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패드는 정말 일본에서 더 쌀까? - '비쿠카메라' 탐방기
'아이패드는 일본, 미국 등에 갔을 때 사와야 한다', '국내에서 사는 것보다 해외 직구로 사는 게 훨씬 싸다', '기업들이 한국 시장에 물건을 더 비싸게 팔고 있다' 등 제품의 국내 가격에 대해 부정적인 목소리가 크다. 사실 따지고 보면 이는 어느 정도 맞기도, 틀리기도 하다. 지난 14일, 직접 일본 유명 가전 매장인 '비쿠카메라(Bic Camera)'에 들릴 일이 생겼다. 정말 이곳에서 애플 아이패드를 '횡재' 가격에 구매할 수 있었을까?
아이패드 가격, 따지고 보면 그게 그거
도쿄 유라쿠초의 비쿠카메라는 '요도바시 카메라'와 함께 전자 제품 양판점의 양대 산맥을 이룰 만큼 유명하다. 국내로 치자면 하이마트, 전자랜드 등과 비슷한 수준. 다양한 브랜드의 수많은 종류의 제품을 한곳에서 판매한다. 여러 브랜드 제품을 직접 비교하며 사기 좋고, 가끔 특가 이벤트를 하므로 일본 여행 시 꼭 들러야 하는 필수 코스가 되었다. 이곳에는 스마트폰, 카메라 등 소형 가전뿐 아니라 에어컨, 세탁기, 컴퓨터, 자전거, 의약품 등 없는 게 없다.
비쿠카메라 1층에 스마트폰과 태블릿PC가 진열되어 있다. 일본에서 애플 제품의 인기가 높은 만큼 아이폰5s/5c와 아이패드 판매대가 상당히 큰 위치를 차지한다. 매장에 들어서자마자 색깔이 화려한 아이폰5c의 광고 이미지가 눈길을 잡아끌었다.
국내에서는 관련 액세서리를 찾아보기 힘들지만, 비쿠카메라에는 아이폰5c 관련 케이스와 액정보호필름이 한쪽 벽면을 차지했다. 가격은 대략 2~3만 원선. 국내 가격과 크게 다르지 않다.
아이폰 섹션 옆쪽에 아이패드 에어와 아이패드 미니 레티나가 비치되어 있었다. 홀린 듯이 아이패드 미니 레티나쪽으로 다가가 일본어와 영어로 된 가격표를 유심히 살폈다. 이내 친절해 보이는 점원이 다가와 제품 설명을 해주기 시작했다.
일본 비쿠카메라의 아이패드 미니 레티나 16GB 와이파이(Wi-Fi) 모델 가격은 4만 1,900엔. 참고로 세금 포함 가격이며, 해외 여행자의 경우 5% 추가 할인이 가능하다고 한다. 거기에 VISA 카드로 결제하면 여기에 5% 할인 혜택도 추가로 받는다. 환율을 대략 100엔당 1,050원으로 계산해 10% 할인율을 적용하면 약 39만 6,000원이 나온다. 만드는 과정이 조금 까다롭지만 비쿠카메라 포인트 카드가 있다면 결제 금액의 5~15%를 적립 받는다. 따라서 포인트 적립까지 계산하면 최종 금액은 37만 원선.
가격을 듣는 순간 마음이 심하게 흔들렸다. 하지만 '충동구매는 패가망신의 지름길'이라 하지 않았던가. 심호흡을 한 후 스마트폰으로 국내 인터넷 최저가를 검색했다. 같은 모델의 국내 인터넷 최저가는 45만 원선. 비쿠카메라 매장의 것과 약 8만 원 차이다. 사실 기자는 VISA 카드가 없었고, 포인트 카드도 만들지 않았기에 약 42만 원을 내야 했다. 결국 3만 원 정도 저렴하다.
아이패드 에어 16GB 와이파이 모델의 비쿠카메라 가격은 5만 1,800엔. 앞서 설명한 방식대로 계산했을 때 국내 인터넷 최저 가격보다 3~6만 원 싼 수준.
