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노트북을 좋아하는 이유, 레노버 싱크패드 X1 카본

이문규 munch@itdonga.com

그동안 본 리뷰어는 여러 기사를 통해 스마트폰, 특히 태블릿PC가 제 아무리 득세를 한다 해도 노트북의 성능적, 기능적, 용도적 조건에는 미치지 못하기에, 적어도 개인적인 사용 환경에서는 노트북을 압도적으로 선호한다 밝혔다. 태블릿PC는 어디까지나 콘텐츠 소비형 기기고, 노트북은 콘텐츠 생산형 기기이기 때문이라는 게 그 이유다. 그리고 본 리뷰어는 주로 콘텐츠 생산형 작업을 처리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태블릿PC는 대개 성능이나 기능 등에서는 태블릿PC가 백번 양보한다 해도, 휴대성 측면에서는 노트북보다 우월함을 강조한다. 하지만 이제는 이 역시 그리 녹록하지 않을 듯하다. 노트북에게는(특히 13인치 크기 이상) '마(魔)의 무게'로 인식되던 '1kg'의 한계에 근접하는 제품이 속속 출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태블릿PC가 700~800g라면 이들 '울트라 슬림' 노트북도 800g~1kg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그나마 비빌 언덕마저 이제 무너질 판이다.

카본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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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전세계 PC 시장을 석권한 레노버가 '싱크패드' 시리즈의 최신작을 내놓으며 본 리뷰어와 같은 노트북 선호자에게 기대감을 주고 있다. X1 카본(CARBON, 이하 카본)이다. 마치 본 리뷰어의 주장을 오롯이 증명하듯 울트라 슬림 노트북으로서 갖춰야 할 덕목을 충실히 갖추고 있다. 하나씩 살펴본다.

1.2kg짜리 14인치 노트북, 본 적 있나?
얇고 가벼운 노트북의 대표 제품으로 너나 없이 애플의 '맥북 에어'를 꼽는다. 13인치급 모델이 1.38kg, 11인치급 모델이 1.08kg이니 그럴 만하다. 이 정도로도 이미 훌륭하게 날씬한 노트북이다(물론 운영체제가 애플 OS X이라 본 리뷰어에게는 별 의미 없지만). 모르긴 몰라도, 맥북 에어 사용자의 절반 이상에게는 가벼운 무게가 구매의 절대 기준이었으리라.

그에 비해 레노버 카본은 14인치급(화면 대각선 길이 35.5cm) 노트북이지만 무게는 1.28kg에 불과하다. 화면을 덮었을 때 전면 측 두께가 약 1.8cm다(맥북 에어보다는 약간 두툼하다. 물론 그만큼 여러 입출력 단자가 제공된다). 자로 일일이 재어 보지 않고 눈대중으로 확인해도 충분히 얇아 보인다. 'ThinkPad'라는 로고가 없다면 자칫 맥북 에어의 새로운 시리즈로 오인할 수도 있겠다(아니면 말고).

카본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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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무게는, 그동안 본 리뷰어가 사용해 본, 가지고 다녀 본 그 어떤 14인치 노트북보다 가볍다. 아니, 14인치 노트북은 대부분 2kg에 육박했기에 가지고 다니기도 어려웠다. 그러니 충전케이블까지 가방에 넣는다 하더라도 이만한 무게의 14인치 노트북은 좀처럼 접하기 쉽지 않다. 백팩을 메는 두 어깨가 이를 여실히 체감한다. 노트북 선택의 중요 기준 중 하나가 무게라 한다면 카본은 그 기준에 더할 나위 없이 적합하다 평가한다.

노트북에서 이런 타자 속도, 느껴 본 적 있나?
노트북에서 안정적이고 빠른, 그러면서도 편안한 타이핑은 사실상 기대하기 어렵다. 키보드 크기, 배열 등의 구조적인 한계 때문이다. 그럼에도 싱크패드 노트북은 1992년 첫 선을 보인 후로 '타이핑 경험'에서는 그 어떤 노트북도 범접하기 어려운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나름의 마니아 층도 형성되어 싱크패드의 키보드(터치패드 포함) 부분 만을 상품화한 '울트라나브(UltraNav)'라는 키보드(데스크탑용)도 인기리에 판매될 정도다. 그만큼 싱크패드의 키보드는 제품 만의 아이덴티티(독자성)로 자리매김했다.

