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WC2014] MWC로 본 삼성전자의 잠재적 위기

안수영 syahn@itdonga.com

세계 최대의 모바일 전시회 'MWC 2014(모바일 월드 콩그레스 2014)'. 전 세계 유수의 이동통신 및 휴대폰, 통신장비 제조사들이 참여한 가운데 삼성전자도 자사의 신제품을 선보였다. 바로 '갤럭시S5', '삼성 기어2', '삼성 기어2 네오', '삼성 기어 핏' 등이 주인공이다.

삼성전자는 신제품을 통해 모바일 업계 1위의 저력을 과시하려 했으나, 각각의 제품을 살펴보면 삼성전자가 잠재적 위기에 봉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비(非) 스마트폰 영역에서 여전히 방향성을 잡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삼성전자

타이젠 스마트폰은 어디?

이번 MWC 2014에서 타이젠(Tizen) OS를 탑재한 스마트폰은 공개되지 않았다. 작년부터 외신에서 '갤럭시S5가 타이젠과 안드로이드 두 가지 버전으로 출시될 가능성이 높다'라고 보도했지만, 현재는 안드로이드 갤럭시S5만 공개됐다. 타이젠 스마트폰을 보려면 좀 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출시되지 않을 수도 있다. 그 대신 웨어러블 기기인 '삼성 기어2'와 '삼성 기어2 네오'에 타이젠이 탑재됐다.

삼성 기어2
삼성 기어2

삼성전자가 타이젠 스마트폰 대신 타이젠 웨어러블 기기를 선보인 것은, 타이젠에 대한 불안감을 반영하는 동시에 이를 무마하는 전략을 취한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폰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타이젠 스마트폰을 내놓기에는 콘텐츠가 부족한데다, 안드로이드와 iOS의 영향력이 커 위험 요소가 크다. 그렇다고 타이젠을 탑재한 제품을 아예 공개하지 않는다면 타이젠의 위기설을 고스란히 증명하는 셈이다. 최근 주목받는 '스마트워치'에 타이젠을 넣는다면 어떨까? 타이젠을 최초로 탑재한 기기라는 점에서 세간의 관심을 끌 수도 있고,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단점도 스마트폰 대비 수월하게 넘길 수 있고, 스마트폰과 유사한 기기라는 점에서 타이젠의 성공 가능성을 예측할 수도 있다.

스마트폰이 플랫폼 확장의 핵심인데도 불구하고, 정작 타이젠 스마트폰을 내놓지 않은 것은 최근 불거진 타이젠의 위기를 반영한다. 최근 일본 NTT도코모, 미국 스프린트, 스페인 텔레포니카 등 해외 통신사들이 타이젠 연합에서 잇달아 탈퇴했다. 미국의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는 2017년이 되어도 타이젠의 시장점유율은 2.9%에 불과할 것으로 예측했다. 그만큼 타이젠의 위기설은 크다.

타이젠이 제2의 '바다(bada OS)'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지만, 타이젠 연합의 주축인 삼성전자는 이와 같은 불안감을 덜어내지 못했다. 구글과의 마찰을 피하기 위한 것도 있겠지만, 정말로 타이젠에 자신감이 있었다면 굳이 스마트폰에 탑재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언젠가는 타이젠 스마트폰이 나오겠지만, 웨어러블은 출시하면서 정작 스마트폰 출시는 늦추는 것은 시장의 의구심을 키우는 데 영향을 미친다.

'삼성 기어2', 전작 대비 큰 변화는 없어

갤럭시 기어의 후속작 '삼성 기어2'는 전작 대비 하드웨어 성능이 개선됐다. 삼성 기어2는 무게 68g, 두께 10mm으로 전작보다 더 가볍고 얇아졌으며, 사용 시간도 늘어나 완충 시 2~3일 동안 사용할 수 있다. 심박센서를 탑재해 건강 정보를 실시간으로 확인 가능하며, 가전제품 리모컨 및 음악 재생 기능을 갖췄다. 그 외 웨어러블 기기 최초로 타이젠을 탑재한 데 의의가 있다.

