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윈도8 태블릿PC의 완성, 레노버 싱크패드8
아이패드와 안드로이드 태블릿PC에 밀려 기를 펴지 못하던 윈도8 태블릿PC(윈도8.1 태블릿PC 포함)의 사정이 최근 상당히 좋아진 모양이다. 레노버, 에이수스, 에이서 등 여러 제조사에서 내놓은 윈도8 태블릿PC가 시장에서 매진됐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으니. 물론 "애당초 물량을 적게 들여놓고 다 팔렸다고 자축하는 것은 초라하다"는 비판을 피할 순 없다. 하지만 윈도8 태블릿PC를 원하는 사용자가 제법 많다는 점을 확인한 것만으로도 나름 가치있는 일 아닐까.
잡설이 길었다. 점점 상황이 좋아지고 있는 윈도8 태블릿PC지만, 사용자로부터 한 가지 아쉬운 소리가 흘러나왔다. 바로 화면 해상도다. 현재 시중의 윈도8 태블릿PC는 대부분 HD급 해상도만 지원한다. 화면 해상도가 1,280x800 수준이란 얘기다. 경쟁자인 아이패드와 안드로이드 태블릿PC는 풀HD를 넘어 2K급(2,000대) 해상도를 지원하는 점을 감안하면 아쉽기 그지없다. 사용하는데 큰 지장은 없지만, 화면 선명도가 떨어지는 것을 피할 수 없다. 물론 풀HD나 2K급 해상도를 지원하는 윈도8 태블릿PC가 없는 것은 아니다. 단지 국내에 정식으로 발매되지 않았을 뿐이다. 하지만 구매대행을 통해 제품을 구매해야 하니 일반 사용자가 접근하기 쉽지 않았다.
윈도8 태블릿PC, 풀HD를 품다
이런 사용자의 아쉬움을 달랠 윈도8.1 태블릿PC가 얼마 전 국내에 출시됐다. 레노버의 윈도8.1 태블릿PC '씽크패드8'의 얘기다. 씽크패드8은 이름대로 크기 8.3인치 화면에 WUXGA 해상도(1,920x1,200, 16:10 비율) 그리고 273ppi의 선명도를 갖춘 제품이다. 아이패드나 안드로이드 태블릿PC 못지않게 선명하다.
'8.3인치 WUXGA 해상도의 디스플레이라면 글씨나 이미지가 너무 작게 나오지 않을까'라는 게 기존 PC 사용자의 걱정이다. 이젠 걱정을 접어도 된다. 윈도8.1은 화면 크기에 따라 글씨와 이미지의 크기를 최적의 형태로 바꿔주는 기능을 품고 있다. 모던UI 화면뿐만 아니라 일반 데스크톱 화면에서도 글씨, 이미지, 아이콘 등이 크고 선명하게 나타난다(윈도8 대응 업데이트를 하지 않은 응용 프로그램 제외).
시중의 윈도8 태블릿PC는 제품 단가를 낮추기 위해 저질 디스플레이를 사용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화면 밝기가 어둡고, 시야각이 별로 좋지 못하다는 것. 씽크패드8은 이런 부분을 확실히 개선했다. 화면도 밝고 화사하고, 시야각도 뛰어나다. 현존 윈도8 태블릿PC 가운데 가장 괜찮은 품질의 디스플레이를 채택했다.
MS오피스가 공짜, 인터넷 강의와 게임은 덤
아이패드나 안드로이드 태블릿PC가 흉내낼 수 없는 윈도8 태블릿PC만의 장점은 뭘까. 근본이 데스크톱, 노트북과 같은 PC라는데 있겠다. 아이패드, 안드로이드 태블릿PC로 할 수 없거나, 하기 힘든 작업을 척척 처리할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문서 작업이다. '태블릿PC로 무슨 문서작업을 해'라고 의문을 제기할 수 있겠으나, 원래 윈도8 태블릿PC는 그런 괴짜들도 만족시키는 것을 목표로 했다.