카본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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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크패드의 키감(키보드 두드리는 감촉)은 직접 사용해 보지 않으면 결코 가늠할 수 없다(이를 글로 표현하기는 더 힘들다). 카본 역시 마찬가지다. 마치 데스크탑용 키보드처럼 묵직하면서도 경쾌하다. 시쳇말로 '쫀득한' 키감으로 리드미컬한 고속 타이핑이 가능하다. 물론 장시간 타이핑에도 다른 노트북 키보드보다 손목의 피로가 확실히 덜하다(본 리뷰어는 하루 평균 8시간 정도 타이핑한다). 어찌 보면 본 리뷰어가 싱크패드 시리즈를 선호하는 건 손가락에 착 달라 붙는 이 키감일지도 모르겠다. 싱크패드를 사용해 본 이라면 대부분 동의하리라 본다. (2005년 IBM에서 레노버로 주인이 바뀌었다 해도) 20년 넘게 전세계 비즈니스맨들의 업무기기로 애용된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카본 키보드에 있어 한가지 특이한 점은 영대문자 고정 입력을 위한 캡스락(CapsLock) 키가 따로 없다는 것이다. 캡스락 키가 있어야 할 자리에 '홈(Home)/엔드(End)' 키가 있다. 그럼 캡스락은? 캡스락 기능은 왼쪽 시프트 키를 두 번 누름으로써 사용할 수 있다. 캡스락이 적용되면 시프트 키에 작은 LED가 들어온다. 이처럼 사용 빈도가 낮은 캡스락 키를 없애고 그 자리에 상대적으로 사용 빈도가 높은 홈/엔드 키를 배치한 것도 다년 간 비즈니스 노트북으로 애용됐던 경험이 반영된 것이리라.

카본04
카본04

아울러 페이지업(PgUp) 키와 페이지다운(PgDn) 키를 화살표 키 좌우측으로 배치한 점도 적지 않은 편리함을 부여한다. 화살표 키로 페이지를 내리고 올릴 때 페이지업/페이지다운 키로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다. 이전 싱크패드에는 이 자리에 '이전/다음 키'가 배치됐는데, 웹페이지 작업 시 화살표 키를 조작하다 자칫 이전 페이지나 다음 페이지로 넘어가는 불상사(입력 데이터 소실)를 방지하기 위해 변경된 것으로 예상된다. 역시 '싱크패드'답다.

싱크패드에는 키보드 외 또 하나의 아이덴티티가 있다. 바로 고유의 트랙포인트, 이른 바 '빨콩(빨간콩)'이다. 이 빨콩을 손가락으로 살짝 눌러 움직이면 마우스 포인터를 제어할 수 있다. 싱크패드의 빨콩 역시 키보드와 마찬가지로 직접 경험하지 않으면 그 매력을 공감할 수 없다. 빨콩은 기존 터치패드 조작의 공간적 한계를 극복하는 마우스 기술로, 싱크패드 외 다른 제조사 노트북도 따라 할 만큼 유용하고 편리한 기능이다.

카본05
카본05

다만 빨콩과 연동되는 마우스 왼쪽/오른쪽 버튼이 이전 제품(버튼형)과는 달리 터치패드와 통합되어, 터치패드의 상단 좌우측을 누르도록 되어 (크게 불편하진 않지만) 사용 상 약간의 이질감이 느껴진다. 물론 익숙해 지면 그만이다.

이외 다양한 타이핑 환경을 고려해 키보드 아래 백라이트 기능도 갖춰 어두운 곳에서도 무리 없이 타이핑할 수 있다(비즈니스 노트북이라면 필수 기능이라 하겠다).

