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테라급 용량에 SSD급 속도? 씨게이트 데스크탑 SSHD 써보니
요즘 PC에 대해 좀 안다는 사람들이 입을 모아 추천하는 이른바 'Must have' 아이템이 바로 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다. SSD는 기존의 HDD(하드디스크드라이브)에 비해 데이터를 읽고 쓰는 속도가 훨씬 빠르기 때문에 PC 전반의 구동속도를 크게 향상시키는 데 한 몫을 한다. 다만, 같은 용량의 HDD에 비해 10배에 달하는 비싼 가격은 SSD의 고질적인 단점이었고, 이는 앞으로도 당분간 해결될 것 같지 않다. SSD의 용량과 가격이 개선되고 있다고 하나 이건 HDD 역시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직도 SSD는 120GB 근처의 저용량 제품이 주력으로 팔린다. 가격은 10 만원 근처다. 다만, 이정도 가격에 HDD라면 1~2TB 용량의 제품을 살 수 있다는 것이 고민거리다. 속도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용량이니 말이다. SSHD(솔리드스테이트하이브리드)가 등장한 것이 바로 이런 이유다.
SSHD는 SSD의 플래시메모리와 HDD의 플래터(자기디스크)를 함께 담은 하이브리드(혼합) 저장장치로, 가격은 일반 HDD보다는 다소 비싸지만 SSD에 비하면 확실히 싸다. SSHD의 가장 큰 매력이라면 일반 HDD와 동일한 고용량을 제공하면서 SSD에 근접한 부팅속도와 프로그램 실행 속도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이다.
초기의 SSHD는 노트북에 적합한 2.5인치 규격의 제품만 있었다. 물론 노트북용 SSHD를 데스크탑에 장착하는 것도 가능하긴 하다. 하지만 노트북용 저장장치는 데스크탑용 저장장치보다 살짝 성능이 떨어지는 편이고 드라이브의 크기가 작다 보니 최대용량도 적은 편이다. 이 때문에 고성능, 고용량을 동시에 추구하는 데스크탑 사용자들은 은근히 불만이 있었는데, 작년 하반기를 기점으로 데스크탑용 3.5인치 규격 SSHD도 하나 둘 출시되기 시작했다. 최대 4TB의 용량을 자랑하는 씨게이트의 '데스크탑 SSHD(Seagate Desktop SSHD)'가 그 주역이다.
일반 3.5인치 HDD와 다름 없는 외형과 사용법
씨게이트 데스크탑 SSHD의 외형은 일반 3.5인치 HDD와 다를 바 없다. PC 연결 인터페이스도 요즘 SSD/HDD의 주류를 이르고 있는 SATA3(SATA 6Gbps)라서 시중에 쓰이는 대부분의 데스크탑 PC와 호환이 된다.
눈에 띄는 점이라면 제품의 두께다. 현재 1TB와 2TB, 그리고 4TB 용량의 모델이 나와있는데, 2TB와 4TB 모델은 흔히 볼 수 있는 HDD와 마찬가지로 두께가 26.11mm지만 1TB 모델은 19.87mm로 좀 더 얇다. 두께가 얇으면 통풍에 상대적으로 유리한 편이라 내부가 좁은 슬림형 데스크탑을 쓰더라도 약간이나마 발열 걱정을 덜 수 있겠다.
테라급 HDD와 8GB SSD의 융합
내부적으론 1 ~ 4TB 용량의 HDD와 8GB의 SSD(MLC 방식 플래시 메모리)가 공존하고 있다. HDD 부분의 용량에 비해 SSD 부분의 용량이 너무 적은 것이 아닌가 생각할 수도 있는데, SSHD의 SSD 부분은 별도의 드라이브가 아닌 캐시(임시저장공간) 전용이다. 모든 데이터는 기본적으로 HDD 부분에 저장되며 SSD 부분에는 사용자가 자주 쓰는 데이터만 우선적으로 저장, 다음에 유사한 작업을 했을 때 실행속도를 높이는 역할만 한다.
초기의 SSHD는 SSD 부분을 활용하기 위해 전용 소프트웨어의 도움이 필요했다. 이 때문에 사용이 다소 복잡하고 일부 운영체제에서 제대로 구동되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요즘 SSHD는 내부의 펌웨어가 스스로 SSD 캐싱 작업을 하기 때문에 사용법이나 호환성 면에서 일반 SSD나 HDD와 다를 바가 없다. 쉽게 말해 아무 PC에나 그냥 꽂아두고 쓰기만 하면 알아서 온전한 성능을 발휘한다는 의미다.
가격은 HDD < SSHD <<<< SSD
IT동아에 전달된 데스크탑 SSHD는 1TB 모델(ST1000DX001)과 2TB 모델(ST2000DX001) 모델이며, 2014년 3월 현재 인터넷 최저가 기준으로 각각 10만 7,000원과 14만 2,900원에 팔리고 있다.
참고로 일반 HDD의 경우, 1TB 제품의 가격이 6만 4,000원 정도이며 SSD는 1TB 제품의 가격이 70~80만원에 육박한다. 일반 HDD 보다는 약간 비싸지만 SSD 보다는 훨씬 싸게 고용량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 SSHD의 핵심적인 세일즈 포인트라는 점을 알 수 있다.
