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한번 써보자, 레이드 디스크 구성

이문규 munch@itdonga.com

레이드(RAID) 디스크 구성은 사실 일반 사용자, 더구나 컴퓨터 관련 지식이 부족한 사용자가 접근하기에는 결코 쉽지 않다(레이드가 무엇인지 궁금하다면 관련 기사를 참고하자). 그럼에도 굳이 이러한 내용의 강의를 다루는 이유는, 레이드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성능적, 또는 기능적 이점이 대단히 크기 때문이다. 다만 운영체계를 다시 설치해야 하니, 레이드 구성을 하기에 앞서 중요한 파일을 따로 복사해 둬야 한다. 이는 앞선 기사에서 언급한 대로, 레이드 설정 사용 중 발생할 수 있는 장애에 대비하기 위함이다.

쉽지 않다고 해서 겁먹을 필요까지는 없다. 안 해봐서 쉽지 않은 거지, 일단 한번 해 보면 나름대로 할 만 하다. 고급 기술이나 지식이 필요한 것도 아니니 이참에 우리도 레이드 구성을 사용해 보자. 참고로 본 기사에서는 인텔 코어 i7 965 프로세서(X58 메인 칩셋)와 메모리 2GB, 엔비디아 지포스 9600GT 그래픽 카드, 320GB 삼성 하드디스크 2개가 장착된 시스템으로 테스트했다. 운영체계는 마이크로소프트 윈도우7 얼티밋 32비트다.

사전 준비

1. 별 것 아니라는 강한 자신감
레이드 구성 잘못 한다고 PC가 고장 나는 것은 아니니, 두려워하지 말고 자신 있게 도전한다

2. 중요 데이터 백업
거듭 강조하지만, 레이드를 구성하려면 하드디스크에 저장된 모든 데이터를 삭제(포맷)해야 한다. 따라서 중요한 파일이 있다면 무조건 백업해 두기를 바란다.

3. 레이드 0, 1 구성을 위한 디스크 최소 2개, 레이드 5 구성을 위한 디스크 최소 3개
하나의 하드디스크를 두 개로 나눈 ‘논리’ 드라이브는 해당되지 않는다. 반드시 따로 따로 연결된 하드디스크 2개 이상이 필요하다. 레이드 0와 1 구성은 2개면 되지만, 레이드 5에는 최소 3개가 필요하다.

4. 레이드 지원 메인보드
결정적으로 자신의 PC 내 메인보드가 레이드 구성을 지원하는지 확인해야 한다. 이는 메인보드 제조사를 통해(기술지원센터 또는 홈페이지) 알 수 있다.

5. 윈도우 설치 시 필요한 레이드 드라이버 파일
레이드를 구성한 후 윈도우 등과 같은 운영체계를 설치할 때 필요한 경우가 있으니 준비해야 한다. 레이드 드라이버 파일은 해당 메인보드 제조사의 홈페이지에 공개돼 있다. 아예 없는 경우라면 어쩔 수 없다.

하드디스크 두 개 이상을 컴퓨터에 각각 연결하고 PC 부팅 시에 정상적으로 인식하는 지를 확인한다. 이는 부팅 시 화면으로 출력되거나 메인보드 설정 프로그램인 ‘바이오스’ 화면에서 확인할 수 있다. 바이오스 설정 화면은 부팅 시 Del 키나 F2 키를 누르면 된다(메인보드에 따라 다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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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드 구성 설정은 메인보드 바이오스나 별도의 레이드 바이오스를 통해 수행할 수 있다. 메인보드에서 별도의 레이드 바이오스를 제공하는 경우, 컨트롤 키 + I 나 G 키 등을 누르면 설정 프로그램으로 들어갈 수 있다. 다만 이 역시 메인보드에 따라 다를 수 있으니, 부팅 시 화면을 유심히 관찰하여 레이드 바이오스에 들어가는 단축 키를 파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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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보드 바이오스(BIOS) 설정 프로그램

PC의 메인보드에는 PC 운영에 필요한 여러 가지 기본 설정이 내부에 저장돼 있다. 이러한 설정 프로그램을 ‘바이오스(BIOS-Basic Input/Output System)’라 하는데, 여기서는 CPU나 메모리, 하드디스크 등의 하드웨어 설정이나 시간 설정, 관리자 암호 설정 등을 할 수 있다. 메인보드 바이오스 프로그램은 PC 부팅 시 초기 화면에서 Del 키나 F2 키를 누르면, 초기 단계 직후 곧바로 실행된다. 단 바이오스는 시스템 전반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정확한 정보와 지식이 없는 상태라면 설정을 함부로 변경해서는 안된다.

