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20만 원짜리 스마트폰은 어때? "음... 쓸만해"

강일용 zero@itdonga.com

스마트폰의 출고가는 나날이 비싸지고 있다. 한때 100만 원을 훌쩍 넘기기도 했으니. 최근에는 80만 원대로 조금 낮아졌지만, 여전히 부담되는 가격인 것만은 사실이다. 비싼 출고가에 분통을 터트리면 이렇게 되묻는 사용자도 있다. "보조금을 많이 받으면 되잖아요?" 슬프게도 조삼모사에 불과하다. 보조금을 대가로 높은 요금제 사용을 유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최종 통신비(기계값+요금제)는 다를게 없다.

갑작스레 스마트폰을 잃어버려도 큰일이다. 울며 겨자먹기로 비싼 스마트폰을 구매해야 한다. 보급형 스마트폰이 멸종한 탓이다. 모두 사용자에게 부담으로 돌아온다.

저렴하면서 쓸만한 스마트폰 어디 없을까. 이러한 제품을 찾는 사용자라면 이것을 한번 주목해보는 것도 좋겠다. 얼마 전 대만의 PC 제조사 에이서가 국내에 출시한 보급형 스마트폰 '리퀴드 Z5(Liquid Z5)'다.

에이서 리퀴드 Z5
에이서 리퀴드 Z5

출고가 26만 원… 이게 바로 '진짜' 보급형

리퀴드 Z5의 가장 큰 특징은 저렴한 가격이다. 출고가가 25만 9,600원으로 책정돼 있다. 기존 스마트폰의 1/4 수준이다. 이동통신사로부터 아무런 보조금을 받지 않아도 5만 원 이상의 요금제를 사용하면 기계값을 내지 않아도 된다. 가격이 비싸 엄두도 못냈던 일시불 구매도 부담없이 가능하다. 제품만 달랑 구매한 후 저렴한 요금제를 제공하는 알뜰폰으로 옮겨도 된다는 얘기다.

지금까지 국내에 출시된 보급형 스마트폰은 무늬만 보급형이었다. 출고가가 50만 원이 넘어 구매하는 것 자체가 부담되는데 무슨 보급형이란 말인가. 그런 점에서 리퀴드 Z5는 진짜 보급형 스마트폰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에이서 리퀴드 Z5
에이서 리퀴드 Z5

<4, 6인치 스마트폰과 리퀴드 Z5의 크기 비교>

싼게 비지떡? 디스플레이를 제외하고 모든 면에서 만족스러워

가격이 너무 저렴하니 걱정이 앞선다. 싼게 비지떡 아닐까. 그래서 2주 동안 직접 사용해봤다. 그 결과 디스플레이를 제외한 나머지 부분은 시중의 다른 스마트폰보다 뒤떨어질게 없다고 느꼈다. 물론 원가를 최대한 절감하기 위해 '꼼수'를 쓴 부분도 여기저기 눈에 띈다. 하나씩 확인해보자.

성능

일단 성능부터 검증해보자. 리퀴드 Z5는 대만의 AP 제조사 미디어텍이 제작한 MT6572 듀얼코어 프로세서(1.3GHz)를 채택했다. 28나노 공정 ARM 코텍스 A7 아키텍처를 채택한 보급형 프로세서다. 그래픽 프로세서는 갤럭시S3와 동일한 ARM 말리 400을 채택했고, 메모리는 1GB를 제공한다. 내장된 통신칩셋은 3G까지만 지원한다. LTE나 LTE-A는 연결할 수 없다.

그래서 이 프로세서가 어느 정도의 성능을 보여준다는 걸까. 모든 벤치마크 앱이 '갤럭시S2보다는 뛰어나지만, 갤럭시S3만은 못하다'고 결과를 나타낸다. 사용자가 실제 받는 느낌도 이와 같다. 일반적인 용도(웹 서핑, 이메일 확인, 전화, 메시지 등)로 사용하는데는 아무런 지장이 없다. 화면 스크롤도 쾌적하다. 다만 고해상도 이미지를 포함하고 있는 웹 페이지를 열거나 메모리에 앱을 좀 많이 대기시켜두면 간헐적으로 화면이 끊기는 현상이 나타난다.

