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우드 게임의 어제, 오늘, 내일
'클라우드 게임(Cloud Game)'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소니, 밸브 등 게임 플랫폼 사업자뿐만 아니라 SK텔레콤,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사까지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를 속속 출시하고 있으니 말이다. 이처럼 많은 개발사가 관심을 보내는 클라우드 게임이란 대체 뭘까.
클라우드 게임을 이해하려면 클라우드가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클라우드는 쉽게 말해 '임대 서비스'다. PC, 스마트폰, 태블릿PC 등 내가 보유하고 있는 제품의 성능이 떨어져 실행할 수 없는 작업을 고사양 서버가 모여있는 IDC(인터넷 데이터센터)에서 성능을 임대해와 대신 처리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내 기기의 저장공간이 모자라면 N클라우드, T클라우드 등 개인용 클라우드 스토리지 서비스에 파일을 저장하면 된다. 트래픽이 폭증해 새로 서버가 필요하다면 AWS, MS 애저, T비즈 등 IaaS 서비스에서 가상 서버를 임대하면 된다. 개인이 사용하느냐 기업이 사용하느냐의 차이만 있을 뿐이지 둘 다 클라우드 서비스다.
클라우드 게임도 같다. PC, 스마트폰, 스마트TV, 태블릿 PC 등에서 실행하기 힘든 고사양 게임을 IDC에서 실행한 후, 그 화면만 사용자에게 전달하는 것이다. 사용자의 기기는 게임을 실행하는 중심이 아니라 신호를 전달받는 매개체에 불과하다. 때문에 사용자 기기의 성능이 떨어져도 게임을 즐기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게임 퀄리티는 어떤 기기로 즐기든 일정하다.
클라우드 게임을 제공하는 것은 다른 클라우드 서비스보다 훨씬 더 까다롭다. 지연 속도(Latency)라는 변수가 있기 때문이다. 지연 속도는 내가 한 명령이 화면에 나타날 때까지 걸리는 시간이다. 쉽게 말해 게임 패드의 버튼을 누른 후 화면 속 캐릭터가 주먹을 휘두를 때까지 걸리는 시간이다. 스마트폰이나 게임기에서 직접 게임을 즐길 때는 별 다른 문제가 아니지만, 인터넷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아야 하는 클라우드 게임에선 문제가 된다. 클라우드 게임을 쾌적하게 즐기려면 지연 속도가 60ms(밀리세컨드, 1,000분의 1초) 이하여야 한다. 예전에는 인터넷 속도가 느리고 관련 기술이 부족해 지연 시간이 200ms를 넘기 일쑤였다. 하지만 인터넷 속도가 향상되고 게임 화면 데이터를 압축한 후 빠르고 신속하게 전달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되면서 지연 시간이 120ms 이하로 단축됐고, 클라우드 게임을 원활하게 즐기는 것이 가능해졌다.
클라우드 게임의 태동
지난 2005년 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SCE) 쿠타라기 켄(久夛良木健) 전CEO는 자사의 비디오 게임기 PS3(플레이스테이션3)를 공개하면서 다소 엉뚱한 발상을 내놨다. 전세계 PS3를 인터넷으로 연결해 PS3 게임의 수준을 한층 끌어올리겠다는 것.
원리는 이렇다. 모든 PS3가 항상 풀 퍼포먼스(최고 성능)로 실행되는 것은 아니다. 대기 상태로 휴식 중인 PS3도 있을 것이고, 높은 퍼포먼스를 요구하지 않는 게임을 실행 중인 PS3도 있을 것이다(유휴상태). 반면 어떤 PS3는 고사양 게임을 실행하기 위해 모든 퍼포먼스를 끌어내고 있을 터. 이 PS3가 성능의 한계 때문에 미처 처리하지 못한 데이터를 인터넷을 통해 유휴상태의 PS3에 보내 대신 처리하게 한다. 이를 통해 PS3는 기계의 성능 한계를 뛰어넘어 더 뛰어난 그래픽의 게임을 실행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런데 이거 어디서 많이 본 개념이다. 분산컴퓨팅, 즉 클라우드와 완벽히 동일하다. 다시 말해 클라우드란 개념이 생소하던 그 당시부터 쿠타라기 전CEO는 클라우드 게임을 꿈꿨다.
