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소장의 ‘핏(FIT)’] 우리나라에 인터넷 익스플로러 추모비가 있다?

시대의 흐름은 너무나도 빠르게 우리가 상상하던 미래의 모습을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때로는 그 속도의 차이가 분야마다 너무 커서 어떤 장단에 맞추어 살아야 할지 고민되고 불안할 때가 많이 있습니다. 먼 미래처럼 보이는 IT 기술이 어떻게 진화할 것이고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는 어떤 논의를 이어가야 될지. 맞춤 정장처럼 꼭 맞는 형태로 제공해 드리기 위해 핏!한 IT 소식을 전달하는 ‘김 소장의 핏’을 통해 하나씩 풀어가보도록 하겠습니다.

Q. 우리나라에 ‘인터넷 익스플로러(Internet Explorer, 이하 IE)’ 추모비가 세워졌다고요?

네, 맞습니다. 국내 온라인 커뮤니티 ‘클리앙’에 올라 온 게시글에서 발견했는데요. 경주의 한 카페 건물 옥상에 IE 추모비가 세워졌습니다. 게시글 작성자는 “오늘 내일 하던 친구가 결국 떠났다. 부모도 버린 자식이라서 그런지 아무도 빈소를 마련해 주지 않아, 경주에 사는 친형에게 부탁했다”라며, “독보적이었던 그의 업적을 기념하며”라고 적었습니다. 추모비에는 ‘He was a good tool to download other browsers(그는 다른 웹 브라우저를 내려받기 좋은 도구였다)’라고 새겨져 있죠. 해당 문구는 웹 브라우저를 내려받기 위해서는 IE를 사용할 수밖에 없다는 처지의 미국식 밈(meme)입니다.

인터넷 익스플로러 추모비, 출처: 클리앙
인터넷 익스플로러 추모비, 출처: 클리앙

27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진 마이크로소프트(이하 MS)의 웹 브라우저 IE 서비스 종료를 풍자한 추모비입니다. 국내 한 개발자가 43만 원의 자비를 들여 한 달간 완성했다는데요. 이렇게 만든 추모비를 공개했고,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 퍼지면서 관심을 받았습니다. 기발한 추모비를 두고 미국의 CNN도 세계 정상급 농담이라며 관련 사연을 다뤘죠.

Q. IE 서비스 종료라는게 어떤 뜻인가요? 이제 IE는 실행할 수 없는 건가요?

아닙니다. 실행은 할 수 있습니다. 다만, 더 이상 MS가 서비스를 지원하지 않는다는 의미는 앞으로 업데이트 또는 신규 기능을 추가하지 않는다는 뜻이죠. 즉, 여러 보안 문제나 에러 등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공식적으로 MS는 지난 6월 15일부터 IE 11 버전에 대한 지원을 종료했습니다. IE를 지난 1995년 원도95 운영체제 추가 패키지로 출시한 지 꼬박 27년 만이죠. 이제 윈도를 설치한 PC에서 IE는 비활성화되고, 실행 시 자동으로 MS의 다른 웹 브라우저 ‘엣지’로 전환됩니다. IE에 익숙한 사용자를 위해 엣지에는 ‘IE 모드’를 지원, 2029년까지 사용할 수 있도록 조치했는데, 일부 기능은 지원하지 않습니다.

MS의 IE 지원 종료에 맞춰 웹 브라우저를 통해 서비스하는 유튜브, 페이스북, 네이버 등 여러 업체들도 경고 메시지를 보내고 있습니다. IE가 아닌 다른 웹 브라우저를 사용하라고 말이죠.

IE에서 유튜브에 접속한 화면, 출처: IT동아
IE에서 유튜브에 접속한 화면, 출처: IT동아

하지만, 일부 웹 사이트는 여전히 IE 기반으로만 운영하고 있는데요. 때문에 보안 사고의 위험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지난 2020년부터 IE 서비스 종료를 예고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도로공사 조달시스템, 보건복지부 사회복지시설정보시스템 등 일부 공공기관은 여전히 IE로만 가동되고 있죠. 크롬이나 사파리 등 다른 웹 브라우저로는 이용할 수 없습니다. 해당 웹 사이트를 이용하려면 엣지에서 ‘IE 모드’로 설정한 뒤 재접속해야만 하죠. 또한, 30일 이후 설정을 갱신하는 등 번거로운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Q. 정리하자면 IE는 더 이상 MS가 관리하지 않으니 사용하면서 문제 발생 시 책임지지 않는다는 뜻이군요. 그런데, 국내에 여전히 IE만 이용해야 하는 웹 사이트가 있다구요?

있습니다. 심지어 몇몇 곳은 여전히 IE로만 접속해 달라는 메시지를 띄우기도 하죠. IE에 의존적으로 형성되었던 PC 인터넷 환경에 따른 부작용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변화의 흐름에 미처 대처하지 못한 현상이기도 합니다. 공교롭게도 국내 공공기관이 아직 IE에 의존적인 웹 환경을 구축하고 있는데요. 여전히 가이드라인을 IE로 제공하는 곳도 있습니다.