아울러 레이드 0, 1, 5 등 레벨을 선택하는 단계만 다를 뿐 기본적인 설정 방법은 모두 동일하다. 설정이 완료되면 디스크 구성이 자동으로 생성(build)되며 이후 운영체계를 새로 설치해야 한다. 여기서는 일반 사용자에게 가장 유용할 레이드 0 구성을 기준으로 한다.

레이드 0 구성 방법

레이드 레벨 중 가장 보편적인 구성이다. 앞선 기사에서 언급한 대로, 데이터 분산 처리로 인해 강력한 디스크 성능을 이끌어 낼 수 있어 고사양 게임 환경이나 2D/3D 그래픽 작업에 적합하다. 본 기사에서는 320GB 하드디스크 두 개를 레이드 0로 묶어 600GB의 단일 드라이브로 생성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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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번 강조하지만, 레이드 구성을 수행하기 전에 중요한 데이터 파일은 반드시 백업 해 두자. PC를 재부팅하고 메인보드 바이오스(또는 레이드 바이오스) 화면으로 들어간다. 모두 영어로 출력되지만 겁 먹을 거 전혀 없다. 그리고 각 메인보드마다 레이드 설정 화면이나 메뉴, 기능 등이 다를 수 있으나, 기본적인 설정 단계는 대동소이하다.

테스트에 사용한 코어 i7 프로세서용 메인보드는 X58 칩셋을 내장했으며, 레이드 사용/미사용 설정이 메인보드 바이오스에 포함돼 있다. 아래 사진과 같이, 메인보드 바이오스 화면에서 ‘S-ATA Drives’ 부분에서 S-ATA 모드를 기존 ‘AHCI’에서 ‘RAID’로 변경한다. 즉 레이드를 사용하겠다는 의미다. 이제 실제 디스크 구성은 레이드 전용 바이오스에서 설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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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를 재부팅한 후 초기 화면에서, ‘컨트롤 키 + I 키’를 눌러 레이드 바이오스 화면으로 들어간다. 키 조합은 메인보드마다 다르다. 레이드 바이오스 화면은 메인보드 바이오스보다 훨씬 간단하게 구성돼 있다. 일단 화면 하단에, 현재 장착되어 있는 하드디스크 목록이 보이고, 상단에는 레이드 볼륨을 생성(create), 삭제(delete), 재설정(reset), 복구(recovery)할 수 있는 메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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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드 볼륨을 생성해야 하니 ‘1. Create RAID Volume’을 선택한다. 아래 사진과 같이 볼륨 이름, 레이드 레벨 등을 설정하는 나타나며, 여기서 원하는 레벨을 선택하면 된다. 나머지 설정은 기본값 그대로 적용해도 된다. 여기서는 레이드 0로 묶을 것이니 ‘RAID 0(Stripe)’를 선택하고 하단의 ‘Create Volume’을 실행하면 설정은 완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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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설정됐는지 정보 확인 창을 통해 점검하면 된다. 아래 사진과 같이 320GB 두 개 하드디스크가 레이드 0로 묶여(member disk) 총 596GB의 단일 드라이브가 됐다. 상태(Status)는 물론 정상(normal)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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됐다. 더 이상 할 거 없다. 이제 이 596GB짜리 레이드 드라이브에 윈도우와 같은 운영체계를 평소처럼 설치하면 된다. 어떤가, 어려운가?

윈도우 설치

윈도우의 기본적인 설치 방법은 동일하다. 다만 레이드로 구성한 드라이브를 인식시키기 위한 드라이버 파일을 설치 도중에 입력해야 한다. 앞서 말한 대로 윈도우 설치 CD에 해당 레이드 드라이버 파일이 포함되어 있다면, 그래서 레이드 드라이버 파일이 필요하다는 메시지가 나오지 않으면 그냥 설치를 진행하면 된다.