효율적인 업무를 위한 부가 기능, 경험해 본 적 있나?
'비즈니스맨을 위한 노트북'이라는 전통에 맞게 이를 뒷받침하는 부가 기능도 따로 언급할 만하다. 카본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본체 커버를 '카본 파이버(carbon fiber, 탄소 섬유)' 소재로 덮어 무게를 줄이고 내구성은 강화했다. 카본 파이버 소재는 일반적으로 강철보다 10배 이상 강하면서 탄성이 좋고, 알루미늄보다 절반 이상 가벼우며 고온에서도 견고함을 유지하는 특성이 있다. 워낙 비싼 소재이기에 항공기나 고급 승용차의 일부에 적용된다.

현장 이동이 잦고 사용 환경이 다양한 비즈니스맨에게 노트북의 내구성은 성능/사양만큼이나 중요한데 카본은 이를 잘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싱크패드 고유의 검은색 디자인을 고수했다. 화려한 컬러를 뽐내는 요즘 노트북에 비하면 투박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진지한 분위기를 연출해야 하는 비즈니스맨에게는 오히려 적당한 디자인이라 하겠다.

카본06
카본06

본체 자체가 워낙 가볍다 보니 커버(화면)를 한 손으로 열기는 무리가 있지만, 180도까지 젖혀지는 커버는 이래저래 쓸모가 많다. 우선 어떠한 자세나 작업 환경에서도 화면 각도 조절이 자유롭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비행기 이코노미석이나 버스/전철 좌석 등과 같은 협소한 공간에서 화면 각도는 업무에 적잖은 영향을 미친다. 더구나 카본은 14인치 크기라 무릎에 올려 놓을 때도 나름대로 안정적인 사용이 가능하다. 시중의 노트북을 둘러 보면 깨닫겠지만 화면이 180도까지 젖혀지는 노트북, 그다지 많지 않다.

카본07
카본07

또 하나의 업무 부가 기능은 모션 인식이다. 화면 상단에 부착된 웹캠을 통해 사용자의 행동을 인식해 이를 특정 명령으로 처리한다는 게 골자다. 스마트폰의 모션 인식과 동일하다. 예를 들어, 프리젠테이션 문서 슬라이드쇼 실행 시 웹캠 앞에서 손을 좌우로 움직이면 이전/다음 슬라이드가 표시되는 방식이다. 이전까지의 노트북 웹캠은 주로 화상 대화 등의 용도로 사용됐다면(혹은 아예 사용되지 않거나), 카본의 웹캠은 업무적 용도에 활용할 수 있도록 기능이 추가됐다. 이외에도 페이지 올림/내림(스크롤) 등도 지원한다. 단 이 기능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 한정돼 있긴 하다. 결론적으로, 본 리뷰어는 이 기능을 그다지 적극적으로 사용하진 못했지만, 프리젠테이션을 자주 해야 하는 누군가에게는 분명 유용하리라 판단된다.

이 밖에 카본에는 기능 키(function key, F1~F12) 배열을 변경해 필요에 따라 기능을 선택, 사용할 수 있는, 이른 바 '터치 입력 기능 바'도 추가됐다. 일반적으로 F1~F12 키가 배치되는 위치에 터치형 바를 적용해, 작업 환경에 따라 기능 키를 바꿔 사용할 수 있다. 문서 작업에는 F1~F12 키가 빈번히 사용되니 이를 선택하면 되고, 일반적인 작업에는 볼륨 조절/밝기 조절 등을 선택하면 편리하다. 이 때문에 카본에는 노트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특수 키(Fn)가 따로 없다. 다른 노트북은 대개 이 특수 키와 다른 키를 동시에 눌러 특정 기능을 사용하는데, 카본은 이러한 번거로움을 기능 바로 대체해 바로바로 사용하게 했다. 익숙해지니 이 역시 신속한 업무 처리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것이라 사료된다.

카본08
카본08

의심의 여지가 없는 성능과 기능, 처리해 본 적 있나?
얇고 가벼운 노트북은 성능도 그와 같으리라 예상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도 그럴 것이, 그런 노트북은 성능이나 기능보다는 휴대성, 이동성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이다. 하지만 얇고 가볍더라도 탁월한 처리 성능을 원하는 건 인지상정이다. 그런 면에서 카본은 휴대성과 성능을 동시에 충족하는 노트북이다(물론 그런 만큼 가격도 비싸다).