IE하면 따라오는 ‘액티브X(ActiveX)’ 때문이기도 합니다. 액티브X는 MS 윈도 환경에서 응용 프로그램이나 웹 브라우저가 인터넷을 통해 추가 기능을 내려받거나 실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소프트웨어 프레임워크인데요. 대표적인 예로 은행을 포함한 금융 서비스나 결제 서비스 등에 활용하는 공인인증서를 꼽을 수 있죠. 액티브X는 IE 브라우저에서 실행되지만, 브라우저와는 별개의 독립적인 응용 프로그램입니다. 때문에 보안상 잠재적 위험성이 높아 사용 시 주의해야 하죠.

속된 말로 전용 액티브X를 설치하지 않으면 전자정부 시스템, 인터넷 은행 업무, 온라인 게임 등을 이용할 수 없었습니다. 보안 위험으로 액티브X를 퇴출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기했을 때, EXE 설치 방식으로 바뀌긴 했지만… 편리하지 않아 오히려 짜증을 유발했죠. 보안 위험성도 여전했습니다. 또한, 여러 사이트마다 필요한 프로그램을 설치해야 하고, 서로 충돌을 일으켜서 제대로 실행하지 않는 경우도 빈번했죠.

한 금융 서비스 웹 사이트를 이용하기 위해 설치해야 하는 플러그인 목록, 출처: IT동아
한 금융 서비스 웹 사이트를 이용하기 위해 설치해야 하는 플러그인 목록, 출처: IT동아

그리고 한때 전 세계 웹 브라우저 점유율을 독점하다시피 했던 IE였기에, 대부분의 악성 툴바는 IE를 주 서식처로 삼습니다. 그만큼 공격받을 위험은 다른 웹 브라우저 대비 훨씬 높았죠. 사실 IE의 서비스 종료는 자연스러운 흐름이었습니다. 보안상 약점을 MS도 스스로 인정했었죠. 때문에 아직까지 IE만을 고집하는 기업 또는 기관 등이 뒤늦게 대처한 것이라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Q. 원래 IE는 보안에 취약했던 건가요?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다르겠지만, 꼭 그렇다고 단정지을 수는 없습니다. 한때 IE는 가장 혁신적인 웹 브라우저였습니다. 온라인 컨설팅업체 웹사이트스토리에 따르면 2003년 당시 IE는 웹 브라우저 시장점유율이 93%에 달했습니다. 윈도에 포함되어 있는 웹 브라우저는 IE뿐이었기에 자연스럽게 시장을 장악할 수 있었죠. 하지만, 결국 이러한 독점은 발목을 잡았습니다. 지난 1998년 미 법무부가 MS 윈도에 IE를 끼워 넣는 것은 반독점 행위라며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었죠.

다양한 웹 브라우저, 출처: IT동아
다양한 웹 브라우저, 출처: IT동아

기능적으로 보면, 당시에 IE는 결코 나쁘지 않았습니다. 점점 빨라지는 인터넷 환경에 맞춰 사용자가 필요로 하는 기능 등을 꾸준히 업데이트했는데요. 다만, 점차 사용자의 요구사항을 따라오지 못했습니다. 무엇보다 개발자들이 요구하는 기준에도 만족하지 못했죠. 이후 구글의 크롬, 모질라의 파이어폭스, 애플의 사파리 등이 조금씩 IE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기 시작습니다. 개발자들이 모여 웹 브라우저 표준을 만들기도 하면서 IE의 시장 지위는 힘을 잃었죠. 특히, 스마트폰 보급 이후 모바일 시대로 접어들면서 IE의 시장 점유율은 계속 떨어졌습니다.

결정적으로 지난 2014년 IE는 악성코드 침투 경로로 사용될 수 있다는 점이 밝혀지면서 보안 취약성 논란은 더욱 커졌습니다. 미국 국토안보부 소속의 컴퓨터 긴급 대응팀은 당시 이례적으로 “IE의 보안 결함으로 사용자가 해커의 공격을 받을 수 있다”라며, “공식적인 업데이트를 제공할 때까지 사용자들은 다른 웹 브라우저를 이용해야 한다”라고 권고하기도 했죠.

한국 인터넷진흥원이 발간한 ‘2020년 하반기 악성코드 은닉 사이트 탐지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하반기 국내에서 사이버 공격에 쓰인 소프트웨어 취약점은 인터넷 익스플로러의 취약점이 100%를 차지했습니다. 공격에 주로 쓰인 취약점은 CVE 2018-7174(44%), CVE 2018-8373(44%) 등이며, 이 밖에 CVE 2019-0752(11%), CVE 2019-1367(1%) 등이 악용되었죠.

