁, 당신의 제품은 안녕하십니까?
짝퉁 또는 짜가. 가짜 제품을 언급할 때, 우리가 흔히 쓰는 표현이다. 요즘 가짜 제품은 도무지 겉모양만 봐서는 구별하기가 어렵다. 당최 뭐가 다른지. 전문가도 헷갈려 하는 마당에 일반 구매자들은 골머리를 썩는다. 가짜 제품을 잘못 구매한 사실을 뒤늦게 알아채도, 어떻게 손 쓸 방도가 마땅찮다. 반짝하고 사라지는 판매자를 찾기도 어려울뿐더러, 찾아도 보상을 제대로 받을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가짜 제품을 가지고 제조사에 찾아가 하소연해도 방도가 없다. 그저, 주의하고, 관찰하고, 또 한번 곱씹어 조심하는 수밖에 없다.
제품의 디자인을 그대로 모방한 가짜 제품의 폐해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국내 시장을 일컬어 '짝퉁 코리아'라는 웃지 못할 표현까지 뒤따른다. 작년 1월, 한국소비자보호원이 발표한 국내 위조 상품 시장 규모는 약 27조 4,000억 원이다. 세계 주요 리서치 회사들이 최근 3년간 발표한 전세계 명품 관련 이미테이션 시장 규모는 평균 600조 내외다. 산업계를 막론한다. 짝퉁 명품을 비롯해 가짜 석유와 양주, 불법 복제 소프트웨어 등 수많은 분야의 제품이 짝퉁으로 앓고 있다.
짝퉁 제품은 가짜라는 것을 모르고 속을 때도 있지만, 진품보다 가격이 싸다는 이유로 알고서 구매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나마 알고 샀다면(이것도 전혀 좋은 행동은 아니지만) 이해라도 한다. 문제는 모르고 샀을 때다. 피해를 보상받을 방법이 '없다'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최근 벨킨이 가짜 벨킨 라이트닝 케이블 및 충전기 제품에 대한 주의 공지를 올렸다. 벨킨은 "현재 국내 온라인 마켓을 중심으로 가짜 벨킨 제품 유통이 급증하고 있습니다"라며, "대부분 외관이 정품과 유사해 병행수입 제품이라고 주장하지만, 제품 분해 등을 통한 분석 결과 정품과 완전히 다른 구조의 저가 부품을 사용한 가짜 제품입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벨킨이 언급한 가짜 제품과 진품을 공수해 직접 비교했다. 짝퉁은 현재 오픈마켓 중 한곳에서 공수했다. 벨킨은 "해당 제품 이외에도 한국 벨킨 공식 온라인 판매자가 아닌 5개 업체로부터 샘플을 구매해 패키지 및 제품 분해 분석 결과 5개 업체 모두 가짜 제품을 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했다"라고 덧붙였다.
짝퉁과 정품 디자인, "대체 뭐가 달라?"
일단, 비교부터 해보자. 제품 포장을 뜯지 않은 상태에서 사진을 찍었다. 왼쪽이 진품, 오른쪽이 짝퉁이다.
얼핏 봐서는 다른 점을 찾을 수 없다. 제품 앞면과 측면, 뒷면 모두 똑 같은 구조이며, 문구도 거의 비슷하다. 다만, 몇 가지 차이점이 있다. 일단 앞면 왼쪽 상단에 위치한 지원하는 기기 설명이 조금 다르다. 진품은 'iPhone5, iPad mini, iPad 4th gen'이라고 적혀 있으며, 짝퉁은 'iPhone 5/5S/5C iPad mini, iPad 4th gen'이라고 적혀 있다.
또한, 진품은 애플 공식 인증 스티커가 붙어 있고, 짝퉁은 붙어 있지 않다.
측면은 다른 점이 없다. 두 눈을 밝히고 아무리 찾아도 다른 점이 없다. 혹, 발견하신 분이 있다면 서로 공유를 부탁한다. 뒷면도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문구의 길이가 조금 다르다. 또한, 진품은 내용물을 꺼낼 때 조금이라도 쉽게 포장을 열 수 있도록 칼집을 내놨다.
마지막으로 제품을 포장한 상태에서 판매하기 위해 진열대에 걸거나, 보관 할 때 어딘가에 걸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박스 상단 플라스틱도 조금 다르다. 진품은 조금 얇은 재질이고, 짝퉁은 빳빳하니 두껍다.
그래서 내용물은?