싱크패드8은 다른 7~8인치대 윈도8 태블릿PC와 마찬가지로 MS오피스 2013을 무료로 기본 제공한다. 홈&스튜던트 버전이지만, 사용자에게 필요한 기능은 모두 갖추고 있다. MS 오피스 그 자체인만큼 호환성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모바일 문서작성 애플리케이션으로 문서를 열 경우 글자나 이미지의 위치가 어긋나는 현상이 종종 발생하지만, 싱크패드8에선 그러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유료인 MS 오피스를 무료로 제공한다는 것은 분명 이점이다. 키보드는 시중의 블루투스 제품군을 활용하면 된다. 따로 전용 키보드를 판매하진 않는다.
PC이기 때문에 가능한 작업은 문서 작성만이 아니다. 동영상 강의를 예로 들어보자. 규모가 큰 학원은 아이패드, 안드로이드 태블릿PC로도 동영상 강의를 볼 수 있도록 앱을 제공하지만, 규모가 작은 학원은 오직 PC로만 동영상 강의를 볼 수 있다. 싱크패드8은 이러한 동영상 강의를 제약 없이 모두 볼 수 있다. 어디서나 동영상 강의를 보기 원하는 사용자에게 적합한 제품이란 뜻이다.
또한 화려한 3D 게임을 실행할 수는 없지만, 캐주얼 게임 정도는 무난하게 즐길 수 있다. ‘리그 오브 레전드'의 경우 소환사의 협곡 맵을 기준으로 평균 35 프레임을 유지한다(1,366x768 해상도. 그래픽옵션 중간 기준). ‘피파온라인3'와 ‘카트라이더'도 옵션을 타협하면 즐기는데 큰 지장이 없다. 평균 35 프레임을 유지한다. 다만 급격히 프레임이 떨어지는 구간이 존재하니 주의할 것. 서든어택은 매우 쾌적하게 실행된다. 태블릿PC로 짬짬이 게임을 즐길 계획이라면 나름 유용하다.
성능도 장족의 발전, 느려지는 현상은 찾기 힘들어
씽크패드8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알아봤으니, 이제 성능이 얼마나 되는지 확인할 차례다. 씽크패드8은 인텔 아톰 베이트레일 Z3770 쿼드코어 프로세서(1.46GHz), 인텔 GMA HD 그래픽 프로세서, 2GB 메모리, 64GB 저장공간(SSD), 마이크로SD 카드 슬롯, 미니 HDMI 단자, 마이크로 USB 3.0 단자 등을 갖췄다. (해외 모델의 경우 LTE 유심을 삽입할 수 있는 공간도 존재하지만, 국내 모델은 이 부분이 막혀 있다)
베이트레일은 4세대 아톰 프로세서로, '아톰=성능이 나쁘다’라는 공식을 깨기 위한 인텔의 야심작이다. 벤치마크를 통해 성능을 비교해보자. 씽크패드8에 내장된 베이트레일과 갤럭시노트 프로 등에 내장된 퀄컴 스냅드래곤800 그리고 아이패드 에어에 내장된 애플 A7의 성능을 기크벤치(Geekbench3)로 비교했다.
베이트레일: 단일코어: 966, 종합: 3104
애플 A7: 단일코어: 1465, 종합: 2643
퀄컴 스냅드래곤800: 단일코어 864 종합: 2557
정리하자면 베이트레일은 스냅드래곤 800보다 훨씬 뛰어난 성능을 갖췄다. A7과 비교하면 싱글코어의 성능은 뒤떨어지지만 종합성능은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A7은 듀얼코어 프로세서이고, 베이트레일 Z3770은 쿼드코어 프로세서이기 때문이다.
