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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은 모바일 메신저 천하통일을 노리나

강일용

페이스북과 와츠앱이 하나가 됐다. 이로써 페이스북은 군웅할거의 모바일 메신저 시장에서 홀로 우뚝서게 됐다.

페이스북 천하통일

페이스북은 19일 모바일 메신저 와츠앱(What's app)을 160억 달러(약 17조 1,000억 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와츠앱은 월 사용자 4억 5,000만 명의 모바일 메신저로, 중국 텐센트의 위챗 다음에 위치한 세계 2위의 모바일 메신저다. 전체 월 사용자의 70%가 매일 와츠앱을 이용하고 있고, 매일 100만 명이 신규 가입하고 있다.

모바일 메신저 시장 사용자 수는 2014년 2월 기준 텐센트 위챗 6억 명, 와츠앱 4억 5,000만 명, 네이버 라인 3억 5,000만 명, 카카오톡 1억 3,000만 명 순으로 집계된다. 페이스북 메신저 앱 사용자 수는 따로 공개된 적이 없기에 정확한 수치를 파악할 수 없다. 하지만 북미 시장에서 점유율 1위, 남미와 유럽 시장에서 점유율 2위를 차지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적어도 3억 명 이상의 실제 사용자를 보유한 것으로 추산된다. 페이스북 메신저와 와츠앱의 사용자 수를 합치면 위챗마저 큰 차이로 넘어서게 된다.

이번 인수로 페이스북은 미국 시장에서 모든 경쟁자를 몰아내게 됐다. 지난해 11월 시장조사기관 디바이스리서치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미국 시장에서 페이스북 메신저의 탑재율은 46%, 와츠앱의 탑재율은 35%인 것으로 나타났다. (탑재율이란 전체 스마트폰 사용자 가운데 특정 앱을 설치한 비율을 말한다. 앱을 중복해서 설치할 수 있기 때문에 모든 결과를 합산하면 100%가 넘게 되니 주의할 것)

이러한 상황은 남미도 다르지 않다. 남미에서 가장 거대한 시장인 브라질을 조사해본 결과 와츠앱의 탑재율은 72%, 페이스북 메신저의 탑재율은 49%로 나타났다. 유럽과 아프리카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유럽은 와츠앱의 본진이나 다름없다. 나라 별로 39~97%에 이르는 탑재율을 보여주고 있다. 2위 메신저도 페이스북 메신저로, 탑재율도 13~32% 내외다. 아프리카의 경우 스마트폰 보급률이 가장 높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탑재율을 조사해본 결과 와츠앱은 68%, 페이스북은 47%로 나타났다.

오세아니아에서도 와츠앱과 페이스북 메신저의 강세는 두드러진다. 인도네시아에서 와츠앱의 탑재율은 43%로 37%인 블랙베리 메신저, 36%인 라인을 제치고 1위 메신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호주도 마찬가지다. 와츠앱이 탑재율 1위, 페이스북 메신저가 탑재율 2위다.

결국 6대주 가운데 아시아를 제외한 나머지 5대주가 페이스북의 파란색으로 물들게 됐다. 물론 한국, 중국, 일본 등 스마트폰 사용인구가 많은 동아시아에서 페이스북 메신저와 와츠앱이 별다른 힘을 쓰지 못하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사용자 수로 집계한 점유율은 생각보단 높지 않을 전망이다. 50%가 채 되지 않을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아시아를 제외한 나머지 시장이 페이스북의 텃밭으로 변함에 따라 경쟁사는 적지 않은 압박을 받게 됐다.

페이스북이 인수한 기업에 큰 간섭을 하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와츠앱의 형태는 당분간 그대로 유지될 전망이다. 광고나 게임 플랫폼을 추가하지 않고 0.99달러에 판매하는 유료 판매방식을 고수할 것이란 얘기다. 다만 와츠앱과 페이스북 메신저의 통합이나, 와츠앱 사용자를 페이스북으로 끌어들이는 형태의 신규 서비스가 추가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현재 라인, 카카오톡 등 국내 모바일 메신저는 게임이나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를 사용자에게 소개하고 그 중계료를 받는 플랫폼 사업을 통해 수익을 올리고 있다. 페이스북 역시 게임 플랫폼 사업을 진행 중인 경쟁자다. 캔디 크러시 사가, 앵그리버드 등 해외 유명 게임이 페이스북을 통해 사용자에게 전파되고 있는 만큼, 네이버와 카카오는 긴장된 눈길로 이번 합병을 지켜보고 있다.

페이스북과 와츠앱

페이스북은 이번 인수를 위해 와츠앱에 40억 달러의 현금과 120억 달러의 주식을 지급한다. 또, 와츠앱의 공동창립자이며 현 최고경영자 잰 쿰(Jan Koum)은 페이스북의 등기이사로 합류한다.

와츠앱의 공동창립자이며 현 부사장인 브라이언 액튼(Brian Acton)은 "예전에 페이스북과 트위터가 나를 고용하지 않은 덕분에 지금의 와츠앱이 있을 수 있었다"며, "이제 그때 가지 못한 페이스북에 합류해 새로운 도전을 하려 한다"고 인수 소감을 밝혔다(액튼은 와츠앱을 창립하기 앞서 페이스북과 트위터에 취업하려 한 적 있다. 기쁘게도(?) 페이스북과 트위터는 그를 고용하지 않았다).

글 / IT동아 강일용(zer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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