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충전기 단일화 나서··· '아이폰도 USB-C 단자 채용할까?'

남시현 sh@itdonga.com

[IT동아 남시현 기자] 2012년 등장한 애플 아이폰의 라이트닝 단자가 사라질 것인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20일, 유럽의회 내부시장 및 소비자보호위원회(Parliament's Committee on Internal Market and Consumer Protection, IMCO)는 회의를 열고, 개정된 무선장비지침에 대한 개정안을 찬성 43대 반대 2표로 채택했다. 무선 장비 지침(Radio Equipment Directive, RED)은 전자파 적합성 및 무선 스펙트럼 효율과 관련된 무선 제품 제조 표준으로, 유럽 연합 내에서 무선 기기를 합법적으로 유통하기 위해 반드시 준수해야 하는 지침이다. 이번에 개정된 내용에는 소비자들이 더 이상 새로운 기기를 구입할 때마다 새 충전기와 케이블을 구매하지 않도록 모든 중소 전자 기기의 충전기를 통일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애플 라이트닝 케이블. 출처=셔터스톡
애플 라이트닝 케이블. 출처=셔터스톡

의회가 오는 5월 본회의에서 협정 입장에 대한 초안을 승인하면, 유럽 의회 의원들은 법안의 최종 형태를 놓고 오는 2026년 말까지 EU 국가들이 협의해 새로운 충전 솔루션 및 상호 운용성을 최소화하는 전략을 마련한다. 즉, 휴대폰과 태블릿, 디지털 카메라, 헤드폰 및 헤드셋, 휴대용 비디오 게임 콘솔, 유선 케이블로 충전하는 휴대용 스피커 등 모든 전자기기는 제조 업체에 관계없이 USB-C 단자가 탑재된다. 단, 스마트 워치나 건강 추적기, 일부 스포츠 장비 등 소형 장치는 예외가 인정된다.

유럽연합이 충전기 단자 통일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14년 유럽연합은 EU에서 판매되는 모든 휴대전화에 대한 공통 충전기를 개발하기 위해 무선장비지침을 개정한 바 있다. 그 이전의 휴대전화 충전기는 제조사마다 다르고, 또 같은 제조사 내에서도 충전기가 호환되지 않아 매번 구매해야하는 문제가 있었다. 이에 유럽연합은 전자 폐기물을 감축하고, 서로 다른 무선 장치의 충전 및 활용을 단순화하기 위해 마이크로 USB-B형으로 충전 단자를 통일하는 지침을 마련했다. 이를 통해 연간 5만 1천톤의 전자 폐기물이 감축되었고, 스마트폰은 물론 태블릿, 디지털 카메라, 헤드폰 등 다양한 무선 장치의 충전 단자가 제조사와 상관없이 통일되었다.

USB-C 단자가 널리 쓰이기 시작하면서, 단순히 충전 및 데이터 연결 이상의 다양한 활용도를 갖추게 됐다. 출처=IT동아
USB-C 단자가 널리 쓰이기 시작하면서, 단순히 충전 및 데이터 연결 이상의 다양한 활용도를 갖추게 됐다. 출처=IT동아

애플은 이 조치를 따르지 않았다. USB 2.0 기반의 마이크로 USB-B형 단자가 자체 규격인 라이트닝 단자와 비교해 장점이 없었기 때문이다. 일단 마이크로 USB-B형은 USB 2.0 기반이어서 애플 아이폰에 필요한 모든 기능을 포함할 수 없었다. 또 충전 성능에도 제약이 있었고, 내부 구조에 별도로 핀이 있어 내구성이 좋지 않다. 반대로 끼우는 기능도 없다. 애플이 공식적으로 유럽연합의 조치에 대해 반박하진 않았지만, 조치 이후 8년이 지난 지금도 독자 규격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마이크로 USB-B형의 단점을 보완한 USB-C형 단자가 출시되면서 지금은 라이트닝 단자보다 USB-C형 단자의 성능이나 내구성, 활용도, 호환성이 모두 앞서는 상황이 됐다. 애플로서는 USB-C형 단자가 기기 성능에 제약이 될 수 있다는 명분을 세우기 어려워진 상황이다. 게다가 애플 역시 맥북, 아이패드 프로, 아이패드 에어 등에 USB-C형 단자를 채택하면서 라이트닝 단자에 대한 종속성을 내려놓기 시작했다.

유럽연합 역시 2014년의 상황이 재현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를 취한 상황이다. 유럽의회가 낸 성명문에 따르면 소비자가 제품에 충전 옵션과 충전기에 대한 명확한 정보를 라벨로 표기할 것을 주문하고 있으며, 2026년 말까지 USB-C 기반의 충전 솔루션으로 이전할 것을 명시했다. 그러면서 시장에서 충전 규격이 분열되는 것을 피하고, 환경 폐기물을 지속적으로 줄이면서 독점 충전 솔루션으로 인해 생성되는 효과를 방지해야 한다며 사실상 애플을 겨냥한 메시지를 내놓았다.

애플 아이패드 프로도 4세대부터 USB-C 단자를 채택해 장치 호환성을 끌어올렸다. 출처=IT동아
애플 아이패드 프로도 4세대부터 USB-C 단자를 채택해 장치 호환성을 끌어올렸다. 출처=IT동아

2012년 9월, 당시 애플 마케팅 총괄이었던 필 쉴러(Phil schiller)는 라이트닝 케이블을 ‘다음 10년을 위한 현대적인 커넥터’라고 지칭한 바 있다. 한편, 유럽의회 내부시장 및 소비자보호위원회도 지난 10년 동안 공통 충전기 솔루션을 각 정부와 기업 모두에게 주문해왔고, 그 결과가 USB-C로 모든 충전 단자를 통일하는 무선장비지침 개정안이다. 애플은 유럽연합의 USB-C형 도입 강제를 놓고 지나친 규제가 혁신을 저해할 것이라는 의사를 표현하고 있지만, 이미 시장은 혁신보다 환경 문제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분위기가 조성돼있다. 이미 애플은 아이패드에 USB-C를 도입한 만큼, 결국은 아이폰에도 USB-C 단자를 채택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글 / IT동아 남시현 (s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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