에이서 리퀴드 Z5
에이서 리퀴드 Z5
<리퀴드 Z5의 기본 사용자 환경, 순정 안드로이드 UI를 채택해 넥서스와 동일하다>

동영상 재생

동영상 재생능력은 어떨까. 요즘 나온 스마트폰은 풀HD급 동영상을 파일 확장자(AVI, MP4, MKV)에 관계 없이 모두 정상 재생한다. 하지만 아쉽게도 리퀴드 Z5는 파일 확장자를 많이 가린다. MP4 파일의 경우 풀HD, HD 해상도 동영상 모두 정상 재생하지만, MKV 파일은 풀HD, HD 해상도 동영상 모두 화면이 끊기는 현상이 나타났다. 또, MP4 파일이라도 프레임이 높다면 중간중간에 장면을 건너 뛰는 게 눈에 띈다(MX 플레이어 프로 기준). 리퀴드Z5로 동영상을 쾌적하게 감상하고 싶다면 MP4 형식 24~30프레임 내외의 풀HD, HD급 동영상을 준비하도록 하자.

게임

게임 실행 능력은 기대 이상이다. 시중의 모든 유명 게임을 문제없이 쾌적하게 실행한다.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업계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는 말리 400 그래픽 프로세서를 채택한 덕분이다. 블레이드, 애니팡2, 모두의 마블 등 구글 플레이스토어 상위권에 위치한 게임을 실행해본 결과 모두 정상 재생됐다. 그래픽이 뛰어난 블레이드도 제대로 실행되는 것은 고무적이다. 리퀴드 Z5 사용자라면 게임 실행 문제 때문에 스트레스받을 일은 없겠다.

에이서 리퀴드 Z5
에이서 리퀴드 Z5

<리퀴드 Z5로 블레이드를 즐기는 모습, 제법 원활하게 실행된다>

카메라

카메라는 밝기 F2.4의 렌즈와 500만 화소의 이미지 센서를 탑재했다. 이미지 센서의 화소값이 다소 낮은 것은 MT6572 프로세서가 500만 화소 이미지 처리까지만 지원하기 때문이다.

에이서 리퀴드 Z5
에이서 리퀴드 Z5

화질은 기대 이상이다. 구석진 곳까지 섬세하게 보여준다. 야간 촬영을 하더라도 노이즈는 적다. 사진을 찍고 웹에 올리거나, SNS로 공유할 생각이라면 만족할 것이다. 다만 비슷한 색이 몰려 있는 피사체를 촬영하면 경계선이 불분명해진다. 또, 설치된 카메라 앱의 품질이 기대 이하다. AF는 빨리 잡지만, 사진 촬영이 한 박자 늦게 된다. 빨리 움직이는 피사체를 촬영하려 할때 매우 불편하다. 리퀴드 Z5로 사진 촬영을 할 생각이라면 반드시 다른 카메라 앱을 내려받아 사용하도록 하자. 한 박자 늦게 촬영되는 문제가 해결된다. 동영상은 HD(1,280x720) 해상도 촬영까지 지원한다.

리퀴드 Z5로 촬영한 사진을 보고 싶다면 여기를 클릭하세요.

스피커

보급형 스마트폰치고 뛰어난 점도 있다. 스피커다. 리퀴드 Z5는 전면에 스테레오 스피커를 배치해 꽤 훌륭한 음질을 들려준다. 대형 스피커만은 못하지만, 어지간한 블루투스 스피커 이상의 음질로 영화, 드라마, 음악 등을 감상할 수 있다. 최대 소리(출력)도 매우 크다. 소리를 최대로 틀어놓으면 주위에서 시끄럽다고 지적할 수 있으니 조심하자.

저장공간

저장공간은 제품 원가를 절감하기 위해 극단적으로 절약했다. 4GB만 제공한다. 게다가 운영체제 때문에 이 가운데 실제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은 1.6GB에 불과하다. 앱 몇개 설치하고, 음악이나 동영상을 넣으면 금방 꽉찬다. 그렇다고 너무 낙심하지는 말자. 마이크로SD 카드 슬롯을 통해 저장공간을 확장할 수 있다. 내부 저장공간이 부족하단 점을 에이서도 인지했는지 제품을 구매하면 마이크로SD 카드 8GB를 함께 제공한다. 다만 외부 저장장치(마이크로SD 카드 등)에 설치할 수 없는 앱을 내려받을 경우 애로사항이 많다.

