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카카오 "우리, 결혼했습니다"

5월 마지막주 월요일, 국내 IT업계에 커다란 소식이 날아들었다. 다음커뮤니케이션(이하 다음)과 카카오가 합병을 선언한 것. 양사의 합병으로 인해 시가총액 3조 원에 달하는 공룡 기업이 탄생했다. 다음과 카카오는 보도자료를 통해 먼저 합병 소식을 알리고, 곧 기자간담회를 열 것이라며 장소와 시간을 나중에 알려준다고 전했다. 그만큼 급박했다. 양사의 합병 소식이 뜬소문처럼 돌긴 했지만, 먼저 보도자료를 발표하고 기자간담회 장소를 섭외할 정도로 '깜짝' 발표에 가까웠다.

다음-카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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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양사가 동시에 발표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양사는 지난 23일 각각 이사회를 열어 합병에 대해 결의하고 합병계약을 체결했다. 오는 8월 주주총회 승인을 얻어 연내 모든 절차를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합병 형태는 기준주가에 따라 산출한 약 1:1.556의 비율로 피합병법인 카카오의 주식을 합병법인 다음커뮤니케이션의 발행신주와 교환하는 방식이다. 새롭게 출범하는 통합법인의 명칭은 '다음카카오'다.

다음카카오는 카카오가 보유한 모바일 플랫폼과 다음이 보유한 모바일 광고 플랫폼, 검색광고 네트워크 등 마케팅 플랫폼을 바탕으로 향후 시너지 효과를 모색한다는 계획이다. 빠르게 변화하는 트렌드에 대응하고, IT-모바일 산업을 선도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게 됐다는 자평이다.

통합법인은 다음과 카카오가 당분간 독자적으로 운영한다. 향후 공통부문과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부문부터 순차적으로 통합할 예정이다. 양사는 참여와 개방, 소통, 혁신, 수평적 커뮤니케이션 문화 등 이미 주요 가치를 공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통합 법인의 직원 수는 다음 약 2,600명과 카카오 약 600명을 더해 약 3,200 명이다. 다음카카오의 본사는 현 다음의 본사 소재지인 제주도에 두고, 판교와 서울에서도 계속해서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다음 최세훈 대표 "양사의 경쟁력으로 글로벌 진출하겠다"

기자간담회가 열린 서울 프라자 호텔 그램드볼룸 안에는 다음과 카카오 관계자와 수많은 언론 및 관계자로 붐볐다. 그만큼 양사의 합병체결 및 통합법인 다음카카오 출범은 예상외였고, 급박했으며, 향후 국내 IT 업계의 판도를 바꿀 수도 있는 소식이다.

다음-카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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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다음 최세훈 대표가 마이크 앞에 앉았다. 그는 "급하게 합병 소식을 알렸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분이 현장을 찾아주셨다. 감사할 따름이다. 지난 주말부터 관계자에게 불편을 끼쳤다. 이 자리를 빌어 죄송하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워낙 민감한 사항이라 (기밀을 유지할 수밖에) 없었다. 양해를 부탁한다"고 말을 시작했다.

이어서 그는 "다음과 카카오는 새로운 도전을 위해 오늘 하나가 됐다. 다음과 카카오는 국내 인터넷 및 모바일 서비스에서 혁신을 선도했다고 자부한다. 다음은 2001년 이후 다양한 서비스를 선보였고, 카카오는 모바일 시대로 넘어가는 단계에서 가장 선도적인 기업으로 발돋움했다"며, "양사는 서로가 부족한 점을 각자의 장점으로 가지고 있다. 카카오의 모바일 시장 경쟁력과 다음의 콘텐츠 경쟁력을 더하면 다양한 부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향후 인터넷 상생 생태계 형성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음-카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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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진출에 대한 코멘트도 덧붙였다. 그는 "국내 시장에 머무르지 않고 해외 시장에 진출해 당당히 경쟁할 것이다. 이에 카카오와 전략적 합병을 선택했다. 순수한 합병이다. 한국 기업 역사상 전래가 없는 일이다. 각자의 욕심을 내세웠다면 오늘의 자리는 없었을 것이다"며, "국내 인터넷 모바일 서비스 시장을 발전시켜 이용자에게 보다 많은 편의를 돌려주고, 글로벌 시장에 도전하기 위한 대승적 결단이 이번 합병이다. 한국 IT모바일 역사를 새롭게 쓰는, 첫걸음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카카오 이석우 공동대표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걷겠다"

최세훈 대표에 이어 이석우 대표가 선언문을 읽었다. 그는 "다음과 카카오는 지난 금요일 이사회를 통해 합병을 결정했다. 연내 통합 법인을 출범할 예정이다. 새롭게 출범하는 명칭은 다음카카오다. 이번 합병은 다음과 카카오가 가진 각자의 경쟁력을 통해 양사의 당면과제를 우선 해결하고, 장점을 더하기 위한 고도의 전략적 선택이다"며, "다음과 카카오는 모바일 시대, 그리고 모바일 이후에 다가올 시대에 맞춰 경쟁력을 키울 것이다. 글로벌 시장으로 사업 역량을 확대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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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서 그는 "향후 다음카카오는 커뮤니케이션, 정보, 생활 플랫폼 사업자로 성장할 것이다. 현재 IT 업계는 게임, 쇼핑, 금융 등 다양한 영역이 모바일 플랫폼과 융합 중이다. 빠르게 변화 중이다. 앞으로도 모바일 시대에 경쟁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다음과의 합병은 강력한 추진력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카카오가 가지고 있는 모바일 커뮤니케이션 생태계에 정보, 생활 정보 등 다음의 장점을 덧붙여 나갈 것이다. 다음카카오는 아무도 가지고 않은 길을 갈 것이다"고 자신했다.

