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닮은 태블릿PC, MS 서피스 프로3 써보니...
지난 20일(현지시각) 공개된 MS의 윈도8.1 태블릿PC 서피스 프로3(Surface Pro 3). 오는 8월 국내 출시에 앞서 잠시 사용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소감을 간략히 정리했다.
보기도 편하고, 쓰기도 편한 3:2 화면비
서피스 프로3는 두 가지 특징을 보유하고 있다. 첫 번째 특징은 다른 태블릿PC에선 찾아볼 수 없는 3:2 화면비다. 때문에 업계 주류 화면비인 16:9(16:10 포함) 또는 4:3과 전혀 다른 경험을 선사한다.
3:2 화면비는 책(출판물)과 가장 유사한 판형이다. 글을 적거나, 읽는 데 최적화돼 있다는 뜻이다. 서피스 프로3로 잡지 앱을 실행하자 여백 없이(혹은 매우 적은 여백으로) 꽉찬 화면으로 잡지 앱을 감상할 수 있었다. 태블릿PC 전용으로 제작된 전자책뿐만 아니라 책을 그대로 스캔한 PDF 파일도 마찬가지다.
책뿐만이 아니다. 인터넷도 매우 쾌적하게 즐길 수 있었다. 16:9 화면비의 태블릿PC는 가로로 눕혀 사용하면 세로 길이가 너무 짧고, 세워서 사용하면 세로 길이가 너무 길다. 서피스 프로3는 그렇지 않다. 가로로 사용하든 세로로 사용하든 인터넷 페이지가 한눈에 들어온다. 글씨와 그림을 보다 크게 보고 싶다면 가로로 눕혀서, 인터넷 페이지를 한눈에 보고 싶다면 세로로 세워서 사용하면 된다.
동영상 감상 기능도 뛰어나다. 4:3 화면비의 태블릿PC는 전자책이나 인터넷 페이지를 쾌적하게 즐길 수 있지만, 동영상을 감상하면 위아래로 검은 여백이 너무 많이 남는다. 동영상에 집중하는 것을 방해한다. 서피스 프로3는 그렇지 않다. 물론 검은 여백은 나타난다. 하지만 그리 크지 않아 동영상 감상 자체를 방해하지 않는다.
파지 자세도 매우 안정적이다. 제품을 감싸안듯이 쥐고 다닐 수 있다. 16:9 화면비의 태블릿PC는 세로로 세워서 파지할 경우 자세가 매우 불안했다.
두 번째 특징은 강력한 필기 기능이다. 서피스는 전자펜(디지타이저)을 함께 제공한다. 이게 걸작이다. 화면에 가져다 대고 필기를 해보니 아무런 딜레이 없이 글을 적고, 그림을 쓸 수 있었다. 커서가 내 마음대로 움직이는 것이 마치 종이 위에 필기를 하는 기분이었다. 0.5초 정도의 입력 딜레이가 존재하는 기존 태블릿PC와 대조적인 모습이다.
전자펜도 매우 편리하다. 두께 9.9mm 길이 12cm 정도의 이 제품은 실제 펜과 매우 흡사하다. 때문에 오래 잡아도 피로가 덜하다. 너무 작아서 잡는 것조차 힘겨웠던 다른 태블릿PC의 전자펜과 비교조차 할 수 없다.
전자펜에는 다양한 기능이 들어 있다. 지우개, 추가 명령 버튼 뿐만 아니라 원노트(MS의 필기용 앱) 실행 버튼까지 달려 있다. 서피스 프로3로 어떤 작업을 하고 있더라도 펜을 꺼내 뒷 부분의 버튼을 누르면 즉시 원노트가 실행되고, 필기를 시작할 수 있다.
전자펜을 보조하기 위한 다양한 기능이 추가된 것도 눈에 띈다. 서피스 프로3에는 팜 블록(Palm block, 손바닥 차단)이라는 기능이 들어 있다. 전자펜이 화면에 접근하면, 전자펜 외에 다른 어떤 터치스크린 입력도 받지 않는다. 덕분에 화면 위에 손바닥을 올려 놓고 제품을 실제 공책처럼 사용할 수 있었다.