이제 제품을 뜯어 볼 차례. 사실, 제품을 뜯었다는 것은 일반 구매자라면 이미 제품을 샀다는 뜻이다. 때문에 제품을 뜯기 전에 외관을 잘 살펴보는 것을 권한다. 제품을 뜯으면 포장 단계에서 차이점을 발견할 수 있다. 하단 포장지의 스티커를 떼고 뜯으면 아래 사진처럼 모양이 다르다. 또한, 걸 수 있는 플라스틱이 진품은 케이블을 포장하는 플라스틱 포장과 일체형이고 짝퉁은 떨어져 있다.
중요한 케이블은 정말 구별하기가 너무 어렵다. 처음 제품을 뜯으면서 구별을 위해 케이블을 묶고 있는 하얀색 끈으로 진품을 묶어 헷갈리지 않도록 조치해야 했다. 사진으로 살펴보자. 참고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케이블을 묶고 있는 하얀색 끈이 진품은 보다 길고 하나씩 별도의 상품처럼 보이지만, 짝퉁은 긴 하얀색 끈을 가위나 칼로 조금씩 잘라서 만들었다. 근데, 이 점을 알아두자. 두 제품을 같이 보며 '어디 다른 점은 없나?'라고 찾아야 간신히 구별할 수 있을 정도로 똑같다. 만약 제품을 각각 따로 살핀다면 구별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리고, 사진으로 찍은 결과물이라 자세히 보일지 모르겠지만, 색깔에 묘한 차이가 있다. 함께 제품을 뜯은 동료는 "진품의 색깔이 조금 더 진하고, 케이블도 두껍다"라고 말했지만, 기자는 잘 모르겠더라. 이 역시 두 제품을 비교하면서 봤기 때문에 그나마 찾을 수 있던 것. 따로 제품을 구매했다? 정말 구별하기 어려울 것이다. 왼쪽이 진품, 오른쪽이 짝퉁이다.
진품과 짝퉁 케이블을 가지고 동료 기자들에게 구별해 보라고 부탁했다. 총 참여한 동료는 6명. 모두 현재 아이폰 또는 아이패드를 사용하고 있거나, 사용한 경험이 있다. 결과부터 언급하자면, 짝퉁을 진품이라고 말한 동료가 4명이나 됐다. 모두 한마디를 보탰다. "이건 찍기네"라고.
짝퉁이 더 좋을 수 있는 것 아냐?
두 제품을 비교하던 도중, 동료가 이렇게 말했다. 만약 구매자가 짝퉁을 싸게 주고 구매했는데 진품보다 더 오래 사용할 수 있다면, (물론 그러면 안되지만) 비싸게 정품 살 필요가 있겠느냐고. 맞는 말이다. 참고로 2014년 7월 현재, 위에 언급한 짝퉁은 1만 4,880원에 판매 중이며, 벨킨 진품은 1만 9,800원에 판매 중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벨킨 관계자의 말을 빌리겠다. 벨킨 관계자는 "국내에서 유통되고 있는 가품을 분해해서 실험했다. 두 제품은 확실히 다른 제품이다. 외형만 벨킨 제품과 유사할 뿐, 비공식 저가형 라이트닝 케이블과 같은 구조다"라며, "내구성이 떨어지는 구도가. 그리고 이 부분이 가장 중요하다. 사용하다가 문제가 발생해도 벨킨 고객지원센터를 통한 A/S를 받을 수 없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벨킨 관계자는 "우리는 애플 정품 칩셋을 사용한다. 차후 애플이 선보이는 모든 iOS 버전을 지원한다는 뜻이다. 칩셋을 보호하고 커넥터 꺽임 등 파손할 방지하는 메탈 프로텍터를 사용한다. 노이트 차폐를 위한 실드 케이블과 PCB 보호 및 단선 방지를 위한 2중 플라스틱 몰딩 등을 적용했다. 그리고 정확한 규격의 라이트닝 커넥터를 사용한다"라며, "짝퉁 제품은 가짜 PCB 및 칩셋을 사용한다. 이는 추후 iOS 업데이트 시 작동 여부를 보장할 수 없다. 노이트 차폐를 위한 실드 케이블도 없다. 애플의 규격에도 맞지 않는다. 심할 경우 충전하는 애플 제품을 손상시킬 수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벨킨 관계자는 "현재 벨킨은 짝퉁 제품을 유통하거나 제조한 업체들을 대상으로 브랜드 손상 및 소비자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법적 대응 절차를 준비 중이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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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