다음과 카카오 "우리, 결혼했습니다"

다음 최 대표는 수많은 관계자 앞에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 결혼했습니다"고. 갑작스러운 합병소식을 전달했지만, 사실 이전부터 양사의 임원들은 많이 얘기를 나눴다는 것을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연애결혼이라고 생각하지만, 양사의 사원이나 외부에서 바라보는 분들은 중매결혼이라고 생각할 것 같다. 맞는 부분도 있다. 앞으로 더 많이 대화를 나누고 소통하도록 노력할 것이다"고 자신했다.

앞으로 자연스럽게 맞춰 나가겠다는 것이 양사 대표의 공통된 말이었다. 아직 조직개편에 대해서도 정해진 바가 없다. 양사 중 어디에 좀더 비중을 두고 움직일 것인가(컨트롤타워) 등도 결정하지 않았다. 다만, 합병의 최종 형태는 공동대표가 될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의견을 표했다. 양사가 어떤 부분을 가지고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인가라는 부분에 대해서도 "같이 할 수 있는 것이 없을까 많이 고민하는 중이다. 구체적으로 어떤 서비스를 어떻게 접목해 어디에서 효과를 낼 것인지, 아직은 논의하지 않았다. 차차, 자연스럽게 나타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결혼이라는 단어를 양사 합병에 빗대 표현한 것처럼, 양사는 아직 구체적인 것을 논의하지 않았다. 다만 자연스럽게 만들어 나갈 것이며, 각자 모자란 부분을 서로가 가지고 있으니 충분히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양사는 다음이 가지고 있는 모바일 광고와 검색, 그리고 콘텐츠의 장점과 카카오의 모바일 플랫폼 경쟁력을 넌지시 어필할 뿐이었다.

맞다. 모바일 시대에 중요한 것은 콘텐츠다. 어떤 콘텐츠를 보유하고, 어떻게 공유하느냐는 주요 경쟁력 중 하나다. 다음은 2001년부터 인터넷 포털을 서비스하며, 수많은 콘텐츠를 보유 중이다. 검색과 광고 플랫폼도 주요 강점으로 보유 중이다. 카카오는 모바일메신저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콘텐츠를 강화하는데 집중했다. 이 콘텐츠를 다음이 해결해줄 수 있다. 이건 생각보다 커다란 경쟁력이다. 양사는 이 부분을 강조하고 이번 합병의 향후 성공에 자신하는 분위기다.

다음-카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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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 검색에 다음의 경쟁력을 녹일 수도 있다. 이에 대해 최 대표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다만, 구체적인 서비스 연동 방법과 사업 모델 등은 아직 아이디어 구상 단계다. 아니, 아이디어는 많이 있지만, 실제 적용하기 위한 논의 단계라고 생각해달라"고 말했다. 이 대표 역시 "다음의 콘텐츠를 카카오가 가지고 있는 모바일 소셜 관계 즉, 소셜 네트워크를 연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뒷받침했다.

두 대표는 글로벌 시장 진출 방안에 대한 것은 말을 아꼈다. 사실, 다음과 카카오는 너무 국내 서비스에 치중된 것 아니냐는 평가를 받았다. 두 기업의 글로벌 진출은 인터넷 포털 업계 1위 네이버와 해외에서 빠르게 사용자 수를 늘리고 있는 네이버 라인과 자주 비교했던 부분이기도 하다. 이 대표가 넌지시 언급한 '양사의 당면과제'라는 표현도 '해외 진출'을 의미하는 바가 크다. 다음카카오가 '의미있는 합병이었다'라고 평가받기 위해서는 앞으로 해외 진출이라는 큰 산을 넘어야 한다.

쉽지 않은 문제다. 다음의 글로벌 서비스는 현재 전무하다. 그나마 카카오가 동남아 시장에서 조금씩 성과를 올리고 있지만, 경쟁사가 늘리고 있는 서비스 지역을 따라가기에는 아직 부족하다. 이 문제부터 어떻게 해결할 것이며, 어떤 결과를 나을지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일단, 양사의 합병은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업계에서 바라보는 시선도 나쁘지 않다. 혹자는 다음과 카카오의 합병을 통해 '네이버'를 견제할 수 있는 유일한 기업이 탄생했다라고 말한다. 그만큼 다음카카오에 바라는 것이 많다는 의미일 것이다. 다음카카오의 최대주주는 김범수 의장인가, 텐센트가 앞으로 다음카카오에 어떤 역할을 담당하는가 등 다양한 시선이 있지만, 결국 다음카카오가 어떤 서비스를 선보일 것인가가 중요하다.

시종일관 두 대표는 미소를 잃지 않았다. 격정적인(?) 포옹도 아끼지 않았다. 다음과 카카오, 아니 이제 다음카카오의 첫번째 발걸음은 무엇일지, 그들이 만들어갈 발걸음은 무엇일지 주목하자.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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