만약 설치 도중, 하드디스크를 찾을 수 없다는 메시지가 나오며 더 이상 설치가 진행되지 않는다면, 이는 십중팔구 레이드 드라이버 파일이 없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해당 컴퓨터(또는 메인보드) 제조사 홈페이지에서 레이드 드라이버 파일을 다운로드하여, 플로피 디스크(FDD) 등에 복사한 다음 윈도우 설치 초기 단계에서 이를 PC에 등록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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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문제는 요즘 대부분의 PC에 플로피 드라이브가 없다는 것이다. 사실 플로피 드라이브를 마련하는 것 외에 딱히 방법이 없다. USB로 연결할 수 있는 플로피 드라이브를 어떻게든 마련하는 수밖에... 물론 제조사에 따라 USB 메모리 등으로 레이드 드라이버를 설치하는 방법을 제공하기도 하는데, 일반 사용자가 접근하기에는 이 역시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다만 윈도우 비스타, 윈도우7 등의 최신 운영체계 설치 CD에는 레이드 드라이버 파일이 들어 있을 수 있거나(윈도우7의 경우), 설치 단계에서 USB 메모리를 통해 레이드 드라이버를 설치할 수 있으므로(윈도우 비스타의 경우) 가급적이면 이들 운영체계를 사용하는 것이 간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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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능 비교 (일반 하드디스크 vs 레이드 0 구성)

그럼 일반 하드디스크와 레이드 디스크는 성능 차이가 얼마나 날까? 앞선 1부 기사에서 제시한 디스크 성능 그래프만 봐도 레이드 디스크가 압도적으로 높은 성능을 보임을 알 수 있다. 실제로도 그러한지 테스트해 본다.

테스트 방법은 복잡하지도 어렵지도 않다. IT동아에서 늘 사용하는 Performance Test를 통해 레이드 구성 전후의 시스템 전반적인 성능과 디스크 성능을 비교해 보고, 하드디스크 벤치마크 전문 프로그램인 ‘HDTune’으로도 레이드 설정 전후의 성능을 비교 측정했다. 마지막으로 약 1,600여 개의 파일(약 6GB)를 압축할 때 걸리는 시간도 측정, 비교했다(C드라이브 → C드라이브 압축).

결과는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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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formance Test 결과를 보면, 전반적인 시스템 성능은 거의 비슷하게 나타났다. 이는 각 부품의 점수를 분석, 취합하여 총점을 매기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레이드 구성 전 일반 하드디스크보다 입출력 성능이 거의 3배에 가깝게 향상되었음을 알 수 있다. 레이드 0의 데이터 분산 처리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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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HDTune 결과를 보자. 일반 하드디스크의 평균 전송속도는 약 97MB였고, 레이드 0는 140MB 정도였다. 성능 향상도 향상이지만, 무엇보다 전송속도 저하가 크지 않고 거의 균일하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즉 데이터가 디스크의 어느 부분에 저장되든 안정적인 성능을 보여줄 수 있음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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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단순 압축 테스트 역시 큰 폭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입출력 성능이 향상되었음을 확인했다.

자, 최신 CPU로 교체하거나 메모리를 증설한 것도 아니고 하드디스크 구성 하나 바꿔서 이러한 성능 향상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게 놀랍지 않은가? 고급 장비가 필요한 것도, 전문 지식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하드디스크 한 대와 약간의 관심만 있으면 된다.

디스크 공간 분할의 묘미

흔히 하드디스크 공간을 나누어 사용하는 걸 ‘파티셔닝’이라 한다.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용량에 따라 나눠서 C드라이브, D드라이브 등과 같이 분할하는 것이다. 레이드로 묶은 드라이브는 레이드 바이오스 화면에서 파티셔닝도 바로 할 수 있는데, 이때는 디스크의 안쪽 부분, 즉 디스크 직경이 짧아 입출력 속도가 빠른 부분부터 차례로 분할하게 된다. 때문에 안쪽 부분을 C드라이브로 설정해 운영체계를 설치하면 조금이나마 디스크 입출력 성능을 향상시킬 수 있다. 예를 들어, 500GB 하드디스크 두 개를 레이드 0 묶어 1TB(테라바이트, 1,024GB)로 만들고, 이를 200GB, 800GB 정도로 나눈 뒤 200GB는 운영체계용(C드라이브), 800GB는 데이터 저장용(D드라이브)으로 사용하면 되겠다(이러한 기능의 사용 여부 역시 레이드 바이오스에 따라 다르다).