처음 서피스 프로3가 발표되고, 전자펜을 와콤의 솔루션에서 엔트리그(N-trig)의 솔루션으로 교체한다고 하자 많은 사용자가 우려했다. 필기감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다. 걱정은 접어도 된다. 필기감 자체만 놓고보면 전작 서피스1보다 훨씬 발전했다. 서피스1의 필기감도 손에 꼽힐 정도였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꼬투리를 잡자면, 전자펜에 건전지가 들어가야 하는 점은 아쉽다. 이를 통해 전자펜을 본체 전원을 켜는 리모콘으로도 사용할 수 있게 됐으니 일장일단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전자펜은 크기가 큰 만큼 제품 내부에 수납할 수 없고 별도 액세서리인 키보드 커버 옆에 안전하게 꽂아 둘 수 있다. (전작은 자석을 통해 제품 옆에 붙여 둘 수 있었는데, 이 기능은 삭제됐다. 접착력이 약해 전자펜 분실이 너무 잦았던 탓인 듯하다)
깜짝 놀랄 정도로 얇고 가벼워
서피스 프로3는 12인치 제품이라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얇고 가볍다. 무게는 800g에 불과하고, 두께도 1cm가 채 되지 않는다. 10.1인치 화면을 탑재한 전작보다 오히려 얇고 가벼워졌다. 사실 전작이 너무 무겁고 두꺼웠던 거다. 이제야 다른 태블릿PC 못지 않은 휴대성을 갖추게 됐다고 평가할 수 있겠다. 본체는 마그네슘 합금으로 제작돼 플라스틱으로 제작된 다른 태블릿PC보다 훨씬 견고하다. 힘껏 눌러도 움푹 들어가는 현상이 없다.
발매 전 소문과 달리 팬리스(Fanless) 제품은 아니다. 대신 방열 성능을 강화한 신형 팬을 채택했다. 소음도 적다. 1시간 동안 사용하면서 팬이 강하게 돌아가는 현상은 경험하지 못했다(실행한 앱은 인터넷, 원노트, 윈도 스토어).
제품을 거치하기 위한 킥스탠드도 개선됐다. 서피스1은 1단계, 서피스2는 2단계로 나눠 제품을 세울 수 있었지만, 서피스 프로3는 0~150도까지 자유롭게 각도를 맞춰 세울 수 있다. 화면을 자유롭게 접었다 펼 수 있는 노트북에 버금간다.
스피커는 전면에 있다. 오른쪽 하단과 왼쪽 하단에 자그마하게 존재한다. 때문에 영화, 음악 등을 한층 실감나게 감상할 수 있다.
제품 사양은 인텔 4세대 코어(하스웰) i3(Y), i5(U), i7(U)으로 구성돼 있고, 메모리는 4~8GB를 제공한다. 저장공간은 SSD 64~512GB 가운데 선택할 수 있다. 실제로 접한 모델은 4세대 인텔 코어 i5 4300U 듀얼코어 프로세서, 인텔 HD4400 그래픽 프로세서, 4GB 메모리, 128GB 저장공간을 갖추고 있었다. 저장공간 가운데 사용자가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용량은 96GB였다.
제품은 따로 분해할 수 없으며, 사양도 처음 구매한 상태에서 업그레이드 할 수 없다. 구매할 제품을 고를 때 신중해야 하겠다.
외부에는 USB 3.0 단자(1개) 미니 DP(디스플레이 포트), 헤드폰/마이크 겸용 출력 단자 등을 갖추고 있다. 마이크로SD 카드 슬롯은 킥스탠드 하단에 있다. 이를 통해 저장공간을 확장할 수 있다.
새로 태어난 키보드 커버
전용 액세서리 '키보드 커버' 얘기도 빼놓을 수 없다. 키보드 커버는 태블릿PC인 서피스 프로3를 노트북처럼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전용 액세서리다. 평소에는 제품 화면을 이물질로부터 보호하는 덮개의 역할을 하지만, 사용자가 원할 경우 키보드로 변신한다. 예전에는 바닥에 딱 붙여놓고 사용해야 했다. 경사가 없었다는 뜻이다. 키보드에 경사가 없을 경우 손가락에 통증이 오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서피스 프로3용 키보드 커버는 자석을 통해 상단 일부를 제품에 붙일 수 있다. 일반 키보드처럼 약간의 경사가 생기고, 이를 통해 편안하게 타자를 칠 수 있다.
키보드 하단 트랙패드도 좀 더 넓어졌다. 오른쪽 버튼과 왼쪽 버튼도 보다 확실히 구별된다. 키보드를 누르는 감각은 기존 키보드 커버와 대동소이하다. 그리 깊이 눌리지는 않지만, 일반 노트북 수준은 된다.
서피스 프로3는 오는 8월 국내에 정식 출시되며, 가격은 아직 미정이다. 사양 별로 90만~220만 원 선일 것으로 보인다.
사용자들이 가장 궁금한 점은 "그래서 이게 살만한 제품이냐?"는 것이다. '반드시 구매해야 할 제품이다', '구매해선 안될 제품이다'고 감히 평가할 수는 없다. 하지만 잠깐 접했음에도 이 느낌만은 확실히 받았다. 어딘가 나사가 빠져있었던 다른 윈도8.1 태블릿PC와 달리 완벽하다. 윈도8.1 태블릿PC를 구매할 계획이라면 당연히 서피스 프로3를 주목해야 한다.
*이 기사는 제품을 잠깐 접해본 소감(Hands on)이며, 배터리 사용시간 및 제품의 장/단점 등을 다룬 자세한 리뷰는 제품이 국내에 정식 출시된 이후 게재할 예정입니다.
글 / IT동아 강일용(zer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