모델에 따라 사양이 약간씩 다르지만, 본 리뷰어가 사용한 카본은 인텔 4세대 코어 i7 프로세서(i7-4550U) 512GB 등의 만만치 않은 성능을 발휘한다. 자주 사용하는 업무용 프로그램은 아주 가뿐하게 실행해 낸다. 이 정도면 웬만한 데스크탑 못지 않으며, 노트북으로서는 충분히 만족할 성능이라 평가할 만하다(당연하다. 이게 얼마 짜린데…).

아울러 2,560 x 1,440 WQHD 해상도를 지원하는 IPS 디스플레이도 인상적인 사양으로 꼽을 만하다. 몇몇 13~14인치 노트북의 최대 해상도가 1,920 x 1,080 정도니 그에 비하면 우수한 해상도기 때문이다. 물론 더 넓게 보이는 만큼 아이콘이나 글자는 작게 보이지만(물론 윈도에서 글자를 크게 설정할 순 있다), 고해상도 화면이 유리한 작업(즉 화면에 더 많은 정보가 출력돼야 하는 작업), 예를 들어 프리젠테이션 문서 작업, 이미지/동영상 편집 작업, 프로그래밍 개발 작업, 업무 모니터링 작업 등에 확실히 유용하다.

카본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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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리뷰어의 경우 평소 이메일 웹페이지를 포함, 두서너 개의 웹페이지를 띄워 놓는데 여러 페이지를 한 눈에 파악, 처리할 할 수 있어 여러 모로 유용했다. 이 경우 마우스 사용이 가장 편리하지만 마우스 없이 빨콩만으로도 원활한 업무가 가능했다.

이외에 얇은 두께에도 HDMI 단자, USB3.0 단자(2개), 미니DP(Display Port) 단자, 유선 랜(이더넷 변환 단자 사용) 단자 등도 제공된다.

단 하나 아쉬운 점은 SD메모리 슬롯이 없다는 것. 이에 본 리뷰어는 USB용 SD메모리 리더를 사용했지만, 현재 가장 많이 사용되는 SD메모리(혹은 마이크로SD메모리) 슬롯이 없다는 건 정말 두고두고 아쉬움으로 남는다(세상에 완벽한 제품이 어디 있겠는가).

카본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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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위에서 읊은 대로, 카본은 기본 사양이 탄탄한 만큼 가격 역시 비교적 만만치 않다. 더구나 태블릿PC 공세의 여파로 노트북 가격대가 한층 낮아진 터라, 200만 원을 호가하는 가격은 사용자에게 더욱 멀게만 느껴진다. 그래도 카본은 그렇게 비쌀 이유라도 있으니 다행이라 하겠다. 어차피 범용 노트북도 아니고, 200만 원 이상의 업무 효과를 얻을 수 있는 누군가에게는 인정할 가격일 수 있다(사진작가에게 수백, 수천 만원 짜리 카메라가 어울리는 것처럼).

세월은 흘러도 비즈니스 노트북 고유의 DNA는 그대로
어쨌든 카본을 한달 남짓 사용하면서 참으로 '업무친화적'인 노트북임을 다시 한번 깨달았고, 그만큼 만족스럽고 즐겁게 업무에 임했던 기억이다. 생산자가 누가 됐든 싱크패드 시리즈는 비즈니스 노트북의 전통적인 DNA를 잘 유지하고 있는 듯하다. 20년을 지내면서도 투박하기 그지 없는 검정 디자인 콘셉트를 고집하는 기준은 단 하나, 바로 '비즈니스맨'이다. 물론 본 리뷰어는 그리 훌륭한 비즈니스맨은 못 되지만, 그에 못지 않은 노트북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게 태블릿PC보다 노트북을 훨씬 좋아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카본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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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IT동아 이문규 (munc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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