인텔 GMA HD 그래픽 프로세서는 3세대 인텔 코어 i 프로세서 아이비브릿지에 내장된 인텔 HD4000 그래픽 프로세서를 태블릿PC에 적합하도록 바꾼 제품이다. HD4000과 완벽히 동일한 그래픽 프로세서는 아니다. 전력 소모를 줄이기 위해 프로세싱 유닛을 많이 쳐냈다. 때문에 실 성능은 인텔 HD3000과 비슷하다. 때문에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캐주얼 게임 정도만 쾌적하게 실행할 수 있다. 대신 동영상 가속 기능을 추가해 풀HD 해상도 MKV, AVI 파일과 UHD 해상도 MP4 파일(H.264 코덱 기준, HEVC 재생 불가)을 정상적으로 재생할 수 있다. HD 해상도 동영상만 재생할 수 있었던 기존 아톰 프로세서와 비교하면 장족의 발전이다.
저장공간은 64GB이지만,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은 32.5GB에 불과하다. 사실상 32GB 모델인 셈. 이는 윈도 운영체제와 복구 영역 그리고 MS 오피스가 상당한 용량을 차지하고 있는 탓이다. 윈도 응용 프로그램의 용량이 상당한 만큼 사진, 동영상 등 멀티미디어 파일은 마이크로SD 카드에 저장하는 편이 좋겠다.
성능이 발전한 베이트레일 프로세서, 넉넉한 메모리, SSD 저장장치 등에 힘입어 씽크패드8은 버벅이지 않고 매우 빠른 움직임을 보여준다. 운영체제 부팅도 8초만에 완료되고, 포토샵CC 등 무거운 응용 프로그램으로 고해상도 이미지 파일을 열어도 버벅대지 않는다.
확장성도 나쁘지 않다. 마이크로SD 카드 슬롯을 탑재해 저장공간을 최대 64GB까지 추가할 수 있고, 미니 HDMI 단자를 통해 외부모니터나 프로젝터로 화면을 출력할 수 있다. 외부 출력은 최대 풀HD 해상도까지 가능하다.
제품 충전은 마이크로 USB 3.0 단자를 통해 진행된다. 마이크로 USB 3.0 단자는 기존의 마이크로 USB 단자와 호환된다. 시중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의 충전기로도 씽크패드8을 충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급할 때 어디서나 충전기를 빌릴 수 있어 편리하다. 또한 마이크로 USB 3.0 단자는 외부 연결 단자를 겸한다. 여기에 마우스, 키보드, 외장 하드 등을 연결할 수 있다는 의미다. 다만 일반 USB 규격이 아닌만큼 전용 케이블을 준비해야 한다.
카메라는 전면 200만 화소, 후면 800만 화소 센서를 채택했다. 사진 품질은 시중의 스마트폰과 대동소이하다. 일상생활을 기록하는데 충분하다.
디자인과 휴대성도 합격
지난해 출시된 윈도8 태블릿PC들은 투박한 디자인 탓에 사용자들에게 한소리를 들었다. 뭐랄까. 기능성을 너무 추구한 나머지 디자인이 '공대 감성'으로 흘렀다고 하는 편이 좋겠다(공대를 비하하려는 의도는 없음을 밝혀둔다). 기자가 모임에 윈도8 태블릿PC를 들고나가니 남성들만 관심을 보내고, 여성들은 쳐다보지도 않았던 것 역시 결코 우연이 아니다. (슬프게도 이러한 경향은 구글 넥서스7에서도 고스란히 나타났다. 남/여가 공통으로 관심을 보낸 제품은 아이패드 미니 레티나뿐이었다...)
반면 씽크패드8은 디자인도 나쁘지 않다. 투박한 부분을 다듬고, 두께와 무게도 많이 줄였다. 시중의 8인치 안드로이드 태블릿PC와 같이 나열해놔도 구분하기 힘들 정도다. 이제 야외에서도 당당히 꺼내들 수 있겠다.
