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반가워, DSLR" 캐논 EOS Hi
디지털카메라의 종류는 DSLR 카메라, 콤팩트 카메라, 미러리스 카메라, 스마트폰 카메라 등 다양하다. 이 중 유독 DSLR 카메라만을 고집하는 사람이 있다. 다른 카메라로는 흉내 내기 어려운 '화질'과 '성능' 그리고 '기능' 때문이다.
DSLR 카메라는 다른 디지털카메라보다 큰 이미지 센서를 갖추고 있으며, 고화질 사진을 고속으로 찍을 수 있을 만큼 기계적 성능이 높다. 게다가 타임 랩스 촬영(혹은 인터벌 슛, 일정 간격으로 오랜 시간 자동 촬영하는 기능) 등의 기능이나 듀얼 다이얼 등 고급 기능을 갖춘 제품도 있다. 이런 기능이 및 성능이 뛰어날수록 가격도 비싸진다.
이런 이유에서 DSLR 카메라는 일반인보다 사진 전문가를 위한 기기로 인식되기도 한다. 하지만 DSLR 카메라는 어려운 제품이 아니다. 게다가 초보자도 쉽게 사용할 수 있는 '보급형' 제품도 제법 있다. 보급형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가격 역시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캐논이 얼마 전 출시한 EOS Hi는 DSLR 카메라 입문자에게 적절한 제품이다. 외국에는 'EOS 1200D'라는 이름으로 출시된 제품인데, 입문자용 DLSR인 1000D 시리즈의 최신작이다. 우리나라에는 DSLR을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 좀 더 친숙한 이미지로 다가오겠단 의미로 'Hi'라는 인사말을 붙였다.
EOS Hi는 초보자에게 불필요한 기능을 모두 덜어내고, 필수 기능만 갖춰 가격을 낮추고 사용 편의성을 높인 제품이다. DSLR 카메라를 처음 구매하는 사람에게 걸림돌이 되는 '가격 부담'과 '어려운 사용법'이라는 두 가지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한 셈이다. 지금부터 EOS Hi는 어떤 제품인지 알아보자.
작고 가벼운 DSLR 카메라
우선 외형을 살펴보자. DSLR 카메라로서는 아주 작고 가벼운 편에 속한다. 렌즈를 제외한 본체 크기는 약 130mm x 100mm x 78mm며, 번들렌즈(18-55mm)를 연결해도 성인 남자 한 뼘을 넘지 않는다. 바디 무게는 약 430g(배터리 제외)며, 번들렌즈와 배터리를 모두 장착했을 때 무게는 680g이다. 전문가용 DSLR 카메라는 내구성을 위해 마그네슘 합금으로 뼈대를 만들기 때문에 무겁지만, 보급형 DSLR 카메라는 강화 플라스틱을 사용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가볍고 작다.
꼭 필요한 조작 버튼은 다 있어
외부 버튼은 웬만한 것을 대부분 갖췄다. ISO(높을수록 사진이 밝아진다) 조절, 화이트 밸런스(사진 색감을 조명 색상에 따라 보정해주는 기능) 조절 버튼 등 필수적인 버튼을 외부에 배치해 조작 편의성을 높였다. 노출 보정, 드라이브 모드(연사, 셀프 타이머 등을 조절하는 기능) 역시 외부에서 선택할 수 있다.
이밖에 설정은 설정 버튼(Q)를 누른 뒤 후면 액정을 보면서 바꿀 수 있다. 특히 이 버튼을 누른 뒤 선택창을 각 설정 칸에 놓으면 해당 설정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알려준다. 예를 들어 화이트 밸런스 설정 칸을 선택하면 '조명의 종류에 따라 자연스러운 색상으로 촬영' 등의 설명이 표시된다.
하지만 조작성은 조금 아쉽다. 조작 다이얼이 하나뿐이다. 일정 수준 이상의 DSLR 카메라는 조작 다이얼을 2개 이상 갖추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를 통해 수동(M) 모드에서 각 다이얼로 조리개와 셔터 속도를 빠르게 조절할 수 있다. 최근 등장하는 미러리스 카메라나 콤팩트 카메라도 조작 다이얼을 두 개 이상 갖추는 추세이니, 이 부분은 조금 아쉽다. 게다가 사진 품질 변경 등 일부 설정은 버튼을 몇 번씩 더 눌러야 변경할 수 있기 때문에 번거로움까지 있다.
