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中 TV는 '빛 좋은 개살구' 日 TV는 '만만치않은 상대'
삼성전자가 라이벌인 LG전자를 포함해 일본, 중국 TV 제조사들에 '선공'을 날렸다. 20일 서울 강남 서초 사옥에서 곡면(Curved) UHD(울트라HD) TV를 포함한 2014년형 신제품을 공개한 것. 곡면 UHD TV 신제품은 105, 78, 65, 55인치 등 총 4종이다. 가격은 아직 미정이며 오는 3월 전세계 동시 출시할 예정이다.
이로써 삼성전자는 뒤를 바짝 쫓은 중국 TV 제조사와 잠시 숨을 고르는 일본 TV 제조사로부터 한 걸음 더 달아났다. 삼성전자 김현석 사장은 "중국산 TV는 외형적인 면에서 (삼성전자 제품과) 비슷해 보이지만 그래도 기술 격차는 아직 1년 정도 있다"고 밝혔다. 빠르게 변하는 전자제품 시장에서 1년은 상당히 큰 수치다.
반면, 일본 TV 제조사의 기술력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인정하는 입장이었다. 일본 시장 내에서 UHD TV에 대해 무척 기대하는 분위기이고, 소니나 파나소닉 등 대기업들이 우수한 품질의 UHD TV 신제품 등을 치열하게 준비하고 있다. TV의 패러다임이 UHD로 바뀌는 것이 시장의 주도권을 잡은 삼성전자에게는 꽤나 위협이 될 터였다.
삼성전자 김현석 사장은 "일본 기업들의 UHD TV에 대한 관심은 오히려 전체 시장을 키운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며, "일본 업체가 잘하는 것은 무척 반길 일"이라며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 일본 기업의 실력은 인정하지만, 그래도 전세계 8위인 자사 TV를 따라오기에는 힘에 부치리란 예상을 한 것일까.
'축구팬'의 마음을 잡아라
삼성전자가 가장 신경 쓰고 있는 곡면 UHD TV의 주 타깃은 스포츠, 특히 축구를 사랑하는 열혈 스포츠팬이다. 올해 펼쳐질 2014 브라질 월드컵도 프로모션 시기와 맞아떨어진다. 삼성전자는 곡면 UHD TV의 광고 모델로 홍명보 감독을 기용했고, 이날 행사장에서도 골대 앞에 제품을 전시했다. 또한, 축구 등 스포츠 시청에 특화된 영상 모드 등을 제품에 탑재해 이날 주요 기능으로 소개했다.
파르테논 신전도, 타지마할도, 곡면TV도 모두 '휘었다'
그렇다면 TV 화면을 왜 휘어야만 했는가? 삼성전자에 따르면, 사람의 눈은 곡선 형태를 봤을 때 가장 편안함을 느낀다. 휘어진 화면이 인체공학적이란 소리다. 파르테논 신전, 타지마할, 우리 고궁 등의 건축물이 유려한 곡선 형태를 띠기에 오랜 기간 칭송받았다고 전했다.
휘어진 화면은 시청자의 몰입감을 끌어낸다. 화면을 휘게 만듦으로써 화면 양옆까지 더 생생하게 보이기 때문. 직접 곡면 UHD TV로 영상을 시청해보니 화면이 무척 컸음에도 눈을 좌우로 움직일 필요가 별로 없었다. 모서리 부분의 영상까지 한눈에 들어왔다. 거기다 분명 곡면인데도 어느 정도 적절한 거리에서 TV를 시청하니 마치 평면 TV처럼 보였다. 자리를 이동해 TV 양옆 모서리에서 화면을 보아도 반대편 화면 끝쪽까지 깨끗하고 선명한 화질을 느낄 수 있었다.
삼성전자 UHD 곡면 TV의 곡률은 4,200R이다. 이는 반지름이 4.2m인 원의 곡률과 같다. 삼성전자가 전세계 가정의 TV 시청 환경을 조사해 분석한 결과 이 곡률이 가장 최적의 영상 전달 능력을 지닌 것으로 결론 내렸다.
또한, 영상 속 배경과 사물을 자동으로 분리해 각기 다른 깊이감을 표현하는 '원근 강화 엔진(Auto Depth Enhancer)'을 적용했다. 삼성전자는 '마치 3D 수준의 입체감'이라고 표현했지만, 직접 보니 그 정도까지는 아니었고, 조금 생생하게 느껴지는 수준이었다.
해당 UHD 곡률 TV는 3~4m 정도 떨어진 거리에서 봤을 때 가장 바람직하다. 좀 더 공간이 작은 가정은 어쩌나 싶었는데, 아직은 가격이 비싼 곡면 UHD TV를 구매할 수 있을 정도의 소비자는 대부분 넓은 TV 시청 공간을 가지고 있으리라 싶었다. 참고로 삼성전자 관계자에 따르면, 곡면 UHD TV는 평면 UHD TV 가격보다 대략 20% 높게 책정된다. 일반 UHD TV도 꽤 비싼 편인데 거기에 휘어지기까지 했으니. 대부분의 소비자는 무리해서 휘어진 TV를 사려다가 허리가 휠 수도 있겠다.
삼성전자는 화면이 휘었기에 빛 반사도 적다고 전했다. 물론 이는 어디까지나 상대적이다. 실제 이날 행사장에 전시된 TV도 휘어진 모양을 따라 약간의 빛 반사가 있었으나 거슬릴 정도는 아니었다.
글 / IT동아 나진희(naji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