삼성 기어2
삼성 기어2

아쉬운 점은 갤럭시 기어의 후속작이라는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이다. 전작과 비교해 하드웨어 성능이 약간 나아졌을 뿐, 큰 변화는 없다. 갤럭시 기어 때 혹평을 받았던 디자인도 별반 차이가 없다. 전면에 배치했던 나사를 제거하고 스트랩을 다양화한 정도다. 아직 가격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가격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기어를 40만 원에 선보였지만 고가 논란이 일었고, 경쟁사들은 20만 원대 웨어러블 기기를 선보였다. 이를 의식했는지 삼성전자는 '삼성 기어2 네오'를 함께 공개했다. 삼성 기어2에서 카메라 기능을 뺀 것으로 보아 보급형 제품인데, 경쟁사 제품 대비 얼마나 저렴할 것인지 지켜볼 만하다.

삼성전자 모바일 기기만 호환되는 것도 여전한 한계다. 경쟁사의 웨어러블 기기는 타사 스마트폰과도 연동되지만, 삼성 기어2는 삼성전자 제품만 연동된다. 물론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점유율이 크다는 자신감도 있겠지만, 사용자 선택에 한계를 둔 것은 아쉽다. 삼성전자가 웨어러블 시장을 선점하고 싶었다면 스마트폰 1위 사업자라는 자부심은 버렸어야 했다. 스마트폰 부문에서는 1위일지 몰라도 웨어러블은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 아닌가.

삼성 기어2보다 대중의 관심을 끈 것은 헬스케어에 초점을 맞춘 '삼성 기어 핏'이다. 1.84인치 커브드 슈퍼아몰레드 디스플레이를 탑재해 손목에 완전히 밀착되고, 스트랩 전체를 교체할 수 있도록 해 패션 아이템으로도 활용 가능하다. 헬스케어뿐만 아니라 메일, 문자, 일정, 알람 등을 확인하는 기능을 갖췄다. 다만, 경쟁사들도 이와 비슷한 웨어러블 기기를 대거 선보였다. LG전자는 손목밴드 형태의 '라이프밴드 터치'를, 화웨이는 '토크밴드'를, 소니는 '스마트밴드'를 전시했다.

삼성 기어 핏
삼성 기어 핏

애매한 포지션, '갤럭시S5'

삼성전자는 MWC 2014에서 '갤럭시S5'를 공개했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갤럭시S5는 하드웨어 성능보다 사용자 편의를 고려한 기술들을 탑재했다. '패스트 오토 포커스'로 카메라 자동 초점을 맞추는 시간을 축소했으며, '리치 톤 HDR' 촬영 모드로 사진 보정 기능을 강화했다. 지문 스캐너를 통한 잠금 화면 해지 및 모바일 결제를 지원하며, 스마트폰 최초로 심박 센서를 탑재했다.

갤럭시S5
갤럭시S5

사용자 경험 향상에 집중한다는 의도는 긍정적이나, 심박 센서를 탑재한 것 외에는 딱히 돋보이는 UX가 없다. 경쟁사의 UX를 살펴보자. LG전자는 이미 2012년부터 UX에 집중하겠다고 선언한 뒤 'Q슬라이드', '뷰톡', '타임머신 카메라', '노크온' 등 다양한 UX를 선보였다. 팬택은 '시크릿'을 메인 콘셉트로 내세우며 사생활 보호 기능을 다양하게 선보였다. 이번에 갤럭시S5에 탑재된 지문 스캐너 기능은 애플이 아이폰5S에서 먼저 선보였던 기능이다.

갤럭시S5의 핵심이 스펙인지, UX인지도 모호하다. 현장에서 삼성전자 신종균 사장은 "스펙 경쟁 시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소프트웨어 못지않게 하드웨어에서 일어나는 혁신도 많고, 앞으로도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갤럭시S5의 스펙 향상은 눈에 띄지 않았다. 평소 삼성전자가 고수하던 대로 하드웨어 스펙을 강조한 것도 아닌데, 경쟁사 대비 UX가 두드러지도 않는다. 갤럭시S5의 핵심이 하드웨어 스펙인지, UX인지 명확하지 않다. 기존 플래그십 모델 대비 가격이 저렴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여기에 기대를 해 본다.

한편, 갤럭시S5는 QHD(2,560 X 1,440) 대신 풀HD(1,920 X 1,080) 디스플레이를 탑재했으며, 배터리 용량은 2,800mAh로 전작(갤럭시S4 2600mAh) 대비 미미한 정도다. 시장에서 기대한 3GB 램, 64비트 옥타코어 프로세서와는 달리 2.5GHz 쿼드코어/2.1GHz 옥타코어, 2GB 램을 적용했다. 디자인도 전작과 유사하다.

