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을 동영상으로 남기는 방법, 소니 프로젝터 캠코더 리뷰
영화 '써니'의 한 장면이다. 극 중 춘화(진희경 분)는 자신들의 학창시절을 담은 비디오 테이프를 친구들에게 보낸다. 이 비디오 테이프를 본 나미(유호정 분)는 자신과 친구들의 과거 모습을 보며 웃음 짓고, 눈물도 흘린다. 나미에게 그 시절은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아름다운 추억이다.
사진, 메모, 기념품 등 추억을 남기는 방법은 많다. 필자는 그중에서 동영상을 가장 높이 평가한다. 그 때의 모습, 목소리, 상황을 고스란히 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성능 좋은 스마트폰이 널리 보급되면서 추억이 될만한 순간을 동영상으로 남기는 사람도 늘어났다. 하지만 스마트폰은 동영상 촬영에 특화된 장비가 아니다. 화면을 보면서 스마트폰을 잡으려면 손가락만 써야 하니 오랜 시간 촬영하기 불편하다. 또 렌즈나 이미지 센서의 성능이 캠코더 등의 동영상 전용 장비와 비교해 떨어져, 결과물의 품질도 낮다.
만약 소중한 순간을 좀 더 선명하고 깨끗한 동영상으로 남기고 싶다면 캠코더를 사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필자가 지금부터 소개할 제품은 소니의 보급형 프로젝터 캠코더 'HDR-PJ340'이다.
소니 캠코더 중 PJ시리즈는 빔 프로젝터를 내장한 제품이다. 프로젝터 해상도는 640x360이며, 밝기는 13 안시 루멘이다. 최대 100인치 크기의 스크린에 투영할 수 있다.
이 내장 프로젝터가 은근히 재미있다. 흰 벽만 있으면 모니터나 TV 같은 디스플레이 장치 없이도 촬영한 동영상을 크게 볼 수 있다. 낮에 찍은 동영상을 저녁에 바로 볼 수 있으니 여행이나 야영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주목할 만한 기능이다. 만약 흰 벽이 없다면 천장을 이용해도 된다. 영사하는 방향을 최대 270도까지 조절할 수 있기 때문에 천장에 동영상을 영사하고, 자녀와 함께 누워서 이를 감상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다만 밝기가 낮아 낮에는 야외에서 사용이 불가능하고 밤 또는 어두운 실내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 주의할 것(대낮에 야외에서 사용하려면 밝기가 4000안시 루멘 이상이여야 한다는 게 정설이다).
HDMI를 지원하는 소스기기와 연결하면 캠코더를 프로젝터만으로 사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영화가 담긴 노트북을 HDMI 케이블로 연결하면 일반 가정에서도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듯한 기분을 낼 수 있다.
이 제품은 프로젝터에 키스톤 조절 기능이 없다. 키스톤 조절은 프로젝터와 스크린이 수직선 상에 있지 않을 때, 스크린에 비친 화면이 사다리꼴 모양으로 나타나는 현상을 바로잡는 기능이다. 프로젝터를 놓는 위치를 옮겨 뒤틀린 화면을 바로잡을 수 있지만, 이보다 키스톤 조절 기능으로 바로잡는 것이 더 간편하다.
PJ340은 사용법이 간단하다. 오른손 엄지와 검지만으로 녹화 시작/종료, 줌인/아웃, 스틸 사진 촬영 등 모든 촬영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 배터리와 메모리카드를 포함한 제품의 무게는 260g으로 가볍고, 폭 61mm, 높이 59.5mm로 본체의 크기도 작아 한 손에 꼭 잡힌다.
보통 하이 아마추어나 전문가를 위한 캠코더는 조리개, 셔터 속도 등의 설정을 바꾸거나 초점을 수동으로 맞출 수 있다. 이런 기능으로 아웃포커싱(배경을 흐리게 처리하는 기법) 효과를 만들거나 과노출 등의 독특한 효과를 만들기도 한다.