에이서 리퀴드 Z5
에이서 리퀴드 Z5

<리퀴드 Z5의 뒷모습>

배터리 사용시간

이제 스마트폰의 가장 중요한 요소인 배터리 사용시간을 검증해볼 차례다. 리퀴드 Z5는 2,000mAh 용량의 일체형 배터리를 채택했다. 화면 밝기를 50%로 맞추고 동영상을 계속 재생했다. 그 결과 6시간 10분 동안 사용할 수 있었다. 웹 서핑은 조금 더 길다. 화면 밝기를 50%로 맞추고 웹 서핑을 진행해본 결과 7시간 50분 동안 사용할 수 있었다. 최신 스마트폰과 비교하면 그리 넉넉한 편은 아니지만, 한번 충전으로 하루는 버틴다. 이 정도면 사용하는데 지장은 전혀 없겠다. 다만 교체형 배터리를 채택하지 않은 점은 아쉽다. 부족한 배터리 사용시간을 보충해줄 수 있었을 텐데…

디자인 및 외관

디자인 및 외관은 기대 이상이다. 5인치 크기의 제품임에도 불구하고 얇고 가볍다. 두께는 아이폰5s보다 조금 더 두꺼운 정도고, 무게도 147g으로 5인치 스마트폰치고 가벼운 편이다. 디자인은 매우 뛰어나다. 전면의 검은색과 후면의 흰색이 조화를 이룬다. 보급형 스마트폰이라고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고급스럽다.

에이서 리퀴드 Z5
에이서 리퀴드 Z5

에이서 리퀴드 Z5
에이서 리퀴드 Z5

뒷면에는 LG전자 G2, G3처럼 후면 버튼이 존재한다. 전원 버튼은 아니고, 지정한 기능을 빨리 실행시키는 퀵 버튼이다. 기본적으론 음악 감상 앱이 실행되도록 되어 있지만, 설정에서 사용자가 원하는 기능(예: 인터넷, 동영상 재생, 게임 등)이 빨리 실행되도록 지정할 수 있다.

제품을 구매할 때 전용 커버 액세서리도 함께 구매할 수 있다. 이 액세서리를 부착하면 (비록 제품은 조금 두꺼워지지만) 전면과 후면을 이물질로부터 보호할 수 있다. 전면 커버에 존재하는 구멍을 통해 시간, 날씨 등도 확인할 수 있다.

리퀴드Z5
리퀴드Z5

디스플레이

크게 흠잡을 데 없는 제품이지만, 디스플레이만큼은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화면 크기는 5인치로 충분하지만 해상도가 854x480에 불과해 선명도가 떨어진다. 196ppi로 갤럭시S2와 비슷한 수준이다. 풀HD를 넘어 QHD 해상도까지 일상화되는 현재 HD만도 못한 해상도는 분명 아쉬운 부분이다. 모바일 페이지를 읽는데는 전혀 지장이 없지만, PC용 페이지를 띄워놓으면 글씨나 이미지가 흐릿하게 보인다. 잘 보일 때까지 확대해줘야 한다.

에이서 리퀴드 Z5
에이서 리퀴드 Z5

<리퀴드 Z5의 화면을 확대한 모습>

또, 시야각도 아쉽다. 화면을 옆에서 쳐다보면 색감 왜곡 현상이 조금 나타난다. TN 패널을 채택한 모니터만큼은 아니지만 광시야각 IPS 디스플레이나 AMOLED만 못하다.

통신비를 아끼려는 사용자 또는 폰을 분실한 사용자에게 어울려

리퀴드 Z5는 어디까지나 보급형 스마트폰이라는 본질에 충실하다. 출고가 26만 원짜리 제품을 구매해놓고, 70만 원 이상의 제품만큼의 가치를 기대하는 것은 곤란하다. 그래도 40만~50만 원에 이르는 기존 보급형 스마트폰 못지 않은 만족감을 준다.

'진짜 저렴한 스마트폰을 찾는 사용자', '약정 계약에 얽매이기 싫은 사용자', '알뜰폰에 가입해 통신비를 아끼려는 사용자', '사용하던 스마트폰을 분실해 큰 지출이 염려되는 사용자'라면 리퀴드 Z5를 주목하자. 모든 이들을 만족시켜 줄 수 있는 스마트폰은 아니지만, 특정 상황에선 충분히 만족할 만한 제품이다. 보급형 스마트폰의 명맥이 끊기고, 비싼 고급 스마트폰만 출시되는 국내 시장 상황을 감안하면 리퀴드 Z5 등장은 분명 반가운 일이다. 사용자의 선택의 폭이 넓어졌으니 말이다.

리퀴드 Z5는 KT 올레샵 및 서울 광화문 올레스퀘어, 강남 올레에비뉴, 홍대역 지정점에서 구매할 수 있고, 에이서 용산 A/S 센터 및 전국 13개 지점 올레 A/S 센터에서 A/S를 받을 수 있다. 구매할 계획이라면 참고하자.

에이서 리퀴드 Z5
에이서 리퀴드 Z5

<리퀴드 Z5를 구매하면 함께 제공하는 액세서리, 다른 스마트폰과 동일하다>

글 / IT동아 강일용(zer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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