탈 스마트폰 시대, 삼성전자의 위기

이제 스마트폰 시장은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 시장조사기관 IDC에 따르면 2013년 전 세계 스마트폰 출하량은 10억 420만 대로, 2012년 대비 38.4% 증가했다. 업계에서는 이 자료를 바탕으로 국내외 스마트폰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고 분석한다. 실제로 국내 스마트폰 성장률은 2012년 이후 둔화되고 있다. 2013년 국내 스마트폰 시장 규모는 17조 1,403억 원으로 2012년 대비 7.2% 감소했다.

갤럭시S5
갤럭시S5

스마트폰 시장이 포화 상태라는 것은, 기업 입장에서 차세대 먹거리를 찾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글로벌 업체들은 웨어러블, 3D 프린터, 사물 인터넷(IoT) 등에 집중하고 있다. MWC 2014에서 격돌한 영역은 웨어러블. 삼성전자는 가장 먼저 스마트워치 '갤럭시 기어'를 선보였으나 뚜렷한 성과를 얻지 못한 채 경쟁사의 추격을 받게 됐다.

삼성전자의 가장 큰 경쟁력은 하드웨어 혁신이지만, 최근에는 스마트폰 성능이 고스펙으로 평준화된데다 중국 업체들의 추격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화웨이, 레노버, ZTE, 샤오미 등 중국 업체들이 약진하고 있다. 중국 업체들은 과거에는 저가형 스마트폰을 주로 선보였지만, 이제는 다르다. 기술력을 바탕으로 플래그십 모델까지 다양하게 선보이고 있다. 물론 삼성전자도 중국 업체들의 잠재력을 잘 알고 있다. 현장에서 신종균 삼성전자 IM부문장은 이례적으로 전시장에서 경쟁사 부스를 모두 둘러본 것으로 알려져 눈길을 끌었다.

탈 스마트폰 시대를 맞아 삼성전자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미래학자 최윤식은 저서 '2030 대담한 미래'에서 3년 뒤 삼성전자의 위기가 시작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에 대해 스마트폰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는 점, 중국 업체들이 속도와 혁신을 무기로 추격하고 있다는 점, 삼성전자의 소프트웨어 경쟁력이 부족하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대안은 하나, 타이젠으로 IoT를 선점할 것

물론 삼성전자도 이러한 위기에 가만히 손 놓고 있지는 않다. 지난 달 27일에는 구글과 글로벌 특허 교환 계약을 체결하는 등 시장 지배력 강화에 힘쓰고 있다. 양사는 상호 호혜 원칙에 따라 광범위한 기술, 사업 영역에 대해 특허를 교환하기로 했다. 기존 특허뿐만 아니라 앞으로 10년 간 출원하는 특허까지 공유한다.

타이젠
타이젠

삼성전자의 선택은 결국 타이젠이다. 하드웨어 경쟁력은 중국 업체에, UX는 애플이나 LG전자에 부딪치는 입장이라면, 남은 것은 소프트웨어 경쟁력이다. 소프트웨어의 중심에 OS가 있고, 그것이 타이젠이다. 타이젠은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카메라, 가전제품, 자동차 등 어느 기기에서나 손쉽게 적용되는 오픈 플랫폼을 지향한다. 이는 마침 사물 인터넷(IoT)와 가장 가까운 개념이다. 사물 인터넷이 차세대 먹거리로 대두되는 만큼, 이를 선점하는 것이 관건이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시장보다는 주변 기기에서 타이젠의 영역을 확보하는 전략을 택했다. 타이젠은 이미 일부 삼성 카메라에 적용됐으며, 이번에는 웨어러블 기기에 적용됐다. 이는 안드로이드와 iOS의 영향력이 약한 시장을 중심으로 경쟁력을 키워나가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하지만 스마트 생태계의 구심점에 있는 스마트폰 시장을 겨냥하지 않은 채 타이젠의 입지를 확보하기란 상당한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의 위기는 하드웨어 경쟁력이 떨어지는 순간에 올 수 있다. 노키아나 소니와 같은 위기를 겪지 않으려면 소프트웨어, OS를 선점해야 한다. 시간이 없다. 무궁한 가능성을 품고 있지만 MWC 2014에서 미처 다 보여주지 못한 타이젠의 가능성, 삼성전자의 미래의 거울이다.

글 / IT동아 안수영(syahn@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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