결국 일본에서 아이패드를 사도 3~8만 원 정도 싸다. 거기다 상당한 위험 부담도 떠안는다. 일단 제품에 문제가 있을 때 교환/환불 절차가 국내 구매 제품보다 어려울 수밖에 없다(물론 일본어가 능숙하고 체류 기간을 넉넉하게 잡아 놓은 사람이면 상관 없다). 거기다 일본 모델은 중고 시장에서 국내 모델보다 낮은 중고가를 형성한다. 평생 두고두고 쓸 때야 상관 없지만, 혹시 중고로 팔 일이 생겼을 때는 몇 만원의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 결국 일본에서 아이패드를 구매하겠다는 목표는 국내 구매로 방향을 수정할 수밖에 없었다.
아이패드에 대한 마음을 비운 후 비쿠카메라 매장을 둘러보기로 했다. 비쿠카메라는 이름답게 카메라 매장이 잘 차려져 있다. 지하 2층이 카메라 매장인데 에스컬레이터부터 니콘 모델인 기무라 타쿠야의 대형 사진이 천장에 붙어 있어 강한 인상을 준다. 에스컬레이터 바로 앞은 콤팩트 카메라 자리이고 곳곳에 미러리스, DSLR, 렌즈, 액세서리 등 제품 분류에 따라 위치가 선정되어 있다. 소비자가 DSLR 섹션에 가면 니콘, 캐논, 올림푸스, 소니 등 다양한 브랜드의 DSLR을 비교해가며 확인할 수 있다.
가격이 1,000만 원이 넘는 망원 렌즈 전시품도 구경할 수 있었다. 국내 매장에선 보기 힘든 광경이다. 이렇게 전시하면 판매점 입장에서는 새 제품 하나가 전시품이 되므로 금전적 손해가 있다. 따라서 비쿠카메라가 비싼 제품들을 체험용으로 마련해두었다는 것에서 큰 상징성을 느낄 수 있었다.
매장 곳곳에서 제품을 직접 써보는 사용자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한 남자아이는 심각한 얼굴로 DSLR을 조작하며 기무라 타쿠야의 광고 이미지를 열심히 찍었다.
비쿠카메라 아울렛에서 숨은 보물을 찾자
비쿠카메라를 알차게 이용하고 싶다면, 그날의 특가 상품을 구매하는 것이 좋다. 해당 브랜드와 상관 없이 비쿠카메라 자체 할인 행사가 자주 있어 잘만 노리면 꽤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다. 이날 눈길을 끌었던 것은 1만 원짜리 드라이기와 다리미였다.
잘 둘러보면 단발성 할인율이 적용된 제품도 찾아낼 수 있다. 니콘 1 S1이 '오늘만!!'이란 문구와 함께 2만 5,800엔의 가격에 판매되고 있었다. 다만, 이 모델의 국내 최저가는 약 30만 원. 이 또한 따지고 보면 국내에서 판매하는 것보다 약 3만 원 싼 수준이라 발길을 돌렸다.
사실 '득템'을 노린다면 비쿠카메라 아울렛에 들러보기를 추천한다. 비쿠카메라 아울렛은 전시 제품이나 중고 제품 등을 정가보다 할인된 가격에 판매하는 곳으로 비쿠카메라 건너편에 위치한다.
들어서자마자 높은 천장과 철골이 드러난 인테리어때문에 코스트코 등 할인율이 높은 매장 분위기를 느꼈다. 같은 비쿠카메라라도 본 매장과 아울렛의 분위기는 꽤 달랐다.
이곳은 중고 제품과 전시 제품이 주를 이루기에 하루하루 판매하는 물건이 다 다르다. 아무 생각 없이 들렀다가 생각보다 싼 가격에 원하던 제품을 찾을 수도 있다. 사실 국내 가격과 대부분 거의 3~5만 원 정도 차이 나는 수준이지만, 국내에서 구하기 어려운 모델을 찾거나 비쿠카메라가 품질 검사를 한 중고품을 믿고 살 수 있다는 데에 어느 정도 이점이 있다. 실제 이날 비쿠카메라 아울렛에는 상태 좋은 구형 게임기와 단종된 카메라 모델들이 주인을 기다리며 전시되어 있었다.
글 / IT동아 나진희(naji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