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I/O 2014] 구글의 멋쟁이, 안드로이드에 멋을 입히다
IT 산업의 중심 실리콘밸리는 유독 '멋'과 인연이 없는 동네다. 수많은 개발자뿐만 아니라 재산이 조 단위를 넘는 기업 최고경영자들도 간편한 차림으로 다닌다. 심지어 페이스북의 최고경영자 마크 저커버그는 '패션 테러리스트'라고 불리기도 한다. 구글도 마찬가지다.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 두 명다 간편한 차림을 선호한다. 지난 25일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구글 개발자 회의(Google I/O 2014)에 등장한 래리 페이지는 마치 동네 뒷산에라도 올라 가려는 것처럼 등산복 차림이었다.
하지만 실리콘밸리의 모든 개발자들이 멋에 무관심한 것은 아니다. 멋에 신경쓰는 개발자도 많다. 구글에도 있다. 알록달록하면서 감각적인 로버트 그레이엄(Robert Graham) 셔츠와 도시적이면서 기술적인 느낌을 주는 알마니(Armani) 재킷을 걸친 멋쟁이다. 구글 마티아스 두아르테(Matias Duarte) 디자인부문 부사장. 안드로이드 L, 지메일, 크롬 모바일 등 구글의 운영체제와 앱에 새로 적용되는 재료 디자인(Material design)을 설계한 수석 디자이너다.
그는 대체 어떤 디자인 철학을 가지고 있는 걸까. 재료 디자인이 세간에 공개된 다음날 두아르테 부사장을 직접 만나 물어봤다.
"디자인은 신속하고(Fast), 재미있고(Fun), 간단해야(Simple) 합니다. UI는 모든 기능을 보여줘야 합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과도하지 않고 적절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적절하다가 바로 저의, 그리고 구글의 디자인 철학입니다."
"디자인은 예술이 아닙니다. 문제를 해결하는 것입니다. 멋있다. 아름답다. 이런 것에 주안점을 둬서는 안됩니다. 내 문제가 해결돼서 만족스럽구나. 바로 여기에 디자인의 핵심이 있습니다. 물론 가용성(기능을 얼마나 충실히 품고있나 나타내는 척도)뿐만 아니라 아름다움도 포함해야겠죠. 가용성과 아름다움은 상반됩니다. 하지만 둘은 조화를 이뤄야 합니다. 디자인이 좋으면 좋을 수록 사용자들은 더 큰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예전에는 컴퓨터를 24시간 내내 보고 있을 필요가 없었죠. 그래서 컴퓨터는 기능이 우선이었고, 디자인은 다음이었습니다. 하지만 스마트폰은 다릅니다. 매일 24시간 내내 함께 합니다. 그래서 사용자경험(UX)이 좋아야 합니다. 우리는 더 많은 사람들에게 기분좋은 경험을 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디자인은 전세계 모든 사용자가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어야 합니다. 실리콘밸리의 회사들은 엣지한 것을 원합니다. 하지만 다른 문화권에선 그러한 디자인을 싫어할 수도 있죠. 보수적인 곳에선 아예 받아들이질 않습니다. 이미지보다 정보를 더 많이 나타내길 원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처럼 다양한 사용자들의 취향을 만족시키기 위해 우리는 모든 사용자들 만족시킬 수 있는 '틀', 프레임워크를 만드는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안드로이드는 거대한 오픈 플랫폼입니다. 안드로이드의 디자인도 이점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가 이번에 새롭게 제시한 재료 디자인은 대체 어떤 디자인일까.
"재료 디자인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뿐만 아니라 크롬OS, 지메일 등 구글의 모든 서비스에 적용됩니다. 재료 디자인은 공간을 더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스마트폰, 태블릿PC, 데스크톱 등 모든 기기에 일관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는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이 새로운 디자인 언어는 구글의 앱과 서비스가 사용자와 더 쉽고 유기적으로 소통하게 만들 것입니다."
"재료 디자인에 대한 얘기를 좀 더 해보죠. 진짜 종이와는 다르게, '디지털 재료(Digital Material)'는 확장하고 변형될 수 있습니다. 이 재료는 물리적인 표면과 모서리를 가집니다. 이음새와 그림자는 터치할 수 있다는 의미를 품고 있습니다. 간결하지만 플랫(Flat)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중요한 점이 하나 더 있습니다. 우리는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나 태블릿PC만 디자인하는 것이 아닙니다. 시스템을 기획하고 디자인합니다. 스마트폰, 태블릿PC, 전화, 시계, 자동차 등 모든 안드로이드 기기가 하나로 통합될 수 있는 사용자환경(UI)을 만들었습니다."
"우리는 시스템의 기반을 디자인합니다. 이것이 안드로이드의 정체성입니다. 모든 시스템을 하나하나 다 만들 수는 없습니다. 모든 사람이 사용할 수 있는 플랫폼만 만들 수 있으면 됩니다. 모든 문제를 아름답게, 그리고 잘 해결할 수 있으면서 사람들의 눈을 사로잡는 디자인. 이것이 재료 디자인의 목표입니다."
안드로이드 사용자가 느끼는 불만중 하나가 일관성 없는 디자인이다. 안드로이드는 중요 업데이트가 있을 때마다 사용자환경이 변했다. 그렇다면 재료 디자인은 얼마나 유지될까.
"앞에서 말했 듯이 디자인은 문제를 해결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컴퓨터공학의 프로세스와는 같지 않습니다. '2+2=4'라고 딱 떨어지는 답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수없이 디자인하고, 테스트를 반복한 다음 사용자들에게 공개합니다. 그 다음 그들의 응답을 보고 문제점을 개선합니다. 디자인은 계속 변합니다. 사용자들이 원하는 것이 계속 변하기 때문입니다."
"아이스크림샌드위치를 선보이면서 많은 변화를 시도했습니다. 개발자와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이를 고무적으로 받아들였죠. 하지만 우리는 더 개선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사실 저는 지금 후회하고 있습니다. 지금 깨달은 사실들을 그때 알았다면 더 나은 형태의 안드로이드 사용자환경을 선보일 수 있지 않았을까... 디자인은 뛰다보면 목적지에 도달합니다. 좀 더 유연성이 있어야합니다. 이 부분의 색상은 이렇게 하라고 우리가 지정해줄 필요가 없습니다. 개발자들이 선택할 수 있도록 다양한 옵션이 주어져야 합니다. 우리가 디자인의 정답을 이해하면 이해할 수록 사람들 역시 답에 가까워져 갈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그에게 디자이너로 일하면서 개발자들과 소통에 어려움은 없었는지 물어봤다.
"기술 디자이너들은 엔지니어링 부분을 반드시 알아야 합니다. 공학, 과학, 물리학 모든 부분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하죠. 이를 이해하지 못하고 사용자환경을 디자인하면 공중에다가 궁전을 짓는 꼴 밖에 되지 않습니다. 재료 디자인도 이 부분을 신경썼습니다. 우리가 개발자들에게 직접 기술적인 부분을 설명해주고, 여기를 이렇게 디자인하자고 설득했습니다."
칠레에서 태어난 두아르테 부사장은 미국 메릴랜드대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했고, 팜(Palm)의 웹OS팀에서 사용자환경을 디자인했다. 2012년부터 구글에 합류해 줄곧 안드로이드 사용자환경을 디자인해왔다. 2012년 이후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의 사용자환경은 그의 작품이다.
글 / 샌프란시스코 IT동아 강일용(zer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