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D 닐 로비슨 "HSA와 맨틀, 결국은 업계 표준 될 것"

김영우 pengo@itdonga.com

CPU(중앙처리장치) 업체인 AMD가 GPU(그래픽처리장치) 업체 ATi를 인수한 것이 2006년의 일이다. 합병 당시, AMD는 CPU와 GPU를 융합한 새로운 프로세서로 시장을 바꾸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그리고 그 결과물이 2011년에 처음으로 선보인 APU(Accelerated Processing Unit)다.

다만, 처음 나온 1세대 APU는 단순히 CPU와 GPU를 하나의 칩으로 만들었을 뿐, 진정한 시너지 효과를 내지 못했다는 지적이 많았다. 상대적으로 속도가 느리지만 다양한 작업에 이용이 가능한 CPU, 그리고 제한된 영역에만 쓸 수 있지만 속도가 빠른 GPU를 하나로 융합해 범용성이 높으면서도 고성능을 발휘하는 프로세서를 만든다는 것이 AMD의 당초 목표였지만, 초기 APU는 이를 제대로 실현하지 못했다..

이런 AMD의 목표가 비로소 현실화될 가능성을 보인 것이 올해 초에 출시된 4세대 APU인 코드명 '카베리(Kaveri)'다. 카베리는 CPU와 GPU가 하나인 것처럼 메모리를 사용하는 hUMA(heterogeneous Uniform Memory Access) 기술, 그리고 CPU와 GPU 사이의 벽을 허물어 각자 최적의 경로로 작업을 행하는 hQ(Heterogeneous Queuing) 기술을 기반으로 한 'HSA(Heterogeneous System Architecture, 이기종 시스템 아키텍쳐)'를 갖춘 것이 특징이다.

그리고 최근 AMD는 HSA 외에 자사의 APU와 라데온 그래픽카드 전용의 그래픽 기술인 맨틀(Mantle)의 보급에도 힘을 기울이고 있다. 맨틀은 기존에 나온 대부분의 게임에서 이용하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의 다이렉트X(DirectX)를 대체할 목적으로 나왔으며, 이를 기반으로 개발된 게임은 AMD의 하드웨어에서 한층 우수한 성능을 발휘하는 것이 특징이다.

AMD 닐 로비슨
AMD 닐 로비슨

이를 즈음 해 HSA와 맨틀을 업계에 전파하는데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미국 AMD 본사의 독립소프트웨어벤더(ISV) 분야의 담당자, '닐 로비슨(Neal Robison)'이 방한, IT동아와 인터뷰를 가졌다.

CPU와 GPU의 진정한 융합, 왜 이제야?

IT동아: CPU와 GPU의 진정한 융합은 AMD에서 매우 오래 전부터 이야기해 왔다. 하지만 이것이 본격적으로 현실화된 것은 올해 초 카베리의 출시 부터다. 왜 이렇게 시간이 오래 걸린 것인가?

닐 로비슨: CPU와 GPU의 운영 방식이 완전히 다르다는 것이 문제였다. 두 칩을 협력하게 하는 것, 그리고 그러면서 소프트웨어 호환성을 유지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었다. 구동하는 방식을 완전히 바꾸는 동시에 이를 실현할 수 있는 하드웨어를 설계하는데도 시간이 오래 걸렸다. 이제야 간신히 실현되긴 했지만, 아직도 갈 길은 멀다고 생각한다.

AMD 닐 로비슨
AMD 닐 로비슨

IT동아: 현재 까지 발표된 내용을 보자면 HSA는 AMD의 APU와 같은 CPU+GPU 통합 프로세서 전용 기술인 것 같다. CPU와 그래픽카드(외장 GPU)가 별도로 탑재된 시스템에서 HSA로 성능을 향상 시키는 것은 불가능한가?

닐 로비슨: 이론적으로, 그리고 소프트웨어적으로는 지금 당장이라도 외장형 GPU를 탑재한 시스템에서 HSA를 구현할 수 있다. 다만, 현재의 외장 GPU는 PCI 익스프레스 버스를 거쳐 구동 되므로 HSA를 구현하더라도 원활한 성능을 이끌어내기 힘들다. 계속 연구 중이긴 하지만 2014년 현재로선 힘들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HSA, 어떻게 보급할 것인가?

IT동아: 아무리 좋은 기술이라도 널리 퍼지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 AMD 외의 다른 업체(이를테면 인텔)에서 HSA를 도입할 가능성은 없는가?

닐 로비슨: AMD는 현재 HSA 재단을 만들어 많은 업체들에게 HSA 관련 기술을 공유하고 있다. 재단 회원 중에는 삼성전자, LG전자, ARM, 텍사스 인스트루먼트, 오라클, 퀄컴 등 세계 유수의 IT업체들이 포함되어있다. 이들은 전세계 소비 가전의 대부분을 제공하는 업체들인데, 조만간 이들의 제품에 HSA 기술이 적용되어 많은 소비자들에게 혜택을 줄 것이다. 인텔은 아마 참여하지 않겠지만 만약 온다면 두 손들어 환영할 준비가 되어있다.

IT동아: 기존의 소프트웨어에선 HSA의 이점을 볼 수 없으므로 향후 이를 지원하는 소프트웨어가 많이 개발될 필요가 있다. 소프트웨어 업체들을 끌어들일 만한 방안은 있는가?

닐 로비슨: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자연스럽게 HSA를 활용하게 이끌기 위해 두 개의 컴퓨터 프로그램 언어를 지원하기로 했다. 바로 자바(Java)와 OpenCL 2.0이다. 이 두 언어는 사실상의 업계 표준이라 많은 개발자들이 이를 통해 소프트웨어를 만들면서 자연스럽게 HSA를 지원하게 될 것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소프트웨어는 다른 하드웨어와 호환성을 가짐과 동시에 HSA 기반의 AMD 하드웨어에서 한층 높은 성능을 발휘하게 될 것이다.