물론 그의 꿈은 일장춘몽에 지나지 않았다. 이유는 여러 가지다. 일단 사용자들이 클라우드를 이해하지 못했다. "대체 왜 내 돈 주고 구매한 PS3의 프로세스 자원을 (전력을 소모해가면서) 타인에게 지원해줘야 하지?"로 요약할 수 있겠다. PS3의 성능이 예상보다 부족한 것도 문제였다. 프로세서의 성능은 충분했지만, 3D 게임을 실행할 때 가장 중요한 그래픽 프로세서의 성능이 기대 이하였다. 때문에 유휴상태의 PS3가 존재할 수 없었다(결국 소니는 그래픽 프로세서를 활용하는 계획을 포기하고, 남아도는 프로세서의 성능만 한군데 모아 스탠포드 대학 질병연구센터에 기증했다). 가장 큰 문제는 클라우드의 핵심 '중앙집중 서버(IDC)'의 부재였다. 클라우드를 완성하려면 분산컴퓨팅을 효율적으로 제어할 IDC가 필요한데, 당시에는 이 개념이 확립되지 않았다.
클라우드 게임의 형태
쿠타라기 전CEO의 꿈은 사그라졌지만, 그가 남긴 아이디어는 클라우드 게임 완성의 밑거름이 됐다. 현재 클라우드 게임은 크게 2가지 형태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소니, 밸브, SK텔레콤, LG유플러스가 채택한 방식이다. IDC에서 게임을 실행한 후, 게임 화면만 동영상 형태로 여러 기기에 전송해준다. 인터넷에만 연결돼 있으면 기기의 성능에 상관없이 어디서나 화려한 게임을 즐길 수 있다.
둘째는 마이크로소프트(MS)가 구현한 방식이다. 게임 자체는 비디오 게임기(Xbox One)에서 실행하지만, 비디오 게임기가 처리능력의 한계에 부딪히면 IDC(마이크로소프트 애저)에서 성능을 임대해온다. 지연 속도의 한계 때문에 3D 그래픽을 더 유려하게 하는 것은 힘들지만, AI(인공지능) 제어 정도는 중앙집중 서버에서 대신 해줄 수 있다.
클라우드 게임의 종류
그렇다면 시중에는 어떤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가 존재할까. 크게 게임 플랫폼 사업자(글로벌 사업자)와 이동통신사(로컬 사업자)가 제공하는 서비스로 나눌 수 있다.
플랫폼 사업자가 제공하는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
소니는 'PS나우(Play Station Now)'라는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를 선보였다. PS4(플레이스테이션4, 소니의 최신
비디오게임기), PS비타(소니의 휴대용 게임기), 엑스페리아 스마트폰, 브라비아 스마트TV 등에서 PS1, PS2, PS3용 게임을 즐길 수
있게 해주는 서비스다. 현재 북미에서 베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올해 말부터 국내와 일본에서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밸브는 '밸브 클라우드 게임(가칭)'을 준비 중이다. PC, 엔비디아 실드(안드로이드 기반 휴대용 게임기), 스팀 머신(밸브가 직접 제작한 게임용 리눅스 PC)에서 PC 게임을 즐길 수 있게 해주는 서비스다. 한편 MS는 '엑스박스 라이브'를 제공 중이다. 앞에서 밝혔듯이 특정 게임을 IDC에서 실행해주는 서비스는 아니고, 인공 지능 연산을 대신 해주는 서비스다. 타이탄폴이라는 FPS 게임에 적용돼 있다.