한마디로 말해 몇 가지 조작은 편하게 할 수 있지만, 이외의 조작은 번거롭다. 고급 DSLR 카메라와 비교하면 부족하며, 콤팩트 카메라와 비교하면 우수한 조작성이다.
성능은 어느 정도 만족스러워
EOS Hi는 낮은 가격대의 입문자용 제품이지만 제법 쓸만한 성능을 낸다. 약 1,800만 화소(사진 해상도 최대 5,184 x 3,456)의 APS-C(22.3 x 14.9mm) 이미지 센서를 탑재해 해상력이 비교적 높다. ISO는 100~6400까지 지원하며, 최대 12800까지 확장할 수 있다.
최대 ISO 감도는 높은 편이지만, 야간 촬영 시에는 조금 부족한 모습도 보인다. 자동 초점 보조 조명이 따로 없고, 내장 플래시를 함께 사용하기 때문이다. 카메라는 어두운 곳에서 자동 초점을 잡을 수 없기 때문에, 초점 맞출 영역을 비춰주는 AF 보조 조명을 탑재한다. 하지만 EOS Hi는 별도 보조 조명이 없으며, 내장 플래시의 연속 점멸 기능으로 이를 대체한다. 즉 야간에는 무조건 플래시를 작동해야 사진을 찍을 수 있다는 의미다(물론 삼각대가 있으면 셔터 속도를 낮춘 뒤 촬영할 수도 있다). 게다가 M(수동), Av(조리개 우선), Tv(셔터 속도 우선), P(프로그램) 등의 모드에서는 내장 플래시를 수동으로 꺼내야 하니 초보자에게는 조금 어려울 수 있다.
최고 셔터 속도는 1/4000초며, 연사 속도는 초당 최대 3매다. 연사 속도는 비교적 낮은 편이지만, 일상적인 사진을 찍을 때는 큰 무리 없이 사용할 수 있다. 초점 포인트는 9개며 자동 초점 속도도 나쁘지 않다.
풀HD(1,920 x 1,080, 30p)동영상 촬영 기능을 갖췄으며, 마이크/스피커를 내장했다. 촬영 중 반 셔터로 초점을 자동으로 맞출 수 있다. 다만 라이브뷰(뷰파인더 대신 후면 액정을 보며 촬영하는 기능)에서 자동 초점 속도는 구형 DSLR 카메라 수준으로 느리다.
전반적인 사양은 비교적 양호하다. 특히 일반 미러리스 카메라나 콤팩트 카메라로는 얻기 어려운 아웃포커싱(배경을 흐리게 처리해 피사체를 강조하는 촬영 기법) 사진도 손쉽게 얻을 수 있다. 아웃포커싱 사진을 만드는 방법은 크게 큰 이미지 센서, 밝은 조리개, 좁은화각(높은 줌 배율) 등 3가지다. 조리개나 초점거리(화각) 등 다른 조건이 모두 같다면 이미지 센서가 클수록 아웃포커싱 효과가 커진다. EOS Hi는 다른 종류의 디지털카메라(미러리스, 콤팩트)보다 큰, APS-C 규격의 이미지 센서를 사용하기 때문에 번들렌즈만으로도 아웃 포커싱 효과를 낼 수 있다(관련기사: http://it.donga.com/13585/).
다음은 EOS Hi로 촬영한 사진이다.
제품에 관해 전반적으로 평가하자면 '초보자가 부담 없이 쓸 수 있는 제품'이다. 자주 쓰는 조작 버튼을 쓰기 편하도록 외부에 뒀으며, 일부 어려운 용어에 대해서는 설명까지 덧붙여준다. 크기와 무게도 작고 가벼운 편이라 쉽게 휴대하면서 일상을 카메라에 담을 수 있다. 제품 가격은 2014년 6월 말 인터넷 최저가 기준으로 59만 원 내외다(18-55mm 번들렌즈 포함). 적당한 가격과 제법 괜찮은 성능으로, DSLR 카메라를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 어울리는 제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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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IT동아 이상우(lswo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