AMD 닐 로비슨
AMD 닐 로비슨

IT동아: 향후 HSA를 지원하는 소프트웨어가 차차 나올 것이라 생각하지만 지금 당장도 중요하다. 현재 시점에서 HSA의 이점을 느낄 수 있는 소프트웨어에는 무엇이 있는가?

닐 로비슨: 의외로 많은 소프트웨어에서 지금 당장 HSA의 성능을 느낄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어도비 포토샵 CC(Adobe Photoshop CC), 그리고 코렐 애프터샷 프로(Corel Aftershot Pro), 그리고 리브레 오피스(Libre Office) 등이다. 우리가 테스트 해보니 포토샵 CC에서 스마트 샤픈(Smart Sharpen) 작업을 할 때 카베리 A10 APU를 탑재한 시스템은 인텔 코어 i5를 탑재한 시스템보다 몇 배는 빨랐다. 그 외에 사이버링크, 아크소프트, 마이크로소프트 등에서도 HSA를 지원하는 소프트웨어가 나올 것이다.

맨틀의 유용성과 효과는 과연?

IT동아: HSA에 대해서 많이 알아봤으니 다음은 맨틀에 대해 이야기 해보자. 우선 맨틀을 적용하면 게임 성능이 향상되는 이유에 대해 쉽게 설명해 달라.

닐 로비슨: 현재 게임 개발의 표준 규격은 다이렉트X라 할 수 있는데 이는 너무 오래된 기술이다. 매년 새로운 버전의 다이렉트X가 나오지만 오히려 속도는 느려지고 있다. 때문에 소비자들은 더 비싼 CPU를 사야 한다. 게다가 드라이버(하드웨어를 구동하는 기본 프로그램)도 계속 복잡해지고 있기 때문에 게임을 개발하는 개발자 입장에서 보더라도 이는 바람직하지 못했다. 특히 상당수 개발자들은 드라이버 안에서 어떤 처리가 이루어 지고 있는 지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맨틀은 이런 다이렉트X의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나온 것이다.

IT동아: 개인적으로 맨틀을 지원하는 게임인 '배틀필드4(Battlefield4)'와 '씨프(Thief)'를 맨틀 기반의 라데온 R9 그래픽카드를 꽂은 PC에서 플레이 해봤다. 씨프는 만족스러운 성능을 냈지만 배틀필드4 같은 경우엔 다이렉트X 모드와 그다지 큰 차이를 느끼지 못했다. 이유가 무엇인가?

닐 로비슨: 게임을 어느 정도까지 해봤는지 모르겠지만, 게임의 시작에서 끝까지 맨틀의 성능 효율은 계속 변한다. 해당 장면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느냐에 따라 성능이 달라진다는 의미다. 우리의 테스트에 따르면 맨틀을 적용한 배틀필드4는 최대 40% 까지 성능 향상이 있었다.

'업계 표준'을 노리는 맨틀, 그 가능성은?

IT동아: 맨틀의 유용성은 이해하지만 아직 이를 지원하는 게임이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향후 얼마나 맨틀 지원 게임이 늘어날 것인가?

닐 로비슨: 게임 개발의 기반이 되는 게임 엔진에 맨틀을 탑재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배틀필드4의 개발에 사용된 EA의 프로스트바이트 엔진에 이미 탑재되었으며, 지난주에는 크라이텍에서 자사의 크라이엔진에 맨틀을 적용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 외에 스퀘어에닉스를 비롯한 다양한 개발사에서 20여 가지의 맨틀 지원 게임을 개발하고 있다. 앞으로 많은 기대를 바란다.

AMD 닐 로비슨
AMD 닐 로비슨

IT동아: 현재 맨틀은 AMD의 하드웨어에서만 쓸 수 있다. 경쟁사(인텔, 엔비디아)에서 맨틀을 도입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가? 그리고 AMD의 CPU와 GPU가 탑재된 소니의 콘솔인 플레이스테이션4(PS4)에서도 HSA나 맨틀을 지원하는지도 궁금하다,

닐 로비슨: 물론 지금 당장 경쟁사는 이를 거부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목표는 맨틀이 업계 표준이 되는 것이다. 때문에 우리는 맨틀에 대한 최대한 많은 기술을 공개하고 문호를 열어두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그리고 PS4의 경우, 공식적으론 HSA와 맨틀을 지원하지 않지만 내부적으로 일부 관련 기술은 이미 사용되고 있다. 이를 공식적으로 도입할 지의 여부는 소니의 선택에 달려있다.

인터뷰를 마치며

IT동아: 마지막으로 한국의 소비자들 및 IT동아의 독자들에게 남기고 싶은 말이 있다면?

닐 로비슨: 오랫동안 AMD에서 일해왔지만 지금처럼 새로운 기술에 대한 기대가 컸던 적이 없다. 그만큼 중요한 시기라는 의미다. HSA와 맨틀은 IT전반의 흐름을 바꿀만한 대단한 기술이다. 몇 년 정도 지나 HSA와 맨틀이 업계 표준으로 자리 잡는다면 현장에서 일했던 사람으로서 정말로 감격스러울 것 같다.

HSA와 맨틀은 소비자들에게 정말로 많은 이득을 줄 수 있는 기술이다. 우리가 만든 이 대단한 기술이 앞으로 어떻게 성장해 나갈지 기대된다. 이는 마치 아이를 키우는 것과 같은 기분이다. 우리의 소중한 아이들을 잘 지켜봐 주셨으면 좋겠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

IT동아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Creative commons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의견은 IT동아(게임동아) 페이스북에서 덧글 또는 메신저로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