두께는 8.8mm로 다른 태블릿PC보다 조금 두꺼운 편이지만, 제품 자체만 놓고보면 그리 두껍게 느껴지진 않는다. 무게 역시 430g으로 8인치치고는 조금 무거운 편이나, 10인치 태블릿PC보다는 훨씬 가볍다. 남녀노소 누구나 휴대할 수 있다.
배터리 사용 시간과 스피커는 아쉬워
이제 휴대용 제품의 핵심인 배터리 사용시간을 확인해볼 차례다. 화면 밝기를 최대로 높이고 HD 해상도 MP4 파일을 계속 재생했다. 그 결과 5시간 10분 동안 사용할 수 있었다. 화면 밝기를 50% 수준으로 낮추고 동영상을 재생하면 사용시간은 6시간 20분으로 조금 더 늘어난다. 웹 서핑이나 문서작업을 하더라도 배터리 사용시간은 비슷하다.
기존 윈도 노트북, 태블릿PC와 비교하면 많이 늘어났다. 하지만 아이패드나 안드로이드 태블릿PC와 비교하면 조금, 아니 사실은 많이 부족하다. 8~10시간 정도는 사용할 수 있어야 충전 한번으로 하루 종일 사용할 수 있다. 씽크패드8 사용자는 아쉽지만 하루에 두번씩 충전해야 할 듯하다.
스피커 얘기도 빼놓을 수 없다. 음, 솔직히 말해 구색만 갖췄다. 하단의 스테레오 스피커로 음악을 들어본 결과, 고음 출력은 나쁘지 않지만 저음은 거의 들리지 않았다. 되도록 헤드폰을 사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씽크패드8에 내장된 스피커로 음악을 들으면 실망감만 늘어날 뿐이다.
앞에서 칭찬했지만, 사실 화면 밝기도 조금 아쉽다. 윈도8 태블릿PC 가운데 가장 뛰어나다는 것이지, 아이패드 미니 레티나, 갤럭시탭 프로 8.3, G패드 8.3 등 타사의 최고급 태블릿PC만은 못하다. 화면 밝기를 50%로 낮추면 어둡게 느껴진다. 70~80%가 적정선인 듯하다.
왜 이렇게 뜨겁습니까?
사실 배터리 사용시간과 스피커는 큰 문제가 아니다. 씽크패드8의 진짜 문제는 따로 있다. 하나는 발열이다. 씽크패드8을 30분 이상 사용하면 제품 뒷면이 급격히 뜨거워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과거 발열로 악명 높았던 아이패드3를 접한 기분이다. 너무 뜨거워서 잡고 있지 못할 정도는 아니지만, 오래 잡고 있으면 피부가 약한 사용자는 저온화상을 입을지도 모르겠다. 특히 제품을 세로로 세웠을 때 상단 뒷부분이 뜨거우니 주의하자(하단, 그러니까 배터리가 내장된 부분은 상대적으로 미지근하다).
또, 부실한 마감이 눈에 띈다. 리뷰에 사용된 제품 오른쪽 하단에는 하판과 측면 케이스 사이에 유격(틈)이 존재했다. 크게 벌어지지는 않았지만, 먼지 등 이물질이 유입될 가능성이 높다. 제아무리 저렴한 제품이라도 마무리를 부실하게 하는 것은 곤란하다.
씽크패드8의 가격은 64GB 모델(앞에서 밝혔지만 사실 32GB 모델이나 다름없다) 기준 54만 8000원이다(인터넷 최저가). 넉넉한 용량과 MS 오피스 무료 제공 등을 감안하면 분명 경쟁력있는 가격이다. 게임, 전자책부터 문서 작성, 동영상 강의 재생 등 다양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만능 태블릿PC를 원하는 사용자 또는 태블릿PC와 노트북을 겸할 수 있는 제품을 찾는 사용자라면 눈 여겨 볼만하다. 장점이 많지만, 단점도 만만찮은 만큼 모든 사용자에게 추천하긴 조금 힘들다.
글 / IT동아 강일용(zer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