그런데 PJ340은 수동초점 외에 다른 고급 조작 기능이 없다. 모든 노출 설정은 사용자가 손댈 수 없는 완전 자동 방식이다. 오히려 이런 점 때문에 초보자에게 어울리는 제품이다. 별다른 조작 없이 녹화버튼을 누르는 것만으로 적절한 노출의 동영상을 촬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녀가 운동경기에 선수로 출전하거나, 발표회를 한다고 가정하자. 아이의 모습을 동영상으로 남기고 싶은데, 자신의 자리가 무대와 너무 멀리 떨어져 있다. 이를 스마트폰으로 촬영하면 정작 담고 싶은 자녀의 모습은 '깨알'같이 나온다.
PJ340은 이런 상황에서 유용하다. 광학 30배 줌과 클리어 이미지 2배 줌, 총 60배 줌을 지원한다. 이를 통해 멀리서도 중요한 장면을 놓치지 않고 담을 수 있다.
그런데 고배율로 촬영하면 작은 흔들림도 아주 크게 나타난다. 그래서 고배율 촬영 시 삼각대를 쓰기도 한다. PJ340은 이런 불편함을 줄이기 위해 2단계 손떨림 보정 기능을 탑재했다. 우선 캠코더 본체, 센서, 렌즈 전체가 손떨림에 맞춰 움직이며 흔들림을 줄여주는 'BOSS(Balanced Optical Steady Shot)' 기능을 탑재했다.
여기에 소프트웨어적인 손떨림 방지 기능 '인텔리전트 액티브 모드'도 더했다. 촬영한 동영상 장면마다 앞/뒤 데이터를 분석해 흔들림을 줄여준다.
와이파이를 통한 원격 제어 기능도 유용하다. 소니 플레이 메모리즈 애플리케이션(안드로이드, iOS 모두 지원)을 사용하면 촬영, 줌 등의 기능을 원격에서 조작할 수 있으며, 사진이나 동영상을 간편하게 가져올 수도 있다.
만약 NFC 기능을 탑재한 스마트폰이라면 두 기기를 연결하는 것도 빠르게 할 수 있다. NFC 기능을 켜고 캠코더 본체에 있는 NFC 태그에 접촉만 하면 두 기기의 연결이 끝난다. NFC 기능이 없는 스마트폰은 캠코더에서 무선 기능을 활성화하고 스마트폰의 와이파이 설정을 통해 두 기기를 연결하면 된다.
이제 전반적인 사양을 보자. 내장 메모리는 16GB며, 64GB 마이크로SD카드를 추가로 삽입할 수 있다. 또한, 소니 제품 전용 저장장치인 마이크로 메모리스틱도 지원한다. 전방지향 마이크를 내장해 피사체의 소리를 더 또렷하게 담을 수 있다. 동영상 녹화는 최대 풀HD(1080, 60p)까지, 스틸 사진은 920만 화소(4,032x2,272)까지 지원한다. 배터리는 한 번 충전하면 4시간 가까이 연속 사용할 수 있다.
액정 화면은 270도로 회전하는 2.7인치 틸트 액정을 갖췄다. 터치스크린을 지원하지 않지만, 아날로그 스틱으로 비교적 간편하게 각종 설정을 변경할 수 있다. 내장 USB 케이블을 통해 PC로 파일을 전송하거나 캠코더를 충전할 수 있다. 토이 카메라, 색상강조, 포스터 효과, 복고풍, 특정 색상만 남기기, 흑백 등 다양한 필터효과도 지원해 색다른 동영상을 촬영할 수 있다. 자동 얼굴 인식 기능을 갖췄으며, 얼굴인식 방식은 아이 우선, 어른 우선, 자동 등으로 설정할 수 있다.
사실 전문가는 캠코더 내장 프로젝터가 없어도 그만이다. 동영상을 촬영한 뒤 편집하고, 영상 파일로 출력하는 과정을 대부분 모니터로만 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편집하지 않은 영상을 그대로 보는 일반인에게 내장 프로젝터는 있으면 더 좋은 기능이다.
제품 가격은 2014년 2월 기준 56만 원대다. 가볍게 일상을 담는 용도로 쓰기에는 조금 부담스러운 가격이다. 하지만 제품의 성능에는 맞는 가격이다. 이 제품은 특별한 추억을 조금 더 '잘' 남기고 싶은 사용자라면 구매할 만한 제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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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IT동아 이상우(lswo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