참고로 HDTune 프로그램 결과 그래프를 보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갈수록 전송속도(파란 그래프)가 저하되는 걸 볼 수 있는데, 디스크 안쪽 부분부터 바깥쪽으로 테스트를 진행하기 때문이다. 저장된 데이터에 접근하는데 걸리는 시간인 액세스 시간(노란 그래프) 그래프 역시 뒤로 갈수록 느려질 수밖에 없다.

양날을 가진 레이드 기술

지금까지 구성해본 대로 레이드는 복잡한 이론에 비해 설정, 사용 방법은 대단히 간단하다. PC에 조금만 관심이 있다면 누구든지 능히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레이드를 사용해 보면 느끼겠지만, 하드디스크 성능이 향상되면 실제로 체감하는 전반적인 성능은 배가 된다. 그럼에도 우리는 컴퓨터 성능 운운하면서 CPU와 그래픽 카드, 메모리만 관심을 갖고 있다. 이 3개 부품은 이제 성능 향상의 기술적 한계에 근접했다. 이미 빠를 만큼 빨라서 더 이상 바랄 수도, 기대할 수도 없다. 반면에 하드디스크는 아직 갈 길이 멀다. 하드디스크 성능을 판별하는 RPM(분당 디스크 회전 속도)이나 버퍼 메모리(데이터 이동에 사용되는 임시 저장소) 크기, 메인보드 연결 인터페이스 등 성능 향상을 꾀할 수 있는 부분이 아직 건재하기 때문이다. 특히 레이드와 같은 디스크 구성 기술을 잘 활용하면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체감 성능이 향상될 수 있다.

그러니 지금 자신의 PC 메인보드 사양을 확인하여 레이드 지원 여부를 파악하고, 현재 장착된 하드디스크와 동일한 용량의 (가급적) 동일한 제조사의 제품을 한두 개 더 구입해 레이드 디스크를 구성해 사용해 보자.

끝으로 레이드를 사용하면서 주의할 것이 있다. 누누이 강조했던 데이터 백업안정성 문제 를 늘 염두에 두어야 한다. 매력적인 성능 향상 이면에는 약간의 책임이 따르는 법이다. 일반 하드디스크도 마찬가지지만, 레이드 구성 역시 사용하다 보면 예상치 못한 문제(레이드 설정 오류 등)를 접할 수 있는데, 이때 중요한 데이터가 손상됐다면 이를 복원하는 데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레이드를 사용할 것이며 중요한 데이터를 취급할 게 아니라면 레이드 0를, 데이터가 중요하다면 레이드 1 또는 5를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여담 >

본인은 지난 10여 년간 서버 엔지니어로 근무한 바 있다. 이때 다양한 형태의 스토리지 제품을 접하면서 레이드 기술의 효용성을 몸소 겪었다. 그런데 많은 수의 IT 관리자들이 레이드를 ‘데이터 백업 솔루션’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깨닫게 됐다. 데이터 백업과 데이터 보호는 그 용도와 목적이 엄연히 다르다. 레이드는 데이터 보호용이다. 디스크 장애가 발생했을 때 데이터가 손상되지 않도록 하는 1차 대비책인 것이다. 결국 심각한 장애가 발생하면 레이드 역시 속수무책으로 데이터가 손상된다. 이런 장애를 대비해서 별도의 공간에 데이터를 빼 놓는 것이 데이터 백업이다. 따라서 레이드만 구성해 놓으면 안전할 것이라 신뢰하면 큰 오산이다. 데이터 백업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중요한 데이터라면 더욱 그러하다. ‘운영에 실패한 IT 관리자는 용서해도, 백업에 실패한 관리자는 용서받지 못한다’ 는 말이 있듯이, 중요한 데이터의 백업은 일반 사용자라도 늘 머리 속에 담아 둬야 한다. 나중에 후회하지 않으려면 말이다.

글 / IT동아 이문규(munc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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