Q. 지금은 어떤가요? 아직도 우리나라에서 IE를 사용하는 사람이 많은가요?

스탯카운터에 따르면, 2022년 6월 기준 전 세계 데스크톱 브라우저 시장에서 구글 크롬의 점유율은 66.93%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어서 엣지 10.63%, 사파리 8.95%, 파이어폭스 7.8%, 오페라 2.99% 순이죠. 서비스를 종료한 IE도 여전히 0.75%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 데스크탑 브라우저 시장 점유율, 출처: 스탯카운터, 2022년 6월 기준
전 세계 데스크탑 브라우저 시장 점유율, 출처: 스탯카운터, 2022년 6월 기준

국내 시장만 보면 크롬의 시장 점유율은 71.63%로 더 올라갑니다. 그 뒤를 이어 엣지 16%, 웨일 5.78%, 사파리 2.66%, 파이어폭스 1.73%, IE 1.41% 순인데요. 크롬과 엣지의 비중이 전 세계 평균보다 높은 것이 특징이며, 네이버가 개발한 웨일도 적지 않은 이용자를 확보하고 있습니다. 웨일은 2020년 3%대로 점유율 3위를 차지한 뒤 지속적으로 점유율을 높이고 있는데요. 국내 기업인 네이버가 만들어 국내 친화적인 이용자 편의성 때문이라고 분석할 수 있습니다.

국내 데스크탑 브라우저 시장 점유율, 출처: 스탯카운터, 2022년 6월 기준
국내 데스크탑 브라우저 시장 점유율, 출처: 스탯카운터, 2022년 6월 기준

IE의 몰락, 크롬의 부흥은 스마트폰 보급을 빼놓고 얘기할 수 없습니다. 전 세계 데스크톱 브라우저 시장에서 크롬이 IE를 제친 시기는 2013년인데요. 2009년까지만 해도 IE의 시장 점유율은 50% 이상이었고, 당시 크롬은 3.27%에 불고했습니다. 하지만, 불과 3년 만인 2012년 크롬의 시장 점유율은 33.74%까지 올라갑니다. 2013년부터 크롬이 IE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죠. 이는 2010년부터 스마트폰 보급이 본격화되면서 모바일과 PC 연동을 앞세운 크롬이 강세를 이어갔기 때문입니다.

Q. 앞으로 웹 브라우저 전망은 어떤가요?

당분간 구글 크롬이 계속 독주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다만, 사람들이 웹을 사용하는 경험을 어디에서 더 많이 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죠. 모바일 시대 시작과 함께 웹 사용은 PC가 아닌 모바일 기기를 이용하는 일이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죠.

2022년 6월 기준, 전 세계 모바일 브라우저 시장 점유율은 크롬 65.88%, 사파리 24.09%, 삼성 인터넷 4.81% 순입니다. 데스크탑 시장 점유율 대비 크롬 점유율은 다소 낮고, 애플 아이폰에 탑재된 사파리의 점유율은 높아지죠. 같은 기간 국내의 경우, 크롬 34.92%, 삼성 인터넷 27.34%, 사파리 23.41%, 웨일 12.73%로 나타납니다. 모바일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삼성전자가 모바일 브라우저 시장에서 계속 점유율을 늘리고 있는 것을 주목할 수 있겠네요.

사용자의 이용 형태에 맞춘 특화한 브라우저가 의외의 인기를 끌 수도 있습니다. 국내 사용자의 입맛에 맞춘 웨일, 삼성 인터넷의 점유율 상승처럼 말이죠. 온라인 광고를 차단하고, 개인 프라이버시 보호를 강화한 브레이브 브라우저도 유럽 등지에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구글 유튜브 동영상 속 광고도 차단할 수 있다며 입소문을 타고 있죠.

웹 브라우저는 인터넷 정보 여행을 떠나는 창문입니다. 그런데, 바깥을 보기 위해 만든 창문을 통해서 도둑이 드나들게 만들 수는 없잖아요. 더 안전하고, 유용한 웹 브라우저를 통해 많은 사용자가 편리하게 인터넷을 즐길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글 / 미래사회IT연구소 김덕진 소장

미래사회IT연구소(FITS)는 미래로 향해가는 사회의 변화와 현상을 IT의 관점으로 바라보고 해석해 다양한 분야에 인사이트를 전달하는 컨설팅 전문 기업이다. 김덕진 소장은 10여년간 빅데이터 기반 전략컨설팅을 수행했으며, KBS2TV 통합뉴스룸ET, MBC 손에잡히는경제, 유튜브 삼프로TV등 다양한 방송과 강의를 통해 경제와 산업, IT가 연결되는 지금의 현상들을 대중들에게 알기쉽게 설명하고 있다. 현재 세종사이버대학교 컴퓨터AI공학과 겸임교수를 맡고있으며, 웹3/블록체인 전문기업 체인파트너스의 대외협력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정리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

IT동아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Creative commons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의견은 IT동아(게임동아) 페이스북에서 덧글 또는 메신저로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