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책으로 영어회화 학습이 가능하다? '스피킹 매트릭스' 학습체험기
영어회화를 학습하는데 있어 우리는 적지 않은 비용과 시간을 투자하며 다양한 방식의 학습법에 도전한다. 학습 의지만 결연하다면 어떤 방식으로든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지만 그게 사실 말처럼 쉽지 않다. 아침 일찍 혹은 퇴근/방과 후 학원을 다니거나 인터넷/동영상 강의를 시청하던 경험, 누구에게나 한번 쯤은 있겠지만, 영어회화 학습에 온전히 책만을 이용하려는 이들은 거의 없다. 책만으로는 만족할 만한 회화학습 효과를 얻을 수 없다는 인식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럴 만한 괜찮은 회화 책을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길벗이지톡(www.eztok.co.kr)에서 발간한 '스피킹 매트릭스(Speaking Matrix)' 시리즈는 그동안 접했던 영어회화 책으로는 체험할 수 없었던 독특한 학습법을 제시하고 있다. '1분 말하기', '2분 말하기', '3분 말하기' 등 3단계로 발간된 이 시리즈 책은, 영어 강의 경력 15년 경험의 스피킹 전문 강사인 김태윤 씨가 한국인의 말하기 매커니즘에 맞춰 개발한 회화학습서다. 여기서 '1분', '2분', '3분'은 현재 자신이 영어로 말할 수 있는 대화의 수준을 의미한다. 당신은 자신에 대해 몇 분 동안 영어로 말할 수 있는가?
이 책에서 저자는, 한 문장 정도의 짤막한 표현을 말하는 수준을 '1분(눈뭉치 만들기)', 이 문장에 살을 붙여 간단한 에피소드로 말하는 수준을 '2분(눈덩이 굴리기)', 자신의 의견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수준인 '3분(눈사람 머리 완성하기)'으로 구분한 다음 다양한 예제를 통해 반복학습하도록 구성했다.
1권 '1분 말하기'는 패턴문장 학습으로 시작된다. 쉽고 간단한 문장이지만, 20여 개의 예제 문장을 통해 해당 패턴 표현을 확실히 익히도록 유도한다. 하루하루 두 페이지에 걸쳐 진행되는 학습은 1)듣고 2)의미 확인하고 3)듣고 따라하고 4)영어로 말하는 단계를 거친다. 여기서 듣는 건 스마트폰을 활용한다. 페이지 상단의 QR 코드를 스캔하면 해당 MP3 강의가 재생된다(이동통신 혹은 와이파이가 연결돼야 함). 즉 언제 어디서든 책과 함께 MP3 강의를 들을 수 있다. 이 책의 서평을 진행하게 된 결정적 계기도 바로 이것이다. 일일이 MP3 파일을 내려받아 저장하여 찾아 들어야 하는 게 아니라, 학습 단계에 맞춰 QR코드를 스캔해 간편하게 참고할 수 있다는 것. '1분 말하기'지만 학습이 진행될수록, 책장이 넘어갈수록 문장도 길어지고 표현도 다양해진다.
본 리뷰어는 '1분 동안 영어로 말하기' 단계(4단계)에서 한글 지문(오른쪽 페이지) 만을 참고하여 영어 문장을 만들어 1분 만에 말하는데 집중했다. 처음에는 영문 지문(왼쪽 페이지)과 정확히 맞지는 않았는데, 연습을 거듭할수록 나름대로 자신감도 생기면서 모범답안에 가까워지는 결과가 나타났다. 이런 방식이라면 어떤 주제에 대해 1분 이상 말하기가 충분히 가능할 거라는 기대감도 생겼다. 이 책의 의도가 그것이라면 어느 정도 성공적이라 평가할 만하다. 적잖히 신기하면서 흥미롭다.
'2분 말하기'는 '1분 말하기'보다 문장이 많다. 그냥 봐서는 엄두가 나질 않지만, '1분 말하기'와 마찬가지 방식으로 1)듣고 2)의미 확인하고 3)따라하며 4)영어로 말하는 단계를 거쳐 진행하니 일단 거부감은 사라진다. 그러면서 머리말의 경고 문구인 '이 책은 진지합니다'라는 글귀가 떠오른다.
2권부터는 어휘나 문장이 아닌 특정 상황이 주워진다. 이메일 사용, 편의점/패스트푸드점 방문, 운동할 때, 택시 사용 등이 그것이다. 다만 일반적인 회화 책은 해당 상황의 상호 대화에 초점을 맞춘다면, 이 책은 자신의 시점에서 상황을 설명하는 방법을 연습한다. 그래야 2분, 3분 말하기가 가능할테니까.
본 리뷰어는 특히 3권 '3분 말하기'에 관심을 갖고 학습했다. '1분 말하기'가 문장, '2분 말하기'가 문단이라면 '3분 말하기'는 한 페이지에 가까운 회화학습이다. 3권에서는 1)말할 내용을 문단 단위로 간추려 정리하고 2)이를 영어로 듣고 3)말할 전문을 영어로 확인한 다음(빈칸 있음) 4) 한글 지문 만으로 3분 동안 영어로 말해야 한다. 쉽지 않다. 하지만 반복하니 입이 열린다. 조금 더 익숙해지니 말하는 속도도 빨라진다. 누군가 옆에서 들으면 굉장히 영어를 잘하는 것처럼 들릴 게다.
자, 여러분은 '왜 전자책보다 종이책 읽기가 좋은 지를' 영어로 3분 동안 말할 수 있는가?
이 책, 스피킹 매트릭스 시리즈는 그것을 가능하게 만드는 책이다. 학원 수강이나 인터넷/동영상 강의가 아니라 책 세 권 만으로 충분히 가능하도록 만드는 책이다. 그동안 수 없이 많은 영어회화 책을 접했지만, 이처럼 독특한 호기심을 유발한 책은 거의 없었다. 다들 "How are you?", "I'm fine, and you?"의 대화만 강조하는 일상 대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일상 대화로는 1분은 고사하고 10초면 말하기가 종료된다. 우리에게 필요한 영어회화는 이제 그게 아니다.
이 책의 매력은 또한, 하루 10분 이내의 자투리 시간 만으로도 상당히 쓸 만한 회화학습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전철이나 버스에서, 혹은 화장실에 앉아서, 혹은 누구를 기다리며, 혹은 자기 전에 누워서 부담 없이 책을 펴고 QR코드를 스캔해 학습할 수 있어 좋다.
단 QR코드 스캔 시 '강의 듣기'와 'MP3 듣기'가 바로 붙어 있으니, 스캔 인식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하나를 손가락 등으로 가리고 스캔해야 한다. 다음 3쇄 발행 때는 각각 코드의 위치를 달리해야 하겠다.
저자: 김태윤
출판사: 길벗이지톡
분량: 1권 294면, 2권 318면, 3권 280면
가격: 각권 1만 1,000원 (해설 강의, 스피킹 훈련 MP3 파일 듣기/내려받기 포함)
글 / IT동아 이문규 (munc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