이동통신사가 제공하는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
SK텔레콤의 경우 광대역 LTE-A 서비스와 함께 'SKT 클라우드 게임'을 최근 출시했다. 스마트폰에 직접 게임을 설치하고 이를 실행해야
하는 기존 방식과 달리, 실제 게임은 클라우드 서버에서 실행되고 사용자는 실행E되는 화면을 스마트폰으로 실시간 전송 받아 게임을 즐기는
서비스다. 데이터 통신을 통해 화면을 전송 받기 때문에 데이터 전송속도가 빠르면 빠를수록 게임을 보다 원활하게 즐길 수 있다.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IPTV 서비스인 BTV 셋톱박스에서도 고사양 PC 게임을 즐길 수 있다. 로스트플래닛2, 배트맨:아캄시티, 데빌 메이 크라이4, 위닝일레븐2014, 스트리트 파이터x철권 등 다양한 콘솔 게임이 마련돼 있다. 또한 전용 조이패드와 모바일용 패드를 스마트폰과 연결해 게임을 한층 쾌적하게 즐길 수 있다.
LG유플러스의 경우 'C-games'라는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를 재작년에 선보였다. 이 역시 스마트폰과 셋톱박스, 그리고 LG전자의 스마트TV에서 PC 게임을 즐길 수 있게 해준다. KT도 작년 7월부터 '위즈게임'의 이름으로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를 자사 IPTV인 올레TV를 통해 공급하고 있다. 게임을 따로 설치할 필요 없이 전용 게임패드를 IPTV 셋탑박스에 연결해 게임을 즐길 수 있다.
플랫폼 사업자가 제공하는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는 게임의 종류가 다양한 것이 장점이다. 자사가 보유한 게임 플랫폼에 속한 게임을 제공해 사용자를 사로잡고 있다. 하지만 지연 시간이 상대적으로 길다는 게 약점이다. 이동통신사가 제공하는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는 지연 시간이 짧다는게 장점이다. 하지만 게임 콘텐츠가 상대적으로 부실하다. 둘 다 자신의 약점을 알고 있기 때문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플랫폼 사업자는 지연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데이터 압축 기술을 개량하고 있고, 이동통신사는 게임 콘텐츠 수급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클라우드 게임의 약점 - 지연 시간
상용화된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는 HD 해상도(1,280x720), 30프레임으로 게임을 원활히 즐길 수 있게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일단 해상도와 프레임 면에선 큰 문제가 없다.
앞에서 밝혔듯이 클라우드 게임의 관건은 지연 시간이다. 지연 시간이 60ms를 초과하면 게이머들은 게임패드를 통한 입력과 TV를 통해 나타나는 게임화면이 불일치 한다고 느끼게 된다. 나는 지금 버튼을 눌렀는데, 화면 속 캐릭터는 한 템포 늦게 움직인다는 뜻이다. 현재 상용화된 클라우드 게임 플랫폼의 지연 시간은 120~140ms 내외다. 아무리 둔감해도 화면 반응이 느린 것을 눈치챌 수 밖에 없다. RPG, 시뮬레이션 등 정적인 게임 장르는 별문제 없이 즐길 수 있지만, FPS, 액션, 스포츠 등 동적인 게임 장르를 즐기자니 미흡하다.
때문에 클라우드 게임 사업자는 다양한 최적화 기술을 동원해 지연 시간을 낮추려고 노력하고 있다. 목표는 80~100ms다. 60ms 이하로 낮출 수 있으면 좋겠지만, 현재 인터넷 환경으론 힘들다. 80ms 정도만 되도 일부 초인 FPS/액션 장르를 제외한 모든 게임을 쾌적하게 즐길 수 있다.
지연 시간을 줄이기 위해 동원된 기술의 핵심은 '패킷 데이터 압축'이다. 영상 데이터를 압축해 최대한 빠르게 사용자에게 전달하는 기술이다. 소니는 이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재작년 미국의 클라우드 게임 회사 '가이카이(Gaikai)'를 인수했다. 이동통신사도 씨나우(See now) 등 다른 클라우드 게임 회사와 협력해 패킷 데이터를 줄이는 데 최선을 기울이고 있다.
제 아무리 최신 기술이 동원돼도 물리적으로 거리가 가까운 것 만은 못하다. 중앙집중 서버가 위치한 IDC가 사용자와 가까우면 가까울 수록 클라우드 게임은 한결 쾌적해진다. 소니, MS의 IDC는 일본과 홍콩 그리고 싱가포르에 존재한다. 플랫폼 사업자의 IDC가 국내에 들어오기 전까지 국내에선 이동통신사가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를 선도해나갈 전망이다.
글 / IT동아 강일용(zer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