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크 값 걱정 뚝? 고효율 복합기 캐논 E409 써보니
언젠가부터 복합기의 가격이 그야말로 '껌 값' 수준으로 떨어졌다. 요즘은 10만원 이하 제품, 심지어는 5만원 남짓이면 살 수 있는 제품도 쉽게 눈에 띈다. 그렇다고 요즘 팔리는 이런 보급형 복합기 제품이 성능이 아주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출력 속도나 품질, 편의성 등이 거의 상향평준화가 되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소비자의 제품선택 기준은 자연스럽게 '경제성'이 되기 마련이다. 쉽게 말해 잉크 값을 얼마나 아낄 수 있는 제품인지가 중요하다는 의미다.
물론 어떤 복합기를 사더라도 정품이 아닌 리필 잉크, 혹은 호환 잉크 카트리지를 이용한다면 비용은 확실히 적게 든다. 하지만 아무래도 비 정품 잉크는 출력 품질이나 제품 수명 유지 측면에서 다소 불안함이 있다. 게다가 비 정품 잉크를 쓰면 A/S 면에서도 불이익을 받는다. 요즘 복합기나 프린터는 비 정품 잉크를 쓰면 이를 적발하는 기능을 내장하고 있어서 몰래 쓰는 것도 여의치 않다.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상당수의 소비자들이 비 정품 잉크를 쓴다. 정품 잉크가 너무 비싸기 때문이다. 비 정품 잉크를 쓰다가 본체가 고장 나면 그냥 버리고 새로 사면 그만이다. 어찌 보면 이것이 현명(?)한 소비 방법일 수도 있다. 다만, 복합기 제조사들이 이런 상황을 모를 리 없다. 이런 소비자들을 겨냥한 고효율 복합기, 그리고 해당 제품에 최적화된 전용 잉크 카트리지를 싸게 내놓아 시장에 내놓고 있다. 이번에 소개할 캐논코리아 비즈니스 솔루션의 픽시마 E409(인터넷 최저가 8만 6,000원)도 바로 그런 모델이다.
보급형 제품 특유의 간결한 구성
캐논 E409의 전반적인 외형은 요즘 흔히 볼 수 있는 보급형 복합기의 전형을 보여준다. 하지만 나름 눈에 띄는 부분이 없는 건 아니다. 일단 제품의 높이가 15cm 남짓일 정도로 크기가 작고 무제도 3.5kg 남짓으로 가볍다. 제품의 이동이나 설치에 어려움을 겪을 일은 없을 것이다.
각종 인터페이스는 본체 상단 좌측에 몰려있는데 이 역시 매우 간결한 구성이다. 버튼은 4개(전원, 중지, 흑백복사, 컬러복사)뿐이고 시각적 요소는 블랙 잉크 및 컬러 잉크 교체 알림용, 그리고 경고용 LED 램프가 달려있는 정도다. 각종 부가기능용 버튼이나 디스플레이가 없는 것에 아쉬움을 느낄 수도 있으나, 간결한 인터페이스 덕분에 누구나 쉽게 쓸 수 있다는 것은 장점이겠다.
용지는 상단의 용지 받침대를 열어 적재한다. 내부의 가이드를 움직여 용지를 고정하며, 지원하는 용지 크기는 A4 외에 A5, B5, 레터, 리갈, 4 x 6, 5 x 7 등으로 일반적인 가정용 복합기 수준이다. 한 번에 많이 넣으면 일반적인 A4 용지 기준으로 40~50매의 용지를 적재하는 것도 가능하긴 하다.
하지만 이런 임시 형태의 용지 받침대는 되도록이면 한 번에 출력할 양만 적재하고 쓰다가 작업이 끝나면 남은 용지를 뺀 후 다시 받침대를 닫아두는 방식으로 쓰는 것이 좋다. 평소에 수십 장씩 꽂아두고 방치하면 용지가 휘거나 복합기 내부로 먼지가 들어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수백 장씩 넣을 수 있는 대용량 적재함이 있었으면 더 좋았겠지만, 그러자면 최소 10만 원대 제품을 사야 한다. 그냥 이해하고 넘어가자.
상단의 용지 받침대에 삽입된 용지는 하단의 출력 트레이를 통해 배출된다. 용지 배출구가 본체 안쪽 상당히 깊은 곳에 위치하고 있어서 트레이를 끝까지 잡아당기더라도 본체 범위 바깥으로 6cm 남짓만 튀어나온다. A4 용지의 길이를 생각해 본다면 본체 앞쪽의 공간은 20cm 정도만 확보해도 사용에 문제가 없다. 공간 활용성 측면에서 좋은 점수를 줄만 하다.
원고를 복사하거나 스캔할 때 이용하는 평판 스캐너는 A4 이하 크기의 원고를 두기에 적절하다. ADF(자동연속급지장치)는 없으며, 스캔 품질은 광학 해상도 기준으로 600 x 1,200dpi로 전반적으로 일반적인 보급형 복합기에 준하는 수준이다.
7,220원에 400장 뽑을 수 있는 고효율
잉크 카트리지는 전면 하단의 커버를 열고 설치한다. 사용하는 잉크 카트리지는 블랙(PG-49)과 컬러(CL-59) 1개씩이다. 참고로 PG-49와 CL-59는 캐논 E409 전용으로 개발된 전용 카트리지다. 크기는 작지만 프린터 출력 매수를 가늠하는 ISO/IEC 24721 차트 기준으로 흑백 400매, 컬러 300매를 출력할 수 있다.