벤치마크 프로그램을 이용한 수치 측정
제품의 성능을 체험하기 위해 코어 i7-4770 CPU에 8GB의 메모리를 갖춘 PC(MSI B85M-P33 메인보드 기반)를 이용, 씨게이트 데스크탑 SSHD와 SSD(삼성 840 EVO 500GB), 그리고 일반 HDD(씨게이트 바라쿠다 ST500DM002)를 번갈아 PC의 SATA3 포트에 설치해가며 몇 가지 테스트를 해봤다. 모든 저장장치에는 동일한 윈도7 64비트 운영체제를 설치했으며 각종 응용 프로그램 역시 동일한 것을 설치했다.
우선 저장장치의 전반적인 성능을 측정하는 벤치마크 프로그램인 '크리스탈 디스크 마크'를 이용해 데이터 전송속도를 비롯한 다양한 항목을 체크해봤다. 평균 데이터 읽기/쓰기속도의 경우, 씨게이트 데스크탑 SSHD는 HDD보다는 확실히 나은 결과를 냈지만 SSD에는 미치지 못하는 수치를 기록했다.
저장장치의 전반적인 반응속도에 영향을 미치는 4K 파일 읽기/쓰기 속도도 측정해봤다. 이 테스트는 특히 SSD에 유리하다고 알려져 있다. 테스트 결과 역시 SSD가 압도적으로 우세했으며, 씨게이트 데스크탑 SSHD는 HDD와 비슷하고 SSD에는 크게 미치지 못했다. SSD를 내장하고는 있다지만 주 기억 장소는 HDD이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온 것으로 짐작된다.
윈도7 운영체제 부팅 속도 측정
벤치마크 프로그램의 수치가 곧장 실제 성능으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번에는 직접 PC를 이용해보며 체감할 수 있는 성능을 측정해봤다. 참고로 이후의 테스트는 SSD를 캐시로만 이용하는 SSHD의 특성을 고려, SSHD의 경우는 2회 이상 같은 테스트를 반복한 후의 결과값도 반영했다. 우선은 운영체제 부팅 속도 측정이다. PC의 전원을 켠 직후부터 윈도7의 부팅이 완전히 끝날 때까지 걸린 시간을 측정했다.
부팅 속도 면에서 SSD가 가장 빠르긴 했지만 SSHD 제품들도 2회차부터는 SSD에 제법 근접한 속도를 냈다. 특히 일반 HDD에 비하면 눈에 띄게 빠른 속도다. 벤치마크 프로그램의 수치와는 상당히 다른 결과인데, 이에 대해선 테스트를 계속하면서 살펴보기로 하자.
게임 구동 속도 측정
프로그램 구동 속도도 중요하다. 일반인들이 가장 대중적으로 많이 이용하는 게임 몇 가지(디아블로3,블레이드&소울, 배틀필드4)를 구동, 타이틀 화면에서 '게임 시작'을 선택해 본 게임 화면에 진입할 때까지 걸리는 로딩 시간을 측정했다.
테스트 결과, 이번에도 SSHD는 HDD에 비해 우위를 나타냈으며, 2회차 부터는 SSD에 크게 뒤지지 않는 속도를 내는 것을 확인했다. SSHD는 게임 구동 시에 특히 우수한 성능을 내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디아블로3 같은 경우에는 간혹 SSHD가 SSD보다 약간 더 빠르게 로딩을 마치기도 했다.
파일 복사속도 측정
다음은 같은 드라이브 내에서 파일을 복사할 때의 속도를 측정했다. 총 6만 4,000개 정도의 자잘한 파일이 담긴 8.1GB 남짓의 폴더를 복사할 때 걸리는 시간을 측정해 봤다.
테스트 결과, 반복 작업에서 성능이 향상되는 SSHD 특성이 다소나마 나타나긴 했지만, 큰 속도 향상을 느낄 순 없었고 일반 HDD와 비교해도 그다지 두드러지지 많았다. SSHD는 부팅이나 응용 프로그램 구동에서 강점을 보이는 장치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최고' 아닌 '최적'의 저장장치를 찾는다면
3.5인치 규격으로 다시 태어난 씨게이트 데스크탑 SSHD의 체감 성능은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사실 2007년 즈음에 나온 1세대 SSHD는 가격이나 성능, 호환성 등에 그다지 좋은 점수를 주기 힘들었는데, 수년의 발전 과정을 거치니 비로소 살만한 물건이 된 것 같다. 특히 씨게이트 데스크탑 SSHD는 용량이나 가격 면에서 기존의 2.5인치 규격 SSHD 제품에 비해 상대적인 이점이 있기 때문에 데스크탑 사용자라면 이 제품을 우선적으로 고려해 볼만하다. 성능도 이전에 테스트 해본 2.5인치 SSHD 보다 약간 나은 느낌이다.
물론 그렇다고 씨게이트 데스크탑 SSHD가 모든 면에서 완벽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상당수 작업에서 SSD 못잖은 속도를 내긴 하지만, 처음 실행하는 작업을 할 때의 속도는 여전히 SSD에 미치지 못하며, 파일 복사와 같은 단순 작업을 할 때는 일반 HDD와 큰 차이가 없다. 그리고 SSD보다 훨씬 싸다곤 하지만 일반 HDD보다는 약간 비싼 것도 사실이다. 이런 어중간함이 어찌 보면 단점이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제품은 앞으로 제법 꾸준히 팔릴 것 같다. 속도 면에서 100%의 만족을 주지만 가격대비 용량 측면에서 50% 정도의 만족만 주는 SSD, 그리고 가격대비 용량은 100% 만족스럽지만 속도 면에서 50%의 정도의 만족감만 주는 HDD에 비해 SSHD는 전반적으로 70~80% 정도의 고른 만족감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최고'의 저장장치는 분명 아니지만, '최적'에 가까운 저장장치를 찾는다면 후보 중 하나로 꼽을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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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