붙이면 배터리 사용시간이 늘어난다? 퍽이나 늘어나겠네요
성능이 전혀 검증되지 않은 스마트폰 액세서리가 소셜커머스 등 인터넷 시장을 중심으로 유통 중이다. 스마트폰에 붙이기만 하면 배터리 사용시간이 늘어난다는 이 액세서리는 과거 소비자들에게 아무런 효과가 없다는 지적을 받고 소셜커머스에서 퇴출당한 바 있다. 하지만 상표를 바꾸고 슬그머니 부활했다. 이 제품을 구매한 소비자가 수천 명이 넘는 만큼 상당한 피해가 발생할 전망이다.
지난 2012년 소셜커머스 업체들은 '배터리 파워 플러스'라는 제품의 판매를 진행했다. 스마트폰 케이스를 열고 이 제품을 배터리에 부착하면 배터리 사용시간이 늘어난다는 것. 많은 사용자가 스마트폰 배터리 사용시간에 아쉬움을 느끼니 해당 제품은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다.
하지만 어느 정도 판매가 진행된 후 소비자들을 중심으로 잡음이 흘러나왔다. 해당 제품을 배터리에 부착했음에도 아무런 효과를 느끼지 못했다는 항의다. 소비자들의 항의가 거세지자 한 소셜커머스 업체는 부랴부랴 수습에 나섰다. 해당 제품의 판매를 중단하고, 판매액 일부를 환급해줬다. 그래도 이 정도는 양반이다. 다른 소셜커머스 업체는 판매만 중단하고 소비자의 피해는 나 몰라라 했다.
배터리 파워 플러스의 원리는 이러하다. 토션필드에서 발생하는 원적외선이 배터리에 영향을 미쳐 줄어든 최대 배터리 사용시간을 복구시켜 준다는 것. 제조사는 이를 증명하기 위해 특허를 획득했고, 충북대학교를 통해 효과를 검증받았다고 주장했다.
사실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충북대학교에 문의하자, 답변이 돌아왔다. "해당 실험은 학생들이 지역사회 공헌을 위해 진행한 간이 실험으로, 실험실에서 다른 요소의 개입을 배제한 채 진행한 정식 실험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해당 실험을 충북대학교가 공인해준 것처럼 사용하는 것은 어폐가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특허도 그렇다. 특허는 타인보다 먼저 기술을 개발했다는 배타적인 권리를 입증하는 수단이지, 해당 기술이 진짜 실현 가능하다고 검증해주는 수단이 아니다. 실제로 구현할 수 없더라도 아이디어만 있으면 등록할 수 있다.
물론 실제로 효과가 있을 수도 있다. 이를 확인해보기 위해 IT동아에서 해당 제품을 입수해 8명에게 나눠주고 자체 실험을 개시했다. 해당 제품을 붙이기 전 스마트폰 배터리 사용시간을 측정하고, 해당 제품을 붙인 후 스마트폰 배터리 사용시간을 측정했다. 그 결과 아무런 차이가 없었다. 실험에 참여한 8명 전원의 의견이 일치했다. 배터리 파워 플러스는 아무런 효과가 없는 무의미한 필름 쪼가리였던 셈이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에게 자문도 구해봤다. 답변이 걸작이다. "배터리에 필름(해당 제품)을 붙이니 배터리에서 발생하는 열을 줄이는 효과는 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필름을 붙이면 불규칙한 배터리 속 전자 움직임이 규칙적으로 움직이게 된다는 주장은 아무런 기술적 근거가 없습니다. 배터리를 오래 사용하면 내부에 노폐물이 생기는데 이 필름을 붙이면 노폐물을 제거해준다고 하는 주장도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배터리를 오래 사용한다고 해서 노폐물은 생성되지 않습니다. 일반적으론 환물질의 구조적 결험 탓에 수명 열화가 생깁니다. 전해액의 소모에 따른 수명 열화는 있을 수 있겠지만, 이는 분해반응이므로 복구가 불가능합니다."
그럼에도 이 제품은 위메이크프라이스 등 일부 소셜커머스에서 '폰 비타'로 상표만 바꿔 버젓이 판매 중이다. 제품 가격이 저렴하기에 문제가 더 심각하다. 비싼 제품이었으면 소비자가 들고 일어나 업체를 고소하거나 소비자 보호원에 신고하는 등 조치를 취했겠지만, 제품 가격이 1만 원이 채 되지 않을 정도로 저렴하다보니 '쩝, 돈 버렸네'라고 생각하고 귀찮은 일을 피해 그냥 넘어가고 있다. 과거 해당 제품이 수만 개가 넘게 판매됐음에도 크게 화제가 되지 않고 조용히 넘어간 이유다. 제도권에 접수된 신고가 미미하다 보니 소비자들이 잠잠해지면 상표만 바꿔서 다시 판매하는 형태를 반복하고 있다.
무책임한 소셜커머스 MD의 행태도 피해를 키우고 있다. 제품을 확보하는 것에만 혈안이 돼 해당 제품이 정말 믿을 수 있는 제품인지 검증을 소홀히 하고 있다. 이러한 행태는 결국 소셜커머스 업체에 대한 불신을 키우게 되고, 결국 시장 전체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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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IT동아 강일용(zer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