출력할 수 있는 매수가 상당히 많은데도 불구하고 정품 카트리지의 가격은 상당히 싸다. 2014년 3월 인터넷 최저가 기준으로 PG-49는 7,220원, CL-59는 1만 2,970원에 살 수 있다. 참고로 기존 캐논 제품에 일반적으로 쓰이던 정품 잉크 카트리지의 가격이 블랙(PG-810)이 1만 6,000원, 컬러(CL-811)가 2만원 수준이었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차이가 상당하다. 거의 호환 잉크 카트리지 수준의 가격에 정품을 살 수 있다는 것이 캐논 E409의 핵심적인 특징이기도 하다.
잉크 카트리지를 설치하기 위해 전면 커버를 열어보면 내부 구조가 상당히 단순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공급된 용지가 굴곡을 거치지 않고 곧장 노즐부분에 접촉해 인쇄된 후 전면 트레이로 배출되는 구조다. 이런 구조는 여러 가지 부가 기능을 넣기엔 적합하지 않지만, 용지가 걸리는 일이 적어 정비성 측면에선 좋다.
본체 뒷면을 살펴보면 전원 포트 및 PC와 연결하는 USB 포트 외의 다른 인터페이스가 눈에 띄지 않는다. 네트워크나 FAX 기능이 없기 때문에 LAN 포트나 전화 포트는 없다. 물론 이 가격대에서 그런걸 바라는 것이 무리이긴 하다. 그리고 전원 포트의 케이블 방향이 측면을 향하고 있어 공간 활용성이 좋을 법도 한데, USB 포트는 후면을 향하고 있어 결과적으론 여느 복합기와 다를 바 없다. 약간 아쉬운 점이다.
출력 속도와 품질은 ‘그럭저럭’
제품의 대략적인 특징을 살펴봤으니 이젠 직접 활용해 볼 차례다. 제품을 PC에 설치한 후 일반적인 A4 문서(MS워드로 작성)를 출력하며 출력 속도와 품질을 살펴봤다. 출력 결과, '표준' 품질 기준으로 일반적인 흑백 문서의 맨 처음 페이지를 출력하는데 15초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었으며, 그 다음 페이지부터는 9~10초마다 인쇄를 마친 페이지가 출력되었다. 출력 품질은 보통이지만 보급형 제품이라 그런지 출력 속도가 그다지 빠르진 않다. 출력 품질을 떨어뜨려 잉크를 절약할 수 있는 '초고' 품질로 출력할 경우에도 출력 속도의 차이는 거의 없었다.
10x15cm(4x6인치) 인화지를 이용해 사진도 인쇄해봤다. 출력 결과, '고품질' 모드에서는 2분 15초, '표준' 모드에선 50초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었다. 출력 속도가 상당히 느린 반면 사진 품질은 상당히 봐 줄만 하다. 표준 품질로 출력한 사진은 다소 선명도가 떨어지지만 고품질 모드의 출력 품질은 언뜻 봐선 6색 잉크를 사용하는 고급형 포토 프린터에 크게 뒤지지 않는 수준이다. 다만, 테두리(여백) 없는 사진의 출력을 지원하지 않는 점이 아쉽다.
스캔 속도는 상당히 빠르다. 가장 많이 사용하는 A4 문서 한 장을 컬러 스캔 하는데 150DPI(2,550 x 3,507) 기준으로는 12초, 300DPI(1,275 x 1,753)로는 16초 정도밖에 걸리지 않는다. 이렇게 스캔 속도가 빠르다 보니 복사 속도도 만족스럽다. 본체에 달린 복사 버튼을 이용해 A4 사진 한 장을 복사하는데 컬러 복사의 경우 42초로 제법 빠르고 흑백 복사의 경우는 18초 밖에 걸리지 않았다. 복사하는 속도 자체가 빠르다 보니 ADF(자동연속급지장치)가 없어도 제법 효율적으로 복사 작업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전용 소프트웨어 충실한 편
제품과 함께 제공되는 전용 소프트웨어는 상당히 충실하게 꾸며놓았다. 인쇄나 스캔, 복사 등의 작업을 편하게 할 수 있는 퀵 메뉴를 지원하며, 카드나 달력, 콜라주, 종이모형 등을 직접 제작할 수 있는 샘플 이미지와 서식을 다수 제공한다. 그리고 PC 바탕화면 측면에 자주 쓰는 기능의 아이콘을 가지런치 배치해 원터치로 실행할 수 있는 위젯도 쓸 수 있어 초보자도 쉽게 활용이 가능하다.
성능은 평범, 높은 경제성이 핵심
성능이나 기능만 놓고 본다면 사실 캐논 E409는 평범한 수준이다. 출력 속도가 그렇게 눈에 띄는 것도 아니며, 인쇄 품질은 나쁘진 않지만 보급형의 한계를 뛰어넘을 정도도 아니다. 반면, 정품 잉크 카트리지의 효율이 제법 좋은 편인데 어지간한 호환 카트리지 수준의 가격에 팔리고 있다는 점은 다른 제품에선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캐논 E409만의 강점이다. 다른 기종에선 호환되지 않는 전용 잉크 카트리지를 쓴다는 것이 처음에는 단점이라 생각했는데 이런 효율이 담보된다면 오히려 장점일 수도 있겠다.
캐논 E409는 2014년 3월 현재 인터넷 최저가 기준 8만 6,000원 정도에 팔리고 있다. 그다지 부담 되는 가격은 아니지만 요즘 나오는 보급형 제품 중에는 심한 경우 5만 원 정도에 팔리는 제품도 있어서 왠지 살짝 비싸게 느껴지기도 한다. 대신, 캐논 E409는 향후 고효율 정품 잉크를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으니 '결론적으론 살만 하지 않느냐'고 제조사는 묻고 있는 것 같다. 선택의 소비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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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