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전구 한 번 써보실래요?
스마트폰, 가전제품 등 다양한 분야에서 경쟁하는 LG전자와 삼성전자가 이번에는 '스마트 전구(Smart Bulb)'로 맞붙는다. 두 기업은 오는 4월 4일까지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리는 조명/건축 박람회 'Light and Building 2014'에 참가해 스마트 전구, LED 조명, 에너지 절감 기술 등 여러 조명 기술을 선보인다. LG전자는 네이버 메신저 '라인'으로 전구와 대화하듯 조작할 수 있는 '홈챗' 기술을 내세웠고, 삼성전자는 최대 64개의 전구를 한 번에 조작할 수 있는 통합 제어 기능을 선보였다.
스마트 전구는 무선네트워크를 통해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 등의 기기와 연결하고, 원격에서 자유롭게 제어할 수 있는 제품을 말한다. 이전까지는 스마트 전구시장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제품은 필립스 휴(Hue)다. 이 시장에 LG전자와 삼성전자가 LED 기술력을 바탕으로 LG와 삼성이 뛰어든 것.
LG전자와 삼성전자의 스마트 전구는 필립스의 휴와 무엇이 다를까? 가장 핵심적인 차이는 통신방식이다. 필립스는 무선네트워크(정확히는 직비, ZigBee)을 이용하고,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블루투스를 이용한다. 각 방식에는 장단점이 있다. 우선 무선네트워크 방식은 전구가 네트워크에 연결돼있다면, 스마트폰 등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기기를 통해 먼 곳에서도 이를 제어할 수 있다. 하지만 전구와 무선네트워크(공유기 등)가 서로 신호를 주고받기 위해서는 중간 연결장치인 '브릿지'가 필요하다. 그만큼 전체 가격도 높아진다(필립스 휴 전구 3개+브릿지 20만 원 중후반, LG전자 스마트 전구 1개 3만 5,000원).
반면 무선전송 기술로 흔히 쓰이는 블루투스는 별다른 장치 없이도 스마트폰과 직접 연결할 수 있다. 특히 삼성전자 스마트 전구는 블루투스만으로 최대 64개까지 한 번에 조작할 수 있는 '그룹 제어'기능도 갖췄다. 참고로 필립스 휴도 브릿지 하나당 최대 50개의 전구를 연결할 수 있지만, 한 번에 제어할 수 있는 브릿지는 하나다. 다만 블루투스는 통신거리가 짧아 먼 거리에서는 사용할 수는 없다. 아직까지 스마트폰은 전구를 조작하는 리모컨 수준이다.
현재로서는 필립스의 방식이 조금 더 우세하다는 평가다. '스마트 홈'이라는 개념상 '언제 어디서나' 제어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전구가 무선네트워크에 연결되면 집 밖에서도 이를 제어할 수 있어, 퇴근 시간에 맞춰 불을 켜거나 오랜 기간 집을 비울 시 집에 사람이 있는 것처럼 조명을 켜거나 끌 수 있다.
하지만 LG전자와 삼성전자의 제품도 발전 가능성이 크다. 우선 LG전자는 이번 조명/건축 박람회에서 '홈챗(관련기사: http://it.donga.com/16946/)'을 통해 멀리서도 제어하는 기술을 선보였다. 여기에는 블루투스가 아닌, 직비 방식을 사용한다(현재 국내 출시 모델은 블루투스 전용). 만약 직비와 블루투스 모두 지원한다면, 그 활용도가 훨씬 높다.
블루투스 기술의 발전도 기대해볼 만하다. 지난 2013년 12월 발표된 블루투스 4.1 규격은 사물 인터넷(IoT)에 대응하는 기술이다. 기기(여기서는 전구)가 다른 기기와 연결할 수 있는 허브로 작동함과 동시에 인터넷 접속도 구현하는 것이 특징이다. 물론 인터넷과 연결할 수 있는 장치(예를 들면 공유기) 정도는 필요하겠지만.
그렇다면 스마트 전구는 어디에 활용할 수 있을까? 별다른 조도 조절 장치 없이도 조명의 밝기를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으며, 색상도 다양하게 변경할 수 있기 때문에 생각보다 활용도가 높다. 예를 들어 침실에 이를 설치하면 기상 시간에 맞춰 조명이 서서히 밝아지도록 만들 수 있으며, 취침 시간에는 은근한 색상과 밝기로 조절해 '취침조명'으로 사용할 수 있다. 음악 소리에 맞춰 조명의 밝기나 색상이 자유롭게 바뀌도록 설정할 수도 있다.
만약 간단한 사진이나 영상을 촬영하는 소규모 스튜디오라면 더 유용하다. 조명의 색이나 밝기를 별 다른 장치 없이도 쉽게 이용할 수 있으며, 조명 시스템을 위해 케이블 등을 새로 설치할 필요도 없다(일반 전구 소켓에 끼우기만 하면 된다).
LG전자와 삼성전자가 스마트 전구 사업에 뛰어든 것은 사실 놀랄만한 일이 아니다. 이미 두 기업은 TV, 세탁기, 냉장고 등의 가전제품 분야에서 이미 '스마트'화를 이뤘으며, '스마트 홈'에 한 걸음 더 다가가기 위해 조명 시장에도 접근한 것이라 해석할 수 있다. '전구까지 스마트할 필요가 있을까'하고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스마트 전구는 아직 '과도기'에 있는 기술이니, 이에 대한 평가는 시장이 내리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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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IT동아 이상우(lswo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