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슨, '흉내 낼 수 없는' 기술력의 'DC52' 발표
'다른 회사 제품 중에 다이슨 청소기와 비슷해 보이는 것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 제품은 생김새만 닮았을 뿐 다이슨 같은 기능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글로벌 가전 기업 다이슨의 매트 스틸(Matt Steel) 수석 디자인 엔지니어는 3일 서울 인사동에서 개최한 기자간담회에서 이 같은 내용의 발언을 했다. 다이슨 제품에 대한 자신감과 함께 '모방' 관련 분쟁을 겪고 있는 경쟁사, 즉 삼성전자를 겨냥한 말로 보인다.
이 자리에서 다이슨은 다이슨 시네틱 사이클론(Cinetic Cyclone) 기술이 적용된 신제품 'DC52'와 지난 6월 발표한 'DC63'을 함께 선보였다. 다이슨에 따르면, 시네틱 사이클론 기술은 다른 모방 업체가 따라 할 수 없는 기술력의 차이를 나타낸다. 그렇기에 행사 내내 다이슨은 이 기술 설명에 꽤 힘을 실었다.
*참고 기사: 다이슨, 초미세먼지 제거하는 유선 진공 청소기 'DC63' 출시(http://it.donga.com/18471/)
다이슨이 흡입력에 신경 쓰는 이유
올해는 다이슨이 창립된 지 21주년이 되는 해다. 처음 창업자 제임스 다이슨 1명으로 시작한 다이슨은 현재 72개국 5,000여 명의 인력이 함께 일하는 큰 회사로 성장했다.
다이슨 진공 청소기는 '흡입력'에 무척 중점을 둔다. 그렇기에 다이슨은 자사 제품을 홍보할 때 이 부분을 특히 강조한다. 흡입력이 강하기에 먼지, 진드기, 박테리아 등을 깨끗이 빨아들여 알레르기 유발 물질 제거 효과가 높다는 것. 다이슨에 따르면, 진공 청소기 제조사 중에 미생물 실험실이 있는 곳은 다이슨밖에 없다. 다이슨 직원들은 미생물 실험실에서 진드기를 배양해 알레르기 방지 관련 연구를 진행 중이다.
사람은 보통 일주일에 피부 세포가 약 28g 정도 떨어지는데 이는 작은 과자 봉지를 채울 정도의 양이다. 진드기는 이러한 피부 세포를 먹고 자란다. 우리 주변에 서식하는 진드기, 박테리아 등 알레르기 유발 물질의 양은 생각보다 엄청나다. 침대 매트리스 안의 진드기는 대략 200만 마리이며 박테리아는 카펫 1제곱인치에 약 200만 마리가 산다. 이 중 진드기는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단백질 성분의 배설물까지 배출한다. 다이슨은 자사 제품으로 99.7%의 알레르기 원인을 제거할 수 있다고 전했다.
DC52, 필터 없는 청소기
다이슨은 21년 전 세계 최초로 먼지주머니가 필요 없는 청소기를 개발했다. 그 이후에도 현재의 성과에 머무르지 않고 계속해서 업그레이드된 제품을 내놓았다. 이번에 공개한 DC52는 다이슨 청소기 최초로 필터를 없애고, 사이클론 안에 고무 재질의 진동팁을 넣은 제품이다. 다이슨에 따르면, 처음 진공 청소기를 출시한 이후 가장 혁혁한 기술 발전이 DC52에 녹아 들었다.
덧붙여, 앞서 설명했듯이 이러한 기술은 다이슨만 구현할 수 있다는 점도 짚고 넘어갔다. 모방 업체의 제품들은 제품 마감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고, 사이클론이 비효율적으로 돌아가 전체적으로 성능이 떨어진다고 전했다.
따라서 이 같은 제품들은 남아있는 먼지를 걸러내기 위해 필터를 이용한다. 그런데 필터가 있으면 아무래도 먼지가 이곳에 쌓이게 되어 공기 흐름이 막히고 흡입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사용자는 귀찮아도 주기적으로 필터를 세척하거나 교체해야 한다.
그런데 DC52는 필터가 필요 없는 제품이다. 필터를 씻을 필요도, 새로 사서 갈아 끼울 필요도 없다. 다이슨은 이 제품은 10년간 보수 유지가 필요 없다고 전했다. 물론 무상 보증 기간은 5년까지다.
필터 없이 먼지를 걸러내어 떨어트리는 기술은 사이클론 안 진동팁으로 구현된다. 이것이 6년간 다이슨이 연구 개발한 시네틱 기술이다.
사이클론은 크기가 작아지면 작아질수록 더 빨리 회전해 더 쉽게 공기에서 먼지를 분리한다. 그런데 사이클론의 크기가 어느 정도 이상 작아지면 사이클론 자체가 회전하다 막혀버리는 경우가 생긴다. 그래서 다이슨은 사이클론이 막히지 않도록 사이클론 끝 부분에 진동팁을 달아 유연하게 만들었다.
진동팁이 하는 역할은 '설탕'과 '채반'을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곱게 간 설탕을 미세한 구멍이 있는 채반 위에 올려보자. 구멍보다 설탕 알갱이의 크기가 분명 작지만 가만히 채반을 들고만 있으면 설탕은 더 이상 채반 밑으로 떨어지지 않는다. 그저 채반 위에 소복이 쌓여 있을 뿐이다. 이때 채반을 살짝 흔들어 움직임을 줘야 그 아래로 설탕이 떨어진다. 채반이 움직이듯 사이클론을 진동하게 하는 것이 바로 진동팁의 역할이다.
다이슨은 너무 딱딱하지도, 그렇다고 너무 부드럽지도 않은 진동팁을 만들기 위해 약 50가지의 재료를 연구했다. 재질이 너무 딱딱하면 충분히 진동하지 않고, 너무 부드러우면 사이클론 자체를 막아버리기 때문이다. 결국 오랜 조사 끝에 적합한 재질을 찾아내어 54개의 사이클론 끝에 붙였다. 현장에서 직접 진동팁을 만져보니 부드럽고 말랑말랑한 느낌을 주면서도 너무 무르지 않고 탄력 있었다.
청소기 행사에서 의례히 진행하는 '흰 가루 뿌리고 빨아들이기' 시간도 있었다. 더러운 바닥을 청소기가 지나가자 그 자리만 깨끗해졌다. 다만, 아무래도 흡입력이 강해서인지 조금 소음의 크기가 거슬렸다. 거기다 DC52는 부피도 꽤 큰 제품. 웬만큼 공간이 넓지 않고서야 조금 부담스러울 수 있겠다.
DC52는 머슬헤드와 터빈헤드 제품으로 나뉜다. 본체는 같고 구성품에 조금 차이가 있다. 머슬헤드의 가격은 129만 원, 터빈헤드는 139만 원이다.
< 기자의 눈으로 본 행사>
사실 그간 다이슨은 출시 행사에서 삼성전자에 대한 언급을 무척 꺼리는 편이었다. 그런데 이날은 (기업명을 언급하진 않았지만) 현장의 그 누구라도 삼성전자임을 알 수 있는 표현과 발언을 해 무척 이례적이었다. 조금 더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 것.
발표한 제품은 앞서 설명했듯이 DC52와 DC63이었다. 두 제품 모두 가격이 100만 원이 넘는다. 아무래도 일반 소비자가 쉽게 지갑을 열 수 있는 액수는 아니다. 국내 프리미엄 가전 시장에서 다이슨이 어떤 행보를 보일지 앞으로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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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IT동아 나진희(naji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