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의 메시지 혹은 장난? 이스터 에그
이스터 에그(easter egg)란 본래 부활절 달걀이라는 뜻이다. 부활절에 상대방을 축복하는 의미로 삶은 달걀을 다른 사람의 머리에다 깨서 껍질을 벗겨 먹는 풍습이 있었는데, 사람들은 삶은 달걀 사이에 날달걀을 섞어두는 장난을 치곤 했다.
이 때문인지 IT업계에서 이스터 에그는 조금 다른 의미로 쓰인다. 소프트웨어에 숨겨놓은 개발자의 장난, 혹은 사용자에게 보내는 메시지라고 생각하면 된다. 개발자가 이스터 에그를 숨겨놓은 이유는 다양하다. 몇 달 혹은 몇 년 동안 만든 소프트웨어에 대한 애착을 표현하거나, 개발자 자신을 소개하기도 한다. 어떤 소프트웨어는 미니게임을 숨겨놓기도 한다. 오늘은 여러 소프트웨어에 숨겨져 있는 이스터 에그를 소개한다.
우리가 만들었어요!
가장 흔한 이스터 에그의 형태는 소프트웨어에 자신들의 이름이나 사진 등을 숨겨놓는 것이다. 개발자에게 소프트웨어는 '자식'같은 존재로, 여기에 자신을 나타내거나 사용자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숨겨서 소프트웨어에 대한 애착을 보여준다.
음악 재생 소프트웨어인 윈앰프에는 이런 메시지가 숨겨져 있다. 윈앰프를 실행하고 우측에 있는 윈앰프 아이콘을 클릭하면, 윈앰프 정보(About Winamp)가 나타난다. 여기서 'Winamp'탭을 보면 윈앰프의 상장인 '라마(낙타과의 동물)'와 윈앰프 로고가 일렁이는 애니메이션이 나타난다.
이 화면에서 컨트롤(Ctrl)키를 누른 상태로 아래 있는 윈앰프 버전을 더블클릭하면, 애니메이션 화면이 윈앰프 이번 버전(5.6)의 기술검수 담당 DJ Egg의 로고로 바뀐다. 또한, 시프트(Shift)키를 누른 상태로 같은 곳을 더블클릭하면 윈앰프 로고를 형성화한 아스키 아트(ASCii Art)와 라마 애니메이션에 관한 간단한 정보가 나온다.
이스트소프트가 개발한 압축 프로그램 알집에도 개발자가 사용자에게 보내는 메시지가 숨어있다. 상단 메뉴에서 도움말 > 알집은...을 선택하면 프로그램 정보 및 저작권 정보가 나타난다. 여기서 알집은... 탭을 선택하면 영화 스타워즈의 도입부 처럼 알집에 관한 기본적인 설명이 지나간다. 조금만 더 기다리면 10년 전...이라는 말과 함께 알집을 개발하며 있었던 일들, 앞으로의 비전 등 개발자의 '한풀이'가 나타난다.
경쟁사를 겨냥한 메시지
에스터 에그 중에는 경쟁 개발사를 '디스(disrespect, 상대를 폄하하는 행동이나 말)'하는 메시지를 숨겨놓은 것도 있다. 대표적인 것으로 모질라 개발한 웹 브라우저 파이어폭스가 있다. 파이어폭스 주소창에 'about:mozilla'라고 입력하면 괴기스러운 붉은색 화면에 모질라서(the Book of Mozilla)라는 책의 한 구절이 나타난다(물론 실제로 존재하는 책은 아니다).
이는 모질라 재단이 개발한 일정 버전 이상의 웹 브라우저(넷스케이프, 파이어폭스)에서 공통으로 나타나는 이스터 에그로, 각 버전마다 다른 구절이 있다. 각 구절은 특정 소프트웨어(특히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풍자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파이어폭스 가장 최신 버전의 모질라서 내용은 모바일 기기 운영체제에 관한 내용이다. 맘몬의 쌍둥이(안드로이드와 iOS)가 서로 싸우는 사이 짐승(파이어폭스 OS)가 힘을 키워 세력을 넓힌다는 내용으로 해석할 수 있다. 지금까지 등장한 모질라서 내용은 모질라 재단 홈페이지(http://www.mozilla.org/en- US/book/)에서 확인할 수 있다. 참고로 인터넷 익스플로러 5.0에는 IE 로고가 알에서 깨어나는 공룡(모질라)을 깔아뭉개는 이스터 에그가 숨어있었다.
개발자의 장난
간편한 작곡용 소프트웨어인 FruityLoops 3에도 작은 이스터 에그가 숨겨져 있다. 운영체제 시스템 날짜를 5월 23일로 변경한 뒤 소프트웨어를 실행하면, 좌측 상단에 'Happy Birthday to Me!'라는 메시지가 나타난다. 아마도 5월 23일이 개발자의 생일인 듯하다. 참고로 시스템 날짜를 12월 24일로 변경하면 'Dear Santa, you are fat'이라는 메시지가 나타난다.
앞서 소개한 이스트소프트 알집에도 개발자의 장난이 들어있다. 알집을 설치한 뒤 바탕화면에서 마우스 오른쪽 버튼을 누르면 알집 아이콘이 있는 '새 폴더' 항목이 나타나는데, 이를 선택하면 까마귀, 기러기 등 새 이름으로 된 폴더가 생긴다.
개발사가 준비한 새 이름이 모두 쓰이면 이전에 썼던 이름 앞에 '새'라는 단어를 붙어 새 까마귀, 새 새 까마귀 등으로 이름을 계속 이어간다. 새로운 폴더를 200여 개 정도 만들면 이때부터 '제발 그만 좀 만들어', '부탁이야', '새 이름도 바닥났어' 등 개발자의 경고(?)메시지가 나타난다. 이 경고를 무시하고 새 폴더를 계속 만들면, 옥새, 쓰임새, 구김새, 잎새 등 새 이름과는 상관없지만 새라는 단어가 들어간 폴더가 생긴다.
PC용 지도 소프트웨어인 구글 어스에는 제법 많은 이스터 에그가 숨어있다. 개발자가 지도 곳곳에 미스터리 서클, 거대 토끼, KFC 로고, 팩맨(게임)을 형상화한 모습, 파이어폭스 로고 등 다양한 이스터 에그를 숨겨놓았다. 예를 들어 검색창에 다음 좌표(45° 7'25.87"N 123° 6'48.97"W )를 입력하면 파이어폭스 로고가 지도에 표시된 것을 볼 수 있다. 이 밖에도 숨겨진 것들이 많으니, 관심 있다면 전 세계를 '일주'하며 찾아보자.
소프트웨어에 숨은 게임?
일부 소프트웨어에는 이스터 에그로 간단한 게임이 숨어있다.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곰플레이어다. 곰플레이어를 실행한 뒤 좌측 상단의 로고를 누르고 프로그램 정보(단축키 F1)을 선택한다 이후 '곰플레이어'탭에서 가운데 로고를 더블클릭하면 닷지(일명 총알 피하기)게임이 나타난다.
벤치마크 소프트웨어인 3DMark 2001에도 미니 게임이 숨어있다. 상단 메뉴에서 'Edit'를 열고 'Project Description'을 선택한 뒤, 'Project Name'칸에 'Holy Cow!(대/소문자 구분 필요)'를 입력하고 OK버튼을 누른다. 이후 상단 메뉴 중 RUN에서 Game을 선택한 뒤 실행 설정에 맞춰 게임을 실행하곘냐는 메시지에 '예'라고 대답하면 리볼트와 비슷한 레이싱 슈팅 게임이 실행된다.
글 / IT동아 이상우(lswo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