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갤럭시카메라2' 출시... 성능은 오십보백보

'갤럭시카메라'를 사람들은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국내 최초 안드로이드 탑재 카메라, 스마트폰인지 카메라인지 헷갈리는 카메라, 카메라 시장의 판도를 바꾸겠다고 나왔으나 기억에서 잊힌 카메라... 아마 이 정도이지 않을까 싶다. 갤럭시카메라의 아우, '갤럭시카메라2'가 형의 설욕을 씻기 위해 세상에 나왔다. 20일, 삼성전자가 갤럭시카메라2를 국내 출시한다고 밝힌 것. 전작의 성과가 좋지 못했음에도 후속작을 내놓은 이유가 뭘까.

"카메라에 왜 안드로이드를 넣죠?"

지난 2012년 11월, LTE 통신을 지원하는 안드로이드 카메라 '갤럭시카메라'가 첫선을 보였다. 갤럭시카메라는 국내 최초로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탑재한 카메라였기에 출시 당시 큰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사양대비 높은 70만 원대의 출고가와 모호한 정체성 때문인지 곧 시장 반응은 싸늘해졌다. 삼성전자는 무선통신 기술과 안드로이드 탑재에 따른 SNS 기능을 강조했지만, 그 효용성 면에서 의문을 가지는 사람이 많았다. 갤럭시카메라는 카메라로도, 안드로이드 단말기로도 매력을 발산하지 못했다. 일단 70만 원대면 훨씬 좋은 사양의 카메라를 구매할 수 있었고, 안드로이드 단말기로도 태블릿PC나 스마트폰에 비할 바가 못 되었기 때문.

더 나아진 성능... '그러나'

갤럭시카메라2는 갤럭시카메라 이후에 나온 모델이기에 성능 및 기능적인 면에서 나아졌다. 하지만 '진보'라는 단어를 쓰기에는 어딘가 미묘하다. 일단 '카메라'임에도 광학적인 사양은 전작과 동일하다. 1,630만 화소의 CMOS 센서를 탑재했고 광학 21배줌을 지원하며 4.8인치 터치 스크린을 갖췄다. 외관 디자인도 비슷한 편.

다만, 안드로이드 구동을 위한 컴퓨팅 성능은 조금 좋아졌다. 1.4GHz 쿼드코어가 1.6GHz 쿼드코어로, 램(RAM)은 1GB가 2GB로 업그레이드 됐다. 자연히 안드로이드 버전도 4.1 젤리빈에서 4.3 젤리빈으로 올라갔다. 참고로 현재 최신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버전은 4.4 킷캣이다.

물론 NFC 기능 등 부가기능을 추가하기는 했으나 이는 안드로이드를 탑재하지 않은 다른 카메라에서도 지원한다. 아쉽게도 갤럭시카메라2만의 무언가는 없는 느낌이 강하다. 참고로 갤럭시카메라2는 전작과 달리 와이파이(Wi-fi) 버전만 출시됐다.

가격은 조금 내려갔다. 전작 중 LTE 버전의 가격이 75만 원대, 와이파이 모델 가격이 59만 원대였던 것과 달리 갤럭시카메라2의 출고가는 49만 9,000원이다.

여전히 애매한 포지셔닝

스마트폰이 보급됨과 동시에 콤팩트카메라는 내리막길을 걸었다. 실제 콤팩트 카메라의 전세계 판매량은 2010년 1억 1,897만 대에서 2013년 5,880만 대로 3년 사이 반으로 줄었다. 편하게 휴대하며 찍을 수 있고, 성능이 나날이 발전하는 스마트폰 카메라가 콤팩트카메라의 자리를 대체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용자들은 스마트폰과 비슷한 콤팩트카메라보다는 미러리스 카메라, 하이엔드 카메라, DSLR 등에 눈길을 돌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갤럭시카메라2의 성능은 기대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사진 실력에 따라 소비자층을 나누면 갤럭시카메라2의 애매한 위치가 더 자명해진다. 사진 실력이 '초급'인 스마트폰 사용자는 갤럭시카메라2를 구매할 가능성이 적다. 갤럭시카메라2의 광학적 성능은 하이엔드 급이라고 말할 수 없고, 안드로이드 운영 체제는 이미 스마트폰 및 태블릿PC 등에서 익숙해 굳이 사용하기 불편한 카메라 형태의 단말기를 쓸 필요가 없다. 사진 실력이 '중급'이나 '고급'인 사용자는 갤럭시카메라2의 광학적 성능에 아쉬움이 있을 것이다. 처음부터 콤팩트카메라를 구매하고자 하는 소비자가 갤럭시카메라2를 선택할 가능성은? 그러기엔 같은 가격대의 성능 좋은 '똑딱이'가 넘쳐나 상황이 좋지 않다.

갤럭시카메라2가 막 출시된 시점이라 아직 미래를 확실하게 예측하기는 어렵다. 갤럭시카메라2가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도 의미있는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조금 더 지켜보자.

글 / IT동아 나진희(naji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