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6만 원대 하이브리드 이어폰? 티피오스 H-100 II

이상우 lswoo@itdonga.com

헤드폰(이어폰)의 음질을 결정하는 요소는 다양하다. 하우징의 소재와 구조, 내부 설계, 케이블 재질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드라이버 유닛 판도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이어폰의 드라이버 유닛은 구동 형태에 따라 크게 '밸런스드 아마추어(Balanced Armature, BA) 드라이버'와 '다이내믹 드라이버'로 나뉜다. BA 드라이버는 금속 소재의 진동판을, 다이내믹 드라이버는 얇은 필름막을 사용한다. 소재나 구동방식이 다른 만큼 소리의 성질도 조금 다르다.

이어폰 중에는 하우징 하나에 2~3개의 드라이버 유닛을 탑재하는 제품이 있는데, 이를 하이브리드 이어폰이라 부른다. 각각의 유닛이 고음과 중저음을 나눠서 재생하기 때문에, 일반 이어폰보다 고음을 더 깔끔하게 내면서 깊고 풍부한 중저음을 만들 수 있다. 물론 그만큼 가격도 비싸다.

그런데 국내 이어폰 제조업체 티피오스(T-PEOS)가 BA 드라이버와 다이내믹 드라이버를 모두 탑재한 2way 하이브리드 이어폰 'H-100 II'를 6만 원대에 내놓았다. 보통 2way 하이브리드 이어폰은 제품이 15~20만 원 정도니 상당히 합리적인 가격이다. 6만 원대 하이브리드 이어폰은 어떤 모습일까? 지금부터 살펴보자.

*참고로 현재 제품 검색 시 가격은 12만 원으로 등록돼 있지만, 실제 판매 가격은 6만 9,900원이다

티피오스 H-100 II
티피오스 H-100 II

청아한 고음이 매력

앞서 말한 것처럼 H-100 II는 두 종류의 드라이버 유닛을 장착한 하이브리드 이어폰이다. BA 드라이버가 높은 음역을, 다이내믹 드라이버가 낮은 음역을 담당한다. 실제로 소리를 들어보면 이 특징이 잘 나타난다. 우선 고음은 둔탁한 소리 없이 청명하게 표현한다. 일부 고음을 잘 처리하지 못하는 이어폰은 음량을 키웠을 때 고음, 특히 'ㅅ'이나 'ㅊ'같은 치찰음에서 귀를 찌르는 듯한 쇳소리가 나는 경향이 있는데, H-100 II에서는 이런 현상도 없었다.

티피오스 H-100 II
티피오스 H-100 II

중저음 역시 보통 이상이다. 중저음은 전반적으로 소리가 풍부하고 부드러워, 베이스나 거문고처럼 음악 전체에 깔리는 악기 소리를 거부감 없이 들려준다. 다만 소리의 묵직한 느낌과 울림이 적다. 박력 있는 중저음을 원하는 사용자에겐 조금 부족해 보인다.

티피오스 H-100 II
티피오스 H-100 II

소리에 대해 전반적인 평가를 하자면 각 음색의 특징을 섬세하게 잘 표현한다. 고음은 청아하게, 저음은 부드럽게 들려준다. 이런 점은 보컬 위주의 음악이나 음색이 다양한 현악기 중심의 음악을 들을 때 어울린다.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소리는 해금이었다.

이제 기술사양을 간단히 살펴보자. 임피던스는 34Ω이며 출력 음압 레벨은 102dB이다. 소리가 제법 큰 편이라 스마트폰과 연결해 야외에서 들을 때도 큰 지장이 없다. 출력 주파수는 20Hz~20,000Hz다. 타사의 고급 이어폰과 비교하면 대역폭이 좁지만, 사실 이 정도면 인간의 가청 주파수 대역을 모두 표현할 수 있기 때문에 음악을 감상하는 데 지장은 없다.

