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 입김 들어간 노키아 안드로이드폰, 팥 없는 찐빵?

김영우 pengo@itdonga.com

2009년까지 세계 최대의 휴대전화 제조사였다가 스마트폰 전략 실패로 위기에 빠진 노키아가 드디어 구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기반 스마트폰을 발표한다. 11일 월 스트리트 저널을 비롯한 외신 보도에 따르면 노키아는 이달 말 스페인에서 열리는 이동통신산업 박람회인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2014'에서 개발 코드명 ‘노르망디’로 알려진 안드로이드폰을 공개할 예정이다.

노키아는 한때 자체 운영체제인 '심비안' 기반의 스마트폰을 주력으로 삼았으나, 안드로이드 및 iOS 기반 스마트폰과의 경쟁에 뒤져 시장 점유율이 크게 떨어졌다. 2011년부터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폰' 운영체제를 탑재한 스마트폰을 출시해 재기를 노렸으나 여전히 지지부진한 상태다. 참고로 노키아는 지난 4분기 전년대비 21%나 매출이 줄어들며 큰 적자를 기록했다. 결국 작년 9월 노키아는 휴대전화 단말기 사업부문을 마이크로소프트(이하 MS)에 매각한다고 발표했다. 다만, 경영권은 넘어가더라도 한동안 노키아의 브랜드는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에 처한 노키아가 안드로이드폰을 공개한 것은 상당히 과감한 행보다. 특히 노키아의 휴대전화 단말기 사업부문의 주인이 될 MS도 이를 용인했다는 것이 특이하다. 지금까지 MS는 자사의 모바일 운영체제인 윈도폰을 보급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2013년 말 출하량 기준,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윈도폰의 점유율은 5%를 넘지 못하고 있다.

노키아 안드로이드
노키아 안드로이드

그렇다면 MS는 앞으로 윈도폰을 포기하기로 한 것일까? 물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최대의 경쟁자인 구글의 영향력이 더욱 커지는 것을 바랄 리가 없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밝혀진 노키아 노르망디 관련 정보만을 보면 확실히 그렇다. 모바일 관련 소문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evleaks가 트위터를 통해 공개한 노키아 안드로이드폰의 구동 화면은 '갤럭시'나 '넥서스' 같은 일반적인 안드로이드폰과 달리 윈도폰의 UI와 유사한 사용자인터페이스(UI)를 갖추고 있다.

더욱이, 노르망디는 안드로이드폰임에도 구글의 서비스를 철저하게 배제된 상태로 출고된다. 특히 안드로이드폰의 핵심 서비스인 '구글 플레이', '구글 맵'등을 제거하고 대신 노키아의 앱 스토어 및 자체 앱이 기본 탑재될 예정이다. '구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는 구글 운영체제 기반 스마트폰'이 된다는 의미다.

이번 결정은 일단 세계 스마트폰 시장의 80%를 차지하고 있는 안드로이드폰 시장에 발을 담가 단말기 판매 증진을 노리는 노키아측의 의도, 한편 그런 와중에도 구글의 영향력이 더 커지는 것을 더 이상 용인할 수 없다는 MS의 의도가 복잡하게 섞여있다.

다만, 한편으론 다소 걱정되는 점도 있다. 일단 구글 플레이를 비롯한 구글의 핵심 서비스가 모두 빠진 안드로이드폰이 과연 소비자들에게 환영을 받을 수 있을 지가 의문이다. 안드로이드가 높은 인기를 끈 이유는 운영체제 자체의 성능이 좋아서라기 보단, 높은 개방성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서비스가 제공되었기 때문이다. 이를 배제한 '노키아-MS표 안드로이드폰'은 한계도 분명하다. '적의 무기로 적의 의표를 공략한다'는 노키아와 MS의 '노르망디 상륙작전'은 그 이름만큼이나 험난한 과정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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