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애정남] 아톰이 아직도 고약한(?) CPU라는 편견
IT 전반에 관한 의문, 혹은 제품 선택 고민이 있는 네티즌의 문의 사항을 해결해드리는 'IT애정남'입니다. 이번 주부터는 메일 뿐 아니라 인터넷 포탈에 올라온 질문 중 특히 자주 올라오는 사항 몇 가지를 추려 적절한 가이드를 제공하는 시간도 가져보도록 하겠습니다.
요즘은 2 in 1 PC 및 윈도 태블릿에 관한 질의가 제법 올라오는데 그 중 이런 모바일기기에 주로 쓰이는 특히 저전력 프로세서(CPU) 관련 질의가 많이 눈에 띕니다. 대략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에이수스 T100이라는 모델을 사려고 하는데 이게 CPU가 저가형 제품인 아톰이라고 들었습니다. 제 주변에서 아톰 들어간 노트북을 절~대 사면 후회한다고 하는데 사실인가요? - 2014년 6월 8일 네이버 이용자
마트에서 레노버 믹스2라는 태블릿을 사려고 하는데 가격이 40만원도 안될 정도로 싸네요~ 근데 이거 Z3740이라는 이상한 CPU가 들어있는데 싼 게 비지떡 아닌가요? – 2014년 6월 10일 네이버 이용자
안녕하세요. IT동아 입니다. 에이수스 T100은 평소에는 노트북으로 쓰다가 사용자가 원하면 화면 부분을 분리해 태블릿PC로 쓸 수 있는 2in1(투인원)이라는 형식의 PC입니다. 그리고 레노버의 믹스2는 8인치 화면의 태블릿PC입니다. 모바일 운영체제 기반의 '아이패드'나 '갤럭시탭'과 달리 윈도8.1 운영체제를 탑재하고 있어서 PC용 응용 프로그램을 그대로 쓸 수 있는 것이 특징이죠.
그런데 최근 출시되는 이러한 신세대 PC에 가장 많이 탑재되는 CPU가 바로 인텔의 아톰 Z3700 시리즈 입니다. ‘베이트레일’이라는 코드명으로도 알려져 있지요. 아톰이라면 PC에 대해 좀 관심 있는 분이라면 5~6년 즈음 전에 제법 팔린 저가형 노트북인 '넷북'용 CPU로 기억하시는 분이 제법 있을 겁니다.
다만, 넷북은 워낙 작은 크기와 싼 가격만 강조하던 노트북이라 성능은 그다지 좋은 편이 아니었습니다. 이 때문에 아톰 역시 저성능 CPU의 대명사가 되어버렸지요. 사실 저라도 당시의 넷북을 지금 다시 쓰라면 너무 느리고 답답해서 쓰기가 힘들 겁니다.
그런데 사실 프로세서 개발업체인 인텔 입장에선 조금 억울한 감도 있을 겁니다. 당시 넷북에 들어가던 1세대 아톰인 N200 시리즈는 본래 휴대용 인터넷 단말기 같은 특화 기기에 쓰일 것을 예상하고 개발된 것이거든요. 애당초 노트북용으로 내놓은 건 아니었는데, 초저가 노트북을 원하던 PC제조사들과 소비자들은 인텔의 의도와는 전혀 다르게 움직였고, 결과는 아시는 대로입니다.
아무튼, 그래서 그런지 최근 팔리는 2 in 1 PC 및 윈도 태블릿에 많이 들어가는 4세대의 신형 아톰인 베이트레일 역시 이런 업보(?)에서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한 것 같습니다. 실례로, 상당히 많은 기기에 아톰 Z3700 계열이 들어가는데도 불구하고 제조사들은 아톰이라는 이름을 살짝 숨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냥 '인텔 신형 프로세서', 혹은 '베이트레일 프로세서', 그것도 아니면 그냥 'Z3740' 이라는 모델 넘버만 사양표에 적어두는 경우도 있어요. 뭔가 아버지를 아버지라 못 부르는 '홍길동'의 심정이라 할까요?
그렇다면 문제는 과연 베이트레일 계열 아톰이 쓸만한 물건인지의 여부겠죠? 저 개인적으로는 충분히 '쓸만하다' 라고 하고 싶습니다. 일단 단순히 보더라도 예전 넷북에 가장 많이 쓰이던 1세대 아톰 N270 모델은 싱글코어, 지금 2 in 1이나 윈도 태블릿에 많이 쓰이는 4세대 아톰 Z3740은 쿼드코어 프로세서 입니다. 프로세서의 핵심인 코어의 수만 하더라도 4배라는 의미죠.
프로세서의 성능을 측정해 수치화 하는 패스마크(Passmark)의 벤치마크 결과를 보더라도 아톰 N270은 315점, 아톰 Z3740은 1,069점에 달합니다. 이는 구형이지만 지금도 제법 쓸만한 프로세서로 평가받는 '코어2 듀오'와 비슷한 수준이지요.
제가 실제로 베이트레일 아톰 기반 노트북을 몇 대 써봤는데, 문서작성이나 인터넷 서핑, 동영상 감상 정도의 일상적인 이용에는 아주 충분하다는 느낌이었습니다. 다만, 게임 성능은 LOL 수준의 저사양 게임이라면 그럭저럭 할만 하긴 하지만, 그 이상으로 본격적인 신작 게임을 즐기기엔 다소 무리가 있었습니다. 사실 본격적으로 게임을 즐기려면 코어i5나 코어i7 같은 고성능 프로세서가 달린 PC를 사는 게 정답이라고 봅니다.
아무튼 요즘 팔리는 베이트레일 계열 신형 아톰은 예전 넷북 시절의 아톰과는 확실히 다른 물건입니다. 저전력이라는 특성 덕분에 배터리 사용시간도 양호한 편이니 게임을 그다지 하지 않는 분이라면 오히려 코어 i5 같은 고성능 프로세서 탑재 제품보다 이점이 더 클 수도 있고요. 2 in 1이나 윈도 태블릿의 구매를 고려하는 분이라면 아톰이라는 이름에 너무 겁(?)을 집어 먹을 필요는 없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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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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