티피오스 H-100 II
티피오스 H-100 II

제법 괜찮은 만듦새

사실 이 제품에 관한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는 반신반의했다. 6만 원대의 가격에 드라이버 유닛을 2개나 내장했으니 소리 외의 만듦새는 수준이 낮을 것이라 여겼다. 하지만 H-100 II는 곳곳에 제품에 신경을쓴 모습이 많이 보인다. 우선 3.5mm 연결 단자는 금도금으로 처리해 접촉부에서 발생하는 노이즈를 줄였으며, 연결 단자 형태도 'ㄱ'자 디자인을 적용해 단선의 위험을 줄였다.

티피오스 H-100 II
티피오스 H-100 II

이어팁도 기본으로 부착된 것 외에 크기와 소재에 따라 4가지를 추가로 제공한다. 우선 기본 이어팁은 중간 크기에 부드러운 실리콘 재질이며, 검은색과 붉은색으로 제품의 전체적인 색상과 잘 어울린다. 추가 제공 이어팁 3가지 크기며, 기본 이어팁보다 조금 더 질긴 실리콘 소재다. 이와 함께 차음성(외부 소음을 차단하는 성능)이 좋고 부드러운 폼(스펀지의 일종) 소재의 이어팁 1종을 제공한다.

티피오스 H-100 II
티피오스 H-100 II

사실 필자는 인이어(커널형) 이어폰을 선호하지 않는다. 외이도가 막히는 느낌이라 답답하고, 귀에 이물감이 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제품은 (특히 기본 이어팁과 폼 이어팁) 귀를 꽉 채운 느낌이 적으면서도 차음성이 나쁘지 않았다. 이 밖에 기본 액세서리로 휴대용 파우치와 케이블 고정용 클립 등을 제공한다.

티피오스 H-100 II
티피오스 H-100 II

케이블에도 신경을 쓴 모양새다. 흔히 '칼국수'라고 불리는 플랫 케이블을 적용했는데, 그 모양이 조금 독특하다. 케이블 전체에 미세한 홈이 여럿 있다. 플랫 케이블은 잘 엉키지 않는 것이 장점이지만, 케이블 표면이 넓어 옷이나 볼 등에 스치는 마찰음이 케이블을 타고 귀까지 전해진다. 특히 움직이면서 음악을 들을 때는 이 소리 때문에 음악 소리에 집중하기 어렵다. H-100 II의 케이블에 미세한 홈은 이 마찰을 줄여주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잡음이 덜하다.

티피오스 H-100 II
티피오스 H-100 II

다기능 버튼과 마이크 내장

케이블에는 마이크와 조작 버튼 하나를 갖췄다. 이를 통해 스마트폰을 꺼내지 않고도 전화를 받거나 재생/일시정지 등의 곡 탐색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 우선 전화가 걸려올 때 버튼을 한 번 누르면 전화를 받고 한 번 더 누르면 통화를 끊는다.

티피오스 H-100 II
티피오스 H-100 II

음악 감상 중에 버튼을 한 번 누르면 일시 정지, 한 번 더 누르면 다시 재생된다. 버튼을 연속 두 번 누르면 다음곡, 연속 세 번 누르면 이전곡 기능이 작동한다. 화면이 켜진 상태에서 버튼을 길게 누르면 음성 인식 기능(시리, S보이스 등)이 작동한다. 참고로 이전곡(버튼 세 번) 기능은 안드로이드 기기에서 작동하지 않는다.

케이블에 음량조절 버튼이 없는 것은 아쉽지만, 이 정도면 크게 불편함 없이 사용할 수 있다.

'가성비'가 훌륭한 이어폰

이 제품의 장점은 훌륭한 가격 대 성능 비다. 정확한 제품 가격은 6만 9,900원이다. 번들 이어폰에서 벗어나 듣는 즐거움이 무엇인지 체험해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부담 없이 구매할 수 있는 가격이다. 특히 번들 이어폰과는 확실히 다른 소리를 들려주기 때문에 구매 후 만족도도 높다. 하이파이 오디오용으로 조금 부족하지만, 6만 원대에서 하이브리드 이어폰을 체험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구매할 만한 제품이다.

티피오스 H-100 II
티피오스 H-100 II

글 / IT동아 이상우(lswo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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